발로 뛰는 작가 유재현의 책을 내리 읽고 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를 구매한 지 2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본다. 기행문은 보통 재독하면 김이 빠지는데 유재현의 기행문은 읽을수록 내용이 명료하게 다가온다. 비로소 눈을 뜬 느낌이랄까. 서가에 꽂아두고 오랫동안 읽어야겠다.


최근에 읽은 책.















사놓고 한동안 눈에 안 들어와 방치하였는데 동유럽을 두번이나 다녀오고서야, 그리고 코카서스 여행을 앞두고서야 읽기 시작했다. 다소 딱딱하지만 진중하다고 할까, 진실하다고 할까. 무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젠 기억도 가물거리는 홍은택의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를 내내 떠올리게 했다. 두 책 모두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째로 여행하며 미국의 실상을 파헤쳤다. 미국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 넘쳤다. 그럴수록 미국을 공부해야겠다.

















이 책 역시 발간 연도 따위를 따질 필요가 없다. 어제 쓴 오늘의 이야기이다.



세상에 뭔가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하면서 읽게 되는 책. 유재현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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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리수거장 앞에 엔틱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앉아보니...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쿠션만 새것으로 갈아주면 환골탈태하여 여생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자를 버린 분이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얼마 후 인터넷으로 찾아서 쇼파 천갈이 하는 곳에 갔더니 구하기 힘든 의자라나 뭐라나. 좌석과 등판을 가죽으로 교체하는데 시간이 걸린단다. 며칠 후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수선비 20만 원을 흔쾌히 지불하고 의자를 모셔왔다. 그런데...구관이 명관이라 해야 할까. 법고창신을 기대한 게 무리였다는 것을 앉아보고서야 깨달았다. 좌석 쿠션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새 가죽으로 덧댓으니 좌석이 두꺼워져서 본래의 착착 붙는 듯한 물아일체 같은 착석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아, 20만 원이면 새 의자를 사고도 남는다는 것을.


밥상에서 밥을 먹던 좌식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을 무렵 이사를 했다. 식탁이 필요했다. 딸이 사용하던 책상의 상판에 다리를 붙여 식탁으로 만들었다. 훌륭했다. 의자가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걸 사고 싶어서 이케아로 향했다. 착석감이 우선, 최선에 가까운 의자를 골랐지만 재고가 없었다. 일단 철수.


일삼아 당근에 들어가 샅샅이 뒤졌더니 엔틱을 표방한 짝퉁 의자가 두 개 나왔다. 제대로 된 물건을 사야한다는 다짐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그럭저럭 쓸 만했다. 식탁은 해결했으나 이번엔 컴퓨터 의자가 남았다. 그동안 사용했던 의자들은 낡기도 했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멀쩡한 가구를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낯선 경험이다.


열심히 당근을 들락거린 보람이 있었는지 이번엔 제대로 된 엔틱 의자가 떴다. '가격 제안 불가'에도 불구하고 20% 할인을 제안했더니 응답이 왔다. 엉? 좀 더 기다릴 걸 그랬나. 순간 망설였으나 내 입으로 제안했고 어쨌거나 사진상으로는 탐나는 물건이었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명품으로 보였다. 설렌 마음으로 집에 모셔와서 앉아보는데...빛 좋은 개살구는 분명 아닌데 착석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이 편하지 않음은 무엇인고? 남편이 의자의 네 발 길이를 내 앉은 키에 맞게 만들어 주었다. 1~2cm 를 잘라냈다. 비로소 발이 바닥에 착지하는데 이번엔 쿠션이 없는 좌석과 등판이 배긴다. 겉모습에 홀린 대가려니...


침대는 과학이라더니 의자야 말로 과학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몸에 맞는 의자 찾기가 배우자 찾기 만큼이나 어렵다. 사람이 진화하지 않듯(혹은 느리게 진화?) 의자 역시 진화하는지, 진화가 가능한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한가지 의문은 남는다. 진짜 값비싼 물건은 어떨까?


답답한 마음에 찾아 본 책.















'350가지 의자의 역사와 디자인'을 실었다고 한다. 가히 의자의 역사서로 손색이 없는데 찾는 사람이 없는지 '특별 할인가'로 판매중이다. 이만하면 당근 가격이다.


책에서...

 

현존하는 의자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4600년 전에 만들어진 헤테프헤레스의 의자라고 한다. 현대의 의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걸보면 의자의 진화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사람이나 현대 인간이나 다를 바 없듯 의자 또한 그런 것 같다. 설명을 읽어보면, ' 현재 카이로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의자는 오늘날에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사각형 좌석에 등받이가 있고, 팔걸이의 틀도 사각형이다.전체적으로 직선 라인이 눈에 띄는데, 팔걸이 안쪽은 파피루스 줄기를 끈으로 만들어 묶은 듯한 부드러운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다."(p. 11~12)


미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얘기도 나온다. 건축 작품마다 의자를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디자인을 우선했기 때문에 실용성 면에서 문제가 남을 만한 것도 있다고. '사생활 면에서는 아내 캐서린과의 사이에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고객의 아내인 체니 부인과의 불륜,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 행각, 그에 따른 업무의 격감, 하인이 체니 부인과 아이를 살해, 평생 4번의 결혼을 하는 등 상당히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다.'(p.155) 



의자가 아니었으면, 당근 거래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들었을 의자에 관한 책이다. 쓸모는 없지만 소장할 만한 책이다.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우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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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고 걸어야겠지만 때로는 뒤로 걸어볼 만하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2>를 먼저 읽고, <익명의 ~1>를 나중에 읽었다. 뭔가 매끄럽지 않아서 자꾸 뒤돌아보았지만 되려 낯설어서 좋았다.


 













 


그러다가 원조를 접했다.


















'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 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이 말들이 저 작은 책에 실려있는 글이라니.... 작지만 야무진 책을 보니, 작지만 야무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하여튼.


p.10

야훼는 잔인하고 가차 없다. 자식을 죽여서 자신에게 바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중략) 야훼는 히브리 민족을 자신의 백성으로 선택하고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한다.(~~) 그들은 사막과 같은 황량한 땅에서 덧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하여 '젖과 꿀'이라는 알량해 보이는 약속 하나에 모든 것을 내버리고 야훼만을 숭배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훼는 이것을 거저 주지 않는다. 그것을 주겠다고 해놓고는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성읍의 주민을 칼로 쳐죽일 것을 명령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를 따르기만 한다면 외부 집단을 폭력적으로 살상해도 괜찮다는 정당화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비롭게 보이는 약속 뒤에 숨어 있는 피에 굶주린 야훼의 잔인함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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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어오니 약간 정신이 없다. 쪼금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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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1-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오늘부터 2024년입니다.
올해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nama 2024-01-02 16:2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시길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이 책의 저자 김현아 교수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p.290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본다면 한없이 모자란 이야기를 용기내어 하게 된 이유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바꾸는 데 작은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큰 변화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바위를 뚫는 물처럼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루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용기와 인내이다. (중략)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작은 변화 중 하나가 '언어'를 바꾸는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에게 하는 '미쳤다'는 말을 '아프다'로 바꿔보도록 노력한다면 환자에 대한 낙인이 어느정도 옅어질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신질환'이라는 말 자체를 '뇌질환'으로 바꿔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실이 그러하고, 뇌도 엄연히 신체이므로 마치 여타 신체질환과는 달리 의지나 성격의 문제라는 편견을 만드는 말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이다.



가독성 좋은 책인데도 읽느냐고 힘들었다. 온몸으로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읽고나면 마음과 몸이 지쳤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책의 힘으로 '정신질환'이 '뇌질환'으로 인식되는, 작지만 큰 변화를 기대해본다. 언어의 힘을 믿고 싶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들이 세상에 많이 나오기를 희망해본다. 아픈 사람의 목소리, 가족의 목소리, 친구의 목소리... 두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양극성장애를 겪는 분이 쓴 책. "그것은 일단, 그저 병"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확하게 썼다.

















양극성장애 아버지를 둔 아들이 쓴 책. 작년에 '내가 뽑은 최고의 책'이었다.



*****덧붙임: 위의 책들은 양극성장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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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2 

  그때 나는 도자기를 보는 방법 하나를 배웠고, 그것은 내 세상살이의 무슨 지침처럼 지금까지 뇌리에 새겨져 있다.

  "도자기 진짜 가짜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초짜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물었다.

  "그건 간단하지."

  선생의 대답에 나는 귀를 세웠다. 그 방법이 바로 내가 세상살이의 지침이라고 하는 그것이었다.

  "우선 그 골동을 사다놓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걸세."

  "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선생은 경상도 통영 사투리일 그 말투를 천천히 가다듬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까운 돈을 투자한 도자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싫증이 나는 것과 싫증이 안 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싫증이 나는 것은 가짜일 공산이 크다. 아무리 지켜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인 것이다

  어찌 들으면 근거 없는 논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곰곰 곱씹고, 또 살아오면서 여러 몹쓸 일 겪기를 오래 하다 보니, 그처럼 진리의 금언이 따로 없었다.

           (중략)

  새벽잠이 없어진 지 꽤 오래인 요사이, 나는 선생의 말을 되살리며 어둠 속에 앉아 있곤 한다. 이제까지 나를 오래도록 지켜봐온 사람 혹 있다면 어떻게 여길 것인가. 내 작품은 또 어떨 것인가. 진짜로 올려질 것인가, 가짜로 내려질 것인가. 나 자신 나를 지켜보며 아무쪼록 싫증이 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하며 오래전의 저 도자기를 여전히 지켜본다.

                                     <오래 지켜보기> 중에서





그러고보니 윤후명의 작품들을 오래 지켜봐왔다.


오래 지켜봐온 것들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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