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 - 런던 아줌마 김은영의 페어플레이한 영국도전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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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울림이 모여 큰 노래가 되면 세상이 좀 달라질라나. 작은 몸부림이 모여 커다란 파도를 이룬다면 세상이 좀 꿈쩍할라나. 얼마나 치를 떨고 얼마나 몸부림쳐야, 그리고 얼마나 울부짖어야 세상이 좋아질까. 우리나라 교육이 달라질까.  

이 책은, 런던에서 숨통을 찾고 길을 찾은 사람의 작은 몸부림 내지는 울부짖음이라고 할 수 있다. 팡팡 터지는 팝콘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다를 통해 우리나라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교육을 향해 목청껏 외치고 있다. 런던이라는 '신세계'에서 맞부딪친 경험을 풀어놓으며 속으로 쌓이고 쌓인 원망을 날려보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 학교와 영국 학교를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사자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면서 '이게 너에게 주어진 상황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터득해 기어올라와라' 하는 게 한국식이고, 사자 새끼가 받을 충격을 최대한 줄여 효과적으로 빨리 기어올라올 수 있도로 도와주는 게 영국식이다....(31쪽) 

그러나 이게 어디 교육분야에서만 해당되는 얘기인가. 온통 나라꼴이 이런데 교육만 붙들고 늘어지면 그건 너무 억울하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선진국에 가면 제일 부러운 게 ... 대중교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내버스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시내버스이다. 승하차의 편의를 위해 정차시에는 버스의 인도쪽 부분이 살짝 내려앉는다거나, 부저의 부착 위치에 대한 섬세한 배려라든가, 좌석이 높은 경우 발밑에 설치하는 발판의 섬세한 모양새 등  인간적이고 세련된 시내버스를 교토에서 경험하고는 일본과 우리와의 간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인도의 시내버스에선 사람이나 짐꾸러미나 같은 대접을 받는다. 기세등등한 운전기사와 차표 끊어주는 아저씨는 그 세계에선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 콩나물 시루 같은 곳에서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우리 사람 많아요' 이렇게 말하는 인도인도 보았다. 이런 나라에서의 학교 상황은 어떨까?

이 인간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는데....교육 역시 그렇지 않을까. 세상이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신학년을 앞두고 가슴이 답답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니 처음에는 속이 후련하고 시원했다. 우리보다는 너무나 세련되고 섬세한 영국 교육 얘기를 들으니 너무나 당연한 외침이고 울부짖음이었다.그러나 이 대안 없는 외침은 소리가 아주 여리고 작았다. 아귀다툼 같은 세상을 벗어나 신세계를 찾은 사람의 그 거침없는 목소리는 그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어쩌라고. 

여기서 아무리 일본 시내버스의 멋진 점을 얘기해봐야 우리가 매일 타야 하는 우리 동네 시내버스만 더욱 더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인도의 버스를 보고 위안을 삼을 수도 없잖은가. 

세상이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교육만 쏙 뽑아서 때리는 건 너무나 쉬운 불평불만이다. 외침은 그저 외침만으로 남는다. 큰 노래가 되고 세상을 바꾸는 큰 파도가 되려면 ....되려면..... 

저자의 영국인 남편이 책 말미에 쓴 다음 구절은  전형적인 그네들 관점이다. 마치 영국이 세상의 중심인양.

...Eunyoung has gained an insight into both the Korean and English education systems. She is able to show the benefits of the English system explaining how students who work hard are rewarded with the chance to follow their ambitions. Any disappointing exam results are not necessarily the end of the road. Doing the best you can is highly prized in England and a child who works very hard can be as well regarded as a child who gains high marks effortles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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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맛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3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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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겨레 신문>을 통해 구광렬 시인을 알게 되었다. 다음이 그 기사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5284.html 

모처럼, 그리고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완독(?)했다. 사 놓고 대강 읽다가 내버려둔 시집들이 좀 있기 때문에 '완독'이라는 표현은 내게 약간의 의미가 있는 말이다. 거칠게 읽긴 했지만 산에 오르는 듯한 인내심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 시집이 바로 구광렬의 <불맛>이다. 

먼저 호기심이 생긴 것은 그가 스페인어와 한글로 시를 쓰는 이중언어의 시인이라는 점이었다. 평생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낸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이중언어로 시를 쓴다는 건 경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년의 반을 보낸다는 중남미라는 공간이 그의 시에 어떻게 녹아있을까,도 궁금증을 일으켰다. 

한국과 중남미, 한글과 스페인어. 두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시 세계를 들여다보면 언뜻 어릴 때 텔레비전 만화로 보았던 손오공이 떠오른다. 공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는 그 손오공 말이다. '공간'이라는 코드로 읽어나가다 보면 그의 시 세계가 얼마쯤 이해가 되고 시 읽기는 '즐거운 노동'이 된다. 

단편적이고 자의적이지만 다음의 시구를 읽어보면 '경계' 라든가 '공간'의 개념이 잡힌다. 좀 더 구체적이면서 은유적으로는 '구석'이라는 공간이 포착된다.

'탄피를 쪼아보던 비둘기/찢어진 포문 속으로/들/어/간/다.....'<대포 속의 비둘기> 

'....살점은 이동하는 것이다/어제 네 살점은/오늘 내 살점이 되고/오늘 내 살점은/내일, 또 다른 살점의 살점이 되니....'<생선> 

'...비뚤비뚤, 이내 흐트러져버리는 줄개미들처럼/뒷사람 풀어지고, 뒤의 뒷사람 풀어지고/풀어졌다 조여지고, 그렇게 환승 내지 환생하는.<신도림역> 

'..가지보다 더 가지 닮은 나무의 뿌리는/지구별의 한복판을 뚫고 불쑥/반대편 이웃 정원의 나뭇가지로 솟아/남반구 북반구 대척점 사람들/모두 한나무에서 움튼 열매를 나누고/손자의 손자들은 집 한 채 크기 둥치에 대문보다 더 큰 구멍을 내/팔촌, 십이촌 한나무 한가족을 이룰 것이니...'<바오밥>  

'...그래, 그 목줄 2미터는 한계 이상이었다/우주비행사의 생명줄 같은 것이었지만/이제 반지름 2미터의 반질한 반원 속에서도/쑥과 냉이가 솟구쳐 오르니...'<목줄>

때로는 그 경계의 넘나듦이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미워할 수 없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의 나의 부재를 못 믿고 후생이 궁금하다며 불속까지 뛰어들려는 내 뿌리'<신경증을 앓는 나무> 

'..사랑을 위해선 머리만을 묻어서도 안 되며/물방울보다 더 차가운 지구별에서의 부화를 위해선/온 몸덩이가 발광해야 함을.'<방충망에 매달린 물방울> 

 공간의 한 개념인 '구석'이란 다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외된 것, 작은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구석을 좋아하는  경우 구석은 '숨는 곳'이자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지구의 이쪽 저쪽을 넘나드는 시인이 찾는 구석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반지름 2미터의 반질한 반원 속에서도/쑥과 냉이가 솟구쳐 오르니'<목줄>이라는 시에서 '그 면도날 같은 파도의 한 줄 구석에도/등짝을 곧게 펴는 고기들이 산다는 걸/갈대의 울부짖음을 /'<메르세데스 소사> 라는 시구에서도 펄펄 살아있는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그외 다른 시들에서도 이 '구석'은 말 그대로  구석구석 발견된다.    

시 읽기는 역시 어렵다. 그래서 이런 독후감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한 편 만큼은 그대로 베끼고 싶어서 어설프지만 몇 자 적어봤다.

<메르세데스 소사>   
1. 지구 반대편 구석에서 노래 한 줄로 깨달았습니다  
   구석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건만 세상은 
   구석을 향해 닫혀 있다는 걸    
   세상 힘든 것들 구석으로 몰리건만 
   묵묵히 구석은 그 어깨들을 받쳐준다는 걸    
   수평선에도 구석이 있고 
   그 면도날 같은 파도의 한 줄 구석에도  
   등짝을 곧게 펴는 고기들이 산다는 걸    
   갈대의 울부짖음을 
   못에 박힌 빈 바가지의 달가닥거림을 
   구석에서 태어난 바람은  
   입이 꽉 틀어 막힌 것들을 대신해 소릴 내준다는 걸  
   그 바람 앞에선 
   작고 낮을수록 더 떳떳할 수 있다는 걸 
2. ......   
 그 다음은 직접 읽어 보시길.....구석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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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든, 머물든 -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특별한 은퇴 이야기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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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직업으로서의) 일을 해 온 시간 보다 앞으로 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다, 어느 새. 언젠가는 은퇴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터. 다만 조만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숙제를 미루는 심정일 뿐,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리라.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이 책은 그래서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이 자기계발류의 책이었다면 이런 감동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지금 이 리뷰를 길게 쓸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변명)부터. 

두어 시간 눈밭을 거닐고 왔더니 몸이 피곤하다. (피곤으로 인해 시력은 형편없이 바닥을 드러낸다. 지독한 난시다.) 은퇴 후에 한꺼번에 걷는 일은 나중 일이고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매일매일 한 시간을 걷는다는 일상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름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실은 은퇴 보다 더 중요한 생활의 기술일 터.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밑줄 그을 부분이 잔뜩 나와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했다. '흠, 그래그래 맞는 말이야. 리뷰 쓸 때 이 부분은 꼭 인용해야지.' 짐짓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뒷 장을 덮기 전에 눈에 들어온 다음 글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이 책에 실린 글은 효형출판의 허락 없이 옮겨 쓸 수 없습니다." 왜 있잖은가. 게으른 학생일수록 이유 같지 않은 이유나 터무니 없는 핑계에 목매달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것 말이다. 

은퇴 후에는 나무를 심겠노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 꿈 많은 사람을 위해 다음 구절은, 그래도, 옮겨본다. 

   
 

 계획이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다. 비록 그가 모든 계획을 실현하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심은 떡갈나무가 탁자로 만들어질 만큼 충분히 자라려면 300년은 기다려야 한다. 아마도 나는 그 일을 내 손자와 손녀에게, 또 그들의 아이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다른 계획들로 말하자면, 그것들이 빛을 보느냐 못 보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행히도 하루하루가 너무 짧다고 생각하며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책이다. 픽션이 아니기에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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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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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성장 배경을 가진 저자의 수필집이라고 해야겠다. 프라하에서 초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서는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하고 러시아어동시통역사로 일한,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진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주 내용은 통역사로 일하면서 겪은 얘기라든가, 러시아 문화에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감있게 풀어 놓았다.  찻집에서 어울려 이야기하면서 소곤소곤 미소를 머금어가며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책은 원서로 읽는 맛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원문의 살아있는 듯한 생기가 궁금하다. 누군가의 얘기를 한차례 건너뛰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듯한 답답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이런 필자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알라딘의 광고를 보고 구입한 이 책은 사실 약간 실망스럽다. 내 주위에는 나를 도서관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그들을 구분하는 선은, 나는 내가 읽을 책을 자주 취미 삼아 구입하는데 반해 그들은 내가 읽은 책을 빌려 읽는다는 것이다. 진짜 좋은 책이라 여기는 책은 두 번 세 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가지만 대부분의 책은 내 옆 사람에게서 끊어지고 만다. 그러면 이 책은? 내 손에서 끝나버릴 책일 것 같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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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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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시기를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수많은 일들을, 한홍구의 글을 통해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꼭 집어서 그게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겠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또 다른 역사의 현장 속에서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살아온 부모 세대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을 거쳐온 분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우리 세대 역시 만만찮은 시대의 중압감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시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지만 아픈 일이기도 하다. 

아프다는 건, 종결을 지은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사교육 문제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은 딱 한 마디. 속수무책.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도 많다는 나라에서 엉킨 실타래 같은 이 문제를 아무도 풀지 못한다. 기막히지 않은가. 차라리 웃긴다고나 할까. 이 기막히고 웃기는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니 우리 모두는 갇혀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갇혀있는 섬나라이다. 

p.328 '죄수의 딜레마'라고 게임이론에서 쓰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잡혀왔다. 똑같이 부인하면 두 사람 다 3개월만 형을 살면 된다. 나만 자백하고 상대방은 자백하지 않으면 나는 풀려나고 상대방은 6개월을 산다. 둘 다 자백하면 같이 6개월을 산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상대방을 믿고 둘 다 부인하는 게 가장 공평하고 좋다. 하지만 신뢰할 수가 없는 거다. 저 혼자 잘살겠다고 자백하면 나는 부인하든 말든 6개월을 산다. 결국 두 사람 다 자백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징역 6개월 사는 거다. 이 논리가 사교육 시장에도 적용된다...모두 과외를 하면 모두 안 했을 때와 똑같아지는 거다. 

속수무책. 

수수방관. 

지독한 세월을 살고 있다. 우울하다, 지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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