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잔해 더미에 쪼그려 앉아
나무를 심고 있는 로스니 할머니를 만났다
타는 불볕 아래 도저히 살 것 같지 않은
어린 파파야 망고 끌라빠 아슴나무

평생 소망이던 메카 순례를 다녀와 보니
집도 남편도 아들딸도 손주 녀석들까지
한꺼번에 쓰나미가 쓸어가 버렸단다

이 폐허 위에 무엇이 더 남았다고
홀로 어린나무를 심어 가는 걸까
할머니는 땀을 훔치며 말씀하신다

보다시피 난 이제 살날이 많지 않다오
생각해 보니 내가 이 마을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 나무를 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오
흙심도 없는 곳에 나무를 심는 게
이 어린 것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쩌겠소
이 어린 것들이 날 이렇게 붙잡아 주는 걸

손주라도 하나 살아남았더라면
이 나무들을 끝까지 지켜봐 줄 텐데...
이 나무들이 자라나고 누군가 여기에
다시 집을 세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로스니 할머니는 오래 참아온 눈물을
시들거리는 나뭇잎에 떨구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고개를 떨구며 깨달았다
남김없이 절망한 사람만이
욕심 없이 희망할 수 있다는 걸
진정한 희망은
희망 없이 희망해야 한다는 걸
절망은 개인적일 수 있지만 희망은
개인의 희망을 넘어선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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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쓸려가던 아내도 아이도
건져내지 못한 죄 많은 손으로
그물을 던진다
그물을 던진다

폐허의 물둥지에 그물을 던지면
묵직이 건져 올려지는 건
깨진 벽돌이나 잔해들이지만
한두 마리 은빛 물고기도 있어
아, 그러나 나는 지금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다
그물이라도 전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이다
홀로 남아 던져진 무거운 목숨을, 절망을,
감사할 수 없는 삶을 살아 견디기 위해서이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이제 내 곁에는 피붙이 하나 없고
나에게는 할 수 있는 일거리 하나 없어
이대로 폐허 더미 속에 주저앉아
폐인이 될 수는 없어서이다

그물 가득 끌어올려지는 잔해들 틈에
파닥이는 작은 물고기들
빈 손바닥에 가만히 느껴지는
이 눈물 나는 생명이라는 것
이 할딱이는 목숨이라는 것
희망 없는 희망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이다

건기의 불볕 아래 그물은 던진다
아무 욕망도 바람도 없이
절망의 그물로 절망을 던진다
파닥이는 목숨과 목숨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이 그물
그물을 던진다
그물을 던진다
이 절망이 다 할 때까지
남은 슬픔을 던진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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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있나요
보고 싶고 울고 싶고 안기고 싶어요
만일 생존해 있다면 어디에 계신가요
만일 돌아가셨다면 무덤이 어딘가요
내가 자라 성인이 되면 무덤을 찾아가
꽃을 바치고 기도를 드려야 할 텐데

슬픔은 우기처럼 쏟아져도
나에게는 비를 가릴 처마 하나 없어요
고통은 건기처럼 내리쫴도
불볕을 피할 나무 그늘 하나 없어요
우리 삶의 길은 하느님이 정해 놓으셨으니
비록 어려울지라도 하느님이 원하신 대로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아체의 언덕에 피어난 어린 꽃송이들
꽃은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렸어요
파도에 살아남은 작고 어린 꽃송이들
그 꽃은 이제 향기가 나지 않아요
바람에게 향기도 전해주지 못한 채
이대로 울다 시들어 가야 하나요

하느님,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지 마세요
넘어진 아이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당신마저 저를 내버려 두신다면
어린 몸에 돌을 지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쓰나미가 모든 것을 쓸어 갔을지언정
저는 아직 작은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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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저에게 화를 내고 계신가요
여기가 세상의 심판대인가요
인도네시아의 검은 머리라 할 수 있는
아체를 이렇게 날려 버렸어요
아무 경고도 없이
아무 자비도 없이

제가 당신을 아프게 했나요
그래서 온 지구를 흔들었나요
왜 하필 아체였나요
아체는 이미 울고 있는데
밤마다 사라져 간 별들이 발 밑에서 우는데
총살당한 부모 품에서 살아나온
저 아이가 또 무얼 잘못했나요
밀림의 스무 살 이농발이 무얼 잘못했나요
쓰나미로 몰려든 외국인이 떠나면
여긴 다시 계엄의 공포인데
저는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요

푸른 바다 물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드러운데
사람들은 이젠 잊어버린 채 웃고 마시고 분주한데
하늘이여 눈물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나요
착하고 가난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나요
이미 당신께 속해 있는 자의 희생이 더 필요했나요

오 하늘이여
오래된 제 눈물은 흘러도 좋아요
그러나 피지도 못한 아체의 아이들은 받아주세요
울 힘마저 없는 사람들은 받아주세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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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2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무슨 말씀을..^^;;; 이 책 읽다가 지금 가게에 나와 있는데, 보다 자꾸 울어서 책은 두고 나왔어요. 근데 저 이 책 읽다가 님 생각이 났었더랬어요^^;;;
 
 전출처 : 짱꿀라 > 행복한 가정에 꼭 있어야할 10가지

행복한 가정에 꼭 있어야할 10가지  
 

1. 용서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지구상에서 용서받을 곳이 없게 됩니다.

2.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짐승들과 살 수밖에 없습니다.

3. 대화의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말동무를 찾지 못하면
전화방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4. 골방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공간(수납장, 옷장, 공부방, 화장실 등)이
많을수록 인품이 유순해 집니다.

5. 안식이 있어야 합니다.
피곤에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정에 없으면 밖으로 나갑니다.

6. 인정(認定)을 해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바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7. 유머가 있어야 합니다.
유머는 가족 간의 정감을 넘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8.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연장자가 아니라 언행에
모범을 보이는 어른이 계셔야 합니다.

9.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은 꾸짖고 잘한 것은 칭찬해 주는
양면성의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10.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면
가정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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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평온해야 마음이 평온하고
가정이 아름다워야 사회가 아름답고
가정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합니다.
이기심, 무관심, 지나친 기대 등을 버리고
그 자리에 사랑과 신뢰를 심으세요.




- 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삶의 선행조건입니다. -

출처 :  www.m-let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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