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
신복룡 지음 / 풀빛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하여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랄 때 배운 내용은 부러 수정하기 전에는 평생을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하여 박힌 편견들은, 편견이 진리로 둔갑하여 우리 안에 둥지를 틀 수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홍길동전을 가르치면서 허균이 서자라고 말하셨고,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가르칠 땐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에서 '차마'라는 말은 부정어와 결합되어야 하는데 한용운이 문법적으로 오류를 보였다고 가르치셨다.(ㅡ.ㅡ;;;;)

그때야 당연히 그게 맞는가 보다 하고 지나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틀려도 한참 틀린 내용이었다.  물론, 이렇게 개인의 실수로 치부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면 차라리 다행인 지도 모른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일종인 탓에....;;;;; 비켜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일본이야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자유도 없지 않은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역사 교과서도 왜곡된 것 엄청 많다.  일본과는 좀 차원이 다르지만, 100% 옳다고 절대 말 못함.ㅡ.ㅡ;;;;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우리의 편견에 경종을 울리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을 다녀간 선교사와 기자, 여행객  기타 등등...

하여간 조선을 방문했고, 조선을 겪었으며, 깊은 인상을 받은 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좋은 자료를 남겨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들이 실제로 조선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무엇이고,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 그러나 잘못 알려진 사실 등등...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신복룡 교수의 이전 책은 그닥 재밌게 보지를 못했는데, 이 책은 유독 재밌고 인상 깊게 보게 되었다.  1차 사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되었고 말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선의 다른 모습, 어쩌면 진실일 지도 모르는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기꺼이 내줄 것이다.

표지의 골지 느낌과, 세피아 톤의 사진도, 하다 못해 제목의 글자체마저도 마음에 드니, 아마도 내가 이 책이 참 맘에 들었나 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영혼의 주술사 - 상
노아 고든 지음, 윤희기 옮김 / 꿈꾸는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미신이나 샤머니즘 등등... 뭐 그런 느낌이 나지만, 오해는 마시길. 전혀 그런 책은 아니니까.

미국이 한참 개척되고 있을 무렵 영국에서 건너간 한 의사.  그가 새 땅에 정착하여 그곳의 의사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남북 전쟁을 겪으면서 그의 신념을 위해 어떻게 삶을 견디어 냈는가와, 그리고 대를 이어 그의 아들이 의사로서 그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대기, 연대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면 2권 모두 합하여 거의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가 나올 리른 없을 터.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에 붙어 저마다의 조각들을 감당하고 있으니,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역사와 관습과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편견과 잘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도 모두 함께 어우르고 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겠다.

듣지 못하며 따라서 발음도 자연스레 어눌해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아들)은 아버지의 친구였으며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인디언 수장의 지혜를 고스란히 배운 인물이었다.  그가 자연과 교유하며,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는 단면들은 몹시 인상적이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들 집안은 대대로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나가는 것을 체험하며 느끼는 힘을 지녔다.  말로  풀어내면 사이비같지만, 글 속에서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레 교감이 된다.)

그리고 그 인디언 친구의 죽음과,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은, 작품을 후반부까지 추리소설 버금 가는 긴장감으로 무장하게 만들어,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의 그 배신감과 허탈함은 참으로 쓰디쓴 맛이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뿌린 땀과 노력을 함께 추적해가는 과정도 내게 있어 몹시 의미있는 일이었다.  또 그런 그를 품어주려고 노력한 교수님들도..

뿐이던가.  그런 주인공과 그의 형, 그리고 반려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옮겨놓을 수는 없지만, 모두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 사라는 대체 결혼이 몇 번인지.ㅡ.ㅡ;;;;;

내가 좋아하는 재생지를 썼는데, 두꺼운 페이지에 비해 책이 아주 가볍다. 또 책장도 엄청 금방 넘어간다.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역사를 훔쳐 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몹시 솔솔했다.

그리고 링컨에 대한 제대로 보기가 더 인상적이었고 말이다.  그에 대한 신화는 좀 깨질 필요가 있다^^;;;

내 책상 위의 책을 동료 직원이 보겠다고 가져갔다가 주술사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다음 날 고스란히 돌려준 기억이 난다.  그 사람도 좀 더 인내를 갖고 더 들춰보았더라면 이 멋진 이야기를 결코 피해가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누군가는 이 책을 원서로 보았다고 하니....;;;; 음, 마이 부러웠다ㅡ.ㅡ;;;;; 음..... 그랬다고...;;;

하여간, 좋은 책은 원어로 보나 한글로 보나, 두루두루 읽힐 수밖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의 검 2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참 존경하는 작가 김혜린. 10년도 더 전에 댕기가 처음 창간되었을 때 불의 검을 만났다.  내가 아직 중학생이었던 시절.  솔직히, 그림이 이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린 눈에도 작품은 작품으로 보였다.  참 멋지고, 근사한, 그리고 놀라웠던 작품.

그 작품이, 지난 해 12년 만에 완결을 맺었다.  얼마나 기쁘고 또 아쉽던지...

그렇게 멋진 결말이 될 거라고,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긴 시간의 연재 동안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고 처음 의도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멋진 마무리라니, 존경스럽고 또 감탄했다.

김혜린 만화의 특징 중 하나.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  악인일지언정,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고 또 절박함이 있으니, 그를 옹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그녀의 작품 속에는 늘 녹아 있었다.

수하이 바토르도, 카라도, 마리안도, 누구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참 좋아한다.  고아한 멋이랄까.  '만화'라고 하는 장르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0순위가 바로 김혜린 석자이리라.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동양의 멋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우리네 고유의 '한'의 정서가 살아 있고, 그것을 응축하고 견디고 버티고 또 풀어내는 맺음의 힘이 있다.  소서노의 이미지가 딱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바리의 눈물 겨웠던 노래와 헌신, 그리고 예뻤던 사랑을, 아라의 고단하고 대견하고, 그리고 단단한 사랑이, 가라한 아사의 서럽고 따뜻한, 가슴 깊은 사랑이 어디 하나 충돌하지 않고 하나이되 여럿으로 섞이어 모두의 마음을 촉촉히 적실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작년에는, 불의 검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시사회 당첨 한 번, 내 돈 주고 한 번, 그리고 방송으로 몇 차례...

그렇게 재탕 삼탕을 하면서도 푹 빠져서 한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덕분에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씨에게도 홀딱 반했고...

그렇지만, 창작 뮤지컬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재미도 있었고 노래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원작의 감동은 절대 따라가지 못했다.  내 옆자리 어느 여성은 원작을 읽지 못한 탓에 뮤지컬만 보고도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아는 나로서는 뮤지컬 자체는 너무 부족했다.(물론 내가 재밌게, 즐겁게 보았다지만...)

가라한의 강인한 인내가, 아라의 확고한 믿음이, 소서노의 바라봄이, 마리한의 참아냄이, 모두모두... 마음에 맺혀 누구에게든 소문내고 같이 흥분하고 감동을 나누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 참 섭섭하다.

단행본과 애장판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애장판은 솔직히 많이 무겁다. 글도 많은 편이라 들고 보려면 손목 꽤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갖고 있으면 뿌듯하다. 좀 비싸기도 했지만..^^

가슴에 담겼던 대사가 참 많았는데, 그 중 마지막 편의 이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너희 왕은, 누가 피를 흘리는지, 누가 침을 흘리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현명한 지도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삼천포로 살며시 빠지면서 글을 맺는다.  아무튼 어쨌든 하여간 적극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슴 속 작은 다락방 - 어른들을 위한 열두달의 동화
바오밥나무 글.그림 / 부광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독자 평점이 좋아서... 그냥 동화가 읽고 싶어서, 어느날 갑자기 가볍게 샀던 책. 그런데 읽어보고 대략 실망...;;;

내 가슴이 마른 탓인가? 난 도통 이 책을 보고 감동 깊었다 내지 좋았다라고 한 사람들의 반응이 잘 납득이 안 간다.  열두 달에 맞추어 열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끔 '표현이 좋다' 정도 외에는 이렇다할 여운도 감동도 없는 것이다.

설마 끝까지 이러겠어? 하면서 보는데 끝까지 그러더라...;;;;

그림체도 나하고는 조금 안 맞았다.  꼭 감각 없는 꼭두각시 인형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감이 가지 않았다.  제목도 이쁘고, 글쓴이와 그림 그린이의 필명 '바오밥 나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심어준 결과일까.(바오밥 나무를 떠올리면 으레 어린왕자가 떠오르게 마련이고, 그러면 순수... 이런 단어가 또 연상되기 마련이지 않은가.)

결국, 생각해 보면 평가라는 것은 각자 고유의 영역이고, 그에 따른 감동이나 느낌도 개개인 고유의 것이다.  모두가 즐겁고 재밌게, 혹은 감동 깊게 보았다고 해서 내게도 그러리란 법 없고, 내게 좋았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그러란 법이 없으니...

그래서, 함정과도 같은 서평을 너무 의존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런 장르 '성인을 위한 동화'와 같은 타이틀을 단 작품은 더더욱 말이다.

뭐, 나도 안다. 이래놓고 어떤 책을 고르려고 할 때 서평이 전혀 없으면 불안하고, 서평에서 좋다고 하면 일단 마음이 동하기부터 하는 나라는 것을....;;;

귀 얇고 마음 약한 그대의 탓을 누구에게 하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드문 2 - 애장판
황미나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내 꿈은 만화가였다.  과거형으로 말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만화가와는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어리던 시절 처음 만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작가가 바로 황미나 선생님이었고, 첫 작품은 "주의 어린 양 아뉴스  데이"였다.

그 후 꽤 오랫동안 그녀의 작품을 탐독해 왔다. 상당수는 소장하고 있고, 채 구하지 못한 책들도 언젠가는 꼭 구하고 말거라고 늘 다짐 중이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몹시 애독하던 작품이다.  물론, 지금도 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고 것은 당연한 일.

그 시절, 그래도 꿈많고 감성 풍부하던 여고생이던 그때에 참 나를 많이 울렸던 작품이었다.  작가는 당시 건강이 몹시 안 좋아서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매진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일까. 매 회마다 그토록 절절하고 가슴을 울렸던 것은,

초기 지구에서의 내용은 그래도 매우 소프트한 편이었다.  그런데 작품의 배경이 시그너스로 옮겨가면서는 매번 내 감정에 불을 지르기 일쑤였으니... 당시에는 격주간지에 연재를 하던 터였는데, 그래서 보름마다 나는 책방을 기웃거려야 했고, 책을 보자마자 다음 날이면 주변 내 친구들에게 다음 회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내 취미는 읽은 만화책 고스란히 다시 재연해주기였다^^;;;

그림이야 보여주지 않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대사야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었으니, 대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필라르같고 사다드 같고 아즐라 같아서, 그 다양한 캐릭터의 다양하고도 안타까운 삶을 얘기하자니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또 그때엔 하드보드지로 직접 만드는 필통이 유행이었는데, 필통의 포장을 레드문을 복사한 그림으로 했었던 나는, 지금도 내 오랜 친구로 남아 있는 단짝 친구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필통에는 내가 제목으로 썼던 바로 저 대사가 적혀 있었다. ^^;;)

레드문은, 엔딩까지도 절절했다.  사실, 그 이상의 더 완벽한 엔딩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상 행복한 내용도, 그 이상 비극적인 내용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그 최선의 선택이 나는 안타까웠다.  그들의 행복함에, 그들의 애통함에 참 오랫동안 가슴이 아려 '레드문' 석자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이제 그 책이 애장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몹시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살부터 빼야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작가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며, 그래서 그의 아름답고 소중한 작품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꿈을 주고, 멋진 환상도 주었던 그녀가 건강으로 인해 작품 활동이 어렵다면, 그조차 그녀의 쾌유를 빌며 기꺼이 기다릴 만큼 그녀의 건강을 나는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채 나오지 못한 다음 작품까지는 양보하지 못하겠다.  언제가 되든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서 언젠가 나의 자녀가 자라서 내가 만났던 그 시절의 나이만큼 되었을 때, 똑같이 그녀의 작품들과 교류하기를 바란다.  모녀가, 모자가 함께 받은 감동을 나눌 그날이, 지금부터 벌써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