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상상력의 발칙함과, 문장의 호흡도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펼쳐놓은 방대한 지식의 양이 지극히 매력적이었다. 현학적으로 흐르지 않고 독자의 무식함을 나무라지도 않으며 오로지 '책'에 대한 정보, 역사, 사랑, 양면성을 이렇게 펼쳐보인 작가의 저력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 책은 책에 대한 헌사이며, 책에 대한 연서이며, 책에 관한 편집증적 집착이다. 한쪽 발을 담그고 나면 남은 한쪽 발도 담그고 싶게 만드는. 

작품은 총 10편의 단편과 각각의 작품의 해설과 동기부여와 추가 설명이 따라 붙었다. 그리고 그 추가 설명을 읽으면서 내내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은 소설이면서 인문학서이며, 책에 대한 '백과사전' 노릇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블리오마니아 : ‘책’을 뜻하는 비블리오biblio와 ‘광기’, ‘벽(僻)’을 뜻하는 마니아 mania가 합쳐진 말로 애서광, 장서벽 등으로 번역된다.(102쪽)

고대 서구사회에서 책의 주재료는 파피루스였습니다. 파피루스는 잎사귀들의 끝을 맞춰서 풀칠하고 나무막대에 말아 두루마리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볼루멘 volumen 이라고 합니다. 책 한 권을 뜻하는 볼륨 volume 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지요. (116쪽) 

점토판과 거기서 발전한 밀랍판은 필기도구로서 꽤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밀랍판의 재료인 너도밤나무를 뜻하는 앵글로색슨어 ‘boc'에서 영어의 ’book'이 유래한 것만 봐도 그 생명력을 알 수 있지요.(274쪽)

 첫번째 단편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은 발상이 아주 재밌었다. 사람이 죽고 나면 커다란 도서관으로 이루어진 저승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자신의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해야 니르바나의 세계에 들어갈 수가 있다. 자신의 인생을 표현할 때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고 외치는 무수한 사람들도, 막상 죽어 자신의 생을 하나의 책으로 완성하라고 하면 난감해하며 남의 완성된 자서전을 기웃거리기 쉬울 것이다. 책 속 인물이 저승의 도서관에서 엄마의 책을 만나고 난 뒤 갖게 되는 충격이 반가웠다. 나도 없고 아빠도 없는 올곧이 한 사람의 인생으로서의 엄마를 맞닥뜨리는 충격. 일종의 배신감도 들었겠지만 동시에 반성과 부러움도 함께 갖게 되었을 그 감정이 독자는 어쩐지 제대로 상상이 되었다. 우리들의 엄마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해설 부분에 가면 분위기가 싹 바뀐다. 정말 '책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말만이 아니라 실제로 죽은 책의 영혼이 잠자는 책의 무덤도 있었습니다. 유대교에서는 ‘게니자’라 하여, 회당 안에 수명이 다한 문서와 책들을 묻는 곳이 있습니다. 카이로의 게니자는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책을 던져 넣도록 했는데, 1890년 회당을 수리하기 위해 문을 열었더니 무려 1,000년 동안 쌓인 책이 썩고 있었답니다. 이슬람교에도 비슷한 곳이 있어서, 파키스탄 퀘타 근처의 칠탄 산 동굴지대에는 약 5,000권의 코란이 흰 수의를 입고 묻혀 있다고 합니다. 코란들은 불침번 서는 신도들의 호위 아래 편안한 안식을 누린다지요. (24쪽)

작가 김훈은 영감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료'로 글을 쓴다고 했다. 자료가 없이는 아무 것도 쓸 수 없고, 자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의 작가도 발칙하고 재밌는 상상력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실제 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자료들이었다. 부지런한 작가, 공부하는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해본다. 아니라면, 정말 천재던가. 
 

10편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시대를 오가며 종횡무진한다. 조선의 이야기가 있고 에도 시대 일본의 이야기가 있고, 중국의 황제가 등장하기도 하며, 중세 유럽의 필경 수도사가 심정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시와 장소를 알 수 없는 몽환적인 배경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상상력의 세계는 그 끝이 없다는 듯 작가는 이렇게 넓고 깊은 곳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데 정신이 없을 법도 하건만 유쾌한 피로감이 지식욕을 자극한다.       


일찍부터 종이책이 등장한 중국과 한국 등에서는 실로 꿰매는 선장 제본이 발달합니다. 선장은 표지의 오른쪽을 꿰매는 것인데, 일본과 중국은 네 바늘을 꿰매는 데 비해 한국은 다섯 바늘을 꿰매는 것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또 절접본이라 하여, 넓고 큰 본문종이를 길이와 너비 모두 한 번 이상 접어서 판형을 극소화한 책이 지도첩 등에 많이 쓰였습니다. 이런 제본방식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입니다. 그 뒤에도 병풍처럼 연결한 선풍장이나 나뭇잎처럼 각 장이 떨어지는 엽장본 등 다양한 제책방법으로 책의 아름다움을 살렸습니다.(117쪽)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아홉번째, '책의 적을 찾아서'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가상의 도시에서 책에 관한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 처음에는 최고의 문학작품을 선정한다는 안이 있었지만, 그 최고의 기준에는 서양중심 사고와 제국주의적 침략의 역사가 묻어 있었기에 폐기되었고, 다음으로 '최초의 책'을 찾는 안이 올라왔지만 역시나 '책'의 형태가 무형과 유형을 오가는 가운데 폐기되었고, 세번째 안 '책의 적'을 선정하는 것으로 낙찰을 보았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책의 가장 큰 적은 누구였을까? 언뜻 우리 생각에 분서갱유의 주인공 진시황이 떠오를 법하건만, 막강 후보가 세 명 더 등장한다. 히틀러와 테오필로스, 카라지치가 그들이다.  

 고발된 네 명의 사람들 모두 막상막하의 책에 대한 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칼레도니아 산림청 공무원 다니의 연설에 진짜 적은 뜻밖의 곳에서 나타난다.   

   
 

오늘 재판을 지켜보면서, 책 혹은 지식이 미워하는 건 무지가 아니라 또 다른 지식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까 고발인은 카라지치가 인간을 야만의 시대로 되돌려 놓았다고 비판했죠. 그런데 책이 없는 세상은 정말 야만일까요? 책을 읽는 문명인들은 책 같은 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진짜 끔찍한 야만을 저지른 자들은 문명인들이었죠. 애초에 문명이란 게 살아 있는 나무를 잘라서 죽은 책을 만드는 것이고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요.

누가 최악의 적으로 선정될지는 몰라도, 분명한 건 그자 역시 한 명의 독자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책을 위해 헌신한 열혈독자였죠. 그러니까 비극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 거 같아요. 책을 읽는다는 것,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게 문제인 듯 싶습니다.(252쪽)

 
   

사실, 그의 말처럼 책이 위험하다고, 그래서 책을 핍박하고 관련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인들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책의 효과와 영향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뿐인가? 역사를 확대해 보면, 인류의 소중한 문명을 파괴했던 정복자들, 침략자들 역시 모두 문명인들이었다. 그들은 그 문명의 힘으로 자신들만이 선이라고 믿었고, 그 가치관에 따라 악으로 분류되는 '다른' 문명의 사람들을 학살하고 문명 자체를 파괴했다.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서 죽은 책을 만드는 인간들 말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면 결국 책의 적은 '책' 자신이 되고 만다. 나아가, 인류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그 말은 책이 곧 인류, 인간, 그리고 우리의 삶이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의하고 나니 한편으로 끔찍하면서 한편으로 뿌듯하기까지 했다. 뭐랄까. 소름이 돋는 섬뜩한 감동 같은 것?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마지막 단편 '순례자의 책'에서 臣은 황제의 명으로 '최고의 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끝내 목숨을 내놓는다. 그런 그가 마지막에 만난 책은 온 세상이었다. 온 우주였고, 그 속의 자연이었다. 그는 눈을 감으며 황제를 향해 자신의 불충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렀다. 황제가 그토록 찾던 최고의 책을 가져다 주지 못한 미안함과, 또 그 최고의 책을 자신은 알아차리고 눈감는 것에 대한 충만감 때문이었으리라.  

어쩌면 그것은 작가의 마음이었을까?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번역 일을 하며 책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은 삶을 살다가, 그 책에 질려 도망치듯 빠져나오기도 했다던 작가. 또 도서관에서 오로지 책만 읽으며 살아낸 십 년 세월. 그 속에서 만난 책과의 인연을 더 많은 독자에게도 풀어내고 싶은 욕심과 자부심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작가의 의도와 바람은 성공한 셈이다. 여기 이 책을 읽고 벅찬 감동에 가슴이 울렁거리는 독자 하나 있으니 말이다.  

책은 이중 커버로 되어 있다. 너무 평범한 껍데기를 벗겨버리면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 양장본 껍데기의 빛깔이 '순례자의 책'에 더 어울려 보인다. 껍질을 벗겨서 보관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ps. 옥의 티가 있다. '인피 장정'을 설명하면서 제임스 1세 왕을 죽인 헨리 자넷을 이야기했는데, 그는 암살을 시도했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제임스 1세는 1625년에 죽었는데, 헨리 자넷의 인피로 만든 판결문 책은 1606년에 간행되었다. 무죄를 주장했던 그의 진실까지야 알 수 없어도, 사실 관계는 일단 정확하게 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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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6-3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는 과정에서 에러가 나서 글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순서를 제대로 찾아서 수정했는지 모르겠다. 글 쓴 시간이랑 수정하는데 걸린 시간이 비슷하겠구만...ㅠ.ㅠ

turnleft 2009-06-30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재밌겠어요~ >.<

마노아 2009-06-30 07:58   좋아요 0 | URL
너무 재밌었어요. '책'을 소재로 이렇게 무궁한 얘기들이 나온다는 게 몹시 즐거웠답니다.^^

2009-06-30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30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30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30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7-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의 무식함을 나무라지 않는다니 저도 볼 수 있겠네요...ㅎㅎㅎ
재미있을것 같아요...

마노아 2009-07-02 00:10   좋아요 0 | URL
올라오는 서평을 보니 저마다 감상이 다르네요. 당연하지만요.^^
같은하늘님께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순오기 2009-07-0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관한 책 하나로 토론도서로 선정할 예정인데 이 책도 후보로 올려봐요.
작가들은 참 대단해요~ 그 많은 자료들을 알아내려면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할지 짐작해봐요.

마노아 2009-07-02 10:26   좋아요 0 | URL
그 박학다식과 잡학다식에 감탄해요. 신기하다니까요.
일단 '속독'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여간 너무 대단한 작가들이에요. ^^

다락방 2009-08-1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는 이미 선물 받아 읽은 작품인데,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이 리뷰에 땡스투 하고 갑니다. ㅎㅎ

마노아 2009-08-17 16:27   좋아요 0 | URL
후후, 선물 받는 분이 엄청 좋아할 거예요. 선물하기에도 참 분위기 있는 책이잖아요? 땡스투 고마워요. 오늘 유독 다락방님 생각이 많이 나요.^^
 
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김주영 작가님은 대하소설로 유명하신지라, 이 작품도 두툼한 두께를 자랑할 줄 알았다. 이렇게 가벼운 책장으로, 또  예쁜 그림으로 만날 줄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더 반갑기만 하다.  

시인에게 소설을 쓰라고 하는 것보다, 소설가에게 시를 쓰라고 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풀어 쓰기보다 압축해서 표현하는 게 더 어려워 보였다. 이 작품은 생각하는 동화, 성장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제목에서 걸죽한 '똥'이 등장했지만 이야기는 파릇파릇 이쁘고 싱싱하다. 뿐인가, 그림에서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동 작가의 다른 그림책을 꼭 찾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화물열차가 지나가면서 긴 기적 소리를 울렸다. 고요하기 그지 없던 양지 마을을 한바탕 들어올렸다가 떨어뜨릴 만큼 커다란 소리. 화물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열차의 젊은 기관사는 양지 마을 이장의 아들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마을을 지나치면서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 부러 기적 소리로 아침을 깨웠던 것이다. 그 나름대로는 지극한 효성의 표현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기적 소리가 다른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농부 박씨가 몰던 임산 8개월 째인 암소가, 기적 소리에 놀라 그만 논두렁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소를 달래거나 혼내켜야 했던 박씨는 논두렁 옆 봇도랑에 20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자란 백양나무의 한 가지를 꺾어내버렸다. 그리고 그 꺾여진 나뭇가지의 입장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뭇가지가 겪은 아픔과 상처, 사람들 손에 이리저리 옮겨다닌 이야기, 사람들 사는 모습을 호기심 가득 담아 들여다 보던 일 등등등... 

백양 나무 가지가 마음 둔 소녀는 바로 박씨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아버지 점심 드시라고 찬 심부름 하러 나온 아이. 

단촐하게 입은 한복 치마가 야무지고 귀여운 뒷태를 감싸고 있다.  

아버지가 뭐라 하시면 바로 눈물부터 글썽이는 울보 재희. 

시험 성적이 엉망이 되어서 엄마한테 종아리 맞고 또 엉엉 울었던 재희. 

이 모든 걸 지켜보는 나뭇가지는 얼마나 생동감 있게 묘사하던지 내가 구연 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 게 바로 작가의 필력이었을 것이다.  

엄하게 목소리를 키워보지만 내심 남편이 말려주길 바랬던 엄마, 딸 아이의 종아리를 치고는 부풀어오른 상처에 오히려 자신이 더 크게 울어버리는 엄마, 학교는 하루 쉬게 하면서도 종아리 때린 일은 비밀에 부치려고 노력한 부부의 마음까지, 소소한 이야기가 참으로 극적으로 전개되어 갔다.   



그렇게 백양나무 가지는 소를 때리려던 회초리에서 재희네 집 싸리문에 끼워둔 가지가 되었고, 다시 재희의 종아리를 치는 회초리가 되었다가 뒷간의 똥친 막대기로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고 갈수록 더 망칙한 신세가 되어버린 막대기 하나.  

그런데 재희는 사실 울보 떼쟁이 소녀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놀리고 못살게 구는 동네 사내 녀석들을 똥친 막대기로 겁주거 쫓아내기도 하는 야무진 아이였다. 그 바람에 화장실을 떠나게 된 나뭇 가지. 그 후 논두렁에서 물을 공급받고 겨우겨우 목숨 이어가던 이 막대기에게 마을에 불어닥친 홍수는 커다란 재앙이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순간에 이르면서도 제 목숨을 포기하지 않던 끈질긴 백양나무 가지.  

그 바람에 다시금 땅 속에 뿌리를 박고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흐름을 보다 보면 어떤 결말에 이를지,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지 독자는 이미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어찌 보면 뻔하지만 고전적인 오랜 진리, 오랜 교훈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교훈이라는 것은 결국 삶의 진실이고 진리이기도 한 메시지가 아니던가.  

어미에게서 떨어져 나왔을 때 벌써 죽었을 지도 모를 가지 하나가, 똥친 막대기로 전락해 좌절하고 말았을 그 나뭇가지가, 이제 제 어미처럼 굵고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갈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필시 제 어미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늠름한 나무로 성장했을 것이다.  

우리네 삶도 그것이 기본일 것이다. 온갖 좌절과 고난이 닥칠 때마다 무릎 꿇어버리면 다음이라는 것이, 미래라는 것이 어찌 찾아올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미운 오리 새끼처럼 보이더라도 눈부신 날개를 자랑할 백조의 꿈이 우리에게도 있다. 그 백조가 물 밑에서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 만큼 바쁘게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도 물론 까먹지 말아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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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말라니까!!!
    from 그대가, 그대를 2013-05-14 23:15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말린 자두를 먹는다. 변비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고도 말린 자두를 두알 먹는다. 역시 변비에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을 똥! 우리 몸에서 뗄 수도 없는 중요한 똥! 그러나 '똥덩어리!' 소리가 욕으로 들릴 만큼 무시 당하는 가엾은 똥! '바른 우리 말 읽기책'으로 기획돈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이야기의 첫 시작은 '똥' 이 담당했다. 어린 동생 동만이의 별명은 '똥만이'
 
 
 
바람의 나라 - 아버지의 나라 엘 페이퍼 1
김진 지음 / 엘페이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김진 선생님의 만화 '바람의 나라'가 소설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아마도 2006년이었을 것이다. 당시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오픈되면서 오랜만에 바람의 나라 러브러브 모드가 가동되었고, 선생님의 오랜 팬클럽에 가입도 했는데, 그때 오프 모임에서 만난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였을 것이다. 책은 이미 절판이었고, 그 소설을 읽으면 유리 왕의 그 병적인 집착과 열등감이 이해가 될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만화 '바람의 나라' 이야기 이전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2007년도에도 뮤지컬이 다시 재연되었고, 나의 소설을 향한 열망은 더 커졌지만 구하기가 막막했다. 그러다가 2008년도에 온갖 중고샵을 더 전전한 뒤 어렵사리 절판된 책을 구했다. 그 책 구하고 며칠 뒤 개정판이 나와서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지만. 

그 개정판이 이 책이다. 두권짜리 분권이었던 책을 한 권으로 묶어 나왔다. 표지가 독특한데, 껍데기를 벗겨서 펼치면 뒷면은 무휼의 포스터고, 그 뒷면은 고구려 왕가의 가계도가 나온다. 그걸 접어서 끼우면 저 모양새가 나온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표지로 쓰기엔 좀 아깝다.   





책의 내용은 만화책의 1권 분량의 내용이다. 한 권 분량의 내용을 소설로 펼쳐놓으니 분량이 500페이지가 넘는다. 굉장한 필력이다. 유리왕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곧잘 나오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이야기도 아닌, 우리가 신화 속에서 전설 속에서, 또 역사서 속에서 보았던 그 내용일 뿐이다. 그런데, 그걸 엮어내는 솜씨가 보통 유려한 것이 아니었다.  

유리. 그는 고구려의 임금이었다. 그러나 준비된 왕은 아니었다. 그는 애비 없는 후레 자식 소리를 들으며 서럽게 자랐고, 아버지가 남긴 표식을 찾아 고구려 땅에 도착했을 때 제 사람이 없었다. 소서노와 그의 아들들은 남쪽 땅으로 떠나버렸고, 아버지 주몽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기도 전에 세상을 등졌다. 천신의 아들, 강신의 외손 주몽과 달리 자신은 그저 인간의 자식일 뿐이었고, 그래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에겐 '특별함'이라곤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는 예 있는 것이 맞는데 유리의 나라는 어찌 되었더냐?"

'고구려는 누구의 나라냐?'

물어봐라.

'고구려는 주몽의 나라다.'

주몽이 꿈꾸는 것은 부도다.
선천과 후천이 맞물린 저 하늘 나무 위에 주몽의 부도가 있다. 약속의 땅.

'유리의 땅은 어디에 있는가?'

'유리가 가야 할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유리의 나라는 어디에 있나.'

아버지는 하늘의 길을 가고, 유리는 땅의 길을 걷는다.
아버지는 하늘 나무 위에 부도를 짓고, 유리는 여기 이 땅에 부도를 짓는다.

아니, 지으려 했으니 되지 않았다. – 375쪽
 
   

그리고 그 시절의 '왕'이란, 우리가 전제 왕권을 마구 휘두르는 강력한 왕을 떠올려선 곤란하다. 그는 임금이지만 이웃 나라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그 눈치 때문에 제 자식의 목숨을 끊어놓기도 하는 임금이었다. 그것이 그의 비극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왕국 내의 강력한 부족의 잡음을 없애야 했고, 그렇게 해서 국경을 곤고히 해야 했다. 그렇게 그의 약점 하나하나를 다스리는 동안 그는 세 아들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태자는 열 다섯 무휼이다. 왕가의 자손이란, 어리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혈통이 아니었다. 태생이 그랬고, 살아온 환경이 그랬고, 그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 만화에서 보여지는 무휼은 차비 연과 있을 때는 그래도 약하고 여린, 어리고 순수한 모습의 사내아이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무휼은 그보다 훨씬 차갑고 무섭고 또 잔인했다. 열 살에 학반령에서 부여군을 몰살시켰던 그 솜씨는 운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도움도 아닌 그의 실력이었다. 그리고 그게 또 그의 본 모습이기도 했다.   

   
  허나,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는 왕이다. 왕을 범부취급을 하면 일이 생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 말과 행동에 실수가 있다 해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지 않지만, 왕이 되면 달라진다. 왕의 말에는 검이 달려 있다. 그의 생각에는 생사여탈권이 오간다. 웃는 얼굴 뒤에 다른 것이 들어 있고, 다정한 말 속에는 경고가 숨어 있다.
그게 왕이다. -320쪽
 
   

그가 후궁 영채를 다스리는 장면은 카리스마가 뚝뚝 떨어지다 못해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 긴장감을 제대로 고조시켰다. 나는 그가 왕이 되어 고구려의 땅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그 무수한 싸움의 과정 중에 아버지 유리왕을 닮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 이전부터 이미 아버지 유리 왕을 빼다 닮아 있었다. 그의 능력과 카리스마는 할아버지 주몽을 닮았을지라도, 그 피 속의 차갑고 잔인한 기운은 이미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또 충격이었다. 으레 주인공에게 기대되어지는 성격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다시금 세번째 막이 오른 뮤지컬을 보기 전에 소설을 읽고 싶어서 부랴부랴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다시 만난 뮤지컬도 반가웠고, 작가님의 내공에 새삼 감탄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너무도 훌륭한 이 작품엔 치명적인 흠이 있으니,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심각하게 오타가 많다. 문장을 망가뜨리고 어법을 무너뜨리고, 혀를 꼬이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구두점도 마구 생략해 주고 있다. 아, '마침표' 없는 문장을 바라보는 기분이라니...;;;; 띄어쓰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 정도 오타면 편집자는 대체 눈 먼 장님인가 싶을 만큼의 수준이다.  

다음 권은 절대로 같은 출판사에서 내지 마세요!라고 항의 편지라도 쓰려 했는데, 2권이 2009년 출간 예정이다. 물론, 같은 출판사다. 아무래도, 출판사에 전화를 해야 할 듯 싶다. 2쇄를 찍었다면 오타를 수정했을 것이고, 만약 그랬다면 책 바꿔달라고. 그런데 과연 2쇄를 찍을 수 있었을지 자신할 수가 없다ㅠ.ㅠ 명품 책이건만 알아봐주는 사람이 너무 적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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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9-06-20 1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싶네요~~
바람의 나라 너무 좋아요~~!!!
만화책 22권까지 사고 못 샀는데, 소설이라니.. 으헉..

마노아 2009-06-21 01:40   좋아요 2 | URL
요번에 만화책이랑 스페셜 에디션 판 3권이 나왔답니다. 호호홋^^
 
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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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쪽이나 되는 책이었는데, 찔끔찔끔 들여다 보면서  겨우 다 읽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뉴문이었고, 그 바람에 이클립스도 몹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1편에서는 벨라가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2편에서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깨달은 에드워드가 떠나면서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는 벨라가 늑대인간 제이콥에게서 위안을 얻는 내용이 진행되었다. 결국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었던 두 연인이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끝난 이야기가 3편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인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공존 및 협력이 가능했던 사건들이 진행된다.  

이유는 나오지 않았는데 여주인공 벨라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저 인간으로서는 지극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을 달고 다니는 학생일 뿐인데, 뱀파이어들의 특별한 능력이 그녀에게 미치지 못하고(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힘을 가진 에드워드는 그녀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사람에게 공포의 환각을 주입시켜 고통을 주는 제인은 그녀에게 환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람과 접촉하면 그 사람의 속을 다 꿰뚫어 보는 3천년 묵은 뱀파이어 아로도 그녀에게서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나는 체취는 특별히 뱀파이어들의 갈증을 더 솟구치게(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그녀 곁에서 금욕(?)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상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걸 극적인 절망을 겪으면서 극복해낸  에드워드에게 격려의 박수를 주고 싶다. 기특한 것! 

뱀파이어 가족들은 벨라가 워싱턴의 포크스 마을로 오면서 인간 생활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었고, 그것이 늑대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퀼트 부족을 자극시켜 그들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소년들은 거대한 늑대인간으로 변신해서 본능적으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를 견제하게 된다. 뿐인가. 벨라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임 당한 뱀파이어 제임스의 연인 빅토리아는 벨라를 죽이기 위해서 뱀파이어 군단을 조직하고, 더 큰 전쟁이 이곳 포크스에서 벌어지게 된다. 벨라는 늘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휩싸이게 되고, 사실상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곤 했다.  

한낱 인간일 뿐인 그녀는 지극히 약하고 또 인간을 먹지 않는 퀄렌 가족들에게조차 큰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주기를 소망한다. 이제 18세가 된 그녀는 이미 17세의 에드워드보다 나이가 많아졌고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질 터였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기왕이면 에드워드가 자신을 변신시켜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그리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녀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없는 그는, 영생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서로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로 인해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했고, 벨라는 끔찍해 한다.(아니 왜!)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떠오른 생각인데, 혹시 에드워드는 제이콥으로 인해 더더욱 그녀와의 결혼을 당기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엔 벨라가 자신의 진짜 마음을 눈치 챌까 봐? 

벨라가 에드워드가 없는 동안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얼마나 넋을 놓고 살았는지 독자는 다 안다. 그래서 제이콥에게 그녀가 가지는 고마움과 애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제이콥이 그렇게 무대포로 덤비고 나올 때 그걸 적정 선에서 제지하지 않는 벨라가 무척 괘심했다. 뿐만 아니라 결국엔 제이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의 진짜 정체를 알아버릴 때의 충격이란 아무리 여주인공이라도 확 분노가 치밀...;;; 

그런데 이 착하디 착한 또 지나치게 예의바른 뱀파이어 왕자님은 어땠는가.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을 다 이해해 주고, 비난하지도 않으며, 그녀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것을 지지해주려고 하다니. 그런 에드워드를 아프게 한 벨라가 밉다! 

보통의 사람들은 따라갈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 게다가 빠르고 강하고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뱀파이어. 100년을 넘게 살았던 만큼 그는 지혜로웠고 음악적 재능이 충분했으며, 게다가 부자였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대단한 것이었고, 이미 그것들을 갖고 있는 그에게는 그것이 자랑할 만한, 지킬 만한, 소중한 무엇이 될 수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을 때,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줄 수 없어(그들은 냉혈족이라 불리는 만큼 차가운 체온과 숨결을 지녔다.)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안아주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건 그에게는 치욕이자 절망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다른 뱀파이어와 맞닥뜨려 최선을 다해 싸워 이겼지만, 그 무시무시한 힘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또 다른 공포를 안겨주었을까 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이 여린 마음의 뱀파이어라니. 이 책이 할리퀸 로맨스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수한 여심을 자극하며 초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통통 튀는 앨리스는 졸업 파티보다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파티를 준비하면서 잔뜩 신이 났는데,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앨리스가 준비하려는 최상의 선물이 제대로 전달될 지 의문이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벨라의 운을 생각할 때 말이다.  

1.2권은 같은 번역자여서 차이가 없었는데, 3권은 벨라와 앨리스의 대사가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어서 어색했다. 우리 말같지 않아서 분명 존댓말의 구분이 있진 않았겠지만, 정서상으로 벨라가 앨리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나로서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에드워드의 누나다. 당연히 친누나는 아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1권에서는 벨라가 160 키에 50kg이라고 했는데, 3편에서는 45kg으로 나온다. 설마 그 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체중이 무려 10%가 감량이 된 것인지, 한국인들이 최적의 몸무게로 여기는 연예인 표 체중을 보여주기 위해서 삭감을 한 건지 원작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기분은 좀 나빴다. 버럭!) 

원작은 4권이 완결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고, 영화 2편 '뉴문'은 12월에나 개봉한다. 아, 멀고도 멀었구나.  

트와일라잇 화보집이랑 dvd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다. 일단은 화보집부터 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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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 책이 너무 좋은데 리뷰를 도통 쓰질 못하겠어요. 아주 좌절하다가 마노아 님의 리뷰를 읽는데 어쩜 이렇게 잘 써주셨는지요! 부럽습니다. 벨라가 밉긴 미웠는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쓰지도 못하겠고, 에드워드가 너무 좋은데 왜 좋은지(뭐 잘생겨서죠, 이런 말이나 하다니. 흑) 쓰질 못해서 괴로워하던 찰나에 이런 리뷰라니요. 심봉사 눈 뜬 듯, 심마니가 심봤다, 하듯 추천 남기고 갑니다.
벨라의 체중에 대해 저도 모르게 모니터에 마시던 보리차를 뿜을 뻔 했어요 후훗

마노아 2009-05-17 23:23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평소 같았으면 떠올리던 남정네가 아니라 내내 에드워드 생각만 났어요. 이 멋지구리 클래식한 매력 덩어리 남자를 어쩜 좋을까요. 벨라 대신 내가 확 낚아채고 싶어요.(>_<)
아, 두 분 모두 벨라의 체중에서 화들짝!이었군요. 전 다들 저처럼 분개할 줄 알았어요.ㅎㅎㅎ

다락방 2009-05-1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넘어갈수가 없는 리뷰에요.(이클립스잖아요!)

위에 Jude님처럼 저 역시 어어, 벨라의 체중 얘기도 책에 있던가? 했어요. 그런데 기분은 좀 나빴다는 마노아님에게 적극공감 초공감 급공감이에요. ㅎㅎ (아, 이럴때의 마노아님은 완전 사랑스러워요!)

국제도서전에서 트왈랏 화보집 보고 왔거든요. 음, 저는 굳이 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노아님은 화보집부터 지르실건가요? 전 20일날 나온다는 DVD 나 질러야겠어요. 그리고 아예 틀어놓고 살아야겠어요. ㅎㅎ

마노아 2009-05-17 23:25   좋아요 0 | URL
으헤헷, 다락방님! 저 드디어 이 시리즈 다 봤어요. 아껴 보느라 욕봤답니다. 4권 어쩜 좋아요. 대체 언제 나온대요. 이미 수입은 했겠죠? 영어 못하는 사람은 버닝도 힘들어요.
오, 국제도서전 다녀오셨군요. 트왈랏 화보집이야 뭐 사놓고 보면 돈이 아깝겠죠. 그래도 질렀어요. 보고 중고샵에 팔 거예요.ㅋㅋㅋ
일단 궁금하니까 질러야겠더라구요.
dvd는 아직 발매 전이니까 적립금 모아 다시 지르려구요. 앙, 뉴문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 6개월이 흐르죠???

후애(厚愛) 2009-05-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클립스 읽어 보셨군요^^
저도 언젠가는 꼭!!! 읽을거에요.ㅋㅋㅋ
그동안에 품절이나 절판만 안 되기를 빌어야지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4권까지 나오나요?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을텐데요^^

마노아 2009-05-18 09:43   좋아요 0 | URL
초 베스트 셀러라서 쉽게 품절이나 절판은 안 될 것 같아요.
4권이 완결이라고 알고 있어요. 벌써 아쉬워요.(>_<)
1편 읽을 때는 이게 뭐임! 이랬는데 갈수록 매력적이더라구요.^^ㅎㅎㅎ

레와 2009-05-1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리뷰를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뱀파이어'계에 최고봉은 쟝끌로드지만,
꽃돌이 꽃미남은 에드워드를 따라올 자가 없어요. 아직까지 그리고 영원히~ (강선생 버젼으로..ㅎㅎ)

아.. 보고싶다. 에드워드~

마노아 2009-05-18 20:12   좋아요 0 | URL
에드워드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하되 강한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아우, 완전 최고예요!
(근데 강선생 버전을 몰라요.ㅠ.ㅠ)
영화가 너무너무 궁금하답니다.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뉴문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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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연인 사이가 되었던 벨라와 에드워드. 두 사람의 사랑은 여전했지만, 벨라의 18번째 생일날 있었던 소동으로 변화를 맞게 된다. 계기는 작은 거였다. 언제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을 몰고 다니는 벨라답게 선물 포장을 뜯다가 종이에 베어버렸는데, 그게 하필 뱀파이어 가족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 핏빛 향이 어떤 충격을 불러 일으켰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아직 인간의 피에 대한 절제가 익숙하지 않은 재스퍼가 본능을 감추지 못했고, 그걸 막기 위해 에드워드가 벨라를 밀어버렸는데 하필! 유리 위로 떨어져 더 큰 피를 불러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에드워드는 늘 갖고 있던 불안감(자신 때문에 벨라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 결국 결별을 선언한다. 얼굴도 능력도 완벽남이었던 이 뱀파이어는 결별을 선언함에 있어서도 너무 완벽하게 차가운 나머지 벨라는 그가 변심했다는 말을 곧이듣고 만다. 그리고, 그게 고통의 시작이었다.  

4개월 동안, 벨라는 텅 빈 영혼을 가진 껍데기 뿐인 사람으로 살아갔다. 지켜보는 아빠 찰리를 불안에 떨게 할 만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떨어져나갈 만큼. 그 때 벨라를 사람답게 만들어준 것이 인디언 소년 제이콥이다. 뱀파이어의 연인이었던 전적만큼, 벨라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었는지, 늑대 인간이 되어버린 제이콥 옆에서도 잘만 지내고 만다.  

그런데, 자신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닥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벨라는 환청을 듣게 된다. 그토록 그리워하는 에드워드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 스스로를 자꾸 위험한 상황 속으로 몰아버리는 벨라. 그리고 그것이 화근이 되어서 다시 연결되는 컬렌 가족들과 에드워드와의 재회. 

이것이 줄거리다. 여전히 주인공 벨라 입장에서 서술되는데, 1편보다 확실히 매끄럽게 읽히는 것은 작가가 두번째 장편 소설이라 좀 더 필력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고, 번역이 훌륭한 까닭일 수 있다.(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번역한 분이시다.ㅎㅎㅎ) 뭐, 내 생각엔 둘 다 같지만. 무튼, 영화를 먼저 본 까닭에 여러모로 더 비교되었던 1편에 비해서 2편은 훨씬 재밌게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의 출연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 다소 불만스럽지만. 

불멸의 몸을 갖고 영속의 시간을 사는 뱀파이어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갖게 되었는데, 그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수가 없고, 자신이 곁에 있는 것이 더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누구라도 에드워드와 비슷한 고민에 빠졌을 듯하다. 더 확실한 방법은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든다면 많은 고민으로부터 해결되겠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저주'로 인식하는 그로서는 그녀의 영혼이 어둠 깊이 매장당하는 것을 결코 두고볼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벨라는 좀 더 철없어 보이고, 그랬기에 또 맹목적으로 순수한 사랑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은 스무 살, 서른 살, 할머니까지 늙어가는 동안, 신의 조각 같은 완벽한 남친은 영원히 17세라면 분명 공포스럽기도 할 것이다.  

영화 속 벨라의 배우는 무척 이쁜 사람이어서, 내가 그려보는 벨라는 무척 아름다운 여성인데, 책 속의 벨라는 자신의 미모에 대해서 너무나 자신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적으로 너무 완벽한 남친 덕분이지만. 그렇긴 해도 많은 남자아이들이 벨라와의 데이트에 매달렸던 것만큼 벨라도 충분히 매력적일 텐데, 좀 더 자신에 대해서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에드워드의 사랑 고백을 믿지 않고, 그가 떠난 게 정말 사랑이 끝나서라고 믿고 반 년 동안 삽질한 것은, 아무리 가여운 처지였다고 해도 좀 짜증스러웠으니까.(그래, 솔직히 샘났다!)  

내 예상에 뒤로 가면 벨라는 확실히 뱀파이어가 될 것 같다. 무려 3천 년을 살아온 다른 영험한(?) 뱀파이어의 특별한 능력도 벨라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스스로는 너무 평범하고 미미한 존재라고 여기는 그녀지만, 분명 이렇게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을 끌어들이는 어떤 강력한 힘이 그녀에게 있을 것이다.(심지어 그녀의 체취는 너무나 맛있어서 지극히 유혹적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상엔 인간으로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악하고 무서운 존재도 너무 많은데, 컬렌 가족처럼 인간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봉사하면서 열심을 다해 살면 신의 은총으로 혹시라도 천국이 열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면, 신의 입장에서 그 사악한 인간보다 이 불사체가 더 연민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물론, 그런 흡혈귀는 너무도 소수라고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책이 620페이지였다. 정말 길긴 했지만, 순식간에 읽은 듯하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다. 다른 일들이 많이 밀렸는데 이어서 이클립스를 읽어도 되는지 갈등이 생긴다. 궁금하긴 한데 말이다.(게다가 2권보다 더 두껍다!)  

영화는 금년 말에 개봉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사실일지 모르겠다. 영원히 17세여야 할 에드워드가 그새 자랐을까 봐 걱정이다. 외국 배우들은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저씨'가 되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다.(어쩔껴, 해리 포터...ㅠ.ㅠ) 그래도 어쨌건, 기대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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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0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포 특히 뱀파이어를 제일 무서워하지요. 그리고 뱀파이어 영화만 살짝 봐도 꿈에 나타나서...ㅋㅋㅋ
근데 리뷰를 읽어보니 읽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네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야기...무척 궁금해져요.

마노아 2009-05-01 11:53   좋아요 0 | URL
이 책과 영화는 로맨스물이에요. 다만 상대가 뱀파이어일 뿐이지만, 무서운 장면은 없다고 봐요. 그냥 풋풋한 사랑 얘기인데, 주인공이 워낙 잘 생겼다 보니 보는 재미가 좀 솔솔하답니다.6^^

무스탕 2009-05-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디언 소년이 1편에서 벨라 아부지 친구 아들(어렵네.. -_-)인가요? 아부지한테 거처를 옮기고 처음 만난 친구요. 어려서도 같이 놀았다던..
그 아이가 늑대인간이 됐다구요? @_@

정말 해리 포터같이 갑자기 총각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ㅎㅎ

마노아 2009-05-01 22:26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바로 그 녀석이죠. 작품 속에서도 그 녀석은 키가 갑자기 193으로 자라고 늑대인간 변신 후 또 자랐으니 거의 2미터 육박하지 않을까 싶어요. 녀석은 총각이 되어도 상관 없는데 에드워드가 걱정이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