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재능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고 기회가 닿기만 한다면 분출할 준비를 하며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었고, 영화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소설을 쓸 거라고 그닥 기대해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멋진 소설을 써 내었고, 또 그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기발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가 활동을 한 영화라는 영역이 그의 상상력을 더 키워주었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을 이동하여 에피소드가 발생한다는 설정은 간혹 우리가 봐오던 설정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는 설정은 매우 독특했다.  게다가 이 판타지적 소설의 제목이라는 것이 고전 소설의 대미이기도 한 "제인에어"를 납치한 내용이라니.. ^^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내 마음에 맞게, 나의 구미에 당기에 작품의 결말이나 설정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정말 내 맘대로 바꿔보겠다는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작가는 그것을 멋지게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용기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제인에어의 결말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처음 설정이 그보다 밋밋했다는 내용으로 진행했지만, 그래도 멋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아주 매끄럽거나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미숙함마저도 장점이 될 만큼 작품이 재미 있었다. 제법 두께가 나가는 편이지만 금세 읽을 만큼 재미있다.  그의 다음 작품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아마 첫 작품이 나왔던 시간 만큼 오래 걸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알라딘에 접속했는데, 재스퍼 포드의 신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몹시 설레일 것 같다.  기분 좋은 기다림에 또 하나의 책이 추가되는 것 뿐이니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 세기까지도 이 책은 두고두고 읽혀질 것 같다.  인류가 정신 번쩍 차리고 환경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한 이 책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직접 라다크의 일상으로 뛰어든 작가의 그 투철한 직업정신은 차라리 장인 정신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앞부부은 라다크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 할애했다.  문명화되지는 않았을 지언정 그들의 삶에는 지혜와 또 모르는 사이 과학적인 삶의 리듬이 자리하고 있었고, 피부로 맞부딪치는 정감 어린 교류가 있었다.  물질적으로 풍부하거나 넉넉하지는 않아도 그들은 자족하며 살 줄 알았고,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부유한 것처럼 보였다.  책의 후반부는, 그랬던 라다크가 변화의 바람을 맞으며 어떻게 달라지는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 가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는 기분이어서 좀 씁쓸하고 안타깝고 그런 기분이었다.  법 없이도 살 것처럼 순박했던 사람들의 어떻게 각박해지고 강퍅해지는 지의 모습을 재생한 기분.  그래서 서구의 자본주의와 그들식 개발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미 그 시대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사는 처지로서 대놓고 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어쩐지 우리는 선택의 기회마저 없이 무조건적인 선택의 강요를 받은 것은 아닌가 싶어 말이다.

비록 라다크가 때타지 않았던 그 순수함을 조금은 훼손되었을 지는 몰라도, 그들은 스스로를 정화해 나갈 능력이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또 그 사실을 믿는 사람은 나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 자신일 테니, 우리의 역사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판은 이제 절판이고 개정판이 나왔지만, 여전히 뻣뻣한 질감에 신명조 글씨체에 빽빽한 줄간에 불만이 좀 많지만, 그래도 책의 내용이 좋으니 다 용서하련다.(안하면 우짤거라고...;;;;;)  좋은 책의 특권이란, 다른 무언가가 부족해도 얼마든지 용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 자격이라는 게 바로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우리가 알고도 모르는 척, 없었던 척 하는 바로 그 오래된 미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 그 여자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FM 음악도시도 개편으로 사라지지만, 한 때 음도를 가장 기다리게 만들었던 시간이 바로 "그남자 그여자"였다.  작가가 풍부한 경험을 가진 것인지, 상상력이 탁월한 것인지...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짤막한 글을 나누는데, 그 대화들이, 그 이야기들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너무 잘 반영하고 있어서, 현실보다 더 리얼한 소설로 읽혀지고 들렸었다.

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는 흔한 사랑 타령이겠지, 라며 가볍게 치부하고 말았는데, 정작 책장을 펼쳐보니 그게 아니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그들의 심리 상태,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야 할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2편보다는 1편이 훨씬 좋았다. 현재 3편이 나왔는데, 그것도 어서 읽어야겠다.  다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1권에서 인상깊었던 내용은 왼손으로 편지 쓰기, 남자친구 자취방에 쪽지 숨겨두고 보물 찾기 하기. 동상이몽, 남자친구를 맘에 담고 있는 후배에게 옷 벗어준 뒤 싸웠던 이야기 등등....

그밖에도 맘에 남는 내용이 많았는데, 놀라운 것은, 이미 성년이 된 지 오래인 나와 마찬가지로 여고생들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깊이 공감하는 것이었다.  여자 특유의 그 공감대가 놀랍고 재밌어서 한때 몹시 신이 나기도 하였다^^

작가가 스페인 여행기도 쓰고 그랬는데, 이같은 글이 나오는 바탕이 혹 여행일까? 단순한 생각도 해 보고, 그녀가 보고 듣고 겪었던 많은 추억들에 어쩐지 내가 고마워지는 느낌이다.  아마 나같은 사람이 꽤 많을 테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추억을 되살릴, 그것들을 재활용할 방법을 다른 곳에서 찾는가 보다.  아픈 추억이든 기쁜 추억이든, 추억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린 애틋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 주니까. 그렇게 나이를 먹고 공감하고 또 이해하게 될 테니까.

책 한권으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더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명의 아픔 - 박경리 생명 에세이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많이 무겁고 그만큼 불편하기도 했답니다.  작가는 아무래도 식민지 치하의 기억과 한국 전쟁, 그밖에 이념으로 인한 고초와 설움을 많이 받으신 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 전반적으로 비장감과 삶의 무게 등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환경과 생명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하나 그른 것이 없이 공감할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쉽게 고개 끄덕이기 어려운 것은 뭐랄까요.  일종의 벽 같은 것?

우리가 알지 못한, 겪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이, 그 흔적들이 글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흐름을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서평 쓰신 분들도 비슷한 지적을 하셨는데, 글이 많이 무겁습니다.  단순히 에세이나 수필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요.

개인적으로 토지를 책으로 접하지 못해서 선생님의 글 분위기가 어떤지 비교를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설마 토지도 이런 분위기는 아닐테지요^^;;;;

빨리빨리 읽히지는 않지만, 몇번 되새기며 읽어볼 여지를 줍니다. 또 그렇게 해야 읽혀지는 것이 사실이구요.  깊이 생각하고 잠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가끔은 좋다 여겨집니다.  생명의 아픔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함께 느껴 보자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바람 S-1 : 미송원목에 가격부담없는 독서대!!~무료 배송~~
국내
평점 :
절판


만 하루만에 도착했네요. 배송도 빨랐고, 디자인도 맘에 듭니다.

원목 질감인데 무척 가벼워요. 도서관 같은 곳에 갈 때 휴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에 아무 무늬가 없었다면 밋밋했을 텐데, 나뭇가지 문양이 있어서 운치있어요.

아마 이것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나갔겠죠. 그래도 몇천원 더 주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고른 것 같아 기쁩니다.

제 경우 마일리지로 사서 현금은 거의 안 들었거든요.

어쩐지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준 것 같은 기분이에요.

고개를 꺾고서 책을 보면 혈액순환 장애 등 여러 순환 장애가 오고, 그러다보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졸음이 몰려온대요. 그 소리 듣고 바로 주문했어요. 건강을 위해서도, 또 바른 습관을 위해서도 필요한 듯 싶어서요.

실용적이고 이쁘고, 여러모로 만족합니다. 적극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