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만치 2 - 단심의 여인들
이익준 지음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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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통일의 주역이 신라였던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구려의 그 광대한 영토를 모두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에 있어서 IF란 아무 의미가 없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젊어 잘 나가던 때 있었노라고 큰소리 땅땅치는 노년의 모습처럼 괜시리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그닥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  삼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게 되면, 혹은 고구려나 백제의 드넓었던 영토가 언급될 때가 되면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주는 작가의 속내가, 그리고 그런 속내를 드러내게 만드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서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랬다.

작가는 치우천황의 이름을 등장시키며 중원 땅을 지배했었던 때를 그리워한다.  고구려의 평양은 압록강을 훌쩍 뛰어 넘어 요동 땅에 들어가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평양은 '하평양'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백제는 황해를 건너 산둥반도와 요서 지역을 아우르며 '서백제'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역사란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치우천황이 중원을 호령했던 신화적인 존재였을 수 있다.  기간과 범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가 중국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을 의심치 않는다.  고구려의 평양이 요동지역에 절대로 있지 말란 법 없고, 백제의 영향이 미쳤던 그곳을 서백제라 칭했을 수도 있다.  그걸 전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소설이니까, 그런 가정쯤이야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아쉬운 부분은 그런 것들을 말할 때의 가치관이다. 

주인공 목만치는 백제 땅에서 위사령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변방의 성주로 내쳐지고, 그곳에서 고구려로 암행을 떠나고, 그 자리에서마저 쫓겨나자 이번엔 중국 땅으로 여정을 잡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지역은 모두 과거 백제의 땅이었었노라고 안타까워하고, 그 땅을 꼭 되찾고 말겠노라고 '사내 대장부'로서 다짐하고 또 재차 확인한다.  장군으로서, 또 남아로서 마땅히 그 정도 그릇은 가져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목만치'라는 인물이 불세출의 무장이었고 왜에 건너가 소아가문의 뿌리를 이루었다고 알고 있다.  5~6세기를 살았던 목만치라는 인물은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검으로 일가를 이루고 싶었고 또 중원 땅을 제 발밑에 엎드리게 만들고픈 야심이 있었을 수 있다.  그의 포부는 그처럼 광활했는데 나라의 국운이 기울어 뜻을 펼치지 못하고 왜로 건너가 또 다른 역사의 한 획을 그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목만치 말고 작가는, 우리의 역사가 그랬었다라는 강조를 꼭 해야만 우리가 초라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변방의 작은 반도 안에 갇힌 폐쇄적인 역사를 살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서 화려했던 영역을 거듭하여 지적하는 듯 보인다.  우리 안에 있는 자신감과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힘을 말하기 위해선, 꼭 그런 것들만 필요한 것일까?  넓은 영토를 말하기 위해선 침략의 역사를 같이 말해야 하고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백성이 삶이 같이 있었는데, 그게 꼭 그리워해야만 하는 대상일까?  또 그 대단했던 땅덩어리 유지하지 못하고 이토록 작아진 영토, 그나마도 반토막 난 이 한반도는 어찌 설명하려는지 의문이다. 

고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일지라도, 과포장된 민족주의적 시각 말고, 좀 더 사람의 영혼과 마음과 보다 중요한 가치관을 말해주는 그런 책을 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천자의 나라'를 사랑한다!)

이 책은 역사 소설보다는 무협지에 더 가까운 설정과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대뜸 이쯤에서 능욕을 당하는 여자가 나올 것 같고, 그것을 도와주는 주인공 무리가 있고, 그로 인하여 얽히는 삼각관계와 너무도 뛰어난 무용을 자랑하는 주인공의 화려한 에피소드가 나올 것 같은데 그 예상을 전혀 비켜가지 않는다.  전혀 재미가 없는 시간 죽이기용 책은 아닌데 뭐랄까... 재벌2세가 꼭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트랜디 드라마를 보는 그런 느낌이다.  '전형성'으로의 탈피가 많이 아쉽다.

빼어난 군주 밑에는 그 군주를 뒷받침 해주는 훌륭한 재상이나 명장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역사를 통해서 증명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금답지 못한 군주 밑에도 그에 어울리지 않게 훌륭한 신하들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선조 때의 이순신이 그랬고, 이 책의 배경처럼 개로왕 밑의 목만치가 대표적이다.  선조는 이순신을 거둘 그릇이 못 됐고 개로왕은 목만치와 함께 나라를 뻗어나가게 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개로왕 사후의 백제 역시 목만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번 편에서는 고구려 장수왕의 남정으로 끝을 맺었고, 3편에서는 목만치가 왜에서 어떻게 역사의 한 주역으로 등장하는 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답답했던 2권의 내용보다는 훨씬 더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마땅히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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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인 소설은 참 재미없지요~
그리고 왕의 그릇에 따라 역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오늘 충무공 탄신일이군요.^^

마노아 2008-04-28 18:1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충무로에서 충무공 탄생한 집터 비석을 보았어요. 어쩐지 뭉클했는데 탄신일이었군요. 묘하게 통했어요^^
 
목만치 1 - 칠지도
이익준 지음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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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려고 책 제목을 검색해 보고, 그리고 작가 이름을 확인해 보고서 나는 잠깐 당황했다.

작품은 일본 외신 기자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천황의 기자 회견 때 받은 충격과 단상에서 시작된 조사가 꿈나라로 이어지면서 백제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줄곧, 기자가 이 작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었다는 것을 방금 깨달은 것이다. 작가는 어디까지나 소설가였는데 말이다. 작가의 화법이 리얼해서 생긴 착각이라고, 좋게 해석하자.(정말?)

전해지는 역사서는 신라 중심의 역사로 펼쳐졌고, 국민의 관심은 늘 저 광활했던 땅을 차지했던 고구려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그래서 상대적으로 '백제'에 대한 관심은 늘 미약하거나 전무했었다.  드라마 '서동요'가 방영되긴 했지만 대장금 작가의 극본이라기엔 많이 모자라 보였고, 예쁜 선화공주만 남긴 채 작품은 잊혀졌다.

삼국의 항쟁을 수업할 때, 약 두시간에 걸쳐서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후반까지 백년의 시간을 이야기로 전달해 준다. 그치만 그때도 백제가 차지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편애해서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고구려 신라보다 적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독, 백제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하니 반가웠고 호감이 갔다.  작품의 재미만 따진다면 홀딱 반할 정도의 흡인력은 눈에 띄지 않지만, 또 꽤나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전개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흥미롭게 읽었다.  유약한 개로왕이라던가 대성 8족 가운데 하나인 목씨 가문의 목만치라는 인물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다.

멸문의 화를 당한 집안의 원수를 갚고자, 또 가문의 비기인 본국검법을 완성하기 위한 목만치의 훈련은 흡사 무협소설을 보는 착각을 일게 만들었는데 그만큼 과장도 있고 지극히 영웅스러운 캐릭터의 전개를 보여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니 성웅 이순신을 말하면서도 담백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던 김훈 작가가 참 대단하기는 했다!)

칠지도를 만드는 과정은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보는데, 일본과의 껄끄러운 입장을 생각하니 참 씁쓸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서백제'로 묘사한 그 땅을 이 책에서는 '대륙백제'라고 칭했는데, 같이 등장하는 지도에는 평양의 위치가 한반도 북쪽에 잡혀 있었다.  이런 내용과 맞닥뜨릴 때에는 늘 갈등이 생긴다. 무조건 우리 고대사를 부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계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전혀 근거 없지도 않다는 의혹도 같이 생긴다.  꿈같은 상상이지만 타임머신 타고서 수천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직접 우리 강역을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집착이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니까.

작품은 3권까지 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비유왕 사후 개로왕이 등극하면서 있었던 내분과, 그 내전을 이길 수 있게 이끌어준 목만치의 등장, 그리고 목만치의 선대 목라근자 때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의 전개에 할애했다. 목만치가 훌륭하게 성장했고,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아 여차하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을 위기에서 작품은 끝이 났다.

2권에서는 아마도 누명을 쓰고 본국을 떠나 중국으로 떠날 것 같은데, 내 관심은 그가 어떻게 일본에서 자리를 잡을 지에 쏠려 있다.  그래서 1권 첫머리에 등장한 일본 천황가의 핏줄이 백제계로 이어졌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이어가는지 궁금하다. (사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뒷 이야기를 보려면 좀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겠다. 지하철을 탈 때나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만 읽어서 빨리 읽지는 못하지만 아주 애타게 뒤가 궁금할 정도는 아니니 견딜만 하다.(미안! 그게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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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자의 역사라 백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미약한 거겠죠?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님의 리뷰가 올라오는 걸 기다릴게요.^^

마노아 2008-04-17 11:16   좋아요 0 | URL
유적도 적고, 그나마 발굴할 때 너무 무식하게 해서 훼손당한 것도 많구요. 안타까움이 많은 백제예요.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습니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경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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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엑토르는 수집벽이 있다.  그는 우표를, 면허증을, 부두의 배 그림을, 지하철 표를, 책의 첫 페이지를, 아페리티프를 저을 때 쓰는 플라스틱 막대와 과을 조각을 꽂는 플라스틱 꼬치를, 병뚜껑을, '너'와 함께한 순간을, 크로아티아 속담을, 킨더 장난감을, 냅킨을, 누에콩을, 카메라 필름을, 기념품을, 커프스 버튼을, 온도계를, 토끼발을, 출생신고서를, 인도양의 조개를, 아침 다섯시의 소음을, 치즈 라벨을, 한마디로, 모든 것을 수집했고 매번 같은 흥분을 느꼈다.

이런 그가 수집품 대회에서 2등을 받고는 좌절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은 실패했고, 그는 요양원에 있던 시간을 미국에 다녀온 시간처럼 꾸미기 위해서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보다가 한 여자를 만났고, 그녀 역시 미국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미국에 가봤던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엑토르는 사랑에 빠졌고, 끝네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그는 자신의 병적인 수집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수집 품목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유리창 닦는 아내의 뒷모습'이다.  너무나 요염하다 못해 에로틱한 그녀의 모습. 엑토르는 아내 브리짓트의 유리창 닦는 뒷모습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아내가 유리창을 닦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유리창을 더럽혀 놓고, 그 유리창을 닦는 아내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남편의 모습.... 결코 심상치 않다.  급기야는 자신이 없는 사이 유리창 닦는 모습을 놓칠까 봐 카메라까지 설치하는 엑토르.  평범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진행시키면 왠 변태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것이다.  그러나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꽤 평범치 않은 설정이지만 이들 부부, 은근히 귀엽다.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말이다. 

몰래카메라에는 아내의 유리창 닦는 모습이 아닌, 더 충격적인 모습이 찍힌다.  아내가 외간 남자를 들인 것이다.  아내가 바람핀다고 생각한 엑토르! 그러나 아내를 다그치지 못한다. 왜? 그녀의 유리창 닦는 뒷모습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리짓트는 정말로 바람을 피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데에 이 책의 특별함이 더해진다.  그리고, 엑토르가 반한 것은 그의 수집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역시 아니라는 데에 독자는 즐거운 상상을 보탤 수가 있다.  제목을 다시 쳐다보시라.  그녀에게는 에로틱한 잠재력이 있다.  엑토르 뿐아니라 그의 친구 부부도, 또 친정 아버지까지도, 그녀에게 유리창을 닦아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들은 모두 그녀의 에로틱한 잠재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엑토르, 그의 수집벽은 이미 고쳐져 있다.

많이 개방적이 되긴 했지만 한국에서 성적인 소재를 가지고 책을 쓴다면 경계되기 일쑤인 게 사실이다.  십년 전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가 개봉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의 열광과 달리 국내 반응은 차가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들의 섹스 코드가 우리 정서와 걸맞지 않은 탓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톡톡 튀는 매력과 발칙한 상상력에 감탄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후한 별점을 못 주게 된 까닭도 그와 비슷하다.  나란 사람이 그런 쪽으로 좀 더 보수적인 듯하다.

책을 다 보고 나서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디자인을 한 사람의 감각에 빙긋 웃었다.  엑토르가 미국 지도 위에 서 있는 브리짓트를 훔쳐보고 있다.  그녀는 섹시한 자세로 유리창을 닦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에 그려진 덩쿨 문양도 어쩐지 섹시하게만 보인다. 환타스틱한 느낌의 달콤한 핑크빛 표지색도 마찬가지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그밖에 표지에는 등장인물들과 그들과 관련된 갖가지 소품들로 채워져 있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이다.

젊은 작가가 만들어낸 못 말리는 페티시스트 엑토르. 그리고 그 못지 않게 톡톡 튀는 에로틱한 아내의 잠재력을 한 번 들여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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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아내의~ 라고 말할 수 없는 '아내'들이 읽어도 괜찮을까?ㅎㅎ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음, 난 뭘 수집하는지 잠시 생각해봤어요.

마노아 2008-03-09 21:2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아이들 상장, 가정통신문 등등을 모두 모으잖아요. 그거 전시장으로 만들어도 꽉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10 14:09   좋아요 0 | URL
ㅋㅋ그렇구나~ 우리집엔 온갖 잡동사니 다 있어요.^^ 나중에 전시물이 부족하지는 않겠구나.^^

마노아 2008-03-10 20:04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지금처럼 잘 보관만 하면 된다니까요.
그런데 순오기님을 상징하는 무언가도 모아둬야 될 것 같아요^^

다락방 2008-03-0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목이 짱 좋아욧 >.<


그건그렇고, 마노아님.
어제 임태경의 콘서트를 갔다왔거든요. 임태경이 1부에 [천일동안]을 불렀어요. 임태경이 부른 그 노래가 정말 너무 좋아서 감격을 엄청나게 먹었더랬지요. '이승환'의 [천일동안]보다 '임태경'의 [천일동안]이 더 좋았다고 말씀드리면 화내시려나요? 훗.

마노아님!
그래서요, 저,
임태경하고 결혼할거예욧!! 불끈!!

하루(春) 2008-03-09 22:09   좋아요 0 | URL
아니.. 임태경이 '천일동안'을?? 일단 임태경부터 찾아봐야 겠네요.
설마.. 아무리 그래도 울 보스의 원곡보다 좋았다는 건 으윽~ 비수가 되어 제 가슴에 꽂히네요.

하루(春) 2008-03-09 22:11   좋아요 0 | URL
방금 검색해 봤더니 섹소포니스트 이인관이 연주했다고 나오네요. 이인관은 이승환 밴드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에요. ^^

마노아 2008-03-09 22:29   좋아요 0 | URL
아악, 임태경 콘서트 가고 싶었어요.(>_<)게다가 천일동안이라니...정말 가슴이 쓰라려요!
언젠가 임태경이 팬모임에서 여러분 모두와 결혼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한 적 있었어요. 저도 정말 일등 신랑감이라고 생각해요. 크흑!
임태경 카페에 가보니 노래 목록이 있네요. 완소 곡들이에요. 다녀오신 다락방님 너무 좋겠다..ㅜ.ㅜ
1부

01.M'appari Tutt'amor

02.Lullaby

03.Bon Nuit, Mon Amour

04.새타령

05.Michelle

06.E lucevan le stelle

07.Lune

08.천일동안

09.열애

10.선구자

11.지금 이 순간



2부

12.C'mom Everybody

13.All Shook Up

14.Over The Rainbow

15.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16.This Masquerade

17.White Road

18.운명

19.처음 그 때처럼
20.옷깃

21.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22.포구에서

23.You raise me up



앵콜

24.What A Wonderful World

25.Can't Help Falling In Love

26.1994년 어느 늦은 밤

마노아 2008-03-09 22:30   좋아요 0 | URL
하루님, 다락방님이 이승환 버전의 라이브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ㅎㅎㅎㅎ

다락방 2008-03-10 08:23   좋아요 0 | URL
[Over the rainbow]는 원래 리스트에 없던 곡이었거든요. 그런데 분위기 너무 무겁다고 자기가 알아서 걍 불렀어요. 아하하하.

임태경이 부른 새타령은 정말 끝내주더군요!! 임태경 짱!!


마노아 2008-03-10 14:02   좋아요 0 | URL
저두 임태경 버전의 달타령 너무 좋아요. 요새 저는 변호사들 ost랑 '큐'를 듣고 있어요. 조용필과 너무 다른 음색. 그래도 엄청 매력적이에요^^

L.SHIN 2008-03-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죠. 대문 이미지에 있는 글이 좋아요.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것은 무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무죄
그렇지만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유죄
내 왕의 적을 믿는 것도 명백한 유죄
하지만 내 왕이 이미 마음을 뺐긴 사람이니 우리는 공범자...

그런데 마지막 문구는 무슨 뜻일까요? 왕이 마음을 뱄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라는 사람은 왕을 좋아하는건가요? 아니면 적을 좋아하는건가요? (이런 스토리 좋아 ㅎㅎㅎ)
아, 혹시 '나'와 '왕'이 같이 마음을 뺐긴 적이..? 그래서 공범자?
(뭐야 뭐야 이런 스토리로 만화 그리고 싶잖아~ >_<)

마노아 2008-03-10 00:06   좋아요 0 | URL
왕이 마음을 빼앗긴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반한 사람은 같은 사람이지요.
근데 두 사람이 같이 반한 사람은 적국의 수장이거든요. 이들은 지금 전쟁 중이고요.
그래서 무죄니, 유죄니...이런 말을 한 거예요.
언젠가도 읽어주었던 제 소설의 한 대목이에요. 최근에 이 부분을 읽었는데 저 대사가 맘에 들어서 대문에 걸어봤어요. 저두 이게 만화였음 좋겠어요. 호호홋^^

L.SHIN 2008-03-10 10:15   좋아요 0 | URL
오옷, 나중에 꼭 그릴게요 그릴게요!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가 취미..)
그러니까 이야기 좀 보여주세요~ (보여줄 때까지 졸라댈거야 >_<)

마노아 2008-03-10 10:25   좋아요 0 | URL
아하핫, 왜 이렇게 귀여운 땡깡을^^ㅎㅎㅎ
글로 본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사람들 너무 대단해요.
나두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는데 꿈만 꾸고 능력이 따라주지 않은...ㅜ.ㅜ
소설은 제 홈페이지에 있어요. 아하핫 알려주는 것 어렵지 않아요.
근데 여기 가입해야 읽기가 가능해요..;;;;;
elmanoa.cafe24.com
여기서 '유정정애' 클릭하고 3부에 112회였네요. 우리는 공범자 편이^^;;;;
개인적으로는 3부 59회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가장 좋아해요^^

L.SHIN 2008-03-10 15:4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입 찢어짐)

마노아 2008-03-10 17:19   좋아요 0 | URL
허억, 그럼 난 바늘 귀에 실을?(아, 말하고나니 무섭다..;;;;)

L.SHIN 2008-03-11 10:42   좋아요 0 | URL
덜덜덜덜덜덜....

마노아 2008-03-11 15:08   좋아요 0 | URL
엄훠! 내가 에스님을 놀라게 한 거야요?? 갑자기 성취감(?)이^^;;;;

L.SHIN 2008-03-12 22:17   좋아요 0 | URL
서....성취감이라뇨!! ㅜ_ㅜ (혹지 새디스트?)

마노아 2008-03-12 23:10   좋아요 0 | URL
음, 소설 한참 쓸 때 새디스트로 소문 났어요. 저의 모토는 '고통 받는 주인공은 아름답다!'였다는^^ㅎㅎㅎ
그치만 제가 어찌 에쓰님게 그러겠어요. 오호호호호홋!(이 수상한 웃음은 무엇인가!)

L.SHIN 2008-03-13 13:40   좋아요 0 | URL
오, 처음으로 우리의 차이점을 찾았군요. 전 '매조히스트' 경향이 있는데 말이죠.(웃음)

마노아 2008-03-14 00:25   좋아요 0 | URL
아앗, 그러니까 뭐랄까. 우리가 궁합이 맞군요^^ㅎㅎㅎ

프레이야 2008-03-1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건 유죄.., 지붕에 쓰인 글귀가 헉? ^^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의 범주가 애매모호,하다고 하면 이건 또 뭔 말인가?, 하실거죠?
묘한 수집벽의 남편,에 대한 책소개를 본 적이 있는데 별셋이군요.
안 읽어야쥐~ ㅎㅎ
마노아님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요~~

마노아 2008-03-10 17:19   좋아요 0 | URL
헤엣, 저 문구도, 그리고 책에 대한 감상도 지극히 주관적이어서요^^
책은 매력적이었는데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박하게 별 셋이에요~
혜경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셔요~ 이젠 정말 봄이에요^^
 
율려낙원국 1 - 도적 포획기
김종광 지음 / 예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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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허생전은 효종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김종광의 허생 이야기는 영조 말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길동이 세웠다는 율도국의 지도를 어렵게 마련한 허생이 과일 장사와 말총 장사로 번 재화를 기반으로 변산의 도적떼를 모두 데리고 제도로 들어가 그곳에 낙원을 만들어 '율려국'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게 기본 설정이다.  그렇다면 그 율려낙원국에서 백성들은 진정한 유토피아를 맛보며 모두가 평등하게, 아름답게 잘 살았을까?  그랬다면 두권 분량의 책이 나왔을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재미가 없었을 지도..;;;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미셸 투르니에가 비틀어 패러디 소설을 쓴 것처럼, 작가 김종광도 패러디 문학 허생전을 재차 패러디하여 파란만장한 낙원 건설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이것은 율려낙원국 300년 역사의 초창기 일년에 해당하는 내용일 뿐이란다.  작가가 평생에 걸쳐 구축할 그 세계의 초반 이야기 맛뵈기에 불과했다는 것.

1권은 조금 시쿤둥하게 읽은 편이다.  모순으로 점철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데체 많은 지면을 할애했기에 등장인물들의 변화하는 심상이 거의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낙원을 건설하겠다 큰 소리를 친 허생은 '평등사회'를 말하지만 그 자신이 이미 양반 지상주의자였고, 변산의 도적떼들은 출신이 한미하고 살아온 과정이 험했다 하지만 인간의 도리를 모르는 자가 너무도 많았다.  변산의 4천 도적떼가 순순히 허생을 따라온 것이 아니기에 그 과정에서 피흘림이 있었고 알력도 오갔지만, 어쨌든 그들은 신기루가 등장하는 험한 뱃길을 뚫고 제주도만한 큰 섬과 울릉도만한 섬 네개와 그밖에 여러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에 무사히 도착한다.  그곳에는 풍랑을 만난 왜구의 무리가 있었는데, 이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도 모순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허생은 왜구를 죽이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인간 대접해 주지 않았고, 그들을 노예 부리듯 하는 율려국 사람들의 처사를 방관했다.  그가 주장하는 평등과 자유는 매번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았고 공평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처음 몇달 간은 이 새로운 세상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공동 조직 두레가 제 기능을 발휘했고, 사람들은 집을 짓고 땅을 일구고 열심히 노동에 종사했다.  기후 좋고 땅도 기름진 그곳은 오곡이 풍성한 땅이었다.  곧 창고마다 곡식이 가득했고, 조선에서 굶주리고 헐벗고 살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이들은 기름진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허생이 낙원을 건설하면서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 네 가지가 있는데, 술/도박/간음/종교였다.  이 네가지가 꿈틀 대면 제도가 무너지고 사회 기강이 흩어지고 힘들게 이룩한 모든 공이 다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방지하거나 처벌하는 데에 있어서 문제가 많았다.  걷잡을 수 없이 온 섬에 네 가지의 광풍이 휘몰아치자 '독재정치'로 둔갑을 해버렸던 것이다.

허생의 경고를 허투루 들은 자들은 한쪽 손목아지가 잘리거나 양쪽 손목이 잘렸고, 그 다음에는 모가지가 잘려나갔다.  공포정치는 무고한 희생자도 내었고 교묘히 피해 나가서 화를 면하는 자도 생겼으며 억울한 연좌제도 만들었다.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무수한 경찰이 탄생했고, 이들은 권력을 손에 쥐면서 조선에서 보았던 무수한 탐관오리들을 답습하였다.  오로지 허생만이 눈멀고 귀멀어서 자신의 충복들이 가장 썩은 무리들이라는 것을 모른다.

허생은 공동생산을 시켰지만 공동소유가 아닌 개인소유를 인정했다.  그리하지 않고는 열심히 일할 의욕을 잃어버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개인소유가 인정되자 그 소유물로 투기가 벌어지고 대부업이 발생하고 분쟁이 발생했다. 이건 단순이 공동소유냐 개인소유냐의 문제 이상의 갈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주의 국가라고 해서 다툼이 없을 수 없고 자본주의 국가라고 해서 열심히 일한 대가 그대로를 모두 갖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허생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그 율려낙원국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시대를 말하고 있지만, 오늘날 현대에서 볼 수 있는 '주의'와 '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몇 주전 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이 책이 슬펐다고 했던 이유를, 2편까지 다 읽으면서 나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그곳은 기존 조선과 달리 수탈하는 양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환곡 곡식 갚느라 자식을 팔아야 하는 세상도 아니었는데, 노역에 시달리느라 제 양물을 잘라내어 눈물 흘려야 했던 곳도 아니었는데,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본시 그토록 욕심 많고 사나운 까닭일까.  사람들은 만족할 줄을 몰랐고, 반성할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무조건 억압하여서 술을 금지하고 도박을 막고 간음과 종교를 엄금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도 아니었다.  허생 자신도 술 좋아하고 계집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섬에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무리들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 소동이 가라앉고, 제일 먼저, 또 그들 중에서 가장 뭍으로 돌아가고 싶어 병이 난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허생이었다.  그는 결국 후임을 결정하고 섬을 떠나기로 하는데 후임을 결정하는 모습에서도 양반 지상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를 장군님이라 부르며 신처럼 떠받들던 섬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코웃음치고 비웃기도 했지만, 막상 그가 떠나겠다고 하자 어버이 수령님을 잃은 사람 마냥 어쩔 줄을 몰라하며 혼란에 빠진다.  물론, 그렇다고 아니 갈 허생은 당연히 아니지만.

작품은 허생이 그곳을 떠나는 대목에서 끝이 난다.  그의 뒤를 이은 2대 장군, 3대 장군의 이야기는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

비록, 무수한 도륙이 있고 싸움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조선에서보다 훨씬 나아진 삶의 꼴로 섬에 남았다.  굶어 죽던 조선의 삶을 그리워하지 않는 이가 더 많은 곳이 그곳 율려국이었다.  허생이 비록 나라를 세웠다고는 하지만 그의 경륜과 철학이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고, 때문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시간이 흐르면서 율려국은 점차 낙원으로 성장해 갈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조선보다는 말이다.

하지만 또 인구가 너무 늘어버린 그 섬은 어느 순간 악다구니의 현장이 될 소지도 충분히 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낙원을 이룩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맺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이, 나로서는 도통 들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욕심의 크기를 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 사실이, 몹시 슬퍼졌다.

작가는 좀 더 유쾌한 기분으로 유쾌한 필체로 작품을 써내려간 듯한데, 고흐의 그림을 표지로 쓴 예쁜 겉표지도 몹시 인상적이고, 제목도 예쁘기 그지 없는데 나만 홀로 심각한 듯하다.  작가의 길고도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으니, 다음 이야기를 진득하니 기다려야겠다.  다음 제목은 '홍장군 연대기'란다. 비록 마법은 아니 나오지만, 이 시리즈... 충분히 판타지스럽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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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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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세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웨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교육이라곤 받아보지 못한, 그저 인도의 밑바닥 계층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평범할 것 같은 인생살이가, 또 그의 인생 역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퀴즈쇼에 출연했고 12개의 문제를 모두 맞추어 무려 십억 루피의 상금을 받기로 된, 그런 놀라운 인물이었다.  사건은, 여기서 출발한다.

방송사는 발칵 뒤집혀졌다.  적어도 프로그램 시작하고 8개월은 되어야 본전을 다 회수하는데, 첫 출연자가 무려 10억 루피의 상금을 따냈으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불법 체포, 감금, 고문까지 자행하며 이 청년의 퀴즈쇼 우승을 무마시키려고 애쓰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뜻밖의 변호사가 등장하여 그를 보호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여변호사는 주인공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해준 뒤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그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는지...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라고 알고 있고 FBI도 모르고 닐 암스트롱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12개의 문제를 모두 풀어낸 청년의 인생 여정이 그렇게 시작된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 이게 그의 이름이었다.  출생에서 성장까지도 기구했던 그의 운명은 이름에서부터 이미 드러난다.  그의 이름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크리스트교까지 세 개의 종교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의 흔적은 그의 삶에서 마주친 무수한 사건과 인물들과 무관하지 않다.  어려서는 티모시 신부로부터 보살핌을 받았고, 그 덕분에 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살림은 이슬람 교도이지만 그가 뿌리 내리고 사는 그곳 인도에선 힌두교도가 가장 많았다.

거의 2년 터울이었던 듯 하다.  티모시 신부의 죽음 이후 전전긍긍한 그가 정착했던 곳에서 머문 시간은.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눈을 잃은 뒤 앵벌이에 팔려갈 뻔 했고(다행히 무사히 도망쳤고) 호주 출신 대사관의 집에서 집사 노릇도 했고, 왕년에 인기 있었던 여배우의 집에서 가정부 노릇도 했다.  힘껏 번 돈을 기차에서 강도에게 홀라당 털리고, 정당방위긴 했지만 그 강도를 죽여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기도 했고, 정처없이 떠돌다가 타지마할에서 관광안내원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삶의 여정에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놀랍게도 퀴즈쇼의 문제들과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퀴즈쇼 진행자 측의 술수로 위기도 여러 번 겪었지만 그는 기찬 운으로 그 장벽들을 모두 피해간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로또보다도 더 기막힌 그 우연과 행운과 운명도 독자는 즐겁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찾게 되는 것은 주인공이 보여주는 삶의 기지와 재치, 그리고 정직한 노력의 자세에서였다.  그가 성장했고 또 무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 빈민촌들은, '짐승처럼 살다가 벌레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그가 사랑한 니타는 12살에 엄마 손에 사창가에 팔렸고, 그녀를 창녀로 만들고 놓아주지 않는 포주는 친 오라비였다.  오늘 굶어죽는 것보다 내일 에이즈에 걸리는 게 더 낫다고 당당히(!) 말을 하는,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도 분명 인생이 있었고 교훈이 있었다. 자폐아 아들을 버리고서 그 아들이 광견병 걸린 개에 물려 죽어갈 때도 나몰라라 하는 무정한 모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름답게 단장한 채 자살한 여배우가 죽은 뒤 한달 뒤에나 발견되어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모습, 아이들을 인신매매하던 자가 뜻밖의 농간으로 살인청부업자에게 당하는 모습 등등.

인도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모든 인간 군상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삶의 모습들이 책 곳곳에 주인공의 삶과 맞물려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퀴즈쇼의 마지막 진행 부분에 가면 작가가 준비한 두 가지의 반전(?)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주 쇼킹한 반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독자의 흥미를 더 돋우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인도의 외교관이라고 했으며 이 작품은 그의 첫 소설이라고 했다.  이미 그 정보를 알고서 읽은 탓인지 조금은 거칠은 듯한 구성도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신선했으며 발상이 재밌었고 독특했다.  가독성은 좀 떨어지지만 제목의 Q&A 글자 디자인이 참 예쁘고 개성적이다.  가벼운 재생지도 내 맘에 드는 조건 중 하나.  인도문학을 접한 것은 거의 처음이지 싶다.  미처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만남을 더 찾아야겠다.  마음이 분주하여 읽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몹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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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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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