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에서 친구가 왔다. 오랜만이라 광안리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고, 가볍게 걷기로 했다.

날이 너무 좋았다. 햇살은 눈부시고-선글라스를 깜박했다-, 백사장과 해변길은 한산했다. 우리는 웃으며 걸었다. 편했다. 친구란... 그런게지.

며칠 전, 신랑이 그런다. 혼자 공연 보러 가고 하는데, 뭔가 재미가 없다고. 너가 없으니까 같이 뭔가를 할 때보다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보니까 뭘 하든 너가 없으면 안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는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그저 사랑한다는 얘기보다 훨씬 더 와 닿았다. 부부란 그런걸까... 죽는 날까지 이런 마음 변치 않았으면... 생각했다.

함께 있으면 편하고, 재미있고, 같이 있고픈 대상이 되었다는 게,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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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쉬운 게 없다지만, 요즘은 좀 많이 어렵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자료가 다 안 와서 진도도 안 나가고 기일은 정해져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일에 잡혀서 아무것도 못하고..ㅠㅠ

 

오늘도 텅 빈 사무실에 앉아서 밥버거 먹으면서 목운동 좀 하다가 신세한탄...

 

낮에 날씨가 참~ 좋던데.. 잠시 걸으니 봄이 온 것만 같더라.

 

이왕 이렇게 쉬는 김에 좀 더 주저리주저리 해보자면...

 

꼭 가고 싶은 콘서트가 있는데, 오늘이 예매일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 일 제쳐두고 '참전'했다가 비참하게 패배했다.

 

바쁜 와중에 하고 싶은 일 하려니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에도 일하는데!!

 

왜 티켓팅을 성공하지 못하는가.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다 뻥이었어!!!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개인들의 불안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이 분의 말이 참 와 닿았다.

 

  컵이 흔들려 물이 찰랑거리면 컵을 붙잡으면 되지만, 컵이 놓인 탁자가 흔들리면 컵만 잡아서는 안된다고...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

 

  문득, 일 하느라 지치고 티켓팅에 실패한 내가 우울해졌다가 -이 분에 따르면 불안은 미래를 걱정해서, 우울은 과거의 나를 통해 현재의 나를 규정하다보니 생기는 거라고- 급 밝아졌다.

 

좋은 자리 표를 사지 못한 건... 내 탓이 아냐. 응?

 

이렇게 나를 읽어가다 보면, 내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난다.

 

나는. 남 탓을. 엄청. 잘 한다는 것.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일들 때문인지, 나랑 동생들은 모두 남 탓 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미치도록 싫은데, 가끔 나도 모르게 남 탓을 하고 만다.

 

어느 정도 고쳤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좀 더 수양이 필요한 듯 하다.

 

아니야... 완벽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내가 가진 남 탓은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으면 칭찬받지 못하니까.

 

하지만 굳이 꼭 칭찬을 받아야 할 필요도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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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3-2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 치열한 공연 경우, 티켓팅 고수들에 의하면 카드결제 노노노~ 무통장입금으로 빨리 표를 확보하고 이후 고객센터 통해서 할인되는 카드결제로 바꾼다고 하더라는^^...
요즘은 할인 많이 되는 조기 예매 시스템으로 세팅된 게 많아 정말 피곤합니다^^;

꼬마요정 2017-03-22 01:00   좋아요 1 | URL
일단 무조건 무통장으로 해야 빠르죠. 다음날 자정까지 입금 안 하면 취소 되는데, 각 사이트마다 이 취소표 잡는 경쟁도 치열하답니다. 취켓팅이라고 하죠. 인기 공연은 피 터진다고 피켓팅이라고 하구요. ㅎㅎ 근데 이번 콘서트는 플미충이라 불리는 암표상들도 개입해서 표가 순식간에 사라졌어요ㅠㅠ 십만원은 더 얹어서 팔더군요. 안 사야 없어질텐데ㅜㅜ 이들이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쓸어가니 제가 건질 표가 없었던거죠ㅜㅠ 손도 느린데ㅜㅜ

다락방 2017-03-22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은 결국 자기객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걸요. 아, 내가 이런 사람이지 이러면 안되는데.. 라고요. 칭찬받지 않아도 되고 칭찬을 받을 필요도 없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단점을 고치려 애쓰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며 칭찬 받아 마땅하다 생각됩니다. 꼬마요정님께 칭찬 오백개 드려요. (쓰담쓰담 궁디팡팡)

꼬마요정 2017-03-22 10:30   좋아요 0 | URL
꺄악~ 어느 누가 그랬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ㅎㅎ 다락방님의 엄청난 칭찬에 저도 모르게 맘보 춤이 나온다는 ㅎㅎㅎ 아침부터 이렇게 기분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ㅎㅎ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너무 떨려서 방송이고 뭐고 못 보다가 동생의 탄핵인용! 카톡에 그제서야 크게 숨을 내 쉬었다.

한 걸음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기분에 행복하다.

오늘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싶다. 길이 길이 기리도록.

이 노래가 생각난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비록 감춰져있을지라도~
함께 싸우자 하나 되어~

뮤지컬 <삼총사> 중에서 ‘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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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주말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꼬마요정 2017-03-10 13:10   좋아요 1 | URL
아.. 정말입니다. 촛불 집회 못 가던 주말은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쉴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책을 보면서 눈물이 난다는 건...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 하고,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써서일까...

아니면

내가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큼 나이가 든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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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가 나왔다. (나온 지는 쫌 됐지만 어쨌든) 그녀의 <메데이아>를 너무 너무 너무 가슴 떨리게 읽어서 이 책 역시 기대가 된다.

트로이 전쟁의 희생양인 그녀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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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3-0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년 전에 작가정신에서 나온 카산드라 있어요. 메데이아도 카산드라도 정말 좋습니다.

꼬마요정 2017-03-03 17:41   좋아요 0 | URL
역시 하이드님도 좋아하셨군요~ 내일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겠어요. 너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