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특별판 2 Chapter 3, 4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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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를 처음 알게 해준 것은 야와라였다.  당시 학교에 돌고 있던 해적판으로 본 것이었는데 사실 그때는 작가가 누군 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음에 알게 해준 것은 해피였고, 마스터 키튼을 보고 몬스터를 만났다.  그때의 느낌이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그것도 스릴러와 공포물을 적절히 섞어 놓은 아주 진지한 심리물로.

지금이야 작품이 완결되었으니 다시 들쳐보아도 여유가 있지만, 한권 한권 기다리는 것은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그림도 맘에 들었지만 스토리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스토리 작가는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인간이란 원래 선하게 태어났다를 단숨에 뒤집을 것 같은 캐릭터 요한.  한 배에서 쌍둥이로 태어났음에도 그의 동생 니나와는 또 어찌 그리 다른지...

주인공은 그저 도의대로 먼저 들어온 환자를 시술했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인생을 그토록 위험하게, 그리고 심난하게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를 믿어주는 사람과, 그를 절대 범인으로 생각하고 쫓는 경감까지, 숨막히는 추적이 작품의 끝까지 이어진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는 그 힘이 놀라울 지경.

그런데, 작품의 마지막은 좀 아리송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아도 속 시원히 대답하는 이가 없다.  다들 나만큼 갸우뚱 했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열린 결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결말이 난 싫다...T^T

이 만화는, 보는 내내 영화로 제작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오버해서 다빈치 코드 같은 기대치를 불러오지 않을까?  영화가 아직 개봉되지 않았으므로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

특히 나는 목요일에 책 읽어주는 학생을 기다렸는데, 사실은 금요일에 나타난 요한 편이 제일 무서웠다. 으... 귀신 얘기 못 듣는 나는, 그 이야기가 귀신 얘기만큼 무섭고 섬뜩했다. 그의 얼굴에 잔잔히 퍼지는 미소란...ㅡ.ㅡ;;;;

대체 이런 얘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의 머리 구조는 어떤 것일까.  외계인일 지두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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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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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날도 덥지만, 이 책의 리뷰를 쓰자니 갑자기 가슴 속에 화가 치미는 착각이 인다... 음, 오버인가?

영조는, 그닥 나쁜 왕은 아니었다.  그는 애민군주였고, 탕평책을 시행하려고 많이 애썼다.  정조의 보위를 지켜주려 애썼고, 발빠르게 움직인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그는 좋은 할아버지는 되었을 지언정, 좋은 아버지는 되지 못했다.  아니, 모두에게 그랬다는 것이 아니고 유독 사도세자에게만은 그랬다.

처음 그가 얼마나 사도세자를 아끼고 자랑스러워 했는 지를 안다면, 그 배신감은 더 커진다.  그는 히스테릭했고, 권력의 비정함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었고, 다른 면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 만큼 그에 비례해서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첫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세제시절 보였던 불충한 모습, 부도덕한 모습이 없었더라면, 그는 그렇게 모순 덩어리 임금이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그토록 잔인한 아버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어리석은 단어지만,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책은, 사도세자의 출생 전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들, 그리고 죽음 이후 그의 아들 정조가 즉위해서의 일까지를 시간 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조가 선왕 경종시절에 보였던 행동들과 그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또 그렇게 올라가자면 숙종 시절 사약을 받은 장희빈의 이야기를 짚지 않을 수 없고, 더 올라가 현종 시절 예송 논쟁과 효종 시절 북벌 논쟁과 그 앞서 인조 때의 친명반청 정책과 소현세자의 비극, 그 위에 쫓겨난 광해군의 이야기, 조금만 더 올라가서 임진왜란 부터 시작을 해야 제대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줄기를 타고 있고, 어느 것도 홀로 독립하지 못한 채 유기적인 연결로, 악연이 끈을 잇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이미 멸망했어야 할 조선 왕조가,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양반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인 무리수가, 몇 백년 뒤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비극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사도세자는 아버지 복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 복도, 사돈 복도, 마누라 복도 지지리도 없었다.  그의 장인 홍봉한이 보인 행동들과 혜경궁 홍씨의 행태 또한 복장이 터지고도 남을 일이니... 사람이 이렇게 박복할 수도 있을까 싶다.  게다가 그의 또 다른 비극은 그의 아들 정조 대에도 이어지는 처절한 싸움과 죽음이니...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을 만큼 가엾은 사람이다.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의 함정으로 우린 오랫동안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느니의 음모를 그대로 믿으며 살아왔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도 그렇게 설명해 주셨다.(ㅡ.ㅜ)

내가 직접 그의 삶 속으로 뛰어들가 보니, 알려진 것과는 정말 딴판이었다.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면 동 저자 이덕일의 "여인열전"을 참고하시길~)

나는, 솔직히 눈물도 났다.  그의 아들 정조가 오랜 인고 끝에 임금이 되었을 때, 즉위 일성이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니라"라는 한마디였을 때, 왈칵! 쏟아지는 울분과 설움을 참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재밌었던 것은, 내게서 그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도 같이 울었다는....;;;;;

살아서 잘할 것이지..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 마음에 귀 기울이지... 영조는 아들에게 '시호'만을 내려주었다.  너를 생각한다... .너를 애도한다.... 빌어먹을(ㅡㅡ+++)

말이 거칠게 나온다.  또 다시 울컥! 해버렸다..;;;

영조는, 재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오랜 시간 사도세자의 죽음을, 자신의 과오를 아파하고 후회했을 것이다.  후회했다고 해서 그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후회했다면, 후회한 이상으로 반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졌어야 했는데, 거기에서도 그는 비겁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정조에게 짐이 되어버렸고, 그의 치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권력'이란 부자 사이에도 나누지 못한다지만, 형제의 피를 보고 올라간 자리에서 자식의 피까지 보았다니, 그 사람 영조도, 참 가여운 사람이다. 동정은 보이지 않겠지만, 참 불행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며칠 전 만화 '궁'을 보았더니 거기서 영조와 사도세자에 비유하면서 주인공 신과 아버지 임금을 얘기하던데, 역시나 화딱지 나서 혼났다.  솔직히 갖다 붙인 격이 되어 있기도 했거니와, 그렇게 다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름을 보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꿈 속에서 사도세자를 보았다고까지 하니, 저자 이덕일씨도 심적으로 참 번민이 많았을 것 같다.  2차 사료로 보는 독자가 이럴진대, 1차 사료를 파고든 역사가의 입장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이렇게 독자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길을 만들어주어서 언제나 고맙기만 하다.  늘 좋은 소리만 듣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변함 없이 노력하고 애써주어서 참 고맙다.  그러면에서 나는 복받은 독자다.  물론, 읽다가 열불이 나기도 하지만. ^^

"조선왕 독살 사건"과 더불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조선 후기의 역사를 아주 리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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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막신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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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우리 가슴에 불을 지피곤 했다.  일본 사람 개개인을 미워할 이유야 없지만,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의 전체성은, 우리가 쉽게 화해를 하기에는 지나온 역사의 골이 너무 깊다.

가장 가까운 역사 속 기억으로 제 2 차 대전을 떠올린다면, 비록 우리가 그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아닐지라도 가슴이 타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애써 그들의 희생과 피해는 외면하려고 했다.  차마 '당해도 싸!'라고 대놓고 말은 못해도, 적극적으로 안타까워하고 가여워하지도 못했다.

그런 마음들에 이 책이 경종을 울려주었다.

2차 대전 중의 일본, 조선인이나 일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겁에 질려 있고, 전쟁의 공포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시절, 그럼에도 작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로 고민하고 감격하고 마음 분주한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조금 부어 있기도 했다. 일본 애들을 이렇게 불쌍하게 묘사해도 돼?  갸들이 피해자면 우린??? 뭐 이런 쪼잔한 마음으로.. ^^

다 보고서, 조금은 부끄럽게 책을 덮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의미 없는 편가르기로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어버린 게 내 마음 같아서 말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제대로 알지도, 알 수 없던 일반 민중들이라면, 게다가 가난하고 가엾은 그들의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역사적 배경은 먼 딴 나라 이야기일 뿐, 당장에 살아남는 생존 이상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폭격이 쏟아지는 그 거리에서 그래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생존에 안심하며 위안을 찾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애써 편견을 고수하려 한 내 마음이 참 못나 보였다.

권정생 선생님이 처음 이 책을 집필했을 때의 반일 감정은 더 심했을 터인데, 그분은 어떤 화해의 손짓을 하려 이 책을 쓰시기로 하셨을까.  그 마음이 숭고하고 놀랍고 존경스럽다.

전쟁이란 승자도 패자도 모두 아프고 괴롭고 서러운데, 그렇지만 게 중에서 가난하고 어리고, 거기에 여자가 더 비참해지곤 하는데, 그 피차 서러운 이름들에 '나라'부터 들먹이는 것도 도의가 아닌 기분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나라 이름이 주는 '전체성'을 여전히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먼저 우리의 역사적 배경부터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다만 전쟁은 끔찍한 것이야.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해~!! 정도로 끝내야 하는가.

의문이고, 숙제이다.  좀 더 배우고 성숙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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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지구촌 시사
서경숙 지음 / 자우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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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온 책 '지구촌 시사 따라잡기'의 개정 증보판이다.  당시 그 책을 읽었을 때 너무 재밌고 유익하게 읽어서 구하고 싶었는데 절판이었던 터라 잠시 절망했는데, 다시 이 책이 나오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저자가 현직 사회 선생님인 까닭에 배경적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다.  마치 내가 학생의 입장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 그런 기분. 

고리타분한 강의가 아니라 눈 초롱초롱하게 뜨고 귀 기울이는 그런 명강의 말이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역사를 더 많이 공부하고 관심을 주고 있지만, 현재 세계가 흘러가는 흐름이라고 어찌 무관하겠는가.  그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적 공간적 역사적 배경에 근거한 설명은 지난 한 세기가 금세기를 아울러 씨실과 날실을 정교하게 교차해주고 있어 급변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가정당 한 권씩 구비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제법 두께가 있고 무게가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금세 볼 수 있다.  다음 내용이 쌓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작가의 부지런함으로 보다 더 빨리 새 책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건 여담이지만, 표지 속 선생님, 정말 이쁘시다. ^^ 그래서 별 다섯은 아니지만, 별 다섯을 충분히 주고도 남을 만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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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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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 정말 오래 전 수능 시험을 보았을 때 예문으로 나왔던 책이다.ㅡ.ㅡ;;;;;

음, 언어영역 그 문제를 맞추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끝없이 나열되던 작자를 슬프게 한다던 것들의 이름들과 역시 쉼없이 이어지던 쉼표들에 경악했던 기억은 분명히 난다.(ㅡㅡ;;;)

이 책은 오래도록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다. 둘째 언니가 고딩 시절 읽었던 책이라니 참 오래되었다. 울 언니 왈, 난 고딩 때 이 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었다고 뻐기던 기억이 역시 선명히 난다...;;;;;

아무튼, 내가 다시 이 책을 보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꽤나 오래 지나서의 일이었다.  무심코, 눈에 띄길래, 그때 날 약올렸던 그 책... 하면서 집어 들었다. 얇은 책이어서 금방 보겠거니.. 하며 보았지만 생각보다 진도는 빠르지 않았다.

일단 오래된 책이라 줄간이 좁았고, 글씨체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신명조에다가 폰트 자체가 작았다.  그리고......ㅠ.ㅠ

내가 또 아주 싫어하는 쉼표의 나열들... 싫다고 하는 것들이 뭐 그리 많은지...;;;;

음. 작가가 우울병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난 잠시 생각했었다...ㆀ

사실 독일어를 알지 못하지만, 독일 문학을 읽다 보면 선입견 때문인지 좀 딱딱하다고 느껴지게 된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글보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작가도 번역도 모두 딱딱했던 게 아닐까. 난 네모의 꿈 노래를 독일어 에세이로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너무너무 별로인 책인 것도 아니었건만, 내게는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별 네개인 까닭은?

어디까지나 나한테 안 맞았을 뿐이고,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그가 느꼈던 것들에 전혀 공감을 못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되었으니까.

아무튼, 일상 소사에서 자잘한 감동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감수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의미도 될 테니까.  조금 무딘 독자는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작가는 그것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조차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이 되어버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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