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가 배 상자 안에서 아~주 평화롭게 잡니다. 신기한 고양이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샤미가 들어가면 이 정도 공간이 남는데, 카프는 굉장하죠 ㅋㅋㅋㅋ 



레이도 이만큼이나 남아요 ㅋㅋㅋ 레이는 머리에 모자 쓰고 씐나 씐나!!!


요즘 정신이 없어서 책을 읽기만 하고 리뷰를 못 썼는데, 이제라도 하나씩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명절 전에 큰 꿈을 안고 행복했는데, 연휴는 쏘아버린 화살보다 더 빠르게 지나갔다죠... 내 연휴 어디... 아직도 연휴가 어른거립니다....


지지난주에 서면 갔다가 식겁했습니다.

신발 밑창이 떨어져서 슝~탁 이렇게 걸었지요. ㅋㅋㅋㅋ 남편이 차를 후딱 빼 와서 다행히 많이 우스워지지는 않았는데, 아끼던 신발이 망가져서 맘이 아팠네요. 고치러 갔더니 살릴 수 없다고 하네요. 아... 6년 정도 신었는데 아쉽습니다. 예전에 남편이랑 연애할 때도 신발이 망가진 적 있었는데, 둘이서 그 얘기 하면서 웃었어요. 그 땐 비오는 날이었는데, 횡단보도 건너려고 뛰다가 샌들 윗쪽 끈이 끊어져서 남편이 업고 뛰었답니다. ㅋㅋㅋㅋ 



지난 주인가 갑자기 추워져서 제가 집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돌아다녔더니 남편이 이런 짤을 만들었네요. ㅋㅋㅋ 자기는 안 추워서 좋겠구만 ㅋㅋㅋ




2024년 다이어리를 주문했습니다. 벌써 24년을 준비해야 하는 때라니. 시간이 무색네요. 


여러 단편들이 있는데 그 중에 <과거로부터의 해방>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독특한 생각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그 중에서 <과거로부터의 해방>은 시간을 돌아보는 지금 많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갈까요? '나'는 행복하지 않다 여긴 과거라도 바꾸고 싶어하지 않았죠. 바꾼 것은 단 하나였고, 그로 인해 행복을 찾았습니다. 과거가 불행하다 해도 과거의 모든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었어요. 따뜻한 가족이 있고, 처음 말을 걸었던 친구가 있고... 소중한 순간들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근데 작가님이 필명을 바꾸신 모양입니다. <이 달의 장르소설 4>에서 보았던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었습니다. 그 때 작가님은 박상호란 이름이었는데, 이 책의 작가님은 반고훈이란 이름입니다. 이 달의 장르소설 4>에서 보았던 이야기도 참 좋았더랬죠. 가슴이 좀 아파서 그렇지...


시리즈에서 웹소설을 또 봤어요. 완결 나고 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워서 미루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재미가 있었네요. 

(출처 : 네이버 시리즈)


역시 황후는 능력자여야 재미가 있습니다. 마수가 나오는 탑 정도는 뿌실 줄 아는 지략과 마력을 갖춰줘야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어리광장이 미친 황제의 적수가 되지.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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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19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뚱뚱하고 귀여워...!!!!!!!!!
이름이 카프구나...🥹
요즘 진짜 으슬으슬하더라고요. 저도 무릎담요와 수면바지를 꺼냈습니다! ㅋㅋㅋ

꼬마요정 2023-10-19 09:45   좋아요 1 | URL
풀네임은 카프레제 입니다 ㅋㅋㅋ 치즈냥이라서요 ㅋㅋㅋ 형제인 모짜는 모짜렐라가 풀네임이구요 ㅋㅋㅋ 모짜는 여아인 줄 알았는데, 자라서 보니 천상 남자. 카프는 저희 집 개그묘입니다. 완전 웃겨요 ㅋㅋㅋ

일교차가 심해요. 여러 겹 껴입어야 해요ㅠㅠ 낮에는 또 덥더라구요. 좋지만... 좋은 날씨입니다. ㅋㅋㅋ 감기 조심해요 우리^^

서곡 2023-10-19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 봤습니다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덧) 그러게요 2020년대도 어느덧 중반입니다...

꼬마요정 2023-10-19 09:47   좋아요 1 | URL
으아악... 서곡 님!!! 그러고보니 벌써 2020년대도 중반... 역시 시간 개념을 없애야 하나 싶어요. ㅋㅋㅋㅋ 이러다가 2030년이 훅 하고 오겠는데요... 2030하면 원더키디인데 그런 미래가 아니면 좋겠어요. 남은 달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페넬로페 2023-10-19 0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운동하신 보람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아, 저 구두 완전 굽이 높네요. 저런 힐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시다니!! 전에 저도 빨간 구두 신었던 적이 있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요, ㅠㅠ 짤도 재밌고, 배 상자속의 카프도 귀여워요. 하지만 저는 전에 사진, 알죠? 그것이 최고예요.

꼬마요정 2023-10-19 09:50   좋아요 2 | URL
저 구두 저래보여도 6센티 정도밖에 안 돼요 ㅎㅎㅎ 운동 한 보람은 늘 느낀답니다. 역시 운동하길 잘 했어!! 그냥 맨날 칭찬해요. ㅎㅎㅎ 빨간 구두 이쁘죠? 이제 똑같은 구두는 안 나온다네요. 비슷한 거 다른 거 찾아보려구요.

카프는 여전하죠? 근데 진짜 예전 그 사진!! 저도 저장해놓고 들여다봅니다. 너무 부러운 모습이에요. ㅋㅋㅋㅋ

희선 2023-10-19 0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프 몸에 딱 맞는 상자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니... 배와 생선과 함께... 저건 진짜 구운 생선인가요 샤미와 레이가 들어가면 자리가 남는군요 그게 또 재미있네요 이불 뒤집어 쓴 건 꼬마요정 님인지... 시월인데 벌써 겨울 느낌이 나기도 하죠 꼬마요정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10-19 09:54   좋아요 1 | URL
상자가 제법 큰데, 카프 어쩔... 입니다. ㅋㅋㅋ 저 배는 명절 전부터 아직까지 있어요. 이젠 못 먹을 것 같아요. ㅋㅋㅋ 저 생선은 장난감 인형이에요. 저희 집에 생선 인형이 많답니다. 붕어빵, 잉어빵 인형도 있어요. 담에 쫙 늘어놓고 사진 한 번 찍어야겠어요. ㅋㅋㅋ

이불 뒤집어 쓴 건 저랍니다. 갑자기 밤에 추워져서 이불 속에 있는데, 남편이 저 쪽 방에서 뭐 좀 갖다달래서 이불 뒤집어 쓰고 갔더니 막 웃으면서 사진 찍더니 저렇게 만들었어요 ㅋㅋㅋㅋㅋ 희선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다락방 2023-10-19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데이트 나갔다가 딱 저렇게 구두 밑창이 떨어졌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데이트남과 신발 가게 들어가서 구두를 샀는데,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는가.. 싶습니다. 아니고요, 헤어진 게 먼저고 .. 네 뭐 그렇습니다. 아득하네요. 날도 쓸쓸하고 말입니다.

꼬마요정 2023-10-19 10:00   좋아요 0 | URL
아아 역시 다락방 님은 저랑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저는 신입생 때.... 친구들과 다 같이 술 마시러 학교에서 내려가는 길에 구두 굽이 뚝 하고 분리되어... 구두 굽을 주머니에 넣고 술 마시러 가기도 했어요. 물건 하나에도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있으니 재미가 있나봅니다. 아니네요, 다락방 님의 사연은 재미가 있는 게 아니라 쓸쓸한 이야기네요. 근데 이미 맘에 안 드셨나봐요? 구두가 알아서 밑창이 달아난 건가요... 제 댓글도 뭔가 아득해집니다. 쓸쓸하네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을 겪으면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으니 세상은 순환하는 걸까요... 아니면 각각의 사건을 직선적으로 보아야 하는 걸까요. 아니아니 이건 무슨 이야기인지... 힘 냅시다 우리!!!!

잠자냥 2023-10-19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프 몸무게 물어보면 카프한테 실례일까요? 그와중에 꽁치 구이 꼬옥 끌어안고….

꼬마요정 2023-10-19 10: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카프는 6.9kg 입니다. 저희 집 두 번째로 무거운 아이에요. 형제냥이인 모짜가 1등입니다. 7kg!! 둘이서 뛰어다니면 집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ㅋㅋㅋ 꽁치 구이 그럴싸하죠? 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9 10:23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면... 우리 첫째랑 둘째도 저 상자에 들어가면 저 지경이 된다는 것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저 생선인형 몇 번 사줬는데 요정 님 말씀대로 새벽에 보고 식겁한 적 몇 번 있어서 이젠 그냥 인형다운 걸로 사줍니다.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0-19 10:59   좋아요 1 | URL
5키로 대인 다미도 저렇게 꽉 찹니다. ㅋㅋㅋ 꼬미는 6키로 대니까 당연히 꽉 차구요. ㅋㅋㅋ 안 차는 고양이는 사실 샤미랑 레이 뿐이에요. 샤미는 3.2키로이고, 레이는 4키로거든요. ㅋㅋㅋㅋ 전 가학적 취미가 있는지 계속 그럴싸한 거 보면 사고 싶어요 ㅋㅋ

302moon 2023-10-19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자 안 카프 옆 친구?가 실물 꽁치였군요! 저는 장난감인 줄 ㅎ 읽기만 하고 리뷰 뒷전인 사람 여기도 ㅎ 같이 힘내요! :)

잠자냥 2023-10-19 09:35   좋아요 1 | URL
음 실물은 아니고 ㅋㅋㅋ 캣잎 뿌려진 장난감 꽁치입니다.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0-19 10:13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말씀처럼 꽁치는 인형입니다. 냥이들이 좋아해요. 장난감이 꼭 진짜 같아서 어두울 때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ㅋㅋㅋ 가끔 밟으면 더 놀라요. 고양이 밟은 줄 알고 말이죠. ㅋㅋㅋ 리뷰 뒷전인 우리 함께 힘내요!!! 이번 주에 꼭 몇 개 쓰고야 말겠어요!!

새파랑 2023-10-19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발도 6년이면 수명이 다하나 봅니다.

고양이 카프 너무 평화롭게 자네요. 저도 저렇게 자보고 싶습니다 ㅋㅋ

꼬마요정 2023-10-19 10:15   좋아요 3 | URL
저 신발이 애나멜이라 오래 신었다고 하더라구요. 신발 수선하시는 사장님이 아주 미안해하시면서 고칠 수 없다고... 흑흑 아쉽지만 보내줘야죠. 안녕....

카프는 진짜 잘 자요. 그것도 머리를 어딘가 구겨넣으면서요. 웃깁니다. ㅋㅋ

책읽는나무 2023-10-19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 상자만한 카프!!
와...ㅋㅋㅋ
이불 말고 있는 뒷태는 요정 님이신가요?
정열적인 빨간구두 아가씨와 매치가 안됩니다.ㅋㅋ
전 구두 신음 잘 못걸어서 여적 구두를 신어본 적 없어요. 그래서 혹시나 행사? 나갈 때 신으려고 사 둔 구두는 몇 년 째 구두 밑창이 전혀 닳지 않은 채 새 구두로....ㅋㅋ
대신 운동화들 밑창이 난리가 났네요.ㅜ
미끄러운 바닥은 정말 조심해서 걷게 되더군요. 쭉쭉 미끄러질 뻔...ㅋㅋ
암튼 빨간 구두가 혓바닥 낼름 하고 있는 것 같네요.ㅋㅋㅋ
그럼으로 과거 횡단보도에서 신발 끈 떨어져 아내를 냅다 업고 뛴 남편 분 정말 최고십니다.ㅋㅋ

꼬마요정 2023-10-20 10:15   좋아요 1 | URL
이불 말고 있는 거 사람 접니다 ㅋㅋㅋㅋ 집에서 얇게 있고 있다가 갑자기 추워지니 이불 둘둘 말고 돌아다녔거든요. ㅋㅋㅋㅋ 사실 자주 저럽니다. ㅋㅋㅋ
제 신발 화려한 거 많아요. 굽도 10센티 많구요. ㅋㅋ 예전에 10센티 짜리 신고 남산도 간 걸요 ㅋㅋㅋㅋ
저는 신발 사면 좀 오래 신는 편이라, 운동화도 걷다가 밑창이 쭈욱 혓바닥 내민 적도 있어요. 그 이후로 운동화도 서너 켤레 사서 돌아가며 신구요. ㅋㅋㅋ 구두 밑창은 비브람으로 덧대거든요. 여튼 저 빨간 구두 사랑하던 신발인데 보내줘야하니 슬픕니다.

저도 저를 업고 뛴 남편 최고라고 생각해요 ㅋㅋ 사귄 지도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ㅋㅋㅋㅋㅋ 남편은 저 만나고 굉장히 희안한 일들을 많이 겪어서 신기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밤이 오면 우리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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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떤 종보다 자기 종을 잘 죽이고, 지구에 위협적이며, 사라지거나 죽은 이를 애도하고 기억하려고도 한다. 귀신 같이 어떤 상황이라도 약자를 구분하고 나와 타자를 구분하지만 나약하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 원하는 것은 주인공 흡혈인 ‘나’나 ‘빌리’ 같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숨어서 생존할 만한 곳을 추측하고 그런 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인간을 찾아내고 붙잡고 죽이는 작업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마리카는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일에 무척 능숙했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인간만큼 인간을 잘 죽이지 못했다. - P17

로봇은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아 활동을 계속하는 한 언제나 행성의 모든 다른 생명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종을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었다.
아주 잘못된 논리는 아니라고, 나는 가끔 생각했다. - P21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의족이 아무래도 불안했다.
"비켜. 기계 덩어리야."
내가 인간형 로봇에게 조용히 말했다.
"항복해. 모기야."
인간형 로봇이 맞받아쳤다.
그리고 인간형 로봇은 나에게 덤벼들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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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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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고통일 뿐인데 고통은 고통스러워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견다기 힘들다. 고통을 견뎌서 강해졌다고 하는 건 어쩌면 고통을 준 이의 합리화이자 면죄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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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3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기본기 - 개정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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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본기 12편, 표 10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등 총 130편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서이다. 이 책은 중국 전설 시대부터 춘추 전국 시대를 거쳐 한 무제 때까지의 역사를 기전체 형식으로 써 내려간 역사서이다. 사마천 자신이 생각한 역사의 기원을 신화 시대까지 끌어올린 것을 보면, 황제 헌원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헌원은 덕치로 세상을 다스렸는데, 사마천은 사기 본기에서 덕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헌원은 신화에서는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고 인간이 아닌 자들을 중용하고 본인 역시 신과 같은 모양이나, 여기서는 한낱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본기 12편 중 1편은 오제 본기이다. 오제란 황제, 전욱, 제곡, 요, 순 등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다섯 제왕이다. 치적으로 보자면 일종의 로마의 오현제 같다고나 할까. 어디에도 유적이나 증거가 없기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현명한 사람을 계승자로 삼았으며 영토를 확장하고 안정시켰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사마천도 태사공왈 하면서 남아있는 기록이 있어 적으니, 전부 허황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못 배운 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증거가 없으니 이거 진짜야!라고 하기 어렵지만, 춘추전국시대 때 학자들이 적어둔 게 있으니 진짜라고 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오제가 토벌하려고 하는 축융이나 공공, 도철, 궁기 등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들은 전설 속의 흉 또는 흉수인데, 인간의 역사 속에 넣어두려니 뭔가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순 임금의 부인은 신화 속에서는 요 임금의 두 딸로 아황과 여영이란 이름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녀들에게 이름조차 주지 않으니 서운하기도 하다. 어쨌든 사마천은 이 전설의 오제 시기를 인간의 역사 속으로 편입하면서 시기도 한참을 앞서고 영토도 아주 넓어지게 되었다.


2편은 하 본기이다. 하나라 왕은 우로 시작한다. 우 임금은 치수에 성공한 임금인데, 현대도 마찬가지로 치수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 편 역시 전설 시대의 일이니 아주 재미있다. 우 임금 때부터 구주(九州)의 세계관이 등장한 것 같다. 우 임금은 구주를 다스렸는데, 앞선 오제 시기에는 열 두주 였던 것이 구주로 정착한 것 같다. 


3편은 은 본기이다. 은 왕조는 구체적으로 고증된 왕조다. 이 편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17대 주왕에 이르기까지 은나라 600여 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은'이란 지명은 지금의 하남성 안양현의 수둔촌을 말하는데, 실제로 은나라의 도읍지였다고 한다. 


이 편은 은의 시조인 설()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간적이 알을 삼켜 설을 낳고, 순 임금은 설을  상나라에 봉하고 자씨를 성으로 내렸으며, 설이 죽자 아들 소명이 즉위하고, 소명이 죽자 아들 상토가 즉위하고, 상토가 죽자 아들 창약이 즉위하고, 창약이 죽자 아들 조어가 즉위하고... 이런 식으로 죽고 즉위하고 하다가 주계가 죽어 아들 천을이 즉위했는데, 이 사람이 바로 성탕이다. 성탕은 덕을 잃은 하나라 걸왕을 죽이고 은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은의 마지막 왕인 주왕은 덕을 잃고 온갖 폭정을 가한 끝에 주나라 무왕에게 망한다. 사마천은 은 본기에서도 덕으로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다.


누가 신묘한 영능으로 태어나고 그의 자손들이 태어나고 죽으면서 공적을 쌓고 결국은 중요한 인물이 태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는 사마천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실제로 고려 왕건이나 태조 이성계를 보면, 이들의 조상을 기술할 때 이런 형식을 따르고 있다.


4편은 주 본기이다. 주나라 8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주시대와 춘추 전국시대를 포함한다. 주로 서주의 역사에 중점을 두었고 평왕이 동천한 이후 각 제후들의 세가도 잘 드러나 있다. 주나라는 후직(요 임금 때 농업의 스승)이 선조인데, 그 때문인지 농업을 중시하고 공유나 고공단보 등의 업적 역시 농업과 관련되어 있다. 주나라의 경우, 앞선 나라들과 달리 남아 있는 기록들이 많기 때문에 사마천은 기록에 입각하여 주나라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주나라는 무왕이 등장하기까지의 시기와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나라를 세운 이후 257년의 서주 시기와 평왕이 동천한 이후 동주 시기와 원왕 이후의 전국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동주 시기는 춘추 시대, 원왕 이후의 시기는 전국 시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주나라 876년의 역사는 덕으로 다스리던 시기에서 힘으로 다스리는 시기로 넘어가며 진(秦)나라에게 천하를 넘겨주게 된다. 


주 본기 마지막은 이러하다. "동주와 서주는 모두 진나라에 편입되고, 주나라는 망하여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p.164) 흥망성쇠란 이토록 허무한 것일까 싶은 문장이었다. 그래서일까, 태사공은 한(漢)나라가 일어나고 나서 90여 년 후 주나라의 후손을 찾아 '주자남군'이란 칭호를 내렸고, 이는 열후와 지위가 같아 비로소 조상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고 마무리한다. 


5편은 진(秦) 본기이다. 진나라는 전욱제의 후예인 여수가 선조라고 한다. 어쩌면 그렇게 이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누구인지 족보를 잘 기록하고 간수했는지 신기할 따름이긴 하다. 은 시조인 설이 알에서 태어났고, 주 시조인 기가 거인의 발자국으로 인해 태어난 것과 유사하게도 여수는 제비 알을 삼키고 대업을 낳았다. 진 본기도 읽다보면 아주 재미있다. 모든 나라가 그러하듯, 진나라 역시 부침이 많았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진시황이 진시황이 되기까지 역시 온갖 역경과 고난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진나라 왕 정은 자리에 오른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천하를 합병하여 서른여섯 개의 군을 만들었으며, 호칭을 시황제라고 했다. 시황제가 죽고 아들 호해가 이세황제가 되었고, 환관 조고가 이세를 죽이고 자영을 자리에 올렸다. 그리고 진나라는 멸망했다.


사기 본기는 신기한 편이 몇 편 있다. 오제 본기도 신기한 편이지만, 진시황 본기가 별도로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리고 항우 본기도 있고, 여 태후 본기도 있다. 사마천은 진시황이란 인물을 보다 깊이 파헤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항우의 경우, 사마천은 항우를 영웅으로 본 듯 하다. 본기는 제왕들의 전기인데 여기에 항우를 포함시킨 것은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의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목상 황제는 의제였으나, 항우는 스스로 서초 패왕이 되어 제후를 임명하는 등 실질적 황제였다. 여 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고조가 죽은 후 여씨 천하를 만들어 실질적 황제 노릇을 했으니까. 이렇게 본다면 사마천이란 사람은 참 재미있는 인물임이 틀림없다.


6편은 진시황 본기이다. 진시황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중앙집권을 이룩한 황제이다. 출신성분이 불분명하고, 어린 나이에 볼모 생활도 하고, 후계 구도 자체에 들지 않았으나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누구보다 권력의 힘을 잘 알았고, 권력을 잘 휘둘렀다.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했고,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했고, 도로를 닦았다. 하지만 아방궁을 짓고 분서갱유를 일으켰으며 가혹한 법치주의를 실시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불로장생에 현혹되었고 마침내는 애써 일군 나라의 기틀을 무너트렸다. 나는 진시황 본기를 보면서 계속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였다. 두 사람이 무언가 성향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인데, 아마 냉혹한 결단력과 추진력, 불로장생이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7편은 항우 본기이다. 항우는 진나라를 멸망시킨 인물이며 패왕이었다. 장기에 나오는 초와 한은 항우와 유방의 대결이다. 진나라의 폭정으로 우후죽순 반란이 일어날 때 항우 역시 항량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고,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 사람들을 모았다. 뛰어난 장수였으나 생각이 좁았고, 책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의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했고, 자신의 용맹함을 과신했다. 진나라를 멸망시켰고, 천하를 손에 거머쥘 순간이 눈 앞에 있었으나 유방에게 패했다. 사면초가 이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신화에 보면 순 임금은 눈동자가 둘이었다고 한다. 태사공이 말하기를, 주생(사마천이 알고 지낸 유학자)이 항우 역시 눈동자가 둘이라고 들었다 한다. 아무 세력이 없던 항우가 패왕이 되기까지 순 임금과 같은 천명을 받았으나 스스로를 꾸짖지 아니하고 덕이 아닌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려 했기에 천명을 잃은 것일까. 


8편은 고조 본기이다. 고조 본기는 읽다보면 하늘의 뜻이란 게 진짜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유방은 평민 출신의 건달이었다. 항우에게 계속 패했으나 결국 뜻을 이뤘고, 중국이란 나라의 기틀이 되는 한나라를 세웠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렸고, 능력 있고 어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썼으며, 쓴소리라도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권력욕도 굉장해서 자신의 권력을 넘볼 것 같으면 가차없이 제거했다. 자신이 제일 중요했기에 항우로부터 도망칠 때 부인과 자식을 몇 번이나 마차에서 밀어 떨어트렸고, 여인 2천 명에게 갑옷을 입혀 내보낸 뒤 도망치기도 했다. 여색을 밝혔고, 술 먹고 빚을 지고 거짓말 하고 허세를 부리는 등 건달이 하는 짓은 다 했다. 하지만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 사마천은 한 고조가 겉으로는 온화하고 너그러우나 속은 좁고 치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마천은 또한 그가 세운 한나라가 하, 은, 주의 병폐와 그 병폐를 다스리는 식의 통치의 순환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진시황의 진나라가 그 병폐를 다스리지 않고 형법으로 가혹하게 통치했으니, 한나라가 병폐를 계승하기는 했어도 이를 개혁해 백성들을 곤하지 않게 했으니 하늘의 뜻을 이어받았다고 말이다.


9편은 여 태후 본기이다. 사마천은 고조 본기 이후, 한 고조 사후 즉위한 혜제 본기가 아닌 여 태후 본기를 배치했다. 실질적으로 황제 노릇을 한 것은 여 태후라고 본 것이다. 여 태후는 이름은 치이며 고조 유방의 정식 황후이다. 유방이 죽은 후 자신의 아들인 유영이 즉위했는데, 그가 혜제이다. 여 태후는 황로 학설을 신봉하여 도가의 무위를 통치의 근본으로 생각했고 이를 토대로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고 경제 발전을 모색했다. 이는 한나라 이전에 횡행했던 법가의 가혹함을 생각하면 백성들에게는 다행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마천은 이 공로를 인정했다. 하지만 또한 여 태후의 전횡으로 유씨 일족을 내쫓고 공신들을 모욕해서 쫓아낸 후 여씨 천하를 만든 것은 달갑지 않게 여겼다. 게다가 잔인하기까지 하여 자신의 정적이자 연적이었던 척 부인을 인간돼지로 만들어 구경거리로 전락시켰다. 결국 명분은 유씨에게 있었기에 여 태후 사후 여씨 일족은 몰락하지만, 여 태후란 존재가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한 나라를 세운다는 것이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듯이, 한 고조 유방의 곁에 여 태후가 있었기에 한나라가 설 수 있지 않았을까.

 

10편은 효문 본기이다. 효문제 유항은 유방의 넷째 아들이다. 유방에게는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황제가 된 것은 그에게 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마천은 말한다. 효문제는 주발 등이 여씨들을 평정하고 난 후 황제에 즉위해 23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사마천이 성군이라고 칭송하는 황제로 덕치를 보여 준 황제이다. 황제는 늘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겼고 늘 백성을 생각했으며 덕으로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불합리한 법령을 없애려고 했는데, 제나라 태창령 순우공이 죄를 지어 처벌받게 되자 막내딸 제영이 황제에게 글을 올렸다. 자신이 노비가 되어 아비의 죄를 갚겠으니 아비를 용서해달라고 말이다. 그러자 천자는 교화를 베풀지도 않고 형벌부터 가하니 그 형벌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롭고 부도덕한 것인지 안타깝다면서 육형을 없애도록 했다. 제영의 효심은 오늘날 경극의 주제로도 널리 공연될 정도로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11편은 효경 본기이다. 효경 본기는 사기 본기 중 가장 짧다. 목록만 있고 내용이 없으며 <한서> 경제기에 의거해 재구성했다는 설도 있다. 위작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으나 위작이 아니라는 증거 역시 없으므로 본기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12편은 효무 본기이다. 사마천을 궁형에 처한 그 한무제가 효무 본기의 주인공이다. 한(漢)나라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황제 중 한 명이고 업적 또한 어마어마한 황제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업적은 잘 안 보인다. 눈에 잘 보이는 것은 무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계속 신선을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에게 시호인 '효무'를 붙인다든지, 문장이 처음 60여 자를 제외하면 <봉선서>와 완전히 일치한다든지 하는 점 등 때문에 위작 시비가 있는 편이다. 정말로 사마천은 무제를 폄하하고 그의 업적을 지우고 싶었던 것일까.


무제는 다른 어떤 중국의 제왕보다도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 제후국들이 천자의 관할 아래에 있는 것을 이상적인 세계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진시황이 했던 생각과도 비슷한 듯 한데, 무제는 자신이 이상적인 세계라고 생각했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토목 공사나 흉노 원정 등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 화려한 제국을 위해 백성들의 피땀이 동원된 것이다. 또한 마음에 안들면 가족에게까지 가혹하여 무고(巫蠱)의 난 같은 참혹한 일도 일으키면서 한나라가 전한, 후한으로 나뉘고 또다시 중국이 쪼개지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학자는 진시황과 한무제가 유사하게 서술되었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사마천이 한무제를 비판하기 위해 이렇게 썼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다.

  

역사서를 읽다보면 하늘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치가 있어 그 이치에 합당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진 것도 다 버리고 스스로 희생하기까지 하는 반면, 누군가는 가진 것에 더해 더 큰 것을 바라고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킨다. 큰 권력은 베풀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작은 권력까지 빨아들여 결국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진나라가 쇠퇴한 지 오래되자 천하는 흙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부서지듯 했으니, 비록 주공 단의 재주가 있었더라도 다시는 그 간교함을 펼칠 곳이 없을 터이니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버린 자영을(가의와 사마천이) 책망한 것은 잘못된 일이구나! 속세에 전하기로는 진시황은 죄악을 일으키고 호해는 죄악이 극에 이르렀다 하니 일리가 있다. 그런데 다시 자영을 책망하며 진나라의 국토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른바 시세의 변화를 통찰하지 못한 것이다. (기나라의) 기계가 휴읍을 제나라에 바친 것에 대하여 <춘추>는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나는 <진시황 본기>를 읽다가 자영이 조고를 거열형에 처하는 데에 이르면, 일찍이 그 결단을 탄복하고 그 의지를 애석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자영은 삶과 죽음의 도의를 갖췄다.

-반고의 <전인>에서 - P280

주9) 치사(致師)를 번역한 것인데 치사란 전쟁을 하기에 앞서 소수의 날랜 군사들을 적진에 보내 약을 올리며 싸움을 거는 것을 말한다.

(주 본기 중에서)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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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퍼필드 1 비꽃 세계 고전문학 16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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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막내 동생이 소고기 사 준다고 해서 일요일 점심을 동생들과 함께 먹었다.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동생들이 좋아해서 먹으러 갔다. 비싼 음식 사 주고 싶어하는 동생의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러나 역시 나는 0.3인분 먹었고, 동생은 생각보다 밥값이 싸게 나와서 놀랐고, 덕분에 커피까지 막내가 쏘게 되었다. 앗싸!!


'오디오그라피'라는 카페를 가게 됐는데, 거기는 멋진 사장님이 계셨다. 음향기기와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인데, 거기 앰프랑 스피커랑 아주 좋은 것들을 갖추고 계셨고, 일정 시간이 되면 카페 손님들을 지하 청음실로 초대해 두 곡을 들려 주셨다. 나랑 동생들이 갔을 때 들었던 노래는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안개'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었다. 음.... 다들 좋다하니 좋은가보다... 했다. 나는 막귀니까. 그런데 음악을 듣고 난 뒤 사장님 말씀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 잠시나마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이다. '안개'는 내가 살던 시대가 아니니 모르겠지만, '잘못된 만남'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저 노래는 무용시간 과제였는데, 그 때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저절로 가사가 튀어나왔다. 


음악도 그 시절을 떠 올리게 하고, 냄새도 어떤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그리고 책도 어떤 기억을 불러온다. 나에게 이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그러했다. 


데이비드는 금요일 자정에 태어났다. 유복자였고 유복하지 못했다. 베시 대고모는 그가 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떠났고, 데이비드는 아름답지만 유약한 어머니와 패거티 유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어머니가 머드스톤을 만났고, 행복한 시절은 막을 내렸다.


데이비드의 엄마인 클라라가 머드스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와 결혼하자, 머드스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머드스톤은 먼저 자신의 누나를 집으로 들였고, 클라라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머드스톤과 머드스톤 아씨는 클라라의 재산을 모두 가로챘고, 클라라의 아들인 데이비드를 위한 일들을 못하게 했다. 머드스톤은 스스로 데이비드를 가르치려고 했고, 데이비드를 아주 나쁜 아이인 마냥 취급했다. 클라라가 아들을 두둔하려거나 위하려고 하면 나쁘고 못된 아이는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면서 클라라가 마치 아들의 버릇을 나쁘게 만든 것처럼 말했고, 클라라는 늘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했고 데이비드를 지켜주지 못했다. 데이비드 역시 머드스톤과 머드스톤 아씨를 두려워했고,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 데이비드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패거티 유모였는데, 머드스톤이 둘이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 자주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머드스톤은 겨우 열 살 정도인 데이비드를 아주 질 나쁜 기숙학교로 보내버렸다. 치사하고 치졸하고 비열한 머드스톤은 데이비드를 포악하고 말 안 듣는 아이로 말했고, 학교에서는 데이비드 등에 '깨무니까 조심하시오'란 벽보를 매달도록 했다. 학교로 가는 길에는 동행하는 어른이 없어서 웨이터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그저 교장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많이 맞기도 했다. 


머드스톤에게 학대 당해 시름시름 앓다 클라라는 세상을 떠났고, 데이비드는 머드스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머드스톤&그린비'에서 일하게 되면서 미코버 아저씨네서 살게 되었다. 하숙집 주인인 미코버는 채무자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마침내 데이비드는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제일 처음 나왔던 베시 고모님에게 가기까지, 데이비드의 시간은 너무 비참하고 안타까웠다. 겨우 열 살짜리가 겪어야 했던 일들이 너무 가혹하여 머드스톤이 증오스러웠지만, 더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 어린 아이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흔했다는 것이다.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썼다. 물론 자신의 다른 책들에도 그 경험들이 녹아 있지만, 이 책만큼 자전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실제로 디킨스는 금요일에 태어났고, 미코버 아저씨는 디킨스의 아버지가 모델이며, 세일럼 기숙학교는 디킨스가 다니던 학교가 모델이고, 머드스톤&그린비에서 일했던 것은 디킨스가 열 두살 때 다니던 공장의 일을 가지고 왔다. 


데이비드가 패거티 유모에게서 은화 열 냥을 빌려 베시 대고모님께 가는 길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길이었다. 순식간에 열 냥을 강탈당한 뒤 옷을 팔아가며 밥을 먹고, 노숙을 하면서 걸어야 했던 데이비드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나 역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데이비드가 하얀 공백으로 가득한 유년기라는 표현을 썼다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을 까맣게 기억한다. 까만 와중에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들이 드문드문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치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스테이지와 쉐도우처럼. 냄비 뚜껑부터 라디오까지 다 분해하는 장면이 기억나고, 밥 안 먹어서 발가벗겨진 채 쫓겨난 일이 기억나고, 여섯 살 때 혼자 버스 타고 수영장 가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사람이 많아 못 내려서 다음 정거장에 겨우 내려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머드스톤이 데이비드에게 했던 것처럼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의 말들이었다. 내 성적이 좋은 건 하필 그 시험에 다른 애들이 시험을 못 쳤기 때문이고, 시킨 대로 안 하면 무조건 여상에 가야 할 것이고, 니가 무슨 글을 쓸 수 있냐며 하던 말들 말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되기에,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께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베시 고모님이 머드스톤에게 퍼붓는 말들이 좋았다.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을 보고 당신이 하는 말을 들엇는데 그동안 당신이 어덯게 굴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소, 솔직히 말해서 당신과 대화하는 자체가 이렇게 역겨운데? 그래요, 당신은 처음에 정말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굴었겠지! 불쌍하고 어리석고 순진무구한 아기는 그런 남자를 처음 보고. 참으로 다정하게 행동하며 숭배하는 남자. 남자는 아기 아들을 덮어놓고 예뻐했겠지...... 다정하고 부드럽게! 친아들처럼 보살피겠다고, 그러니 장미정원에서 함께 살자고 했겠지. 그죠? 흥! 어서 나가요, 어서!" (p.344)


"그래서 불쌍하고 귀여운 멍청이를 -이렇게 부르는 걸 하느님, 용서 하소서!- 확실하게 장악한 다음에는 멍청한 여자와 그 아들을 그동안 충분히 학대하지 못한 몫까지 덧붙여서 여자를 훈련하기 시작했겠지, 그죠? 새장에 가둔 불쌍한 새처럼 상처를 주고 당신 가락에 맞춰서 노래하도록 가르치는 식으로 미혹에 빠뜨리며 생명력을 조금씩 앗아갔겠지!" (pp.344-345)


"머드스톤 선생, 당신은 단순한 아기한테 폭군으로 군림하면서 심장을 갈가리 찢어발겼어. 그 애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기였어. 내가 잘 알아. 당신이 그 애를 보기 훨씬 전에 내가 보았거든. 그런데 당신은 그 애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을 이리저리 활용하며 상처를 주어서 죽인 거야. 당신이 그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통해서 위안을 느낀 건 사실이야. 당신은 그걸 당신 앞잡이와 함께 최대한 활용했어."(p. 345)


데이비드가 베시 고모님께 오기 전에는 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른이 없었다. 웨이터에게 조롱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가련한 선생님 편을 들어줄 줄도 몰랐고, 이기적이고 거만한 선배를 멋지다고 좋아했다. 교장 선생님은 기분 따라 애들을 학대했고, 하숙집 주인은 채무를 잔뜩 지고는 돈 한 푼 갚지 않으면서 피해자인 척 불쌍한 척 행동했다. 심지어 돈이 없어서 미코버 아저씨는 교도소에 가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갔다! 교도소 독방은 월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나보다. 그나마 패거티 유모 가족이, 특히 사랑스러운 에밀리가 데이비드에게 안식처를 줬는데, 자주 볼 수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사회상은 어째서인지 그리 멀지 않은 때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지 신기했다. 불과 5~60년 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 안에 있는 온갖 부조리하고 가혹하고 비참한 일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전쟁이란 참혹한 일부터 시작해서 개발이나 독재 등을 통해 누적된 사회의 아픈 기억들은 여전히 모두의 집단 무의식에 남아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데이비드는 베시 고모님을 만났고, 안식처를 얻었고,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새롭게 가게 된 학교는 점잖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있었고, 함께 살게 된 위크필드 씨는 좋은 사람이었다. 여전히 어리지만, 그래도 많이 배웠고 풋사랑도 하게 됐다. 이제 데이비드는 열 일곱이 되었고, 세상을 구경할 준비가 되었다.


'고통은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다.  

 나는 고통을 겪으면서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러지고 깨졌지만, 훨씬 멋진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고 찰스 디킨스는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 역시 내가 겪은 고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여전히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또 그 기억 때문에 어떤 일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기도 하다. 어쩌면 찰스 디킨스의 저 말은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졌다라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 할라치면 아주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사회가 겪은 그 고통들이 우리 개개인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기도 하겠지만, 데이비드가 베시 고모님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사회 안전망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자, 이제 데이비드의 다음 이야기를 읽으러 가야겠다. 더 이상 그가 힘들지 않기를, 사랑의 고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절대로 치사한 사람이 되지 말고, 절대로 거짓말하지 말고, 절대로 잔인하게 굴지 말렴. 세 가지 악덕을 조심해, 트롯, 그럼 나는 너한테 언제나 희망을 품을 거야. - P361

하지만 나는 네가 육체를 단단하게 다진 만큼 정신적으로도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주 단단하고 훌륭한 사람, 의지가 뚜렷한 사람, 결단성 있는 사람, 단호한 사람. 강인한 사람, 트롯..... 합당한 명분 외에는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도 영향을 안 받는 강인한 사람.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해.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렇게 살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야.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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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9-29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코퍼필드 저는 찍먹 수준으로 권마다 체험판으로 읽었는데 재미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디킨스의 글빨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3-09-30 00:01   좋아요 2 | URL
정말 디킨스는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1권의 유년 시절이 너무 가슴 아팠는데, 이후의 삶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서곡 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23-09-29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너무 읽고 싶네요. 사야겠어요. 불끈!!

꼬마요정 2023-09-30 00:01   좋아요 1 | URL
아아 얼른 사세요!! 그리고 다락방 님의 리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