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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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가 돌아왔다. 단편 18편을 두 권의 책으로 묶어서 '더블'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LP 같은 느낌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만들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책을 내놓을 수는 없는 터, 두 권의 책은 값도 두배로 뛰고 출판사의 모험도 그만큼 커졌을 텐데, 박민규라는 이름 석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side A,B로 나뉘어 있고, 일러스트 Book도 한 권 끼어 있다. 얇은 책자에는 각각의 단편이 어떤 의미로 씌어졌는지를 짧게 설명한다.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그림과 함께. 하나하나의 단편을 어떤 사람과 연관지으며 읽는다는 건 무척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 대상은 부모가 되기도 했고,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놀라운 인물일 수도 있고, 불특정 대다수가 될 수도 있다. 우리들은 모두 그 중 하나에는 끼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독자를 위한 것이 된다. 반가운 선물이다. 

워낙 다양한 매체에 소개된 다양한 작품들이다 보니 모두가 제 각각의 색깔을 갖고 있다. 때로 어떤 작품은 너무 4차원 적이어서 평범한 독자로서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특징은 유머와 진지함이라는 것! 뭔가 슬픈 얘기를 하고 있을 때에도 유머를 놓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한숨이 곳곳에 있었다. 그래서 이 책들은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첫번째 단편 '근처'는 미국의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에게 주기 위해 썼다고 했다. 1949년에 태어나 1984년 암으로 사망했던 그는 2004년 세상에 나타나 자신은 사실 죽지 않았음을 DNA와 혈액, 그리고 지문을 통해 입증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이런 소개글을 읽고서 작품을 읽는데, 그렇다고 딱 그 인물과 뭔가 관련이 있는 내용이 나오지도 않는다. '근처'의 주인공은  간암 말기 환자다.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돌아오는 그는 '20년' 전에 친구들과 묻었던 타임캡슐을 파낸다. 바로 이 '20년'이 이 작품의 집필 동기와 만나는 대목이다. 무려 20년이 지났고, 세월은 사람을 깎아 놓았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고독한 사내에게 사랑이라는 사치가 얼마나 적나라하게 다가오는지, 현실보다 더 리얼한 느낌이었다.  

나 많이 늙었지? 문득 얼굴을 숙인 순임이 물었다. 글쎄, 하고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나이 든 소녀를 위한 마땅한 표현이 나는 떠오르지 않았다. 늙었다, 와는 다른, 그러나 늙었다 근처의 그 어떤.

늙었다기보다는, 지친 느낌이었다. – 32쪽

줄바꿈은 이제 박민규 작가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번 작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참 신선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엔 거기에 작은 크기의 글씨가 따옴표를 대신하며 출연했다. 

 

두번째 단편 '누런 강 배 한 척'은 작고하신 작가의 아버지를 위해 씌어졌다. 한 번도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린 적이 없었던 작가는 이제 와 겨우 한 편의 소설이라니... 형사입건의 대상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side A에는 아버지를 위한 단편이, side B에는 어머니를 위한 단편이 각각 하나씩 실렸는데 두 작품 모두 치매 노인이 등장한다. 실제로 작가의 어머님은 치매를 앓고 계시고 현재 요양원에 계시다고 한다. 다른 작품들도 다 좋았지만 이 두 작품은 더욱 두드러지게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와서 참으로 먹먹했다.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시아버지에게 건강검진을 당부한 며느리는 이상 없고 백 살까지도 살겠더라는 의사의 소견에 반색을 한다. 오래오래 사셔야죠... 라고 말을 하는 며느리의 그 말이 누가 뭐래도 진심임을 작품 속 시아버지도, 독자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바쁘게 살아온 인생의 말년을 기다리고 있는 정년퇴임한 노인. 그에게 아마도 기대되어지는 수명 30년은 반가움이 아닌 막막함의 대상이었다.  

차차 대소변도 못 가릴 아내가 무거운 짐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내에겐 그래서 감사한 심정이다. 젊었을 때의 잘못을 보상할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더는 살고 싶지 않다.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 65쪽

더 이상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은 인생, 더 이상 알아갈 게 없는 인생이라니... 더는 살고 싶지 않다는 그의 고백이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다. 머뭇거리지 않고 인생을 종료시키기로 결심한 그 여정 길을 독자는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심각한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지레 짐작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뒷 이야기를 호기심으로 기다리시라. 

세번째 단편 '굿바이, 제플린'. 비행선을 발명한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을 위해 씌어진 것이란다. 비행선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수송수단이라고 작가는 굳게 믿고 있다.
뭔가 낭만을 갖게 하는 멋진 제목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던가. 대형마트 광고를 위해서 제작한 거대한 풍선 비행선이 그만 줄이 끊어져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이벤트 회사의 직원들은 자동차로 풍선을 따라간다. 애가 끓은 사장은 전화기가 불이 나도록 연락을 하고, 그때마다 교회 목사님께 기도를 받으러 왔다고 하고, 다음 날은 새벽 기도를 간다고 했다. 그의 절박함을 웃음으로 받아들여서 미안하다만 그게 박민규식 유머를 대하는 독자의 예의이리라.   

''이란 작품은 SF의 대가 아서 C. 클라크를 위해 씌어졌다. 70년 간 글을 써왔다는 거장 앞에서 7년 간 글을 써 온 작가가 무릎을 꿇지 않을 도리란 없다는 생각엔 나 역시 동의한다. 서기 2387년 미래의 지구. 사상 최고의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했고, 19251미터 깊이의 해구가 생겨났다. 그 심연까지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호기심을 넘어선 갈망을 무모했고, 그래서 위험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인간이지... 싶은 동의랄까. 

다섯 번째 작품 '끝까지 이럴래?'는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서지 브린에게 주기 위해 씌어졌다고 한다. 왜?라고 그들이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다는 작가의 당돌함은 짓궂으면서 대견하다. 지구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있는 오늘. 그러니까 내일이 남아 있는 유일한 오늘 아래층 사는 남자와 위층 사는 남자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체 뭘 두고서 '끝까지 이럴래?'라고 말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구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오늘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호기심은 멈출 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작가의 문학점 솜씨를 보시라.  

바짝 쳐올린 뒤통수에는 크라이슬러 닷지가 차량충돌실험을 해도 좋을 만큼 두툼한 살덩이가 얹혀 있었다. 속 시원히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애덤스는 활짝 방문까지 열어 보였다. 좁은 거실과 두 칸의 방... 어둑한 집 전체가 늙어가는 남자의 팬티 속처럼 시들하고 볼품없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할지라도, 타고난 유머 감각은 비켜가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오늘 뭘 해야 하나 잠깐 생각해 보았다. 어이 없게도, '위기의 주부들'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즌 4부터 보질 못했는데 무척 궁금했던 터여서 말이지... 

이어지는 단편 '양을 만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는 '선인장 포자'란 연작 소설의 일부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선인장 포자가 책으로 묶일 때 다시 한번 수록될 작품이기도 하다. 사무엘 베케트에게 주기 위해 씌어진 작품인지라 등장 인물의 이름은 '고'와 '도'다. 뭐, 블라디미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아무 설명 없이 느닷없이 주어진 수상하고 위험한 상황. 요란스럽게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묵찌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서술에서 마구 웃었다. 이어지는 긴 고요함을 설명할 때는 '세계 묵찌빠 챔피언의 묵! 같은 정적'이라고 한다. 뿐인가.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이렇게 표현한다. '여기서 지낸 시간을 생각해봐. 아브라함의 기저귀를 갈다 왔는데 이젠 예수가 태어날 시간이야.' 누가 누구를 낳고 누구를 낳고로 주욱 이어지는 성경의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면 이 문장의 우아한 유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읽는 것이 곧 작가의 4차원적 정신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어서 한편으로 유쾌하고 한편으로 기이하기까지 했다.  

 

일곱 번째 작품은 '굿모닝 존웨인'.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영화 배우 존웨인 맞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를 위해 씌어진 것은 아니고 모든 '자부동'에 앉아 계신 분들을 위해 쓴 것이라 한다. 자부동이 무언가 찾아보니 방석이다. 지금 방석 위에 앉아 있는 나는, 역시 해당 독자로구나.  

'축구도 잘해요'는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대체 왜 박민규는 문학을 하게 되었는지를, 그의 전생 마릴린 먼로와 그의 우주인 자식놈들 아르마딜로, 별들이 소근대는, 태권소년을 통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유쾌, 상쾌, 통쾌가 마중을 나올 것이다.  

side A의 마지막 단편 '크로만, 운'은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위해 씌어진 것이다. 가난한 육체에 깃든 위대한 정신이라는 표현이 어쩐지 숙연함마저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작품은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만큼의 두통을 얹어 주었다. 아, 난해해라.  

side B로 넘어가 보자. 첫번째 작품 '낮잠'은 작가의 어머니를 위해 씌어진 작품이며 허진호 감독에 의해 한 편의 연극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단다. 몰래 혼자 공연장을 찾았다가 어둠 속에서 울고 나온 작가님을 생각하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의 어머니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작품의 내용이 충분히 심금을 울렸다. '숲이라는 벼루를 다 갈아버린 듯 창밖은 오로지 묵(墨)하고 묵(默)하다.'라는 표현처럼 먹먹한 기분.  

'루디'는 버락 오바마 이후에 나타날 미합중국 대통령을 위해 씌어진 글이라 소개했다. 지구는 사실 사공이 많은 배가 아니라는 작가의 항변은 둘째 치더라도, 무척 느닷없는 전개였고 그래서 충격적인 결말의 글이었다. 대체로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 많은 글들이지만 그 중에서 무척 '센' 느낌이랄까. 

 

이라는 글자를 네 개 포개어 놓은 제목을 가진 다음 작품은 '더블'에서 내가 가장 폭소를 날렸던 작품이다. 무협지를 좀 읽었다든지, 무협 영화를 좀 보았다든지, 하여간 그 세계의 '언어'가 낯설지 않은 독자라면 내가 빵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다소 곤란하다. 눈물 빠지게 웃다가, 끝내 울음이 맺히게 되는 그런 글이랄까. 옮겨보면 이렇다.    

대형... 대의를 가져선 살 수 없는 세상이고, 대인은 어느 한 곳 설 자리가 없는 세상입니다. 대의가 없다니, 일국이 섰고 남아와 기개가 이리 들끓거늘 어찌 대의가 없을 수 있겠느냐? 아아... 한숨을 쉬며 천마가 말했다. 대의가 있다면... 서른 두 평 아파트입지요, 혹 기개를 품은 남아라면 쉰 평 정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대형, 지금은

돈이 최곱니다 – 100쪽  

오로지 눈뿐인 세상이었다. 정치꾼이 된 동지도, 귀족노조가 된 후배도, 재벌의 뒤를 닦는 변호사 선배도, 고문후유증으로 여즉 노모가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친구도, 실은 독재가 그리웠던 이웃도, 잘살면 그만인 민족도, 여전히 건재한 친일 후손도, 그보다 더 건재한 발포 책임자도, 어쩌지 않고 어쩔 생각도 없는 대다수도, 실은 있지도 않았던 이념도, 있어도 소용없는 법도, 아빠도 2번 찍지그래? 하던 달도, 있지도 않았던 민주와 민중도, 그래서 모두가 이미테이션처럼 느껴지는 골짜기였다.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은... 무림은 실제로... 존재했던 겁니까? 쏟아지는 폭설을 바라보며 천마는 그저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109쪽  

기천아! 하고 수저를 내려놓은 천수가 소릴 질렀다. 부르셨습니까? 뜨악하니 도제 하나가 방문을 연 것은 제법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들때밀 같은 표정으로 마당의 눈을 쓸던 바로 그 도제였다. 아까 내 전음을 들었느냐 못 들었느냐? 어떤 전음 말이옵니까? 깻잎 말고 방앗잎을, 후추 말고 산초를 치라 일렀지 않았느냐. 머리를 긁적인 도제가 불콰해진 얼굴로 목소릴 울먹였다. 사부님... 그리 긴 전음을 도대체 언제쯤 들을 수 있다는 겁니까? 오년 수련에 오라 가라 간단한 전음도 들릴까 말까인데... 그리고 그런 말은요... 휴대폰으로 하시면 되는 겁니다, 예 어허, 고얀지고. 어느 안전이라고 네놈이... 내 오늘 세 분 무신께서 모이신다 그리도 일렀거늘! 울먹이던 도제가 결국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四룡께서 모이면 뭘요... 뭘... 정부라도 엎을 겁니까? 네 분이 힘 합치면 뭐... 삼성한테 이길 수 있습니까? – 112쪽 

무림을 주름잡았던 전설의 고수 네 명이 만났다. 대의가 무너진 세상이고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그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비행기보다 빠른 축지법을 쓰고, 하늘을 가르는 경공을 쓰고, 그렇게 바람마저도 제압하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건만, '삼성한테 이길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실컷 웃다가, 어느 순간 울어야 되는 걸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한국인>이란 직업을 가진 모두에게 주는 글이라는 작가의 설명이 가슴에 턱하니 와서 부딪힌다. 

이어지는 작품 '비치 보이스'는 '박주호'란 사람을 위해 쓴 글이라는데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초중고를 같이 졸업한 네 명의 친구들이, 무려 열 여섯 개 학원의 동창이기도 한 네 친구들이 동시입대를 앞두고서 찾아나선 해변가에서 벌어진 해프닝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게 많은 수의 학원을 동시에 다니고, 22평 아파트에 살았던 그 아이들. 입대 직전 뭔가 해야겠다 싶어 고등학교 때의 원수같았던 선생을 찾아가서 패주기로 결심했는데, 막상 '취직 준비는 잘들 하고 있냐?'라는 질문 앞에 그만 힘이 쑥 빠져버린 아이들. 입대 전에 총각 딱지 떼겠다고 작정을 하고 계획을 짰지만 그 마저도 실패하는 아이들이었다. 

샤워를 할 때까지도 잔뜩 흥분해 있었는데, 글쎄 걔가 전에 사귀던 선배 얘길 하는 거야. 그래서 그 선배는 미국 국적을 가졌는데 군대 안 가도 된다더라, 라고 말이야. 제길 그 얘길 들으니 갑자기 자지가 죽지 뭐냐?

그 느낌을

알 것도 같았다. 어렸을 때 이웃 단지의 47평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단짝의 생일파티였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았다. 볼일을 잘 보고 물을 내리는데 아주 기분이 묘했다. 물, 소리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우리집에선 콰, 하는 소음과 함께 맹렬한 소용돌이가 변기를 훑어내리는데 스와,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잔잔히 맴을 돈 물이 변기를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묘해 나는 몇번이고 스와, 를 반복했다. 우와, 탄복을 하며 화장실을 나와서도 그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파티를 즐길 수 없었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다. – 125쪽

병역 문제만 나오면 한바탕 소란스러워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스와'하고 변기 물이 내려가는 집이 아닌 '콰'하는 소음에 익숙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법한 그 느낌.  

그래서, 작품을 읽는 동안 내내 따라다니는 한 가지 감정은 '연민'이었다. 그게 치매 걸린 노인이든, 학원과 학교만 반복해서 다니느라 바다가 처음이라고 말을 하는 서글픈 청춘이든, 서울 상공 위에 반경 10km 크기의 아스피린이 떠 있음에도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 다음 작품의 주인공이든... 모두가 우리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삶으로 다가왔다. 그 배경이 수백 년 뒤의 지구라 할지라도, 혹은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처럼 화성에서 차 세일즈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연민의 감정은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에게 투여하는 감정과도 통한다. 알퐁스 도데에게 바치는 작품 ''에서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와는 극과 극의 여자가 등장하지만, 목동은 징역까지 살고 나와서 대리 운전으로 겨우 연명하는 청년으로 둔갑했지만   

누군가의 곁에 신이 없다면... 누군가의 곁에 인간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겠지. – 243쪽

라는 구절처럼, 기꺼이 신이 하지 못한 역할을 대신 해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인생의 막장에 몰려 아치 위에 올라가 자살을 하겠다고 예고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내려오는 순경도, 기원전 17,000년을 배경으로 하는 슬(膝)의 구석기인 우도 자신이 사냥해야 했던 코끼리를 향해 연민을 느꼈다. 

그렇게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또 연민을 받아 마땅한 인생살이의 모두에게 이 작품은 일종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작가는 열정적으로 뜨거웠고, 쿨할만치 시원했고, 그리고 부지런했다. 제법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상복도 좀 있었고, 기대주란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는... 어찌 보면 행운아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그의 땀과 노력이 먼저 투신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한국 문단의 행운아이기도 하지만, 그런 작가의 독자로 살아가는 나는, 보다 행복한 행운아라 여긴다. 덕분에 참 많이 즐거웠고, 참 많이 위로 받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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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06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다 읽고 리뷰까지~~~~~~
난, 아직 손도 못댔어요.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요즘은 시간 내기가 어려웠어요.ㅜㅜ

마노아 2010-12-06 01:23   좋아요 0 | URL
첫번째 단편을 11월 초에 읽었는데 그후 못 읽다가 지난 주에 읽었어요. 읽을 책이 쌓였는데 할 일도 많고 그러네요.^^;;;

양철나무꾼 2010-12-0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에 대한 호오가 하도 엇갈려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불끈~'인걸요.

전 두꺼운 책 잘 보는데, 연말이라서 그런가 두께가 좀 부답스럽기는 하지만요~^^

마노아 2010-12-06 02:13   좋아요 0 | URL
저는 박민규를 무척 좋아해요. 제 인생의 책 넘버5 안에는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꼭 들어가거든요.^^
두권 읽은 두께가 한 권으로 취급되는 게 살짝 불만이었는데 뭐 그쯤이야~ 했어요. 작품이 좋아서요.^^

비로그인 2010-12-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노아 2010-12-08 00:57   좋아요 0 | URL
우와.... 다음은 뭘까요? ^^

마녀고양이 2010-12-0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너무 오랜만이라, 일단 와락~ 안고 시작할까요?
그리고 생일 축하드려요!!

저는 사실 국내 작가 소설이 많이 망설여져요. 저랑 맞는 작가가 몇명 안 되거든요.
이 작품도 계속 망설이는데, 곡우님의 멋진 리뷰에 이어, 마노아님의 진짜 멋진 리뷰까지 접하니...
열심히 더 고민 중이고 조금씩 마음이 기울고 있어요. 읽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0-12-08 13:14   좋아요 0 | URL
우헤헷, 마녀고양이님 와락, 덥썩!!!
좀 전에 마고님 서재에 있다가 왔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요.^^
축하 감사합니다. 우리 서로서로 축하 분위기에요~

전 이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어떤 작품은 너무 웃겨서 깔깔댔고, 어떤 작품은 너무 현실적이라 눈물이 날 것 같았고요. 이 작가를 앞으로도 쭈욱 좋아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0-12-09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독특해서 눈길이 갔던 이 책~~~
역시...^^

마노아 2010-12-09 02:18   좋아요 0 | URL
독자는 편애모드예요.^^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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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이름조차 주어지지 못해 버려진 곳의 지명을 이름으로 갖게 된 아이.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면서 제대로 된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홀리스 우즈는 상처로 인해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웅크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건 언제나 그림뿐. 

여섯 살 때 선생님이 내준 'W'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아오라는 숙제에 선생님은 홀리스 우즈의 그림에 X표를 그어버렸다.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압에 서 있는 멋진 그림에서 선생님은 W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아이가 원한 것은 소망하다의 'wish'였고, 원하다의 want, 혹은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be loverly)의 W였는데 말이다. 

맡겨진 집에서 가족으로 섞이지 못하고 겉으로 도는 홀리스 우즈는 다른 사람들 눈에 거친 아이로만 비쳤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진짜 가족이 생겼다. 리건 부부는 기꺼이 아빠 엄마가 되어주고 스티븐은 오빠가 되어주고, 리건 부인의 뱃속에는 또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그토록 원하던 W 그림의 완성판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쉬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제게 다가온 사랑의 정체를 진짜 사랑으로 믿기 어려웠던 홀리스 우즈는, 그래서 걱정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고 오해도 깊어 간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불의의 사고. 사고의 책임을 느끼며 그토록 소망하던 가족의 테두리를 스스로 떠나버린 홀리스 우즈.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가족의 울타리가 생길 뻔했다. 조시 아줌마. 홀리스 우즈가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재능을 단번에 간파한 멋쟁이 조시 아줌마(사실은 할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입양 기관에서 어린 홀리스 우즈를 치매에 걸린 노인과 단 둘이 둘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또 탈출을 감행한 홀리스 우즈. 그러나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조시 아줌마와 고양이 헨리와 함께다. 자꾸만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되는 홀리스는 자신이 떠나온 리건 가족과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은 리건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현재 조시 아줌마와 지내고 있는 시간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초반엔 그것 때문에 몰입이 좀 힘들었다. 대체 홀리스가 그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의 정체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죽기라도 했다면, 홀리스가 다시금 가족을 가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피해 의식에 쌓일 수밖에 없었고, 한 발자국 내딛기 위해서 두 발자국 물러서기 바빴던 것을 이해한다. 때문에 자신이 받은 사랑의 깊이를 끝까지 신뢰하지 못했던 아이의 성마른 결정도 안타깝지만 이해한다. 다행히, 그 사랑의 깊이가 얕지 않아서, 홀리스 우즈는 진정한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제목만 보고서 홀리스 우즈의 그림이 삽화로라도 나올까 했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그려낸,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끝없이 묘사된다.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 홀리스 우즈, 사랑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그 상처와 위로의 이야기는 이 작품이 수상한 뉴 베리 상을 어쩐지 따뜻한 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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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0-11-19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베리상의 신뢰도는 저에게 굉장히 높은 편인데, 마노아님까지 이리 따뜻한 리뷰를 쓰셨으니, 아오 어떡해, 어머 이건 질러야 해!!!

마노아 2010-11-19 12:2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오즈마님도 좋아하는 뉴베리상이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름난 작품 중에 뉴베리 상 수상작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즈마님, 여행 즐거우셨죠? ^^

순오기 2010-11-1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괜찮았어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는...

마노아 2010-11-20 00:30   좋아요 0 | URL
w로 시작하는 가족을 갖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참 짠했어요.

섬사이 2010-11-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만 읽고도 가슴이 짠하네요.
배우 송옥숙님이 네 번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아이를 입양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TV로 본 적이 있어요.
'홀리스 우즈'라는 아이와 그 아이가 겹쳐보이네요.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거,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0-11-22 14:24   좋아요 0 | URL
아, 그런 프로를 하는 걸 얼핏 본 것 같은데 자세히 챙겨보질 못했어요.
저는 만화가 서현주의 '그들의 일상생활'과 시미즈 레이코의 '월광천녀'가 떠올랐어요.
다시 버림 받기 싫어서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일지언정 가족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썼던 주인공들이 나왔거든요. 홀리스 우즈는 다행히 사랑해주는 가족을 찾았지만 말이에요.
직접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에요.^^;;;
 
창경궁 동무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초정리 편지로 절대 호감 작가로 등극하신 배유안 작가님의 역사 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역사적 소재에서 이야기를 마련했을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그게 정조 이산과 정후겸의 이야기일 거라곤 생각 못했다. 첫장을 펼치고부터 얼라! 하고 놀랐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정조, 게다가 최근에 성균관 스캔들로 '꿀성대' 별명까지 얻은 정조 임금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물론, 어린 시절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른 정조를 맡은 배우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었지만. 

작품은 '정후겸'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정후겸은 사도세자의 누이 동생 화완 옹주의 양자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정조 이산과는 사촌이 되는 셈이다. 몰락한 양반 가운의 장자로 태어나 어부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일을 돕지만, 사실은 서당에 가서 글공부 하고 싶어서 온 몸이 쑤시던 아이를, 아비가 화완옹주의 남편인 영조의 부마 집에 보낸 것이다. 그 집과는 먼 친척 사이. 화완 옹주가 아이를 잃고, 남편마저 잇달아 잃자 정후겸은 의지가지 할데 없이 떨어지는가 했더니 오히려 정식으로 양자 입적되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는다. 더군다나 영조의 총애를 입은 화완옹주가 궁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정후겸의 궁 생활도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인보다 세 살 어린 세손을 만난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고귀한 혈통의 세손과 맞닥뜨린 순간, 또래 동무를 알게 된 즐거움을 눌러버리는 무거운 질투의 감정이 정후겸을 후려친다. 그렇게, 창경궁에서 함께 칼싸움하며 뛰놀던 동무는 무서운 정적으로 성장한다.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조와 사도세자, 화완옹주와 정후겸의 이야기를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벗어나길 바란 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이 사도세자나 정조 이산이 아니라 세손을 제거하기 위해 온 정치력을 모았던, 끝내 사약을 받아야 했던 인간 정후겸이라는 것. 그 아이가 가졌던 자격지심과 승부욕과 패배감, 질투와 연민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개의 신선함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이 친구들이라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조선 왕조 최대의 비극적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초정리 편지는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밌고 추천해도 부족하지 않을 창작 소설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지극히 사실적인지라 문학 작품으로서의 묘미는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어른에게 추천하는 건 다소 비추.  

창경궁 동무는 모두가 동정해 마지 않는 사도세자나 이산보다 정후겸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의 병든 마음에 연민을 갖게 만든다. 만약 정후겸이 궁에서 자라지 않았더라면, 눈앞에서 세손의 성장을 그토록 자극적으로 보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다른 인생을 살수도 있었을 거라고,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역사적 인물 정후겸이라면 또 다르겠지만...) 주인공이 아닌 부차적인 인물로 여겨온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매력은 제법 컸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작품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는 자주 접함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참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에 주문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정조실록 차례다. 출고완료 메시지가 왔으니 내일이면 도착하겠다. 또 다시 마음 아픈 이야기를 마주치게 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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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6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출간됐을 때, 사볼까 하다가 반응이 좀 별로라 여직 안 샀는데...초정리 편지가 워낙 셌어요.^^

마노아 2010-11-16 09:39   좋아요 0 | URL
출간 직후 반응이 그랬군요. 작가 이름만 생각하고서 기대가 있었는데 다소 아쉬워요.
초정리 편지가 확실히 셌어요.^^

양철나무꾼 2010-11-1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를 좋아하셨군요?^^
정조는 여기저기 참 많이도 회지돼죠.
그건 회자될만한 무언가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도 되겠죠?
전 국사,세계사는 좀 약한 데...님을 보면서,님의 리뷰를 보면서 하나 하나 끼워 짜집기 해가는 느낌입니다여.

마노아 2010-11-16 19:59   좋아요 0 | URL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 임금이에요. 삶도 너무 극적이었고요.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도 정조는 인기 폭발인 것 같아요.
나중에 역대 장희빈~처럼 역대 정조도 회자되지 싶어요.^^

BRINY 2010-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지금 정조실록 읽고있는데, 이 책 그런 내용이었군요.

마노아 2010-11-16 19:59   좋아요 0 | URL
저는 경종실록 먼저 읽어야 해요.ㅎㅎㅎ
아, 근데 잠깐 펼쳐봤는데 중년의 정조는 살이 잔뜩 찐 모습, 실망이에요..ㅜ.ㅜ

BRINY 2010-11-17 09:35   좋아요 0 | URL
박시백 작가님이 말년의 정조를 또래들보다 쇠약한 모습으로 해석하셨나봐요. 안경쓰고 살찌고 머리 세고 이 빠지고 기력 쇠진하고... 그래서 급서했나 싶었어요.

마노아 2010-11-16 23:51   좋아요 0 | URL
헉, 그 정도로 그려놨어요? ㅠ.ㅠ
아버지 닮아서 어깨 떡 벌어진 청춘이었을 텐데 급 쇠약 모드네요.
스트레스가 과했다고는 하지만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몰골이에요...;;;;

bookJourney 2010-11-1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저는 ... 이 책을 아이에게 선뜻 권하지 못하겠더라구요. ;;

마노아 2010-11-16 20:59   좋아요 0 | URL
아이에게 권하기엔 너무 비정한 이야기이지요?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 또 아찔하기도 하고요.

같은하늘 2010-11-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처음 나올때 보았는데 마음이 그랬다능...

마노아 2010-11-18 00:53   좋아요 0 | URL
작가님의 다른 책을 좀 더 봐야겠어요. 첫 만남의 인상이 계속 이어지진 않나봐요.^^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교롭게도 최근엔 영화를 보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할 때가 많았다. 영화 속 현실이 갑갑해서, 책 속 상황이 답답해서 울화가 치미는데, 실은 그것은 현실에 대한 울화며 불만이고 서러움이었다. 이 책 허수아비 춤도 그랬다.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것을 법의 감시로부터 따돌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떡값을 뿌리는 대기업. 기업의 손이 못 미치는 구석이 없는 대한민국. 그리하여 법망에 잠시 걸리는 일이 있더라도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술수란, 최근 한 3년 동안 되도록이면 9시 뉴스를 피하고 싶어했던 마음과 통했다. 도저히 마음 둘 길 없는 갑갑함에 읽으면서 호흡을 몇 번씩이나 조절해야 했다.  아직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지 못했는데, 허수아비 춤을 읽으면서 느낀 갑갑함을 몇 배로 느끼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작가님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에도 그 책이 한 몫 한 것은 아닐까? 

작품에는 철저히 썩어버린 대한민국의 곳곳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돈밖에 모르는 천박한 회장의 돈지랄과, 그 회장의 비자금과 불법 재산 승계를 위해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많이 배웠다는 이 사회의 엘리트 인사들, '미국'이라는 이름 앞에서 껌벅 죽고 들어가는 싸구려 근성과, 돈과 권력 앞에서 정의 쯤은 헌신 짝처럼 내버리는 검찰, 줄서기에 바쁜 대학과 교수, 의리도 예의도 없는 온갖 인망들. 다 꼽자니 속이 쓰리고 아프다.  

억(億)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 변에 뜻 의 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그 글자가 만들어졌던 그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았으니까 억 단위의 금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야. -234쪽 

태봉을 따라가기 위해서 비자금 조성하는 비법을 갈고 닦고 있는 일광 그룹. 비자금의 규모는 1년에 1조. 그걸 지켜내기 위해서 미리 뿌려두는 밑밥의 규모는 3천 억이다. 이미 '억'은 엌!소리도 나오지 않고 '조' 단위로 바뀌어 버리니, 최근 드라마 '도망자'에서 무수한 사람을 죽이면서 찾고자 한 게 한국 전쟁 때 사라진 금궤를 찾기 위함이라고 했는데 그 값이 2천 억이라고 했던가? 결코 가져보지도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그 돈이 적게 느껴지니 이미 말 다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서 보면 전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집중된 아동 성폭행범을 조작하는 부당거래가 나온다. 하나의 부정한 짓을 해치우기 위해서 더 많이 손을 더럽혀야 했고, 거기엔 대가가 오고 갔고, 또 피를 불렀다. 누구도 이기지 못한 모두가 패한 전쟁과 같지만, 마지막까지 두 다리 뻗고 자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그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한 돈과 권력. 입맛이 쓰다 못해 욕지기가 나왔다. 허수아비 춤을 읽을 때의 그 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정말이지,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이렇게 썩어빠진 세상을 살고 있는데, '희망'이나 '열정'같은, 긍정적이고 예쁜 단어들을 주워 섬기는 게 바보 같았다. 문득, 박민규의 '핑퐁'을 떠올렸다. 이 세상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 과연 이 세상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일까? 마땅히 '리셋'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엄한 상상마저 들었다. 이런 갑갑함이 노아의 방주를 만들게 한 것은 아닐까 멋대로 생각이 뻗어 나갔다.  

아마도 조정래 작가님도 그런 절망감을 극복해 내고자, 혹은 환기시키고자 이런 작품을 쓰신 게 아닐까. 작품을 통해서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 방법은 하나뿐! '불매 운동' 밖에 없다고. 백 번 지당하다. 무슨 수로 그 거대한 커넥션을 우리가 뚫을 수 있을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흠집은커녕 더러운 얼룩 하나 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단결해서 불법 비리를 저지르는 나쁜 기업의 제품을 '불매'한다면, 그 힘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핵심은 '합심'이라는 거다. 한 사람의 불매, 열 사람의 불매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은 나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 같은 기업일지라도, 그 기업이 이 사회에 진정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면 불편함을 다소 감수해줄 수 있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대기업의 계열사가 보통 많은가. 우리가 모르고 소비하는 그네들의 상품은 또 얼마나 많던가. 그러니 처음부터 기를 뺄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물방울이 결국엔 바위를 뚫듯이,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기를. 적어도 그 당위성만은 잊지 않기를...  

그런데 그 마음 한자락 보태는 일이 사실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또 이미 알고 있다. 마음을 더해서 힘을 모으기는 어렵고, 그들이 뻗어놓은 마수에 걸리기는 얼마나 쉽던가. 작품 속 허민 교수가 그랬고, 졸지에 검사에서 변호사가 되어버린 시민단체 대표 전인욱이 그랬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암시해 놓은 다음의 전개 상황도 그런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허민 교수가 전인욱에게 미리 술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남겼지만, 솔직히 독자는 불안했다.   

그래도 엔딩 장면은 풋! 웃을 수 있는 아주 약간의 통쾌함을 느꼈다. 뭐랄까. 씁쓸한 사슬관계를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한방 먹인 느낌이 들어서 쌤통이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고 간 천문학적인 돈이 결국 어디서 빠져나갔는가를 생각하면 그 쌤통은 곧 먹통이 되어버리지만... 최근에 인상 깊은 엔딩을 가진 책으로 '화차', '새벽 3시 바람이 부나요?', '누가 말을 죽였을까'를 꼽은 적이 있는데, 이 책 허수아비 춤도 포함시켜야겠다. 역시 대가다운 솜씨다.

작품은 꽤 두껍지만 빠르게 읽힌 편이다. 마음의 울렁증을 푸느라 몇 번씩 휴식은 필요했지만. 작가가 얼마나 힘을 주어 얘기하는지, 책 속 비리와 비리에 얹힌 속이 더 더부룩해지는 아쉬움은 남는다. 매우 지혜롭고 사려 깊은 인물로 나오는 전인욱의 아내가 남편에게는 존댓말을 하는데, 좀 배웠고, 게다가 도덕성까지 추켜세워지는 인물로 등장한 전인욱은 낮춤말로 나오는 게 다소 불편했다. 그런 사례는 드라마에서도 꽤 자주 마주치지만. 

여러 속담의 행진이 꽤 재밌었다. 적재적소에 쓰인 속담이 안성맞춤이었고, 몇몇은 처음 접하는 것들도 있었다. 

좀도둑은 포승 받아도 큰도둑은 상 받는다. 이 속담은 무협극에서 종종 접했던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수백 수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다!'라는 벼락맞을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 재벌들이 결코 헛돈 쓰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절대 없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저 구름에 비 들었으랴 하는데 소나기 쏟아진다고 하지 않소.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다. 나만은 절대 안전이란 생각은 금물!

먹고 사는 게 급급했고, 정치 민주화가 더 다급했던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경제 민주화'는 언제나 나중 일이었다. 이제 더는 '나중'으로 미룰 때가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미루면 우리가 바라는 경제 민주화는 더더더 뒤에 도착할 것이고, 영영 우리와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자손손 허수아비 춤만 추는 노예로 전락할 지도 모를 일이다. 먹고 사는 일이 여전히 바쁘고 버거운 대부분의 소시민들에겐 그 한줌의 관심도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여전히 다시 한 번 '희망'을 기대해 본다. 그것 외에는 답이 없는 인생이니까. 사실은 그보다 더 큰 힘이 우리에게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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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1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련하게 잘 쓴 리뷰~ 이달의 우수작 후보에요.^^
사회 정의 경제 정의를 말하는 작가가 많지 않은 세상에
조정래 작가님은 작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시는 분이어요.

마노아 2010-11-11 10:34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모두가 알고도 외면하고 있을 때에 이렇게 앞길 헤쳐주시는 분이 있어서 고마워요.
조정래 작가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늘 날카로운 지적을 멈추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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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 대한 관심은 급작스럽게 생겼다. 노벨상을 받던 그 날, 누군가의 글을 보았는데 격정적인 남미 문학이라는 소개에 관심이 불붙었다. 그 글은 노벨상 수상이 결정되기 훨씬 이전에 쓰여졌으니 더 신뢰가 가기도 했다. 그 밤에 지역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고, '노벨 문학상'이란 프리미엄이 붙은 이 책이 탈락될 리 없이 내 손에 일착으로 들어왔다. 책은 금방 읽히고 (게다가 두껍지도 않고) 재밌었다. 마지막 한 챕터만 남긴 채 반납기일이 돌아왔다. 어쩐지 외출하고 싶지 않은 토요일인지라 반납 연기를 누르려고 했지만 이미 예약 인원이 두명이다. 흠, 역시 유명하군! 

제목부터 신선했다. '엄마 찬양'도 아닌 '새엄마 찬양'이라니. 그렇다면 이 책은 의붓 아들의 시선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뭐, 일부만 맞다.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페루의 부르주아 가정의 새장가 든 아버지 리고베르토, 마흔이지만 절대로 마흔으로 보이지 않는 젊은 새부인 루크레시아, 그리고 리고베르토와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폰치토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알폰소, 그리고 하녀 후스티니아나가 중심 인물이다.  

14개의 에피소드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짧은 이야기들은 독립적으로도 읽히지만 긴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성애에 대한 묘사들. 과거 11분을 읽을 때처럼 얼굴이 달아오르고 호흡이 가빠지는 충격은 없었다. 노골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요일마다 몸의 각 분위를 정성을 들여 세정해 내는 리고베르토 씨의 의식들은 충분히 관능적으로 묘사된다. 꼭 '성'을 이야기하지 않고도 충분히 에로틱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순수함으로 무장한 천사같은 소년 알폰소가 새 엄마를 찬양하고, 새엄마를 격렬히 사랑하고, 그리하여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그걸 알아차린 새엄마가 자신을 멀리하자 죽어버리겠다고 소동을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독자로 하여금 '훔쳐보는' 재미를 공유하게 했다. 또 리고베르토 씨와 루크레시아의 매일 밤의 정사,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 이야기에 빗대어 자신의 아내의 '궁둥이'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리보레르토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관음증이 고개를 든다.  

의붓아들과 새엄마가 육체적 관계를 나누는 이야기라면 영화로 치면 19금 딱지가 붙을 법도 하건만, 신기하게도 선정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걸 묘하게 비켜가는 작가의 솜씨도 대단하고 그걸 우리 말로 잘 살려낸 번역도 훌륭할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은 다소 의외였다. 반전의 내용이 없이도 작품은 재밌었다. 반전도 나쁘진 않았지만 내심 기대했던 '파격미'를 비켜간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작품 리스트를 보니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1977)가 보인다. 이 책의 리고베르토 씨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흔한 이름의 하나일까?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같은 인물 맞다. 거기에도 루크레시아와 알폰소가 나온다. 새엄마 찬양이 88년 작품인데 오히려 프리퀼의 느낌으로 쓴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도 여러 그림이 작품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는데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에선 에곤 실레의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하나 보다. 역시 또 고개를 드는 이 호기심! 게다가 반갑게도 정가제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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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1-0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기조심하시구요.^^

마노아 2010-11-06 19:06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셔용! 거기도 일교차 심한지 모르겠어요. 늘 조심조심이요~

양철나무꾼 2010-11-0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리뷰도,님의 도서관 이용기도 흥미로워요.
이 책 자전적 소설이라죠?^^

마노아 2010-11-07 09:56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루크레시아 부인의 모델이 훌리아 아줌마인 걸까요?
개인적인 이력도 참 남다른 작가예요.^^

다락방 2010-11-07 12:10   좋아요 0 | URL
자전적 소설은 아마도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말하는 걸 겁니다. 그 책 소개에 이렇게 써있어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자전적 소설. 주인공 마리오가 이혼 경력이 있는 14살 연상의 친척 아주머니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써 금지된 사랑의 유혹을 다루는 한편, 한 젊은이가 세상과 자신의 집안에서 설 자리를 찾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시켜가는 성장소설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흑, 저 그래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도 읽고싶어요! >.<

마노아 2010-11-07 13:40   좋아요 0 | URL
저도 그책 떠올렸는데 훌리아 아줌마의 느낌이 루크레시아 분위기인가보다... 했어요.^^
책 소개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뭔가 에로틱할 것 같으면서도 성장소설이라니 말예요.
작가에게서 요부 느낌이 나요.(응?)

다락방 2010-11-07 20:27   좋아요 0 | URL
아, 저도요 마노아님, 분위기는 훌리아 아줌마와 루크레시아 부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더 읽고싶어졌죠!! 히히

마노아 2010-11-07 21:35   좋아요 0 | URL
먼저 읽는 사람이 꼭 얘기해 주기에요. 급 관심 작가가 되어버린 요사에요.^^
앗, 이름도 요사스럽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