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애장판 1~8(완결) 박스세트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향수와도 같은 이름들이다. 시이라젠느 레디온 .. 그들의 별, 지구, 그들의 능력, 그들의 제도 풍습...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거의 혁명과도 같았다.  너무 재미있고, 너무 신기하고, 그리고 너무 슬펐다.

독자들은 날마다 주인공을 살려내라 팬레터를 보내는 모양새였으니 알만하다.

내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편에서 반드시 살아날 거라고 의심치 않았던...;;;;

아마도 작가 강경옥은 유독 별, 그리고 지구를 사랑했는 지도 모르겠다. 기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으니까.  그녀의 작품들에서는 상상력과 판타지의 결합을 자주 본다.  아동만화에서부터 성인만화까지 두루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그 영역이 우주만큼이나 넓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속 배경을 그토록 넓게 열어준 작품이 바로 이 별빛속에다.

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을 열광케 했던 이 작품은, 그러나 그림만 보면은... 좀 실망스럽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강경옥식 그림체가 우리가 익숙한 이쁜 그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무 두꺼운 붓을 사용하여 필치가 좀 지저분하기도..;;;;

그렇지만 작품의 완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뒤로 갈수록 훨씬 안정되어지는 그림체를 볼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의 애정도가 커지고 캐릭터에 익숙해진 까닭에 그리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서 한동안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별이 흐르고 있다는 그 표현 그대로 멋진 별을 늘 보고파 했지만, 서울 하늘에서 그건 망상이었다...;;;;

그래도, 겨울철에는 제법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기에 그 속에서 나의 시이라와 그리고 레디온을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기도 했다.

결국, 몇번이나 대본소에서 빌려보고 이 책은 구입하여 소장하기에 이르렀다.  아마 살면서 다시 몇 번 못 들춰볼 지도 모른다. 볼 책은 너무 많고 이미 본 책은 그다지 손이 안 가는 편이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내 책장에 꽂혀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게 자부심을 주고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책은 될 것이다.  누군가 내 책장을 기웃거리며 이 책에 관심을 갖기라도 한다면 침 튀기며 일장 연설을 할 테지.  그에게 내 책을 빌려주고 나면 그 역시 나처럼 이 책을 구입하여 소장하게 될 지 어찌 알겠는가. 이 조차도 즐거운 상상인 것을.

수작만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선물같은 그 기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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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쓴 5교시 국사 시간
윤종배 지음 / 역사넷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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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무래도 현직 선생님이 쓰신 것이기 때문에 보다 현장감이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5교시 국사 시간이란 얼마나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까.

밥 먹어서 졸리지, 먼 옛날 이야기 하니 더 졸립지요.

이럴 때에 우리 아이들의 눈을 번쩍 띄워줄 만한 방법이 필요해지지요.

이 책은 그런 시간을 위해서 쓰여진 책입니다.

설명하기식 역사 설명도 많지만, 중간중간 역할극과 모의 재판, 그리고 판소리와 민요 등등을 적절히 섞어서 수업을 보다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팁들이 담겨 있습니다.

적절한 자료들이 사진과 도표로 쓰여졌구요. 맨 뒤 참고도서를 보면 또 다른 시야 넓히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쉽게쉽게 설명해 주셔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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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속에 숨어있는 역사의 한 뜸
이윤우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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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반응들이 좋았다.  제목도 맘에 들었다. 표지도 무척 맘에 들었다.  그래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조금 놀랐다. 어찌나 여백이 많던지...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문단 사이 여백 많은 책은 처음이었다.  뭐지? 싶었다.

읽어보니,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전문가가 아닌 그저 역사가 좋은 하나의 이야기꾼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아마 거의 맞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전문성을 부각하는 단점이 되기보다는 아마츄어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장점을 찾아내는 수단이 되었다. 저자의 글쓰기는 굉장히 감정적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입맛에 따른 진술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호흡에 따라 말줄임표가 문장의 마무리를 대신하고, 쉼표가 난무하고 문단 사이 여백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놀랍고 재미있게도, 그래서 공감이 더 갔다.  기존의 판단이나 편견에 구애되지 않은 그만의 해석이 신기하리만치 설득력이 있었고 깊은 공감을 끌어내었다. 

청년 남이와 이순신의 출발점을 비교한 것이 그랬고, 연산군을 둘러싼 훈구와 사람의 대결이 그러했다.  모두가 욕하는 훈구파보다 사림파의 철저한 유교 정신이 더 갑갑하고 무서웠다는 그의 지적은 섬뜩하리만치 정확한 표현이었다.  또 너무나 신성시 되었던 논개의 미화와 임진왜란 7년 전쟁이 끝나고 세 나라의 종착점에 대한 이야기. 가장 적은 피해를 보았지만 가장 크게 망가졌던 명나라의 이야기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허난설헌과 신사임당, 그들의 남편에 대한 그의 견해도 십분 공감. 우리는 너무 뛰어난 사람 옆에 있는 조금 뛰어난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동안 너무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저자의 1인칭화된 화법엔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적나라하게 묻어 있어 그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되는 착각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효종의 이야기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최악의 파트너 송시열.  그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았다.  단순히 '북벌'을 부르짖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그리고 억울했던 효종의 삶.  이쯤 되면 책에서 '진맛'을 느끼기 마련이다.(영화 음란서생을 보았다면 이해할 표현^^;;;)

그런데 예송논쟁이 나온 현종의 이야기는 논문을 옮겨온 것처럼 딱딱한 문장이 주를 이루어, 작가 자신의 어법으로 고유화시키지를 못한 것 같다.  또 설명 내용 중에 오류가 있어서 잠시 눈살도 찌푸리고...^^;;;

흠, 90%는 좋은데, 10%의 불만이란, 일단 어법에 문제가 많다.  말투가 싫은 게 아니라, 문장 표현에 오류가 많다는 얘기다. 즉 문법적 실수가 잦다는 것이다. 오타도 그렇고 '에'와 '의'의 혼동도 너무 많다.  거기에 보너스(?)로 내용상의 실수도 몇 차례 보인다. 앞서 예송도 그랬고, '대원군'이 조선에 몇명 있었는가라던가, 

음,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만남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주제를 나열했기 때문에 앞쪽 내용은 너무 일반화된 이야기라서 별로 독특해보이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로 참신해서 좋았다. 앞쪽은 저자가 역사스페셜을 재밌게 보았나 보다...내지, 내가 보았던 책들과 마찬가지로 참고했나 보다 했는데, 갈수록 저자만의 날카로운 시각이 보이면서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특히 맨 마지막 추사 김정희의 연애 편지는 너무 예쁘고 애틋하고 신선해서 연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에필로그의 단 한마디, 썩은 물은 고인다는 마무리도 오래오래 여운이 남았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이 있나 검색해 보았는데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조금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만나볼 수 있으리라. 즐거운, 새로운 만남을 가졌으니 기다림도 즐거워질 것이다.

그 동안 조선의 이야기는 많았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얘기하는 책도 많았다. 이 책의 상당부분도 그들의 이야기와 겹친다. 그런데 저자는 지극히 감정적인 말투로 그 이야기들을 재구성한다. 자신만의 판단과 기준으로. 그래서 특별하고 더 공감이 가는, 그리고 정감이 가는 책이었다.  조선 속에 숨어 있는 역사의 한 뜸, 그 속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얘기해줄 수 있는 한 뜸이 살아 있다. 책을 읽으며 같이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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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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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준만 교수의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딱히 그의 책을 접해보지는 못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인간 노무현'이 궁금해서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집어든 것으로는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 책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 언론이 대통령 노무현을 어떻게 발목 잡으며 작심하고 덤벼드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내 처음 목표와는 맞아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 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무렵에 읽었더라면 당시 시대적 정치적 환경에 비추어 좀 더 확실히 가슴에 꽂혔을 텐데, 시간이 조금 더 흐른 까닭에 그만큼의 여운이 반감되었다. 그럼에도 공감대의 영역은 줄지 않았지만.

강준만 교수님의 말투는, 솔직히 조금 기분 나쁘다. 잘난척하는 것도 같고 친절하지 않은 설명도 그렇고. 그러나 그건 개인적인 불만일 뿐, 그가 이 땅에서 이 사회에서 추구하고 또 열심히 해내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더 많은 대중이 좀 더 열린 사고를 해낼 수 있을 것 같기에 말이다.

여전히 노대통령의 정권은 힘겹다. 환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유가는 고공행진이다. 그의 탓이 아니건만 그가 대표이기에 욕도 먹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권은 서로 공방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그 한쪽에서는 일본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의 '친일'성 '반민족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열심히 옹호해주는 언론사도 있다.  갑갑한 현실이다.  이대로 꺾일 수 없지만 힘을 실어주기는 너무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직한 투표 행사와 그리고 수구 언론에 휘둘리지 않기 정도.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바짝 긴장하고 더듬이를 세운 채 주시하지 않으면 우리 눈과 귀가 가려지기 너무 쉬우니까.

요순 시대에는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웠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너무 요원한 이야기다.  정말 정치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정도가 되는 것이 평화로운 민주주의의 정착일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것을 악용해서 독재로 기울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요순은 너무 먼 이야기지만, 올곧은 정치와 정직한 사회를 위한 바람은 우리의 숙제와도 같은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만 명의 사람이 읽으면 만명의 생각이 있겠지만, 모두들 바르고 깨끗한 것을 지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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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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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은 끔찍하다. 이겨도 져도 그 후유증은 분명히 남고 누군가는 하하하 웃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게 전쟁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진왜란, 그 중에서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의 무사. 그러나 처음부터 무사는 아니었다. 농부 출신으로, 여동생이 팔려간 것을 눈으로 목격한, 우리 땅의 농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극히 가난하고 많이 서러웠던 한 사람이다.

그는 고니시 유키나가 진영의 작은 장수에 불과했다. 그런 그에게 조선인 여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 말 없고 아무 대화 나누지 못했지만 팔려갔던 누이를 떠올리게 했다.  자꾸 눈에 밟혀, 무엇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선말을 배웠다. 자연스럽게 나눌 수는 없었지만 간단한 말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게, 적어도 진심이 통할 수는 있을 정도의 실력도 키웠다. 

작품은, 뻔한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집안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그런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하면 착각. 그 둘은 분명 적국의 남녀이지만, 그들이 서로를 마음에 담는 과정은 민족이나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사람과 사람의 일일 뿐이다.  상대가 다치는 것을 보지도 못하지만, 상대를 내것으로 만들지도 못한다.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을 일본인의 눈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몹시 독특한 설정이며 새로운 경험인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품 속 화자가 말수가 적다는 것이다.  처음 손에 잡았을 때 언뜻 떠오른 생각은 "김훈식 화법"이었다.

말이 많지 않고 간결한 문체. 군더더기 형용사나 부사는 모두 생략한 채 그저 건조하게 서술하는 형식. 아무래도 신선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체이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더 좋았다.

일본인의 눈으로 그린다고 해서 전쟁을 미화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침략 행위를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랬듯이, 그들 안에서도 한없이 작고 상처받기 쉬운 백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독해지고 무서워지는 인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한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에 나왔다.  당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이순신 관련 책들과 템포를 같이 맞추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 속보이는 작품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역사소설이라고 범주에 넣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배경은 철저하게 고증해내었기 때문에 특히 임진왜란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더 좋은 책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그가 더 넓게 헤엄치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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