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낯선 삶의 방식이었다. 당연하게 학교를 가고 졸업을 하고 그 다음 수순을 밟지 않는 아이.

왜 공부를 하는가, 왜 제도권 아래 안주해야 하는가, 먹고 사는 일에만 집착하고 사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들.

참으로, 낯선 모습이었다. 고민해야 마땅한 일임에도 우리네 교육 현실에서 생활 환경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아이는 '4차원'에 속했다. 그런 고민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다.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이들 영혼을 보고 있자니 슬며시 부럽기도 하고 어쩐지 화가 좀 나기도 했다.

작품의 진행 방식이 독특했다. 시작 부분에서 베트남전에 파병되기 직전의 준이가 잠시 외박을 나가서, 엄마와 동생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오래 전 헤어진 연인을 찾는 대목들이 이어지는데, 그 사이사이 추억의 갈피들은 모두 뒷 내용에서 채워지고 보완되는 '맛보기'로 등장한다. 게다가 주인공 준과 다른 친구들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내용들이 교차하는 형식은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또 아주 흔한 것도 아니기에 적당히 신선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 황석영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해방 전에 태어나서 6.25 전쟁을 겪고, 다시 고등학교 때는 4.19를 몸소 체험했던 역사적인 피가 소설가 자신에게 흐르고 있다. 전에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가는 곳마다 어떤 큼직한 사건에 꼭꼭 노출되었다고 한다. 방금 말한 전쟁, 4.19가 그랬고 베트남전, LA폭동, 영국 테러 사건 등등등... 운명적으로 그렇게 정해진 것인지, 작가 자신의 뜨거운 피가 그렇게 사건을 만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책의 제목처럼 역사는 한 번도 그를 비켜간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자유로운 영혼과 도전, 그리고 남다른 각오가 없었더라면 그 시대를 감당하며 살기 힘들었을 것이고, 우리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 소설가 한 명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준의 남다른 방랑벽. 거의 역마살 수준이었다. 학교 수업을 빠지고 산으로 돌아다녔고, 한 달씩 남도 여행을 다니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산사에 들어가 수행을 하지 않나 고기잡이 배를 타지 않나 공사장에서 일을 하지 않나, 같은 나이 대의 다른 소년, 청소년, 청년들이 경험하지 못한 길로만 부러 다니는 듯 인생 여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주인공 준은 특별히 사회 문제에 열을 올려서도 아니고, 여자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고, 오로지 본인...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했다. 실상, 근원적 존재로서 자기 자신을 바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시대의 작가가 탄생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한결같은 기다림으로 자식을 애타게 바라보았을 그 어머니를 생각하면 상당히 불효자였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심지어 자살 소동도 벌이지 않는가.

딱 부러지는 이유 없이도 방황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자아의 신화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고, 충동적으로 치기어린 마음에 자살 소동까지 벌일 수 있다고 치자. 불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심적으로 크게 공감이 안 간다. 내가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라기 보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지극히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가출, 여행까진 괜찮은데, 그래 출가해서 스님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부분도 괜찮아 보이는데, 자살 소동까지 가버리니 이건 참 갑갑해지는 심정이랄까. 그냥 '남다른' 그 감성 탓이라고 보기엔 저지른 짓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목숨이란 그저 자신만의 것이 아닌, 가족과의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더 익숙한 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 한 명이 자살을 해도 그 노출된 삶의 단면 때문에 제3자들이 안타까워 하는 법인데, 하물며 자식과 형제의 죽음이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지만, 내가 불편했다고 해서 준이가 보여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가치 없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새벽 여명 찬란히 빛나던 순간 '샛별'이라고 불리던 별이, 서쪽 하늘 초승달 옆에서 초라하게 떴을 때 '개밥바라기'로 불린다고 해서 그 별이 샛별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결국 우린 모두 자신만의 샛별, 지금 당장은 개밥바라기로 보이는 그런 별들을 품고 있다. 그 별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추어 내는 강도는 모두가 다르다 할지라도.

준이의 어머니가 준이가 쓴 원고를 불태우고 난 뒤 했던 말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책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 팔자를 남에게 다 내주는 일이란다.

 
   

작가가 고심하여, 고혈을 짜내어 탄생시긴 소설들에는 작가의 기억과 추억과 창작 의지와 그밖의 모든 에너지가 녹아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진하게 녹아 있는 자신의 팔자를 끄집어 내어 독자에게 보여주기. 숭고하고도 처절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작가 황석영의 삶을 우리는 대강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와의 궁합은 그닥 찰떡이 아니었지만, 이런 소설-게다가 청소년 소설, 게다가 작가의 소년기 모습이 녹아 있는-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거장'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정진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주인공 준이가 보여준 진지한 고민과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움을 함께 읽어본다. 우리는 다만 지켜볼 뿐이지만 격려의 박수를 늘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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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1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리데기에 좀 실망해서 이 책은 안 보고 싶었는데~ 줄줄이 있는 우리집 청소년을 위해서 사야 되나~ ^^

마노아 2008-12-18 10:40   좋아요 0 | URL
전 바리데기가 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거장이라고 불리는데 읽은 책이 고작 두 권이라는 게 미안해서 며칠 전에 중고샵에서 객지를 건졌어요. 읽으려면 시간은 좀 걸릴 테지만요^^

다락방 2008-12-1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이라고 불리는데 읽은 책이 고작 한권인걸요, 전. ^^;;

마노아 2008-12-19 19: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포함해서 두 권이에요^^ㅎㅎ
이번 2008책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1등하고 있길래 당황스러웠어요. 요거랑 하악하악이요..;;;;
 
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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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빨강머리 앤에게 늘 호의를 갖고 있긴 했지만 일상적으로 늘 유지되는 애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100주년 기념판이 짠하고 나왔을 때는, 너무도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앤을 다시 만나지 못하면 갑자기 내가 막 불행해질 것처럼.

다행히 빨강머리 앤은 나와 만나주었다. 아주 반갑게!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먼저 읽고, 이어서 빨강 머리 앤을 읽었다. 아주 어릴 적에 읽었던 그 앤이 접혀졌던 기억을 바로 세우며 다시 기지개를 켰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생기발랄한 그 모습 그대로. 그렇지만 앤은 순수함으로 상징되던 그 어린애로 남아 있지 않았다. 작품을 읽는 동안 앤은 성장했다. 몸만 자랄 뿐 아니라, 마음의 크기가, 정신의 세계가, 넓고 아득해졌다. 그 앤을 바라보는 사람도 함께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면서. 그녀에게 '빨강머리'라는 다시 없을 멋진 별명이 없었더라면 꿈 전도사, 행복 전달자 등의 이름으로 불렸어도 좋으련만.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발을 들여놓은 앤. 매슈와 마릴라가 원했던 남자아이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그 섬에서 그렇게 조우하라고 운명지어진 것처럼 앤은 그곳 초록 집의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운명처럼 그곳 에이번 리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앤의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원래 이름이 없었다는 듯 새롭게 이름을 지어 받게 되었고, 그 순간 더 큰 '의미'가 되었다. 김춘수의 '꽃'처럼.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많은 후회를 간직하게 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중얼거림. 좀 더 이성적이지 못했던, 혹은 좀 더 감정에 충직하지 못했던 것들. 글쎄. 둘 다 후회스럽긴 하지만 내 경우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들, 내 본능을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에 더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앤은 참 부러운 존재다.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모두 입으로 표현해 내는 아이. 그게 지나쳐 실수도 많고 실례를 할 때도 있지만, 거기에 가식이 없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는 적극적 의지가 더해져 결코 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마음 속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버리는 데에도 사실은 용기가 필요한데, 앤은 마치 그런 유전자를 이미 갖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아, 정말 네가 부럽구나!

밑줄긋기를 들여다 보면, 거의가 앤이 했던 대사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온통 지치지 않는 생명력에 취해 있는 앤. 아침은 아침이어서 행복하고, 저녁은 저녁이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10월이 있어서 행복한 것처럼 그 어떤 계절도 맘껏 사랑하는 앤. 아마 사막 한가운데, 남극 한 가운데에 놓여 있더라도 앤이라면 그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의 충만한 손길을 기꺼이 찾아낼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그 마음과 입술의 고백이 아이의 앞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긍정적 마인드가 우리에게도 그런 길을 만들어 줄거란 기운을 한껏 북돋아 준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는 멋진 선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행복도 분노도 모두 격정적으로 표현해 내는 앤 셜리.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아이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연상되는 표정들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유명했던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내 빈약한 상상력 속의 앤은 늘 이 얼굴이다. 다이애나와 함께.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lovecja0616)

다행히, 작품 속에서 앤과 앤의 가족, 친구들 모두를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서 상상력의 제한이 그리 나쁘지 않다. 아쉽기는 하여도.

다시 읽게 된 100주년 기념판에는 책 속 그림이 없었다. 표지 외에는 전혀. 표지의 꿈꾸는 앤의 모습이 그 자체로 예쁘긴 했지만, 내가 느낀 그 앤보다 너무 성숙하게 보여서 조금 낯설다. 그에 비해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의 표지 그림은 어린 앤이 들어가 있다. 앤이 초록 집에서 보낸 5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게 커다란 앤을 만들어 놓은 것일 텐데, 기억 속의 추억 속의 앤은 여전히 어리기만 하니 이 역시 고정관념일 것이다.

100년 전 캐나다에서의 이야기.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너무도 다르고 또 멀리 떨어진 이야기일진대, 그곳에도 당연히!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앤이 만들어 가는 세계와 우주는 그 시절에도 아름다웠지만 여전히 '명고전'으로 꼽힐 만큼 유효하다. 그렇지만 많이 다른 대한민국만의 '현실'이라는 괴리감은 읽으면서 부러움과 괴로움을 동반시켰다. 앤과 그녀의 친구들은 어린 시절을 맘껏 즐긴다.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상상하고 모험을 즐기고 무엇보다도 '논다'. 그리고 청소년으로 자라가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우리의 아이들이 집 학교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를 원수보듯 하는 모습들과 논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즐길 줄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가는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게 비극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빨강머리 앤을 배우라고 한다면 논술형으로 분석하게 되지 않을까.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앤에게로 돌아가자. 앤은 어릴 적부터 주변의 공기를 변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앤을 만난 사람들은 앤에게서 빛이 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의 앤은 주근깨 투성이에 빼빼 마른 몸, 게다가 타오르는 붉은 머리로 인해 자신의 외모에 지나칠 만큼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앤에게서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을 발견하곤 했다. 그건 그 싱싱한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애정을 보여주고, 상상력의 힘을 빌어 일상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내는 앤. 어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하게 앤을 키워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닥달하는 마릴라조차도 작은 앤이 이미 자라 버린 것에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매슈조차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던가. 물론, 앤이 받은 것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컸다. 초록 지붕을 가진 아늑하고 멋진 집만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돌아갈 '가족'과 '가정'을 얻지 않았던가. 비록 엄마나 아빠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머니 아저씨라 불리는 그들이 이미 앤에게 엄마 아빠가 되어주었다. (두 사람은 남매이기 때문에 그 호칭들은 이미 무리였다.) 함께여서 서로에게 기쁨과 힘이 되어준 이들의 관계가 너무도 아름답다. 만일 마릴라가 잘못 오게 된 앤을 고아원으로 다시 보내버렸더라면 그들은 모두 이 기쁨을, 독자 역시 이런 행복한 만남을 갖게 되지 못했을 테지. 그걸 생각하면 몽고메리 작가에게 몹시 감사하게 된다. 전 세계의 모든 애독자들이 그럴 테지만.

무엇보다도 결말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다. 이정표가 척척 가리켜주는 길이 아닌, 길모퉁이 모퉁이를 돌아 새 길을 개척해 내기로 결심한 용감한 앤. 장학금이 따라오는 대학교가 아닌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하는 초록 지붕을 택한 앤의 선택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고 마릴라 아주머니는 실명 위기를 겪고 있는데, 앤이 원대한 포부를 안고 미래를 위해서 제 길만 고수하고 갔더라면, 그 앤은 우리가 아는 앤이 아닐 것이다. 길은 좁아졌고 선택의 폭은 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앤은 오히려 더 넓은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번리는 좀 더 앤을 원하고 있다. 그 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길버트와 마지막으로 화해를 하고서 끝이 나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미 앤의 속편으로 두 사람이 같은 아이들의 부모가 된다는 것도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의 공기가 독자를 자주 아찔하게 만들었다.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지만, 앞으로의 긴 시간을 함께 할 그들이니까 그조차도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두 권의 책을 다 합하면 1000페이지가 넘는데, 읽는 동안 지치지도 않았고 참으로 행복했다. 내 마음이, 내 영혼이 보다 충만해지는, 채워지는 느낌. 앤의 행복 바이러스에 기꺼이 감염되어 있지 않은가.

지난 주까지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는 일본이었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가보고 싶었다. 어떤 열망처럼.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캐나다가 너무도 가보고 싶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앤이 창작되어진 그곳 박물관에. 나같이 이런 소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전시회가 열리나보다.

앤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정보를 알려주신 책세상님께 감사를!)

전시 기간이 넉넉하니 이번 겨울에 좀 더 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좀 멀긴 하지만, 프린스에드워드 섬보다는 훨씬 가깝지 않은가!

요새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앤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백주년 기념판이 얼마나 이쁜지, 앤의 새 책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이런 말은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가 있어서 안 하려고 했지만, 내 진심이니까 해야겠다.

이 책도 너무 재밌었지만, 난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읽을 때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감동받았다. 그렇지만 그 책이 그렇게 훌륭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원작 빨강 머리 앤 덕분인 거니까 온전히 버지 윌슨의 영광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 하나! 이 책 빨강 머리 앤은, 오타가 너무 많다. 정말 무수히! 교열을 전혀 보지 않은 것인지? 오타와 비문 때문에 앤에게 빠져들 여지를 자꾸 빼앗긴 게 화가 난다. 다음 쇄를 찍을 때는 반드시 모두 다 찾아내서 수정하기를.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옮길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 '대단한' 오점에도 이 책의 가치를 깎을 수는 없으니 기꺼이 별점은 다섯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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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주의 리뷰감이네요.^^

마노아 2008-12-01 10:57   좋아요 0 | URL
헤헷, 캄사합니다^^ㅎㅎ

꿈꾸는섬 2008-12-2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강머리 앤의 리뷰를 정말 멋지게 쓰셨네요. 이글을 이제야 보다니......마노아님 넘 멋지세요.

마노아 2008-12-25 23:47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참 행복했답니다. 그 기분이 리뷰에도 묻어나나봐요^^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버지 윌슨 지음, 나선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강머리 앤을 아주 어릴 적에 읽었다. 그 다음에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금년에 다시 재방송을 한 것을 알지만 매번 챙겨볼 수는 없었고,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조카가 보고 있는 화면을 추억에 젖어 잠시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 앤의 이야기를, 100주년 기념판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 이야기를 말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잠시 당황했다. 작가 이름이 '몽고메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허거덕! 홍보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었다. 몽고메리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가 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만들어낸, 일종의 헌정 소설이었던 것이다.

아, 사실 나는 좀 실망스러웠다. 그 완벽한 앤의 이야기를 다른 작가의 입을 빌려서 듣는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고, 원작 만한 영화를 보기 어려운 것처럼, 또 1편 만한 2편을 보기 힘든 것처럼 실망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 기대 없이! 그리고, 놀랍도록 빠져들고 있다는 자신을 깨닫고는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세상에, 이건 진짜 앤이잖아!

그랬다. 이 책에는 앤이 살아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 때부터 무럭무럭 성장하는 어린이 앤과, 온갖 고난에도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바로 그 주근깨 빼빼 마른 앤이, 여기에 살아서 통통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내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작가분이 얼마나 앤을 열심히 연구했는지, 공부했는지, 얼마나 멋지게 재현해 냈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분명히 그녀는 앤을 사랑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동화되어서 앤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에선 현재 가장 유명한 작가분이라고 했는데 국내 번역서에선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쉬울 데가! 명인을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몇 시간 동안 줄기차게 한 책을 읽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보통은 다른 일들이 생겨서, 다른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이것저것 번다하게 참견하고 진행하느라,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 독서를 못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앤의 다음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고, 그녀가 표현해내는 그 진귀한 세상에 나 역시 푹 빠져서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해버렸다. 아, 즐거웠다. 사랑스러웠다. 행복했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로구나. 이것이 예술의 기쁨이구나.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이런 작품이 있는데, 무려 100주년 기념판인데, 진짜로 앤이 여기에 살아 있어요. 앤의 이야기를 들어보셔요, 라고!

앤 셜리. 그녀에게도 당연히, 훌륭하고 멋진 부모님이 계셨다. 불행하게도 3개월 만에 돌아가셨지만. 앤은 부모님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모님을 알았던 이들은 그들이 지녔던 자애로움과 평온함과 지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앤의 엄마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고용되었던 토머스 부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 덕분에 힘들게 일에 치여 살던 그녀가, 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무 후견인도 없을 때에 그 형편에도 불구하고 앤을 선뜻 맡겠다고 말할 만큼 말이다.

그러나 토머스 부인은 인류애가 넘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의 현실은 늘 잔인했고 가혹했으며 그녀는 그것들을 포용할 만큼 마음이 넓거나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다. 앤은 그 집에서 다만 '자랄' 뿐이었다. 토머스 부인의 무수한 아이들을 아직도 충분히 어린 앤이 키우고 돌봐야 했고, 부엌 일을 해야 했고, 온갖 청소와 빨래도 앤의 차지였다. 토머스 부인은 앤을 딸처럼 대하지는 않았다. 오갈데 없는 불쌍한 고아를 데려다가 적선해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그 아이의 노동력에 기대어 힘겨운 일상을 버티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앤은- 이 놀라운 아이는, 그 고단한 삶을 바꿔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작가분이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도 거기에 있었다. 11살의 나이로 고아원에서 막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기차역에 도착한 그 빨강머리 소녀가, 분명히 신산한 삶을 살았을 터인데 어찌 그렇게 밝고 명랑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졌는지. 도대체 앤의 어린 인생에 무엇이 있었길래 이 아이의 아름다운 바탕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집중한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만남'에 맞추었다. 혼자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의 아름다운 심성을 살려줄, 지켜줄 누군가가 곁에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을, 작가는 온전히 상상력에 의지해서 만들어냈다. 완벽하게!

토머스 부인의 집에서는 큰 딸 일라이져가 그 역할을 했다. 앤에게 로열 리더의 시들을 읽어주었고, 따스한 사랑을 베풀어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비록 그녀가 시집을 가면서 앤이 다시 버려지긴 했지만. 앤은 그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시집가는 일라이저를 배웅하지도, 포옹해주지도, 인사말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만큼 앤의 배신감이 컸던 것이고, 그래야 할 만큼 앤은 완벽하게 어렸었다.

온통 힘겨운 노동의 연속 뿐이던 그 집에서 앤에게 구원이 되어준 것은 달걀을 파는 존슨 씨였다. 숲속 외딴 집에서 과거의 상처에 마음을 닫아 걸어버린 괴퍅한 아저씨. 그는 앤에게 단어 선생님이 되어주었고, 상상력을 맘껏 펼치도록 응원을 해주어서 앤을 몽상가로, 멋진 시인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리고 앤에게 '용서'와 '자비'도 베풀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존슨 씨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치게 되는 아치볼드 부인은 앤에게 첫 생일 선물을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그 빨강 머리에 파란 리본이라니. 확실히 눈에 확 드러나는 배합이다!

그리고 앤에게 인생의 '절정'을 만들어준 것은 '학교'였다. 그곳 노바스코샤의 훌륭한 교육 정책은 취학 연령에 다달은 아이들을 반드시 학교에 보내게 하였고, 그 일은 앤을 무수한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줌과 동시에 글을 읽고 쓰고 만들어 주었으며, 앤의 배움에 대한 갈망과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 앤이 학교에 가게 되면서 겪는 기쁨과, 또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커다란 절망들은 반복해서 앤을 공중부양 시켰다가 또 바닥으로 추락시키곤 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 능독적인 학구열에 대한 부러움과 교육의 힘도 생각하게 만든다.

토머스 가족에게 생긴 불상사, 그로 인해 해먼드 집에 맡겨진 앤. 그리고 그곳에서 무려 8명의 아이를 돌보며 11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앤의 모습은 들장미 소녀 캔디도 울고 갈 억척스러운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적어도 고아원에 보내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친구들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는 앤이 고통을 견뎌내게 해주는 디딤돌이 되었다. 그것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앤 자신에게서 나왔다. 그 작은 몸에서, 그렇게 강렬하게 말이다.

앤의 고난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해먼드 부부에게 들이닥친 재난은 기어이 앤을 고아원으로 밀어넣었고, 그곳에서 생기를 잃어버린 가엾은 앤의 모습이 재현된다. 그러나 독자는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남은 페이지는 적었고, 앤은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가는 기차를 분명 타게 될 테니까. 독자의 짐작 그대로 앤은 마침내, 드디어, 기어이, 천국행 기차를 타고 만다. 물론, 첫 만남에서 앤이 기대했던 남자 아이가 아니라는 말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테지만, 그래도 끝내는 그 초록 지붕에서 행복하게 살 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은 필요가 없다.  

   
  그들은 달걀을 거뒀고, 존슨 씨가 알려준 새 단어 다섯 개를 공책에 적고, 조심스럽게 달걀 가방에 집어넣었다. 거기 적힌 단어들은 '비탄', '희망', '용기', '자신감', '자비'였다. – 273쪽  
   

앤에게는 인생이 그렇게 먹구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었다. 존슨 씨가 그랬고, 헨더슨 선생님이 그랬고, 상상의 친구들도 물론 그녀의 훌륭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그러나 앤이 누군가의 도움과 영향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 사람들이야말로 앤으로부터 인생의 귀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연과 배신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존슨씨도 그랬고, 인생의 역경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몸부림을 쳤던 토머스 씨도, 또 박복한 팔자를 비관하던 토머스 부인과 아이 낳기를 거부하기 위해서 75세 평생을 미스로 살았던 해거티 양마저도 앤같은 딸을 원하게 될 만큼 앤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고아원에서는 어땠던가. 평생 사랑 받지 못했고, 사랑하지도 못했던 칼라일 양은, 앤을 입양시키기로 결정한 순간 그녀의 격렬한 포옹에 생애 처음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잠시 어찔해진 앤을 보고 걱정스런 한마디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앤, 너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구나. 널 알게 된 후로 노처녀가 되기로 한 나의 결정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 같은 아이가 내 아이였을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구애를 한 남자들이 상당히 많았어. 내 몸이 이렇게 말라붙은 강바닥처럼 보이기 시작하기 전에는 꽤 예뻤거든. 내가 20년만 더 젊었다면 널 받아들여서 내 딸로 입양했을 거야. 하지만 난 일흔다섯 살이야. 몇 년 지나면, 네가 날 돌봐줘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넌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돌봐왔잖니. 하지만 난 널 원했어." – 465쪽  
   

단어를 배우자마자 그 단어를 표현해내는 멋진 문장을, 상상력에 섞어서 공기 중에 내보낼 줄 알았던 이 아이. 하루종일 재잘거리는 그 수다스러움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지만, 그 조그만 입술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막히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이 아이. 억척스럽고 완벽하게 고된 노동을 해내지만 자신은 아직 어린아이이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아는 이 당찬 아이. 아, 앤이 만난 그네들처럼 독자 역시 앤에게 이미 푹 빠져버렸다. 헤어나올 수가 없다.

   
  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내가 혼자 일어나야 한다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에요. 토머스 부인, 나도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난 아줌마를 도울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내가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나이 들기 전에 어린애로 대접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349)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연구로 100년 전 앤이 살던 그 고장의 풍습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해 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기적이고 솔직한, 때로 악하면서도 때로 선하기까지 한, 그 모든 인간 군상들을 열심히 표현해 주었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과 만날 수 있어 독자는 진정으로 기쁘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나를 울린 무수한 문장과 씬들은 이미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내게 박히고 말았다. 특히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사진을 훔쳤던 앤에게 그 섬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했던 선생님의 갈등과 번뇌는 몹시 인상적이었다. 서른 다섯 살의 이 남자가 길가에 멈춰 서서 엉엉 울어낼 만큼.

내 어린 날의 동심을 되살려주고, 감동의 눈물이 주는 편안한 위로를 함께 선사해준 버지 윌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음악이 느껴지는 멋진 번역을 선사해 준 역자분께도 역시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 지극히 사랑스럽고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멋진 인생을 사는 빨강머리 앤에게 나의 환희를 전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나한테 정말로 멋진 것들도 주었다는 것을 알아요.
내가 목록을 만들어볼게요. 처음 나를 태어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요. 아주 탁월한 재능을 주신 것에 대해 지극히 감사해요. 떠나가기 전에 나를 사랑해줬던 일라이저 언니, 내가 항상 슬프거나 화나거나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게 상상력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단어를 가르쳐주시고 달걀을 먹을 수 있게 해주신 존슨 씨를 만나게 해주신 것, 토머스 가족이 나를 해변으로 데려가준 것, 내 모든 사랑을 쏟아 부을 어느 누구도 없었을 때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를 주신 것, 나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신 너무나 아름다운 헨더슨 선생님, 노아와 줄리 애너와 로더릭, 해먼드 부부의 지하실에 있던 책 상자, 다섯 자매와 거울 웅덩이, 소들과 까마귀들과 고양이들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것들을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발, 내 소중하고 관대한 별님들, 예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하나 없는, 이 황량하고 구슬프고 비참한 고아원에서 이제 나를 꺼내주세요.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나를 내려놔주세요.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해요.
앤은 의자에서 기어 내려와 조용히 침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 518-519쪽

 
   

덧글) 204쪽에 오기가 있다. 밑에서 네번째 줄. '존슨' 부인이 아니라 '토머스' 부인이 맞다. 다음 쇄를 찍을 때는 꼭 수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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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1-2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벽에 없던 밑줄긋기가 들어갔네요. 너무 좋아요~ ^^
며칠 동안, 전집에, 기프트에, 낱권 책까지 너무 많이 질러서 자제해야 하는데 ... 마노아님 리뷰를 보니 못 참을 것 같아요~ ^^;

마노아 2008-11-28 21:33   좋아요 0 | URL
아침에 수정했어요. 이어서 빨강머리 앤도 읽으려고요. 이번엔 진짜 몽고메리 버전이네요.
아, 저도 이거 세트로 다시 사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꿈틀거려요^^ㅎㅎㅎ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때로 명성이 너무 자자한 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면 기대가 너무 커서 작품의 참맛을 다 느끼기도 전에 질릴 때가 있다. 그렇지만 명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 명성이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절로 깨달을 때도 있다. 미미 여사가 내게 그랬다.

추리 소설, 미스테리 스릴러, 서스펜스 등등. 이런 종류의 책과 영화를 멀리한다. 워낙에 겁이 많아서 뒷감당이 힘들고, 진짜 재밌는 추리물을 만나면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까봐 제어장치가 필요했다. 그랬던 나에게도 미미 여사는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었나 보다. 실은 작년 말 비연님 생일 이벤트 당첨 선물이었는데 내내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빼들었다.

엄마의 병원 진료일이었고 여차하면 장의 용종 제거 수술에 들어가야 할 판이었으므로, 하루종일 병원에 있을 각오로 두꺼운 책을 골라갔던 것이다. 정말 다행으로, 엄마의 건강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수술은 피해갔고, 병원에서 읽어온 분량은 책의 1/3 정도였다. 그리고 나서 볼쇼이 아이스 쇼에 엄마와 함께 다녀오는 길인데, 어무이 심심한 것은 제쳐두고 이 책 읽느라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붙들고 있어서 461페이지의 책을 결국 당일치기로 다 읽었다. 다 읽은 감상은? 아, 섬뜩하다! 내가 괴물을 만났구나... 이 정도면 설명이 될까?

작품의 배경이 90년대 초반이다. 십수 년이 지난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회의 진행 흐름을 보건대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황과 바로 대입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설정이다.

한 여자가 실종되었다. 처조카로부터 그 여자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휴직 중인 경찰관. 여자의 흔적을 뒤따라가다 보니, 무섭고 끔찍한 사건의 끄트머리를 밟게 된다. 이 여자, 처조카가 알고 있는 그 여자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서 살고 있던 여자,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사건의 발달은 '빚'이었다.  베일 속에 감춰진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그렇게 비참하게 바꿔버린 것은 부채였다. 그것이 주택담보 대출금이든, 소소한 쇼핑의 결과물이든, 어쨌든 빚이란 것은 제 속성을 감추지 않고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마침내 사람을, 인생을, 윤리를, 그리고 행복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여기에는 단지 채무자의 나태함과 게으름, 무분별한 경제 행위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그런 자리로 몰아가게 만든 사회 구조. 즉, 빚 권하는 사회의 음모가 뒷받침 되어 있는 것이다. 생각 없이 제2 금융권 광고를 하는 스타들이 괜히 욕을 먹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 손에 쥐어지는 그 돈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는 몰이꾼 역할을 해버린 것이니까.

대한민국은 사채시장의 천국이다. 지난 해 몹시 인기를 끌었던 '쩐의 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첫 회에서 금나라는 사채 잘못 써서 아버지 자살하고 어머니 홧병 나 돌아가시고 동생 결혼 망치고를 몽땅 당했다. 제2 금융권의 법정 금리가 69%다. 상상이 가는가? 100만원 빌려서 일년 이자가 69만원이다. 그걸 일년 내에 상환하지 못한다면? 법정으로 69%지만 그것은 얼마든지 200%, 그리고 1000%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합법적으로' 말이다. 그러니 완전 음성인 '사채'는 오죽할까?

김대중 정권 시절, 정말 무분별하게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해 주었다. 길거리 가다가도 핫도그 하나 사먹는 것처럼 가볍게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카드로 무엇을 해주길 바랬던가? '소비'를 원했다. 당장 눈앞에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다음은? 빚에 찌들린 사람들이 사회의 악으로, 쓰레기로 전락하는 과정을 보아야 했다. 누군가는 악착같이 갚으면서 독기만 남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파산 신청을 하며 드러누웠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를 하던가 일가족이 동반 자살을 하였다. 그 후로 십년이다. 올바른 소비 패턴을 지킬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편한 것이 신용카드이지만, 그 신용카드로 패가 망신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었던가.

휴직 중인 경찰관 혼마가 사건을 캐면서 밟아가는 두 여자의 삶은, 한꺼풀 한꺼풀 벗겨질수록 끔찍함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그 살벌한 긴장감과 그 지독한 외로움의 균형이라니!

신조 교코는 남의 인생을 훔쳐서라도 새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만, 그녀의 과거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급기야는 그녀 자신의 인생도 도난 당하도록 만드는 비극의 악순환.

작가가 얼마나 능숙하고도 매력적으로 작품을 완결했는지, 마지막 장면의 그 씬은 영화로 따진다면 '최고의 엔딩' 그랑프리감이었다. 이 작품이 워낙 인기가 좋았으니 혹 영화로도 제작된 것은 아닐까 궁금해지는데 아직 찾아보진 않았다. 만약 만들어졌다면 최고의 공포 서스펜스 심리 추리물이 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미미 여사의 신간이 나오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정말 제대로 뒷북치며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읽으면서 나는 많이 슬펐다. 작품 속 그녀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가여워서만은 아니었다. 내가 가여웠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그녀도 이 작품 속 여자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소비했던 것들이 그녀에게 되돌려준 것은 칼이었고, 독이었고, 덫이었다. 그리하여서 그녀가 갖게 된 것은 몰상식, 비윤리, 민폐의 연속...

우리 사회가, 우리의 교육이, 오렌지를 어륀지~라 발음하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면서 기본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경제 관념과 윤리의식에 더 힘쓴다면, 적어도 이 사회의 경제가, 또 미래가 조금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은 당연히 모를 때가 있다. 현명한 소비? 그거 어려운 거다. 공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공부의 필연성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포를 느꼈으면 좋겠다. 저 지옥불을 향해 불수레(火車)를 끌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책 뒷면에 내가 아는 알라디너들의 이름이 잔뜩 포진되어 있다. 반갑다, 미미여사 군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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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23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막 이 책 다 읽었는데요.
역시 미미여사의 책은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돼요.

마노아 2008-08-23 09:4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중간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업었다니까요. 명성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ㅎㅎ

순오기 2008-08-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가 그렇게 유명하다 해도 하나도 안 읽은 나는 알 수 없어요.ㅜㅜ
한땐 추리소설 열독했는데~ 나이들면서 심드렁해졌을까?ㅎㅎㅎ
책 뒤에 알라디너의 이름이 잔뜩 포진되어 있다니 궁금하군요~~ ^^

마노아 2008-08-23 09:46   좋아요 0 | URL
페이퍼 읽다 보면 미미여사 극찬이 참 많았는데 저도 알길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게 다 빈말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여름 되면 특히 장르 소설 좋아하시는 알라디너들 이름이 잔뜩 있더라구요^^

다락방 2008-08-24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제목만 보고 화차의 리뷰일거라고 짐작했어요. 후훗.

그렇지만 미미여사의 작품이 다 좋은건 아니더라구요. [마술은 속삭인다]로 미미여사를 처음 만났는데, 이 책만 읽고서는 어라, 이게 다야? 했었거든요. 그러다 [화차]를 읽고 그녀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모방범]이 최고였어요. [낙원]을 사놓고는 기대중이랍니다. 씨익.
:)

마노아 2008-08-24 18:08   좋아요 0 | URL
어떤 작품을 첫번째로 만나는가도 꽤 중요한 문제 같아요. 전 알랭 드 보통을 '동물원에 가다'로 처음 만났는데 첫인상이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그후 결별(?) 상태예요.
미미여사를 화차로 만난 건 다행이네요^^
모방범은 좀 아껴두고 이유를 먼저 볼까봐요. 이것도 두께가 680페이지. 어휴. 왠만한 책 두배예요.
낙원은 다락방님의 반응을 기대하렵니다^^

마냐 2008-08-2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에 모방범 보고 입에 거품을 물었고, 이유, 화차, 역시 그랬어요. 연달아 읽으니..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러다가 낙원을 읽으니...역시 좋았긴 했는데, 왠지 이유, 화차보단 점수를 덜 주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대체 왜 그런건지 딱 꼬집어내진 못하는데...오. 미미 여사님.

마노아 2008-08-24 18:10   좋아요 0 | URL
정말 오, 미미 여사님!이에요. 하루종일 잔상이 어찌나 남던지요. 덕분에 밤에는 좀 으스스 무섭긴 해요.ㅡ.ㅡ;;;;
전 다음 번 책으로 '이유'를 볼까 해요.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고 조만간 주문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좀 아껴서 모방범을 읽을까 해요. 이렇게 두껍고 긴 책 안 좋아하는데 미미여사 책은 두꺼워도 신나더라구요^^

로드무비 2008-09-2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 여사 군단은 아닌데,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책소개가 아주 리얼합니다.

마노아 2008-09-27 18:20   좋아요 0 | URL
헤엣, 이 책 읽고 제대로 삘 받고 몇 권 더 사놨는데 그 후 바빠져서 못 읽고 있어요. 이유랑 모방범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지요^^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너무 호평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에 나도 엄청나게 보고 싶었는데 극구 중고샵에 뜰때까지 기다린 것은, 내게 쌓인 책이 너무 많아서였다.(그러면서 어제 주문만 두건..;;;;) 책을 파신 분이 몹시 싸게 주셨는데 받고 보니 양장본 겉 표지가 없다. 아마도 그래서 싸게 내놓으신 듯. 그래도 읽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

완득이. 이렇게 부르면 촌스럽지만, 성까지 같이 붙여서 부르면 제법 멋이 난다. '도완득'

열일곱 청춘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난장이. 어머니는 베트남에서 오신 분이다. 아버지는 춤꾼이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진지한 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땅꼬마로서의 웃음만 꽂아버렸다. 그런 아버지가 싫어서 떠나신 어머니. 평생을 엄마를 모르고 살았는데, 옆집 옥탑방에 사는 담임샘 '똥주' 덕분에 엄마와 재회하게 되는 완득이.

처음 시작부터 똥주를 죽여달라고 하늘에 협박 아닌 기도를 하는 완득이. 작품 출간 전 인기 투표 때에도 똥주샘에게 한 표를 던졌던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엽기 선생님이 제일로 맘에 들었다.  니들 인생 이미 다 결정난겨!라는 핵폭탄 발언을 던지며 기초생활수급자 완득이로부터 햇반을 뺏어먹기까지 하는 괴상한 선생이지만 사실은 구호 천사의 속내를 감추고 있는 분이었다.  그가 어떤 신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지만, 나는 그보다 그의 그 걸출한 입담이 좀 부러웠고,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는 말발도 좀 샘이 났으며, 그 뻔뻔한 낯짝도 아주 많이 닮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닮을 수도 없고 닮아서도 안 되는 부분이기에 더 동경하는 부분일런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장애를 안고 있었고,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선의 도리를 하느라 뼈빠지게 일했다. 캬바레에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을 땐 지하철에서 행상을 했고, 그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지방을 돌며 5일장을 돌았다. 그렇게 해서 완득이가 쉴 수 있는 한 칸 방을 마련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댄스장을 열 수 있는 쌈지돈도 모아두셨다.  그만큼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 지는 말하나마나 일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부분이 어쩌면 이 소설이 갖는 비현실성일지도.

완득이는 힘들었던 성장과정을 온 몸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친구도 만들지 않았고 자신의 일이 아닌 타자에 대해서는 지극히 무심한 아이였다. 그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었을 테니.  담임 똥주는 그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헐렁헐렁 수업을 하고 욕을 달고 사며 아이의 자존심을 팍팍 긁는 말도 서슴치 않는 인간이었지만, 자신이 품어안고 있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미래를 함께 걱정할 수 있는 심장을 지닌 사람이었다.  경찰서에서 앞집 아저씨랑 싸우는 대목은 꽤 시원했는데 '법대 출신 사회 선생'이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은 '나 이대 나온 여자야'와 일맥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어서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게 또 먹혀드니까 우리 편 입장에서는 안도도 되는 요상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팍팍하게 굴고 못되게도 굴었지만, 그래도 본 바탕은 순박했을 앞집 아저씨와의 한끼 식사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게 옳아서도 좋아서도 아니지만 어쨌든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완득이가 엄마와 재회하며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 서로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인정하던 부자 사이의 모습, 또 그 나이 또래의 상큼 발랄 유치 찬란 연애사까지도 참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재담이 좋아서 어찌나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는지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버스 안에서까지, 그리고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어야 했다. 그 바람에 밑줄긋기에 담을 내용을 잃어버렸지만..;;;

현실은, 완득이의 가정사보다 더 비참할 수 있고, 완득이처럼 애증의 관계로 함께 가는 선생의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고, 킥복싱 선수가 아니라 싸움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소설이니까, 우리의 완득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고 절대 딴지를 걸 수 없다.  녀석이 '도전'이라는 것을, '꿈'이라는 것을, '목표'라는 것을 세우고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힘 내라고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고 싶다.  이름도 독특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리의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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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8-22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많이들 읽으신 것 같아요. 입소문이 좋더군요.
저도 얼른 읽고 싶네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마노아 2008-08-22 08:45   좋아요 0 | URL
입소문의 효과를 제대로 본 책 같아요.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어요^^

네꼬 2008-08-2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작가가 들으면 좋아서 얼굴이 빨개질 마지막 문장. 입소문이 그냥 난 게 아니죠? (여기 완득이 팬 한 분 추가!)

마노아 2008-08-22 23:26   좋아요 0 | URL
입소문엔 다 이유가 있더라니까요.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었어요.^^ㅎㅎㅎ

순오기 2008-08-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드디어 원주민에 이어 완득이까지~ 완벽한 한 식구가 됐군요.^^
입소문이 제일 무서운거잖아요.ㅎㅎㅎ 사랑받을만한 요소가 베스트셀러를 만들겠죠.

마노아 2008-08-23 09:47   좋아요 0 | URL
곧 있음 원주민도 읽을거구요~ 착착 한 식구가 되어가고 있어요^^ㅎㅎㅎ
베스트셀러,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픽팍 2008-08-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서 읽었는데 나름 괜찮더라구여, 사실 그 동안 일본 성장소설만 읽어오다가 완득이를 읽으니
온 몸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완득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서도 그러기 때문에 더 완득이를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이 세상에서 관심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만명의 완득이들도 행복하길...

마노아 2008-08-23 15:44   좋아요 0 | URL
한국적인 냄새가 확실히 났지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완득이들이 꼭 멘토를 만날 수 있기를, 재능을 찾을 수 있기를,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요. 모든 완득이들이 다 행복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