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아이가 먹자고 한 동네표 피자를 먹으며 이번주 교수신문을 읽다가 몇권의 책이 눈에 띄어 주문했다. 그중 하나는 김봉률 교수의 <어두운 그리스>(경성대출판부, 2011). '사유와 젠더, 민주정의 기원'이 부제다. 저자는 영문학자로 소설발생의 기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고대 그리스에 가 닿게 됐다고. 하지만 관점은 '부정적 발견' 쪽이다.

 

 

저자의 책소개 기사에 따르면 그리스에 대한 관심은 당초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 서구적 사유의 그리스적 기원>(까치, 2002)에 의해 촉발됐다. 고대 그리스는 정신을 발명하긴 했지만(밝은 그리스) 그것은 '자아의 폭발'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어두운 그리스).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사유의 기원이 낳은 어두운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과도한 자아,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의 주체, 지나친 자기성찰 바로 이것들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의 숭상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정신병리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 역시 가부장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전쟁을 만들어내는 지배력 숭상의 사유를 만들어내는 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리스적 사유가 고대에 한정된 '유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론 프랑스혁명과 제국주의를 통해서 부활한 그리스, 특히 아테네적 사유는 나치즘과 네온콘 사상으로 이어졌다. "이 '밝은 그리스'가 근대 파시즘의 고향인 것이다. 따라서 '어두운 그리스'는 마틴 버날의 '블랙 아테나'와 만나는 지점이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 '어두운 그리스'의 세가지 핵심을 부제에 따라 정리하면, 먼저 '아레테(탁월성)'에 대한 숭상이다. 이 문화는 "뛰어난 자에게 타자를 지배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로 요약되며, 전쟁은 그 자유의 절정이다. 남성적 자유의 실현 장으로서 전쟁은 가부장제 또한 노골적으로 정당화한다. 저자는 '젠더의 기원'을 통해 "가부장제의 제도화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쟁과 함께 간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신통기>를 사례로 든다. 더불어 "문화의 시대인 페리클레스 시대는 남근이 지배적 키워드로 남근을 발기한 헤르메스 신상이 집집마다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 이것 역시 남근지배와 민주정, 침략주의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정'의 기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떤 훌륭한 제도라도 그것이 전쟁으로 수렴되면 비판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그리고 당연히 궁극적으로 '밝은 그리스는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박노자 버전으로 말하면 '당신을 위한 그리스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기계로서 국가'를 발명해낸 것도 '어두운 그리스'라 봄직하다). 너무 비관적인가? "하지만 이런 부정과 회의는 고대 그리스 이후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살아온 사회와 다른 사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대안적 사회에 대한 고민과 상상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저자는 적는다. 

 

 

 

이번 학기에 맡게 된 강의에서 그리스의 대표적인 고전들을 다시 읽어볼 예정이라 좋은 참고가 될 듯싶다. 개인적으론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읽다가 소크라테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관련서들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어두운 그리스>와 함께 <소크라테스의 재판>(작가정신, 2005)과 <소크라테스의 비밀>(간디서원, 2006)도 같이 주문했다. 이미 진즉부터 '어두운 그리스'를 주장해온 박홍규 교수의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필맥, 2005)도 두 번 읽어봐야겠다...

 

12. 03. 01.

 

 

P.S. 정치철학에서 시카고학파의 좌장이자 네오콘의 대부격으로 불리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책도 몇권 꺼내놓을 참이다. 그가 편집한 <서양정치철학사1>(인간사랑, 2010), <자연권과 역사>(인간사랑, 2001),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아카넷, 2002) 등이다.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는 벌써 품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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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김윤식 교수의 <임화와 신남철>(역락, 2012)이다. '경성제대와 신문학사의 관련양상'이 부제. 임화의 문제작 '신문학사의 방법'을 신남철로 대표되는 경성제대 아카데미즘에 대한 대응으로 보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서론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끝으로 필자는 졸저 <한국 근대사상사 연구(1)>(일지사, 1984)과 <최재서의 '국민문학'과 사토 기요시 교수>(역락, 2009) 등의 저서를 이 자리에 적어두고 싶다. 전자는 도남 조윤제와 최재서, 후자는 최재서와 사토 기요시 교수의 관련성을 다룬 것이지만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그 중심에 둔 것이엇다. 이로써 경성제국대학에 대한 세 번째 시도가 가까스로 이루어진 셈이다. 

저자가 잠시 책 제목을 착각했는데, 도남과 최재서를 다룬 책은 <한국 근대문학사상 연구1>(일지사, 1984)이다. <한국 근대사상사 연구>라고 기억한 것은 짐작에 <한국 근대문학 사상사>(한길사, 1984)와 혼동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 거기에 '문학'이 빠진 것은 저자의 관심이 '근대문학'에서 '근대사상'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 (무의식적인) 연관이 있을 듯싶다. 저자의 착각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편집자가 확인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다. 서론이 작년 1월 24일에 쓰인 걸로 돼 있으니 출간까지는 1년 남짓의 시간이 걸린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 '경성제대' 시리즈의 전작에 해당하는 <최재서의 '국민문학'과 사토 기요시>를 진작에 구해놓은 터라, 그리고 <한국 근대문학사상 연구1>는 아주 오래전, 학부 때 읽은 터라 신작도 바로 구입했다. 최근 나온 책으로 신남철과 마찬가지로 경성제대 철학과 졸업자인 박치우의 삶과 철학사상을 다룬 위상복의 <불화 그리고 불온한 시대의 철학>(길, 2012)까지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면, 얼추 한 시대의 정신사를 그려볼 수 있겠다. 박치우는 신남철의 2년 후배다.   

 

 

 

신남철의 책으론 <역사철학>(민속원, 2009; 이제이북스, 2010)이 두 차례 출간됐고, 박치우의 저작은 <사상과 현실>(인하대출판부, 2010)이란 제목으로 전집이 나와 있다. 신남철의 졸업논문은 '브렌타노의 표현적 대상과 의심의 관계에 대하여>이고, 박치우의 졸업논문은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존재론에 대하여'이다(박종홍은 하이데거에 대한 졸업논문을 썼다). 이에 대해서 김윤식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후설이나 하르트만, 그리고 하이데거로 표상되는 이러한 독일 철학적 흐름이 경성제대 철학교수들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 그것들이 새로운 철학적 흐름 곧, 위기의 철학에 닿아 있음에서 단연 시대적이라 할 것이다."(24-5쪽)   

이러한 경성제대적 분위기('현상학적 흐름') 속에 있던 두 사람은 졸업 후에 마르크스주의로 나아간다.

 

 

 

이들의 이후 사상에 대해서는 류승완의 <이념형 사회주의>(도서출판선인, 2010)에서도 조명된다. '박헌영.신남철.박치우.김태준의 사상'이 부제. 최근 들어 경성제대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듯싶은데('뒤늦게'란 생각도 든다) <식민권력과 근대지식: 경성제국대학 연구>(서울대출판문화원, 2011)는 기초자료집 성격의 책이고, 정선이의 <경성제국대학 연구>(문음사, 2002)는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

 

 

 

임화에 대해선 오래전에 <임화연구>(문학사상사, 1989)를 읽은 이후로 다시 주목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다. 기본서는 5권짜리 '임화문학예술전집'이다.

 

 

 

 

일단 <문학의 논리>를 먼저 구했는데, <문학사>도 조만간 구비할 참이다. 이 정도 규모의 전집과 연구서들이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민지 시대 '최대 비평가'란 말에 값한다...

 

 

 

12.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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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러시아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지난주에 나온 아감벤의 책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새물결, 2012) 러시아본이 출간됐기에 주문했다. '호모 사케르 시리즈'로는 <호모 사케르>, <예외상태>에 이어 세번째로 나온 책이다. 우리와 번역되는 속도가 비슷하다고 할까.

 

 

아감벤의 책과 함께 폴 리쾨르의 책 러시아어본도 두 권 주문했는데, 그중 하나는 주저인 <해석의 갈등>이다. 원래 갖고 있던 책이 오래전에 나온 발췌본이어서 이번에는 완역본으로 구비해놓으려는 생각에서다. 계기는 물론 지난주에 개정판이 나온 <해석의 갈등>(한길사, 2012)이다. 아카넷에서 나왔던 것이 이번에 출판사를 옮겨 출간됐다. 원래는 '대우학술총서' 500권째 책이어서 기념적인 의미가 있는 타이틀인데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니 '대우학술총서'는 이제 사업을 접는 모양이다.

 

 

 

지난 2005년에 리쾨르 전공자인 윤성우 교수의 해설서 <해석의 갈등>(살림)이 출간된 걸 계기로 몇마디 적은 게 있는데, 이제 보니 그해에 리쾨르가 세상을 떠났다. 상기하는 의미에서 그때 적은 걸 다시 발췌해 읽어본다.  

올해(2005년) 타계한 철학계의 최고 거물이 폴 리쾨르(1913-2005)인바, 해석학의 권위자로서 그의 주저라 할 만한 <해석의 갈등>(아카넷, 2001)의 해설서가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해석의 갈등'은 '해석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란 뜻이다). 리쾨르 전공자인 저자는 리쾨르의 삶과 <해석의 갈등> 전후 시기의 철학을 정리줌으로써 리쾨르 입문서를 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리쾨르의 생애에 대해서는 그의 제자이기도 한 프랑수아 도스의 <폴 리쾨르>(동문선, 2005)를 참조할 수 있다. 윤교수에 따르면, "번역상의 몇몇 혼란이 옥의 티로 남았지만 리쾨르의 자전적 삶과 학문적 삶에 대한 연구서로는 더 이상의 책은 기대하지 않아도 좋을" 책이다. 이와 함께 읽어볼 만한 입문서로는 윤교수의 <폴 리쾨르의 철학>(철학과현실사, 2004)가 있다고.

 

도스의 <폴 리쾨르> 이후에 출간된 책으론 리쾨르 자신의 <타자로서 자기 자신>(동문선, 2006)과 칼 심스의 리쾨르 소개서 <해석의 영혼 폴 리쾨르>(앨피, 2009)가 있다. 나는 이렇게 더 적었다.

리쾨르의 <해석의 갈등>(1969)은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1960)과 함께 현대 해석학의 최고 업적으로 간주되는 고전이다(비록 논문집이긴 하지만). 이럴 때마다 아쉬운 건 <진리와 방법>이 아직 우리말로 완역되지 않은 사실이다(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거지만, <진리와 방법>의 불어본 출간을 주도한 사람이 리쾨르이다. 불역본도 완역본은1996년에야 나왔다고 하니까 한국어본이 지체되는 건 얼마간 이해가능하다. 참고로, 영역본은 두 차례 나왔다). 거기에 비하면 10권 가까이 번역돼 있는 리쾨르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교수의 번역 용례에 따라) <생생한 은유>나 마지막 주저 <기억, 역사, 망각>(2000) 등은 곧 번역되었으면 싶다. <기억, 역사, 망각>의 러시아어 완역본은 2004년에 출간됐다.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1>(문학동네, 2000)은 10년 넘게 후속편이 나오지 않은 책이다. 대략 2/3 가량이 더 남아 있는 상태인데, 다행히 문학동네의 '인문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근간으로 <진리와 방법2>가 예고돼 있다. 어쩌면 올해 안에 <진리와 방법>도 완역본의 출현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가다머만을 다룬 소개서도 빈곤한 편인데, 카이 하머마이스터의 <한스-게오르그 가다머>(한양대출판부, 2001)와 조지아 원키의 <가다머>(민음사, 1999) 정도다. 전자는 상당히 얇은 책이다. 내가 덧붙였던 여담 한마디. 

작년에(2004년) 타계한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는 1960년대 초반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서 리쾨르의 강의 조교를 했었다(윤성우 교수의 책에는 데리다의 생년이 1925년으로 잘못 표기돼 있다). "리쾨르보다 일 년 먼저 세상을 떠난 데리다는 고등사범학교 학생이던 1953년에 <에스프리>지가 주관하던 세미나에서 리쾨르를 처음 만났다. 데리다의 회고에 따르면, 이 세미나에서 '역사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리쾨르의 발표가 있었는데, '명확하고 우아하고 논증력이 있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권위가 있었으며,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사유의 참여를 보여주는' 발표였다고 한다."(69쪽) 데리다의 '제자' 박이문 선생의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미다스북스, 2005)에는 이 시절 '강의조교' 데리다의 지도를 받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나의 스승 데리다'란 추모의 글에 실려 있다. 영어권에서 나온 연구서들 가운데는 두 사람의 철학을 비교한 <상상력과 우연: 리쾨르와 데리다 철학 간의 차이>(1992)도 출간돼 있다.

 

 

리쾨르의 주저 가운데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은 책으로 <생생한 은유>라고 적은 <살아있는 은유>(영역본 제목은 <은유의 규칙>)와 <기억, 역사, 망각> 등이 있다. 물론 리쾨르는 다작인 편이어서 많이 소개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많다. 초기 저작인 <프로이트와 철학> 같은 경우도 그렇다. 비록 라캉에게선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는 책이지만.  

 

 

 

제목에서 세 사람을 함께 적으니 아감벤과 리쾨르/가다머 사이가 좀 멀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감벤 또한 하이데거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철학자니까 하이데거의 수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다머와 어색한 관계는 아니다. 특히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코나투스, 2008)은 아감벤식 해석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책은 빈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 야콥 타우베스(1923-1987)의 <바울의 정치신학>(그린비, 2012)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주에 나온 책이다. 리쾨르의 성서해석학에 대해선 <악의 상징>(문학과지성사) 같은 책도 있지만 앙드레 라콕과의 공저 <성서의 새로운 이해>(살림, 2006)를 참고할 수 있다...

 

12. 02. 19.

 

P.S. 아래가 러시아어판 <해석의 갈등> 표지다. 러시아어로는 '폴 리쿄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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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밀린 빨래나 청소를 한다고 부러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나도 하고 싶다?) 밀린 페이퍼를 쓰는 것도 그런 종류이다. 단지 빨래를 다 내걸고 나면 느껴지는 약간의 개운함 정도가 보상이라고 할까. 밀린 때를 밀어내듯이 밀린 페이퍼를 적기로 한다. 몇가지 아이템이 대기중이지만 일단 '옛날 것'부터 처리하자면 고대 중국에 대한 컬렉션 얘기이고, 주중에 중고로 구입한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의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미토, 2006)가 시작이다.

 

 

변동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날개의 소개를 보면 저자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중국 문화학 교수이다. 주로 'Early China'에 관한 책들을 펴내고 있다. 이게 '초기 중국' 혹은 '고대 중국'이라고 옮겨지는데, '선진시대'는 아니고, '진한제국'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듯싶다. 번역서는 참고문헌까지 포함해서 779쪽에 이르는 책. 당연히(?) 독자가 많지 않아서 절판된 걸로 보인다. 원저는 1999년에 나왔다. 선행연구인 'Sanctioned Violence in Early China'(1990) 이후에 9년만에 내놓은 책으로 역자에 따르면 "그 규모에 내용의 충실성으로 볼 때 초기 중국에 관해 서구 학자가 내어놓은 근래의 연구 중 단연 압권"이다. '근래'는 물론 2000년대 중반까지를 말한다.

 

 

 

서양 고대와 함께 중국 고대에 관심을 갖게 돼 주섬주섬 책들을 모으다가 결국 손이 이 책에까지 닿았다(갑골학까진 안 가도 교양 한자학까지는 관심 범위다). 저자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에 대해선 별다른 정보를 더 갖고 있지 않고 책도 아직 읽기 전이라 보탤 말은 없는데, 역자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고 싶다. 물론 이런 두툼한 연구서를 번역해준 노고에 대한 감사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시점에서 역자는 이미 크리스토퍼 리 코너리의 <텍스트의 제국>(소명, 2005)를 우리말로 옮겼고, 왕후이의 <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창비, 2003)도 공역했다. 한데 그보다 놀라운 경력은 짱롱시의 <도와 로고스>(강, 1997)의 공역자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이 비교철학 책은 출간됐을 당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다(당시 철학적 해석학 책들을 읽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번역도 수준급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이 책의 공역자 중 한 명이라고 하니까 반가움마저 느끼게 된다. 해서 <텍스트의 제국>도 바로 주문했다.

 

 

 

절판되진 않은 책이지만 허진웅의 <중국 고대사회>(동문선, 1991)도 최근에 구한 책이다. 그리고 알라딘에는 절판된 걸로 뜨는 <예의 정신>(동문선, 1994)는 어제 종로에서 구했다. 송조린의 <생육신과 성무술>(동문선, 1998)도 얼마전에 절판될까 싶어 구한 책. 모두 홍희 교수의 번역으로 동문선에서는 출판사 이름에 걸맞게 초기엔 이런 요긴한 책들을 많이 출간했다.

 

 

 

갑골문에 관한 책이지만 학술서라기보다는 교양서로 분류될 김성재의 <갑골에 새겨진 신화와 역사>(동녘, 2000)도 지난주에 구한 책이다. 2003년에 나온 2쇄본인데, 쇄를 더 찍긴 어려울 듯싶어서 바로 구입했다. 어지간한 도서관에도 없는 책이니 알아서 챙겨두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자와 관련해서는 다케다 마사야의 <창힐의 향연>(이산, 2004)도 최근에 구했다.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공상철의 <중국을 만든 책들>(돌베개, 2011)의 참고문헌에서 발견하고 구한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친후이와 쑤원의 <전원시와 광시곡>(이산, 2000)이 있다. '농민학에서 본 중국의 역사와 현실사회 비판'이 부제다. 농민과 농민반란에 관심이 생겨서 구한 책인데, 알라딘에는 이제 품절로 뜬다. 내가 마지막 구입자였기 때문이다...

 

12.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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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가장 반가운 책은 재출간된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의 기억>(한길사, 2012)과 서인범 교수의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한길사, 2012)이다. 브로델의 책은 품절됐다가 다시 나온 것이라, 서인범 교수의 책은 한창 명대사에 꽂혀 있는 터라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주저없이 구입한 책에는 새로 번역된 <일반언어학 강의>(지만지, 2012)와 <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도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 두 권에 대해서만 컬렉터의 소감을 간단히 적는다.

 

 

먼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에 처음 번역된 게 아니다. 역자 김현권 교수가 해설에서 적시한 대로 오원교본(형설출판사, 1973)과 최승언본(민음사, 1990)이 나와 있는 상태다. 오원교본은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지만 최승언본은 아직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번역본이다. 개인적으론 번역용어 등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이번에 대안이 될 만한 번역본이 나온 게 반갑다. 역자는 이미 발췌본 <일반언어학 강의>(지만지, 2009)를 펴내면서 완역본 출간을 예고한지라 나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아쉬운 것은 불어본의 편집자 마우로의 주해는 빠져 있다는 점. 이에 대해서는 역자 스스로도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마우로(T. de Mauro)의 주해를 덧붙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본문의 분량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원어 인용문의 번역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이다.(543쪽)

그 주해를 빼고도 번역본은 본문만 477쪽이니까(해설까지 포함하면 545쪽) 주해를 포함하면 800쪽이 넘어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쉽게 엄두를 내진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그 주해까지 포함한 '완벽한' <일반언어학 강의>를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편하게 구할 수 있는 영역본에도 주해는 빠져 있다).

 

 

 

<일반언어학 강의>와 같이 참고할 수 있는 책으론 <일반언어학 노트>(인간사랑, 2007)도 있다. 더불어 소쉬르의 생애와 그의 언어학에 대해선 김방한 선생의 <소쉬르>(민음사, 1998/2010)가 있다. 영어권의 입문서로는 조너선 컬러의 <소쉬르>(시공사, 1998)가 소개됐었다. 분량 대비로는 가장 요긴한 책이다.

 

 

불문학자 황현산 교수가 옮긴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도 예전에 <다다/쉬르레알리슴 선언>(문학과지성사, 1996)에 포함돼 일부가 번역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에는 <초현실주의 제2선언>과 <초현실주의 제3선언 여부에 붙이는 전언>, 그리고 관련자료까지 모두 번역된 데다가 자세한 해설까지 첨부돼 있어서 더없이 유익한 초현실주의 자료집이 됐다. 시에서건 미술에서건 초현실주의를 이해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참고할 만한 책이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초현실주의 관련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할 포스터의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아트북스, 2005)인데, 포스터는 초현실주의론의 두 가지 유형으로 앙드레 브르통과 발터 벤야민을 든다. 벤야민의 <초현실주의>도 번역돼 있기에 브르통의 <초현실주의>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초현실주의운동의 맥락에 대해선 <전후 유럽문학의 변화와 실험>(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참고할 수 있다...

 

12.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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