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새롭게 소개된 저자들이 여럿 눈에 띄지만, 이미 세 권 정도는 책을 펴낸 저자들 가운데 고르는 것이어서 후보가 많지는 않다. 소설가 두 명과 일문학자 한 명을 이주의 저자로 꼽는다.

 

  

 

먼저, 편혜영. 네번째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창비, 2013)가 출간됐다.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문학과지성사, 2005) 이후,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2007), <저녁의 구애>(문학과지성사, 2011)에 이어진 것이다. 거기에 장편 <재와 빨강>(창비, 2010)과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가 더 보태진다. 2000년에 데뷔하여 13년차에 6권의 책을 펴냈으니 다작도 과작도 아니다. 지속적인 꾸준함에서 '프로의식'이 느껴진다. 책소개도 그렇게 돼 있다.  

편혜영은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보답하듯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은 2010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함과 더불어 현대인의 일반적인 불안과 고독을 이야기하며 그 어둠의 내막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양상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두번째 저자는 오현종. 데뷔는 1999년으로 편혜영 작가보다 1년 빠르다. 첫 소설집 <세이렌>(자음과모음, 2004)도 진즉 나왔다. 하지만 나는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문학동네, 2007)에서야 이름을 알게 됐다. 이후에 소설집 <사과의 맛>(문학동네, 2007), 장편소설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문학동네, 2009), <거룩한 속물들>(뿔, 2010)을 펴냈다. 이번에 낸 책이 경장편 <달고 차가운>(민음사, 2013)이다. '민음 경장편' 시리즈가 5권까지 나오다가 '오늘의 젊은 작가'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그 두번째 책이다. 이런 줄거리로 시작한다고...

재수생 강지용은 같은 학원에서 알게 된 민신혜와 부드럽고 달콤한 첫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신혜가 지용에게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는 지옥의 풍경과도 같은 것이다. 10년 전 열한 살의 어린 딸 신혜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던 엄마는 이제 열한 살이 되는 신혜의 동생에게 다시 한 번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일문학자 박유하 교수. 가라티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 번역자로 처음 이름을 익히게 됐는데, 그간에 한일 사이의 민감한 역사적 이슈들에 관한 책들을 지속적으로 펴내왔다. 이번에 나온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2013)는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사회평론, 2000)부터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사회평론, 2004), <화해를 위해서>(뿌리와이파리, 2005)에 이어지는 책이다(먼저 나온 세 권은 모두 절판됐다). 부제는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지일파' 학자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다. 소개는 이렇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위안부의 이미지는 위안부들의 ‘기억과 경험’의 반쪽에 불과하다. 그런 식의 ‘위안부’ 자체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와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둘러싼 ‘오해’, 그리고 현실 정치와 엮이고 현실 정치에 이용된 것이 20년이 넘도록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책은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20년을 끌어온 ‘위안부 문제’의 복잡한 구조를 해부하고, 제국-식민지와 냉전을 넘어선 동아시아의 미래를 향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고찰한다.

 

13. 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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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경합자가 많지는 않았다. 먼저 1978년 흑인 최초로 퓰리처상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작품집 두 권이 번역돼 나왔다(이전에 나온 앤솔로지 <직업의 광채>에도 그의 단편 '닥터를 위한 솔로 송'이 수록돼 있다). <외치는 소리>(마음산책, 2013)와 <행동반경>(마음산책, 2013). 

 

 

<외치는 소리>는 1968년에 발표된 첫 단편집이고, <행동반경>은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1977년에 발표됐다. <행동반경>의 소개를 보면, "<행동반경>은 성격과 태도가 다양한 흑인을 등장시켜 획일화된 인종적 편견을 무너뜨린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위선, 배신, 기만, 질투, 수치, 우월감 등에서 촉발된 것이기에 흑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로 다른 신념들과 부대껴야 하는 그들의 혼란과 태도는 인간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 인종과 가치 들이 혼재하는 미국에서의 삶이란 편견과 충돌과 혼란을 껴안아야 하는 것임을, 인종보다는 인간적 고민이 뒤따르는 것임을 12편의 사실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울대 영문과 김성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흑인 작가지만 인종차별 문제보다는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주위와 단절된 채 살고 있는 미국 소수인들의 심리적 애환과 고립을 오 헨리식 위트와 마크 트웨인식의 유머로 그려냄으로써 미국 흑인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맥퍼슨의 주인공들은 모두 랠프 엘리슨의 소설 제목처럼 미국의 주류 문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트웨인의 헉 핀처럼 미국의 관습과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방랑아들이다. 그들의 소외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맥퍼슨은 휴머니티를 상실한 현대사회의 우울한 풍경을 예술적·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종래의 사회저항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저항소설인 이 작품을 한국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두번째 저자는 작년부터 소개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다. "가브리엘 타르드는 에밀 뒤르케임과 더불어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학계를 대표한 사상가였지만, 사후 오랫동안 잊혔다. 1960년대 말 철학자 질 들뢰즈가 ‘미시사회학의 창시자’로 재평가하면서 다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개가 말해주듯이 프랑스에서도 재발견, 재조명되고 있는 학자.

 

 

이번에 나온 <사회법칙>(아카넷, 2013)은 1897년의 강의를 담은 책으로 "타르드 자신이 쓴 ‘타르드 사회학’과 사회사상의 해설서"이다. 타르드 사회학 입문서라고 해도 좋겠다.

 

  


그리고 정치인 심상정.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웅진지식하우스, 2013)이 출간됐다. 진보정치의 대명사였던 저자가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정리한다. 소개는 이렇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인 심상정. 그는 오늘의 한국을 만든 ‘일하는 이들’과 함께 25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왔으며,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이후 한국 진보 정치의 가장 뜨거운 국면마다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 10여 년의 진보 정치를 돌아보며, 진보를 둘러싼 숱한 편견, 오해, 한계에 대해 놀랍도록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와 함께 진보의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의 본질, 진보의 존재 이유, 한국의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긍지, 그리고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과 희망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앞으로 부상할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한국의 현실정치와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박원순, 오연호의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오마이북, 2013)과 함께 필독해볼 만하다...

 

13.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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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티니 고진과 지그문트 바우만, 그리고 주디스 버틀러의 신작들이 나왔다. 언제든 읽을 용의가 있는 저자들이기에 따로 묶는다고 특별한 의미를 갖진 않지만, 겸사겸사 '이주의 저자'로 모아놓는다. 바우만의 책은 지난주에 선을 보였지만 어차피 아직 읽을 시간을 못 내고 있기 때문에 이번주에 나온 책들과 같이 언급한다.

 

 

이번에 나온 고진의 책은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 2013)이다. '<세계사의 구조> 보유'가 부제. 곧 <세계사의 구조> 서플먼트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를 출간한 이후에 여러 대담과 강연을 모아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란 책을 출간했다. 그 가운데 일부를 따로 묶은 것이 <자연과 인간>이며 이것은 한국어판만 있는 책이다. 대담 등의 한국어판은 따로 나올 예정이다.

 

여하튼 책은 <세계사의 구조>의 독서 전후에 요긴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역자는 "<세계사의 구조>를 읽기 위한 워밍업으로 <인간과 자연>을 활용할 수 있다. 역자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입문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세계사의 구조>보다 앞서 나온 <세계공화국으로>까지 포함하면 3종 세트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에는 <'세계사의 구조'를 읽다>와 함께 <철학의 기원>이 근간 예정으로 돼 있는데, 조만간 실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트랙스크리틱>의 새 번역본까지 출간되면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이 거의 완성되는 듯싶다.

 

 

일급의 사회학자이면서 다작으로도 손꼽을 만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도 두 권이 거의 같이 나왓다. 대표작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새물결, 2013)와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봄아필, 2013)가 그것이다. <리퀴드 러브>(새물결, 2013)까지 포함하면 올해 세권이 나온 셈인데, 하반기에 더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 각각의 원서는 아래와 같다.

 

 

'바우만의 모든 책'이라고 했으니 그에 걸맞게 이 원서들도 다 갖고 있지만 현재 '이사 모드'라서 제대로 챙겨 읽을 여유는 없다. 가을 바람이 불기 전에 서재가 정돈이 되면 몰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미국의 여성주의 철학자이자 레즈비언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책도 오랜만에 나왔다. <윤리적 폭력 비판>(인간사랑, 2013). 단독 저작으론 <젠더 트러블>(문학동네, 2008)과 <불확실한 삶>(경성대출판부, 2008) 이후 5년만이다. 번역은 <불확실한 삶>을 옮긴 양효실 박사가 맡았다. 부제는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영어판의 제목이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이고 독어판 제목이 <윤리적 폭력 비판>이다.

 

 

그래도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데, 간단한 소개로는 "'인간적인 것' 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문제"를 다룬다. 아도르노와 레비나스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그밖에 니체와 푸코가 자주 참조되고 있는 철학자다. 원서를 구하는 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13. 07. 27.

 

P.S. '이주의 저자' 플랜B는 신작소설을 펴낸 한국 작가들을 묶는 거였다. 하지만 아침에 주문한 책을 배송받지 못했고, 덩달아 기분도 죽었다. '당일배송'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실망하게 된다. 어젯밤에 교보에 주문한 책도 받지 못했으니 알라딘이나 교보나 피장파장이라는 게 나로선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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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막강 저자들'의 책이 나왔다고 했는데, 지젝과 바디우, 바우만 등의 신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국내서도 만만치 않아서 조정래, 유홍준, 고미숙 같은 스타급 저자들의 책도 작당한 듯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꺼번에 다룰 수가 없어서 일단은 국내서 저자로만 꾸미도록 한다.

 

 

 

조정래 선생의 신작은 모처럼 나온 대작이다. 규모와 분량이 모두 그렇다. 중국을 무대로 한 점이 가장 특징적인데, 소개는 이렇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장편소설.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허수아비춤> 이후 3년,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과 전망으로 이어져 집필로 결실을 맺게 된 <정글만리>는 각권 당 원고지 1,200매로 구성되어 총 3,600매의 전 3권으로 완결되었다. 이는 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작가가 소련의 갑작스런 몰락과 달리 건재한 중국의 모습을 보고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 20여 년을 꾸준히 고민해 온 결과다.

<아리랑>과 <태백산맥>의 작가가 본 '중국 자본주의의 모든 것'에 눈길이 안 갈 수 없는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니까 군말은 필요 없겠다. 읽어보는 수밖에.

 

 

 

예약판매에 들어갔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1,2>(창비, 2013)도 담주에는 출간된다. 국내편의 마지막 권으로 제주도편이 출간된 게 작년 9월이었으니 거침없는 강행군이다. 아직은 계획에 없으나 일본에 갈 일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읽을 책일 듯싶다.

 

 

 

'고전평론가'이자 <열하일기> 가이드 고미숙의 기대작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도 예판이 끝나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어제 주문했기에 정상배송이라면 오늘 받아볼 책인데,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1탄'이 부제다.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겠다. 다산과 연암을 두 개의 별과 지도로 꼽은 것이지만 이 책이야말 다산과 연암을 읽는 친절한 '지도'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평전으로는 <윤선도 평전>(한겨레출판, 2013)을 잇는 것인데, '고미숙식 평전'이 더 이어지길 기대한다...

 

13.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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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첫머리에 꼽은 저자는 서민 교수. 마태우스님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몇번 예고편까지 본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나온 게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이다.

 

 

얼마전에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 같이 출연한 계기로 근황에 대해서 들은 바 있는데 책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요즘도 베란다쇼 녹화 때문에 강행군이신지?). 오늘자 한겨레에 실린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저자가 왜 요즘 '뜨는 남자'인지 알 수 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511.html 참조).

 

 

책에 한정하면, 이번에 7인 공저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황금시간, 2013)도 같이 나왔다. "김용택(시인), 이충걸(GQ KOREA 편집장), 서민(단대 기생충학과 교수, 칼럼니스트), 송호창(국회의원), 박찬일(글 쓰는 요리사), 홍세화(언론인, 사회운동가), 반이정(미술평론가).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 온 이 시대 명사 7인이 모여" 펴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그 전에 펴낸 17인 공저 <그 삶이 내게 왔다>(인물과사상사, 2009)가 벌써 4년 전 책이다(자랑스럽게도 나도 공저자 중 한 명이다).

 

 

 

단독저작으로는 아마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다밋, 2005) 다음인 듯하니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얼마나 오랜만에 나온 역저인지 알 수 있다. 기생충에 관한 그의 다른 책들은 현재 모두 품절된 상태인데, 저자의 귀뜀에 따르면 직접 구입해서 집에 쌓아두고 있다고(일종의 사재기?). 연구업적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기생충학 연구에도 열심인 저자이기에 기생충에 관한 학술서도 나옴직하지만 그보다 독자의 기대를 모으는 건 그의 칼럼집이다. 'C급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사칼럼집이 조만간 출간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두번째는 서양사학자로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지성사가 전공분야인 곽차섭 교수. 특히 마키아벨리와 미시사 전문가로 관련서를 여럿 번역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단독 저서로 <아레티노 평전>(길, 2013)을 펴냈다. 부제가 '르네상스기 한 괴짜 논객의 삶'이다. 어떤 인물인가.

통상적으로 알려진 아레티노는 르네상스를 다룬 책에는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단지 돈을 벌 욕심으로 음란한 책들을 쓰고 제후와 명사(名士)들에게 협박조의 편지를 보냈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통속작가라는 수백 년 동안의 비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인물 됨됨이와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친 편견의 소산임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기의 문화지형과 시대정신의 측면에서 볼 때, 그는 오히려 엘리트 계급의 위선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상하층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한 문화 아이콘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튼 르네상스 지성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으로 보인다. 번역서와 공저를 제외한 단독저작으론 역시나 <조선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푸른역사, 2004) 이후에 거의 10년만에 나온 책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번역서와 함께 <포르노그래피의 기원>을 곧 펴낼 예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 사상에 정통한 저자인지라 그 번역도 기대를 모은다.

 

 

 

 

끝으로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불리는 트루먼 커포티. 이번에 그의 선집이 다섯 권짜리 세트로 나왔다. <인 콜드 블러드>만 예전판으로 갖고 있었는데, 물론 탐나는 것은 선집판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일이 있어서 커포티의 작품 가운데서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를 먼저 찾아볼 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러 글과 인터뷰를 통해 커포티에게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았는데, 하루키가 커포티의 문장을 전범으로 삼아 습작했다는 이야기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커포티의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는 일화는 세대를 넘어선 고전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름나기용으로 아주 반가운 선집이다...

 

13.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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