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야릇하구나,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
숲과 들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은 서로를 보지 못해
모두가 다 홀로이어라.

내 인생이 아직 밝았을 때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었는데,
그러나 이제 안개가 내리고 나니
그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구나.

모두로부터 하나도 빼놓지 않고
조용히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어두움을 전혀 알지 못하는 자,
그 사람은 진정 현명치 못하리니.

야릇하여라,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인생이란 외로운 존재,
누구 한 사람 타인(他人)을 알지 못하나니
인간은 모두가 홀로이어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04-08-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홀로서기를 익혀야 하나 봅니다.^^

꼬마요정 2004-08-0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홀로이면서 모두가 전부인 것 같아요... 나안의 우주를 찾으면 이 세상이 나가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니까요... 아~ 어려워라~~^^*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
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 머리까지 사랑하
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
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
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이
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
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
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 천

-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쉬기

 - 원성스님


   오늘은 쉬십시오.

   일에 지친 무거운 어깨, 산나무 그늘 아래 눕히고

   오늘은 편히 쉬십시오.

   어제까지의 일은 잘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일은 내일 시작하면 됩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팔베개 하고 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면서 편히 쉬십시오.


   오늘은 쉬십시오.

   사랑 찾아 다니다 지친발

   오늘은 흐르는 물에 담그고 편히 쉬십시오.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내 마음의 평화 입니다.

   오늘은 어떠한 사랑도 생각하지 말고 모든 것 잊으십시오.

   그리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편히 쉬십시오.


   오늘은 쉬십시오.

   주어야 할 돈도 받아야 할 돈도 오늘은 모두 잊어버리십시오.

   그동안 돈 때문에 얼마나 애태웠습니까.

   돈의 가치보다 훨씬 많은 것 잃었지요.

   오늘은 바닷가 모래밭에 누워 가진 것 없이

   자유로운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서 편히 쉬십시오.


   오늘은 쉬십시오.

   휴대폰도 꺼 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늘은 편히 쉬십시오.

   그동안 말을 하기 위하여

   듣기 위하여 얼마나 마음 졸였습니까.

   오늘은 입을 닫고 밤하늘의 별을 보십시오.

   별들이 말을 한다면 온 우주가 얼마나 시끄러울까요.

   침묵의 별들이기에 영원히 아름답지요.


   오늘은 쉬십시오.

   모든 예절, 규칙, 질서, 권위,양식

   모두 벗어 버리고 오늘은 쉬십시오.

   그동안 이런 것들 때문에 얼마나 긴장했습니까.

   옷을 벗어 버리고 오늘은 냇가 너른 바위에

   두 팔 벌리고 누워 편히 쉬십시오.


   오늘은 쉬십시오.

   모든 아픔, 모든 슬픔, 모든 아쉬움

   강물에 띄어 버리고 오늘은 편히 쉬십시오.

   흘러가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잊혀지는 법,

   잊어야 할 것 모두 강물에 흘려 보내고

   강 언덕 미루나무 그늘 아래서 오늘은 편히 쉬십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hilomela                                                                           

   John Crowe Ransom

 

Procne, Philomela, and Itylus,

Your names are liquid, your improbable taaale

Is recited in the classic numbers or the nightingale.

Ah, but our numbers are not felicitous,


It goes not liquidly for us.

 

Perched on a Roman ilex, and duly apostrophized,

The nightingle descanted unto Ovid;

She has even appeared to the Teutons, the swilled and gravid;

At Fontainebleau it may be the bird was gallicized;

Never was she baptized.

 

To England came Philomela with her pain,

Fleeing the hawk her husband; querulous ghost,

She wanders when he sits heavy on her roost,

Utters herself in the original again,

The untranslatable refrain.

 

Not to these shores she came! this other Thrace,

Environ barbarous to the royal Attic;

How could her delicate dirge run democratic,

Delivered in a cloudless boundless pppublic place

To an inordinate race?

 

I pernoctated with the Oxford students once,

And in the quadrangles, in the cloisteers, on the Cher,

Precociously knocked at antique doors ajar,

Faaatuously touched the hems of the hierophants,

Sick of my dissonance.

 

I went out to Bagley Wood, I climbed the hill;

Even the moon had slanted off in a twinkling,

I heard the sepulchral owl and a few bells tinkling,

There was no more villainous daay to unfulfil,

The diuturnity was still.

 

Out of the darkness where Philomela sat,

Her fairy numbers issued. What then ailed me?

My ears are called capacious but they failed me,

Her classics registered a little flat!

I rose, and venomously spaat.

 

Philomela, Philomela, lover of song,

I am in despair if we may make us worthy,

A bantering breed sophistical and swarthy;

Unto more beautiful, persistently more young,

Thy fabulous provinces belong.

                                           1924          

 

필로멜라                                                                                 

 

프로크네, 필로멜라, 그리고 이틸러스,

그 이름들은 유동적이고, 당신네의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는

나이팅게일의 고전적인 가락으로 낭송되오.

아, 그러나 우리의 곡조들은 적절하지 않소,

그것은 우리에게는 유동적이지 않소.

 

로마의 떡갈나무에 앉아, 마땅히 돈호법으로 불려지는,

나이팅게일은 오비드에게 노래하오,

그녀는 과음하고 불길한 족속인 튜톤족들에게도 나타났소,

폰텐블루에서 그 새는 프랑스화되었을 수도 있소,

그녀는 결코 세례받지 않았소.

 

잉글랜드로 필로멜라는 아픔을 지닌 채 왔소,

매가 그녀의 남편이라고 느끼고. 불만이 많은 유령인,

그녀는 그가 자신의 횃대에 무겁게 앉아 있을 때 방랑하오,

또 다시 원어로 자신이 말하오,

그 번역될 수 없는 후렴구을.

 

이 해안으로는 그녀가 오지 않았소! 이 다른 쓰레이스,

호화로운 아테네에 비하면 야만스러운 환경으로는,

그녀의 우아한 만가가 어떻게 민주적으로 될 수 있겠소,

구름없고 경계없는 공공 장소에서 무절제한 종족에게

전해질 때?

 

나는 전에 옥스포드 학생들과 교내에서 밤을 보냈고,

사각형 안뜰에서, 회랑에서, 셰르 강가에서,

조숙하게 오래된 문들을 두드려 조금씩 열어놓았고,

어리석게 신비의식 사제의 옷단을 만졌고,

내 불협화음에 싫증났소.

 

나는 베이글리 숲으로 나갔고, 산에 올라갔소,

심지어 달까지도 눈깜박할 새에 기울어 갔소,

나는 묘지의 올빼미 소리와 몇 개의 종 소리를 들었소,

실현시키지 않을 사악한 날들이 더 이상 없었소,

영원은 여전했소.

 

필로멜라가 앉아 잇는 어둠으로 부터

그녀의 우아한 가락이 나왔소. 그런데 무엇이 나를 괴롭혔겠소?

내 귀는 넓지만 나를 실망시켰소,

그녀의 고전은 다소 단조롭게 기록되었소!

나는 일어나, 독이 있는 침을 뱉았소.

 

필로멜라, 필로멜라, 노래를 사랑하는 자여,

나는 우리가 우리를 가치있게 할 수 있을까 절망하오,

궤변적이고 거무튀튀한 희롱하는 종족이여,

좀더 아름답고, 끊임없이 좀더 젊은 것에

그대의 가공의 영역은 속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