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소설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은 프랑스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1838-1889)의 <미래의 이브>(시공사, 2012)다. 릴아당은 소설집 <잔혹한 이야기>(물레, 2009)로 처음 소개된 작가인데,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이면서 환상문학 작가라고(이름이 너무 길어서 손해보는 대표적인 작가일 법하다. 게다가 발음도 어렵다.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니!). <미래의 이브>는 제목에서 드러나지만 일종의 '과학소설'이다. 1886년작.

 

 

과학소설의 기원을 다룬 문헌들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이라고 하니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 듯싶다. '미래의 이브'인 걸로 보아 <프랑켄슈타인>에서 실현되지 않은 여성 인조인간이 등장할 모양. 번역본과는 다른 불어판의 표지는 이렇다.

 

 

아무튼 제목에 이끌려서라도 한번 손에 들고픈 책이다. 책소개에 과학소설에 대해서 "과학소설은 조반니 카사노바가 18세기에 쓴 <20일 이야기>를 시작으로, H. G. 웰스의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쟁쟁한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로 자신의 상상력을 시험해본 분야"라고 설명돼 있어서 'H. G. 웰스', 곧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의 작품들에 다시금 눈길이 갔다(대부분의 번역서가 '웰스'라고 표기하는데 반해서 알라딘에는 '웰즈'라고 잡혀 있다). 대표작 <타임머신>과 <투명인간>은 물론 다수의 번역본이 출간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로 박사의 섬>(문예출판사, 2010)에 관심이 있다. 웰스의 책들을 한군데 모아놓는다.

 

<타임머신>

 

 

<투명인간>

 

 

<우주전쟁>

 

 

<모로 박사의 섬><마술가게><웰스의 세계문화사>

 

 

13.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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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해맞이 여행이란 걸 다녀왔다. 날수로는 1박 2일이어서 기분이라도 좀 내는 줄 알았지만 오며가며 관광버스 안에서 열댓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역이었다. 날이 흐려 정작 해돋이는 보지 못하고 생선구이를 먹고 온천욕을 하는 것 정도로 한해를 시작. 그나마 눈이 더 내리기 전에, 차가 더 막히기 전에 귀환한 것이 다행이다 싶은 여행이었다. 하긴 여행의 목적은 일상에 다른 리듬을, 혹은 간섭을 가져오는 것이니 목적에 어긋난 여행은 아니었다. 다만 버스에서 일박하는 건 좀 힘들더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2013년의 첫 페이퍼를 쓴다. 관심도서가 여럿 출간됐는데(내겐 이런 페이퍼가 새해맞이다!), 문학쪽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면, 먼저 하이데거의 <니체2>(길, 2012)가 마저 출간돼 드디어 완역됐다. <니체1>(길, 2010) 이후 2년만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권짜리 영역본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였다. 올해의 독서목표 중 하나는 이 <니체>를 읽는 것이다. 혹 바로 읽기가 부담스런 분이라면 고명섭의 <니체 극장>(김영사, 2012)로 워밍업을 하고서 손에 들어도 좋겠다. 그 정도면 '하이데거의 니체'를 관람할 준비로는 충분해보인다. 

 

 

또 '발터 벤야민 선집' 가운데 문학론 두 권이 같이 나왔다. 그의 비평 가운데 일부는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민음사, 1992)에 수록돼 있었다. 이번에 나온 <서사, 기억, 비평의 자리>(길, 2012)에는 프리드리히 횔덜린, 요한 페터 헤벨, 고트프리트 켈러, 카를 크라우스, 마르셀 프루스트, 폴 발레리, 니콜라이 레스코프 등에 대한 비평이 수록돼 있다. 같이 나온 <괴테의 친화력>(길, 2012)은 벤야민의 가장 대표적 평문으로 <괴테의 친화력>(새물결, 2011)이라고 작년에 한번 번역됐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처럼 두 가지 번역본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아무튼 괴테의 <친화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써야 할 글도 있어서 벤야민의 평문이 이렇듯 번역된 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괴테의 친화력>과 씨름해보는 것도 올해의 일정에 포함됐다.

 

 

벤야민 얘기가 나온 김에 국내외 벤야민론 몇 권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구입만 하고 독서를 미뤄놓았는데 테리 이글턴의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이앤비플러스, 2012), 강수미의 <아이스테시스>(글항아리, 2011), 그리고 홍준기 편,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라움, 2010) 등이 근년에 나온 책들이다.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하나둘 챙기다 보니 올해도 일정이 빡빡해 보인다. 어쩌겠는가. 책이 거기에 있는 것을. 이 또한 중독이 아니면 운명인 것을...

 

13.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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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관련서가 몇권 출간된 김에 정리해놓는다. 먼저 서양근대철학회에서 펴낸 <서양근대미학>(창비, 2012). 철학 관련 학회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가시적으로는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듯싶은 곳이 서양근대철학회인데, 그간에 <서양근대철학>(창비, 2001),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창비, 2004) 같은 개론서를 출간했고, 이어서 주제별 심화편으로 <서양근대윤리학>(창비, 2010)에 뒤이어 나온 것이 이번에 나온 <서양근대미학>이다. 향후 <서양근대종교철학>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머리에'에 따르면 "이 책의 의의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서양근대철학의 전문연구자들이 자신이 전공한 근대철학자의 미학사상을 집필하였다는 데 있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국내 필진들이 쓴 미학관련서들이 없진 않다. 가령 미학대계간행회가 2007년에 출간한 책들이 있는데, 미학의 역사에 대한 총론과 함께 이론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론 <미학의 역사><미학의 문제와 방법><현대의 예술과 미학>(서울대출판부, 2007)이다.

 

 

 

미학 관련서도 적잖게 갖고 있는 편이지만 이 '대계'에까지는 아직 욕심이 미치지 않는다. 대신에 근대미학과 관련해서는 오타베 다네히사의 '근대미학 3부작'이 수집거리다.

 

 

현재는 <예술의 역설: 근대미학의 성립>(돌베개, 2011)과 <예술의 조건: 근대미학의 경계>(돌베개, 2012)가 출간돼 있고, <상징의 미학>이 근간으로 돼 있다. '상징'을 키워드로 하여 근대미학의 변용을 다뤘다 한다.

 

 

서양 근대미학 얘기가 나온 김에 균형을 맞추자면 중국미학과 미학사에 관한 책들도 챙겨놓으면 좋겠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푸른숲, 1999)의 저자 장파 교수의 신작 <장파교수의 중국미학사>(푸른숲, 2011)가 가장 방대한 책이다. "저자는 상고 시대부터 청나라 시대까지의 중국 역사를 미학적 관점에 따라 6개의 시대로 나누고, 각각의 시대적 조류와 사상적 배경, 우주관과 세계관, 주요 문건, 미학 이론, 작품 및 인물 비평 등을 포괄하여 서술했다." 개인적으로는 리저허우의 <미의 역정>(동문선, 1991)과 <화하미학>(동문선, 1999) 등을 소장하고 있는데,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듯싶다.

 

 

 

시야를 좀더 확장해 '동양미학'으로 가게 되면 역시나 챙겨둘 만한 책이 몇 권 있다.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동양의 미학>(다할미디어, 2005)가 중후한 책이라면, 리빙하이의 <동아시아 미학>(동아시아, 2010)은 넓이를 자랑한다. 책은 "문질文質 · 성정性情 · 예악禮樂 · 중화中和 · 은현隱顯 · 충신忠信 · 형신形神 · 기미氣味 · 강유剛柔 · 동정動靜 · 청탁淸濁 · 허실虛實 이렇게 12가지의 짝 개념, 즉 24가지의 개념"의 의미와 그 변천을 다룬다. 그리고 한린더의 <한권으로 읽는 동양미학>(이학사, 2012). 제목은 '동양미학'이지만 '중국미학'을 체계적으로 다룬 입문서이다. 두어 권의 책을 겹쳐 읽다보면 중국 미학과 미학사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질 듯싶다...

 

1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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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나오는 신간들을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그걸로도 모자라서 가끔은 무모한 독서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최근에는 역사쪽 아이템들이 수집 목록을 늘려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이다. 박우수 교수의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열린책들, 2012)이 나온 게 시발점으로 가이드북이 나왔으니 이젠 챙겨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이 사극 시리즈 다수는 영화화돼 있어서 맘먹고 수집하자면 상당한 견적이 나온다).

 

 

오래전에 이대석 교수의 <셰익스피어 극의 이해: 사극과 로마극>(한양대출판부, 2002)과 이태주 교수 번역의 <셰익스피어 4대 사극>(범우사, 1999)을 구입하긴 했으나 독서로 진행되진 못했다. 그러던 차에 김정환 시인판 셰익스피어 전집(아침이슬) 가운데 3차분으로 사극(잉글랜드 민족사극) 11권이 출간됐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에 출간된 11권은 플랜타저넷→랭커스터→요크→튜더 왕조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왕조의 전환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미전쟁, 백년전쟁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사극들이다." 보통은 <존왕>부터 시작하는 사극 리스트를 <심벨린>부터 잡은 것이 이 전집판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보통 비극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을 김정환 시인은 사극의 첫머리로 삼았다).

 

 

 

당장은 <리처드 2세>와 <리처드 3세>를 나남출판에서 나온 번역본 등과 같이 구입해놓았지만(이성일 교수의 번역본은 <줄리어스 씨저>까지 세 권이 나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리스트에 도전해볼 참이다. 시리즈의 순서대로 아침이슬판과 기타 다른 번역판들을 모아놓는다(전예원판 외에 일부 사극은 이덕수 교수의 형설출판사판이 나와 있다. 지만지판으로도 <헨리 5세>와 <리처드 3세>가 번역돼 있다).

 

<심벨린>

 

 

<존 왕>

 

 

<리처드 2세>

 

 

<헨리 4세 1부>

 

 

<헨리 4세 2부>

 

 


<헨리 5세>

 

 

<헨리 6세 1부>

 

 

<헨리 6세 2부>

 

 

<헨리 6세 3부>

 

 

<리처드 3세>

 

 

<헨리 8세>

 

 

1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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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제임스와 야스퍼스'란 제목을 달려다가 '심리학의 원리와 일반 정신병리학'으로 바꾸었다.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와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에 관한 페이퍼라 범위를 좁힌 것이다. 그리고 이 페이퍼는 독자의 페이퍼가 아니라 수집가(컬렉터)의 페이퍼이다. 장서가의 기준이 내가 20대에 생각했던 대로 1만권 정도라면 어느새 나도 장서가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90년 가을에 복학할 때 나는 집에서 들고 온 책으로 4단 책장 두 칸도 채우지 못했었다). 하지만 장서가란 말보다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 것은 '책 수집가'이다. '장서'란 말이 정태적이라면 '수집'은 동태적이어서 그렇다. 방안에 있는 책도 못 찾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책탐을 버리기는커녕 줄이지도 못하는 것이 책 수집가의 고질이다.

 

 

 

오늘은 그 대상이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아카텟, 2005)이다. 책은 진작에 번역돼 나왔지만 사실 가격과 분량 때문에 엄두를 못 내던 터였고, 몇달 전에 다시 찾아봤을 때는 1권이 품절된 상태였다. 최근에 나온 심리학책을 읽던 중 다시 언급이 되길래 찾으니 세 권이 다 살아있다. 사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최근에 나온 책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아카넷). 전 3권 2,500쪽이 넘는 그야말로 방대한 분량이다. 존 듀이, 찰스 샌더스 퍼스와 함께 미국 프래그머티즘의 세 거두로 꼽히는 윌리엄 제임스의 주저 중 하나인데(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하버드대학에 오래 봉직했는데, 1875년 미국대학 최초로 심리학 강의를 개설했다고 한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셈이다), 소개를 보니까 이건 그의 저술여정에서 첫번째 시기의 결과물이다.

 

"제임스의 저술 시기는 대략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스코틀랜드와 독일철학의 정신이해와 골상학의 관점에서 심리학을 연구했던 당시 미국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실험에 기초한 심리현상연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기능주의 심리학을 수립한 시기이다. 이때 <심리학원론>을 출판했다. 두번째는 종교나 철학에 관련된 주제들을 연구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제임스는 여러 곳으로부터 초빙을 받아 강의를 하였는데, 그 결과물은 책으로 출판되어 제임스에게 명성을 안겨다주기도 하였다. 이 무렵 에든버러대학으로부터 기포드 강연 초청을 받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20개의 주제로 나누어 강연하였다. 세번째는 프래그머티즘, 진리론, 그리고 그의 인식론적인 급진적 경험론에 대한 강연을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사상을 확립한 시기이다. 대표적인 강연은 1908~1909년에 행한 옥스퍼드 대학의 히버트 강연이다. 이 시기의 대표적 저술로는 <프래그머티즘> <다원적 우주> <진리의 의미> 등이 있다." 

 

이 중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한길사, 2000)이 이미 소개돼 있다. 세번째 단계의 <프래그머티즘>은 비교적 얇은 책인데, 아직 소개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철학과현실사)에 내용이 일부 발췌돼 있던가 정리돼 있었던 듯하다). 어쨌든, <심리학의 원리> 같은 고전의 번역/소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걸 언제, 누가 읽어(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심리학 전공자들은 읽는가?) 멜빌의 <모비딕>보다 두꺼운 책이 그것도 소설이 아니라 철학책인 것이니까!

 

 

그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프래그머티즘>은 <실용주의>(아카넷, 2008)로 번역돼 나왔다. 그리고 제임스의 다른 글은 <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철학과현실사, 2001) 등에 일부 소개돼 있기도 하다. 요는 <심리학의 원리>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실용주의> 등이 제임스의 대표작이라는 것. 이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의 책이 <심리학의 원리>여서 과연 우리말로 번역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 2005년에도 이렇게 덧붙였다.   

하여간에 심리학 분야에서 내가 언제쯤 번역될지, 과연 번역이 가능은 한 건지 의문을 가졌던 두 권의 책 중 하나가 이번에 나왔다. 나머지 하나는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1913)이다. 1997년에 나온 리프린트 영역본의 분량이 922쪽에 이르니 이 책 역시 나름대로 방대하다.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있어서 가끔씩 모스크바의 대형서점에 가서 눈길만 주던 책이었다(2만원쯤 했던 듯싶다). 제임스와 야스퍼스는 모두 의대 출신 철학자들이다. 보통 철학자들은 신학이나 수학 전공자들이 많으며, 러셀에 의하면 그들이 철학의 두 계보이다. 거기에 다른 두 계보를 덧붙이자면 나는 문학과 의학을 꼽겠다. 이 네 가지 계보를 정리하는 건 물론 돈벼락을 맞은 이후에 주제를 모르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심리학의 원리> 번역본 출간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는 한국어본 출간 당시 아직 일본어본이 나오지 않은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자와 관련한 사정은 이렇다.

이번 번역본은 첫째, 국내는 물론이고 번역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는 첫 완역본이며, 둘째, 그것이 한 심리학자의 근 20년에 걸친 노작의 산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역자는 이인(里仁)이 호인 정양은(鄭良殷). 1923년생으로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중앙대ㆍ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있다가 2004년 2월 8일, 향년 81세로 타계했다. 그러니 이번 '심리학의 원리' 완역본은 그의 유작이다. 고전 번역이라면 모름지기 붙어 있어야 하는 '해제' 편이 이 완역본에 탈락된 이유는 고인이 미쳐 완성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기 때문이라고 유저를 발간한 그의 제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고인에게서 심리학을 배우고 다른 제자 9명과 힘을 합쳐 이번 완역본을 낸 조긍호 서강대 교수에 의하면 정양은 박사는 1986년 4월에 이 심리학 고전 완역을 시작해 99년 말에는 초벌 번역을 마쳤으며, 그 뒤 교정과 윤문 작업을 하고, 2003년 이후에는 해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고인이 이 책 완역에 투신한 시간은 번역 시작을 기점으로 할 때 18년을 헤아리는 셈이다.(연합뉴스)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이와 비슷한 고투담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하튼 독서와는 별개로 책 수집가로서 내가 욕심을 내볼 수 있는 최대치가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나 야스퍼스의 <일반 정신병리학>이어서 이 두 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더 적어보았다.

 

 

물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야스퍼스의 책이 출간되길 기대하는 마음은 따로 적지 않아도 될 것이다...

 

12. 10. 03.

 

 

 

P.S.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가 심리학의 원조 저작 가운데 하나이기에 심리학사 책이 나온 게 있나 찾아보니 C.James Goodwin의 <현대 심리학사>(시그마프레스, 2005)와 D. Brett King 외, <심리학사>(교육과학사, 2009)가 눈에 띈다. 모두 대학교재용 책일 텐데, 후자는 4판(2008)까지 나온 것으로 보아 많이 읽히는 책인 듯싶다. 국내 대학에서도 교재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 심리학사>는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굿윈의 책은 4판(2011)이 최신판이다. 같은 제목의 책으론 슐츠의 <심리학사>가 10판(2011)까지 나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교재용 책들은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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