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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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전에 먼저 설레이게 했던 그 소설, 제목에서 이미 후한 점수를 받고 들어간 이 소설을, 이국 땅에서 먼저 접했다. 이메일 주소를 실수로 적는 바람에 낯선 남자에게 도착한 어느 항의 메일. 그 우연한 실수로 인해서 연이 닿게 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메일 대화. 그리고 사랑 이야기이다.  

만약 이 남자가 총각인 것처럼, 이 여자도 아가씨였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저 흔한 청춘 로맨스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리한 작가는 위험한 변수를 하나 둔다. 주인공 여자는 이미 한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새엄마였던 것.  

두 사람의 이메일은 위트 넘치게, 재치있게, 때로 명랑하게, 때로 신경질적이고 시니컬하게도 오고 가는데,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은 서로의 레오로, 서로의 에미로 거듭난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 중 하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려주지 않은 채 카페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만났다는 것. 돌아와서 그들은 레오 후보와 에미 후보를 말한다. 탐정놀이 하듯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주면서 서로에게 근접해 가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긴장과 재미를 함께 느끼게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공간 같은 시간에 와인잔을 기울이며 건배를 했고,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충고를 해주기도 했고, 심지어 제3의 사람을 소개시켜주기도 하면서 이색적인 시간을 갖는다. 그 긴 시간 속에서 오해로 인해 실망을 느끼기도 하고 상대의 반응에 화를 내기도 했지만, 오가는 이메일 속에서 누적된 그들의 시간이, 추억이, 그리고 감정이 결코 낮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몇 번이나 서로 만날 뻔 하였다. 지극히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술기운을 빌려 진심을 담은 마음을 드러내 보기도 했건만, 한 사람은 이미 한 남자의 아내였고, 그걸 알면서 이성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까닭에 두 사람의 만남은 쉽사리 이어지지 않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는 명제 아래 숨어 있던 에미. 그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지만, 그 울타리 밖에서 레오를 차지하고 싶은 그녀의 욕심은 자신의 친구 미아를 내세워 레오와 연결시켜주려는 몰지각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마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레오와 미아는 작심을 하고 에미의 마음을 타오르게도 하였다. 독자 역시 에미의 철없던 마음에 떽! 하고 한 소리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초, 수분, 수시간, 수일 동안에 오고 가는 그 메일들은, 때로 의미 없는 말장난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늘 적잖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음 이메일의 내용이 너무 궁금할 수밖에 없었고, 혹시라도 한쪽이 부재중 메시지를 날리게 되면 숨은 사정이 궁금해서 역시나 다음 장을 재촉해야 했다. 그래도 이 책을 빨리 읽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한 장을 읽고 나면 다음 장은 조금 쉬었다 읽었다. 몰아서 끝까지 다 봐버리면 너무 일찍 비밀이 공개되어 여운을 덜 느낄 것만 같았기 때문에. 

한 번도 자신의 의지로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았던 베른하르트의 끼어들기는 작품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 위태위태로운 두 사람의 접촉하지 않은 만남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과연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날이 있을 것인지 독자는 애태우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 아, 문학적 완성도를 얘기한다면 작가로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이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을 응원하던 독자는 마음이 울렁일 수밖에 없다. 이 안타까움을 어찌 달랠 것인가. 

독자는 작가 대신 나오지 않은, 이어지지 않은 어떤 결말을 상상해 본다. 두 사람의 사랑이 폭발하는 어느 순간을.

베른하르트가 안타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무례했던, 그리고 정당하지 않았던 사랑의 표현을 원망하여 그가 치러야 할 그 자신의 몫의 사랑을 생각해 본다.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그녀의 눈에서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메마른 영혼으로 살아갈 그녀를 보며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그녀를 믿고서 왜 좀 더 기다려주지 못했느냐고, 독자는 안타까움의 질책을 던져본다.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지. 이렇게 만나지고 이렇게 가슴에 남아버리는 사랑도......  

소개해 주신 다락방님과, 선물해 주신 순오기님께 모두 감사를! 멋진 만남이었다. 

   
 

 당신은 다시 사랑에 빠져야 해요. 그러고 나면 그동안 당신에게 무엇이 없었는지를 알게 될 거예요. 가깝다는 것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는 거예요. 긴장이라는 것은 완전함에 하자가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완전함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완전함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서 생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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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2-08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살인의 해석'에 밀려 못 빌리고 왔는데 마노아님 리뷰를 읽게 되었네요. 원제의 뜻은 뭘까 궁금해져요.

그나 저나, 마노아님의 새로운 서재 이미지, 너~무 깜찍한거 있죠? ^^

마노아 2009-02-08 10:40   좋아요 0 | URL
영어로는 'good against northwind'라네요. 원제에는 '북풍'이 들어가는군요. 원제의 바람이 책 속 바람과 더 어울리긴 해요.
히힛, 중국에서 득템한 인형이에요. 근데 이미지의 세로 길이가 너무 긴 거 있죠.

다락방 2009-02-08 21:11   좋아요 0 | URL
독일어하는 저희 회사 해외영업 대리에게 물어보니 독일어 원제목은 북풍이란 뜻이라네요. :)

마노아 2009-02-08 22:56   좋아요 0 | URL
오홋, '북풍'이란 말이지요! 아, 서풍도 아니고 동풍 남풍도 아니고 북풍! 딱이에요.

니나 2009-02-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그쵸,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찾아내 둘을 맺어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들었었던 ㅋㅋㅋ (이 오지랖!)

마노아 2009-02-08 22: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엮어주고 싶어요. 이대로는 안 되어요ㅠ.ㅠ

다락방 2009-02-0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리뷰를 숨도 안쉬고 읽었네요.
거봐요, 글쎄.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니깐요!!

마음속에도 바람이 분다, 이거 말고 더 좋은 리뷰 제목이 나올 수 있을까요?


마노아 2009-02-09 10:26   좋아요 0 | URL
더 좋은 제목을 생각할 수가 없어요. 새벽 3시 북풍은 부나요? 했으면 또 느낌이 달랐을 거예요. 우리말 제목은 또 그대로의 멋이 있어요. ^^

순오기 2009-02-0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드디어 리뷰가 올라왔군요.^^
나도 이 책 선물받아 놓고 읽을 차례 기다려요~~~ 흐흠, 난 e메일 연애 해봤는데~~~ㅎㅎㅎ

마노아 2009-02-09 10:27   좋아요 0 | URL
아앗, 해보셨단 말이에요? 부러워요!!! 이메일이든 뭐든 연애를 해야 하는데...ㅎㅎㅎ
 
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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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영화로 먼저 만난 트와일라잇. 나의 뱀파이어 연인이라니, 너무 로맨틱하지 않은가!  

영화는 초반에 지루하게 전개되었다. 뛰어나게 잘 생긴 남자 배우와 빼어나게 예쁜 여자 주인공이 나오긴 했지만 크게 눈을 사로잡지 못하다가 극 종반에 긴장감을 팍 조성시키면서 끝내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면서 극장을 나오게 만들었다. 책은, 그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내게 남겨줄 거라고 '당연히' 믿었다. 결과적으로는, 조금 배신 당했지만. 

아무래도 1차로 접한 매체가 더 인상적이기 마련이었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았더라면 책이 더 재밌었을 지도 모른다. 대개는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현란하고 화려하고 또 (상대적으로) 스피디한 영화를 먼저 보고서 책을 접하니, 무려 564쪽이나 되는 책이 너무 더디게 읽혔다. 때마침 컴퓨터 고장이란 악재로 인하여 연속 읽기를 감행했는데 정말 진도가 안 나갔다.  

120쪽을 넘어가니까 좀 더 속도가 붙긴 했지만, 그 앞쪽은 읽어내는 게 지독히 힘들었다. 문장이, 말이 아니었다! 이게 작가의 문제인지 번역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둘 모두의 책임인 것 같은....;;;; 

일단, 문장이 정말 매끄럽지 않다. 한 문장이 끊기지 않고 굉장히 긴 편인데 영어 번역 문장은 대개 그렇지만, 그걸 입에 착 달라붙에, 매끄럽게 읽히도록 만드는 게 번역가의 몫이 아닌가. 아무리 주인공 에드워드가 100 가까이 열 일곱살로 살고 있다지만, 웃음 소리를 표현할 때 '껄껄' 웃었다고 쓰고, 구어체 문장에서 '했다.'로 끝나는 종결 어미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원서에 어떻게 쓰여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번역가의 센스 부족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문장의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작가의 재능 부족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작가의 훌륭한 상상력에는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 있는데, 문장 낭비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에피소드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너무 길다. 내 생각에는 350페이지 정도면, 그러니까 대략 절반 정도면 끝낼 이야기를 너무 늘여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벨라의 입장에서 서술을 하는데, 그녀의 시선이 이동하는 모든 것을 다 언급하고 지나간다.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다 풀어놓는다. 이건, 낭비다. 적당한 점프, 생략이 필요한데 그같은 기술은 작가에게 아직 부재한 듯 싶다. 아마도 뉴문, 이클립스로 넘어가면 그런 것들은 좀 더 다듬어지지 않을까. 그렇지만 시리즈 중에선 트와일라잇이 가장 짧다는 거...ㅜ.ㅜ 

그래도, 난 원래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니 작가가 밉지는 않다. 제일 좋았던 설정은 이들 뱀파이어 가족이 대낮에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설정인데, 다만 햇살이 찬란한 날만 피한다는 그들의 방침이 신선하다. 그래서 워싱턴 주라는 늘 흐리고 비가 많이 내리는 습한 지역이 배경으로 설정된다.  

읽으면서 계속 느끼게 되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땅덩어리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주인공 벨라가 피닉스에서 포크스로 이사올 때 사흘 길을 달려(날아) 왔고, 제법 큰 서점을 찾기 위해 시애틀까지 나가야 했으며, 학교 등하교는 자가용 없이는 상당히 힘든 그네들의 일상 생활이라니. 우리로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들이다. 그래서 또 궁금해지는 건, 에드워드가 피닉스로 벨라를 찾으러 올 때 오전 9시 30분 비행기 도착이었는데, 그 맑은 날씨의 피닉스에 어떤 차림으로 내렸을까? 책에서는 그 장면이 나오지 않고 영화에서도 (당연히) 나오지 않았는데 어마어마한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크게 중요하진 않다만.  

인간을 사냥하지 않는, 자칭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그들 식구. 그러면서도 외로움에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 뱀파이어란 각별한 특성으로 갖게 된 놀라움 미모와 강인한 힘, 그리고 우아한 몸짓. 무수히 길었던 시간을 이용해서 습득할 수 있었단 각종 기술과 또 재능. 그리고 특별한 능력까지. 참으로 곁에 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서 벨라가 스스로 작아지는 것은 지극이 이해가 된다. 영화로 보여주었다시피, 본인은 모르지만 지극히 예쁜 그녀의 미모 외에, 에드워드를 사로잡을 특별한 무언가가 벨라에게 있을까? 또래의 고등학생 틴에이저들과는 조금 남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그녀. 몹시 무뚝뚝하고, 사교성 제로에 게다가 지극한 몸치와 운동신경-200%. 결국, '보호본능'을 자극한다는 건데... 실제로 에드워드는 그녀를 지키지 못해서 안달이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면 주인공들의 설정은 굉장히 전형적이다. 누군가 미국판 귀여니라고도 했고, 할리퀸 로맨스 소설이란 평도 들리던데, 그게 어느 정도 타당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잠을 전혀 자지 않는 에드워드가 잠들어 있는 벨라를 지켜보면서 그녀의 꿈에 관심을 갖는 대목. 자신의 꿈을 꾼 것을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벨라에게, 

"쑥스러워하지 마. 내가 꿈을 꿀 수 있다면 네 꿈을 꿀 거야. 그렇다 해도 난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아." 

라고 속삭여주는 이 판타스틱한 왕자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편 '뉴문'에서는 인디언 소년 제이콥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에드워드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하니 벌써 안타까움이 솟을 지경이다.  

에드워드와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픈 마음에 그를 따라서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벨라. 그 마음을 절대로 받아줄 수 없는 에드워드. 그네들 나름으로는 아주 진지하고 서글픈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갈등들이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또 흥분시킨다. 뭐랄까. 조금 빤하기도 하고 너무 말도 안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아찔하고도 위험한, 그래서 더 본능적인(심지어 피를 갈망하는!) 사랑, 살면서 한 번 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게 내 사랑이 되어버리면 두려움이 더 앞설 수 있지만, 꿈속이라면, 이런 사랑은 얼마나 부럽고 또 부러운 감정들일까.  

영화에서는 특수효과를 이용해서 에드워드의 힘과 스피드를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그런 장면장면들이 눈앞에 아직도 아른거린다. 영화는 책의 내용을 굉장히 충실하게 재현해 놓았다. 사냥꾼의 경우는, 오히려 영화의 배우가 원작보다 더 리얼하게 재현해 낸 게 아닐까.  

나로서는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게다가 영화로 인해 캐릭터의 느낌이 이미 잡힌 상태에서 원작을 읽으니 느린 진행과 발목을 잡는 문장들로 꽤나 답답함을 느꼈다. 다음 시리즈에선 그런 답답함과 아쉬움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권 이클립스는 이미 구입을 했고, '뉴문'은 이제 구할 차례다. 지금 마음으로서는 빌려 읽고 싶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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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4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꽤 인기잖아요? 아직 못봤는데 가끔은 이런 아찔한 사랑얘기도 보고 싶어요. ^^

마노아 2009-01-14 11:29   좋아요 0 | URL
영화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하는 데가 별로 없고 시간대도 고르기가 힘들더라구요.
아찔한 사랑 얘기에 여전히 우리는 두근거리지요. ^^

2009-01-14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4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1-1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기전에는 책에 별표를 (굳이 매기자면)세개 주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는 네개 였어요, 저는. 에드워드를 로버트 패틴슨으로 상상하고 읽으니 더 좋아서. 하핫.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한 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읽는데 좀 짜증스러운건 번역이나 편집탓이 아니었을까 했거든요. 위에 말씀하셨듯이 ~했다로 간혹 끝내는 그 대화체가 너무 신경에 거슬려서 읽다가 툭툭 끊기니까요. 이게 뭐야? 하게 되는.
그렇지만 빨리 다음장을 넘기고 싶게 하는 것도, 게다가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닭살스런(?)멘트들도 오랜만에 노처녀를 설레게 했달까요. 벨라의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도 좋았을 부분을 너무 길게 풀어냈다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사소한 시선과 아주 사소한 감정들이 말이죠. 읽으면서 정말 웃었거든요.
가끔 저도 미국판 귀여니 소설이란 평을 보긴 했는데 음, 제 개인적으로는 그건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라고 생각되요. 귀여니 소설은 한글파괴인데 어떻게 그런 ㅜㅡ

이클립스는 살면서 처음으로 예약주문이란걸 해봤더랬어요. 그리고 살면서 두번째로 예약주문한 것은 이 작가의 [호스트]에요. 하핫

그나저나 뉴문을 배송료의 문제(왔다갔다)만 아니라면 제가 빌려드리고 싶군요. 흑 ㅜㅡ
트와일라잇이 별로였다니 어쩐지 뉴문도 그다지 재미있어 하지 않으실것 같아서 말이죠.

다락방 2009-01-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다시 생각해봤는데요, [뉴문] 제가 빌려드릴까요? (굉장히 진지한버젼)

제가 보내는 배송비나 다시 돌려주시는 배송비를 합쳐도 책 한권값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일반 우편으로 보내면 (등기 말고 소포로) 괜찮지 않을까요? 배송비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말이죠.

음...
저 좀 바보같아요?

마노아 2009-01-14 11:47   좋아요 0 | URL
저두 미국판 귀여니는 심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평가절하하면 이 책에 열광하는 그 무수한 독자는 뭐가 되겠어요. 아, 그럼 귀여니 팬들이 발끈할까요? ^^;;;
그냥 저는 좀 아마스러운 느낌이 들어서요. 문장의 과잉이요.
호스트는 어때요? 표지는 많이 부담스럽더라구요ㅠ.ㅠ
뉴문은 책이니까 배송료는 들지 않지만 다락방님이 빌려주신다고 하니 저는 감사하지요.
근데 그럼 택배 이용하지 말구요. 우리 만날까요?
전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들고 갈게요. 이 책 절판이라 구하기가 힘들거든요.
(중고샵에 뜬걸 딱! 한 번 봤습니다^^ㅎㅎㅎ)
음, 저 좀 바보같아요? ^^;;;;

다락방 2009-01-14 13:12   좋아요 0 | URL
아, 그럼 만나서 저는 [뉴문]을 건네고 마노아님은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건네고
얼마뒤에 다시 만나서 저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건네고, 마노아님은 [뉴문]을 건네는겁니까? ㅎㅎ

마노아 2009-01-14 21:28   좋아요 0 | URL
헤헷, 바로 그거예요! 뉴문을 읽고 이클립스를 읽고나서 만나면 우리가 나눌 얘기가 더 많아질 거예요. 그럼 진짜 데이트가 되는 거지용! ^^

2009-01-14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09-01-1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트와일라잇을 올리셨군요.
마노아님의 리뷰를 고개를 끄덕이며 보았어요.
책을 보면서 남편과 에드워드를 비교하느라 좀 심술이 났다는...^^
이런 왕자님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에효...
근데 대화체나 중간에 오타 이런거 정말 거슬리죠.
읽다가 자꾸 덮게 된다니까요.
뉴문과 이클립스...이건 아무래도 트와일라잇보다는 흡입력이나 이런게 떨어지더라구요.안타까웠어요.^^
근데 4권은 언제 번역되어 나올런지...궁금해요.ㅋ

마노아 2009-01-15 21:25   좋아요 0 | URL
뉴문과 이클립스가 1편보다 흡입력이 떨어졌어요? 이런이런...^^;;;
저런 멋진 왕자님은 늘 영화나 드라마 속에만 있더라구요.
승질나지요. ㅎㅎㅎ
4권이 시리즈 마지막일까요? 아님 계속 나올까요? 작가가 다작을 하네요.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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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지럽다. 혼란스럽고 메스껍기도 하다. 뭔가 대단히 쿨해 보이는 표지를 한, 뭔가 시적인 느낌을 주는 '밤은 노래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을 읽을 때의 내 감정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머리는 맑아지지 않았다. 동요하던 마음도 충분히 가라앉질 못했다. 이 책,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김연수와의 첫 만남이었다. 첫 만남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 책, 독하다.  

1930년대 동만주를 배경으로 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어도 좋았을 법한 한 사내가 겪은 지극히 특별하고 끔찍한 이야기. 우리 역사 속에 엄연히 존재했던 비극적인 일임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 '민생단'을 소재로 했다.  

주인공 김해연은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던 경술년에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경성에서 측량 기술을 배웠다. 만철 용정 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신여성 이정희를 만났고, 어느 날 그녀에게로부터 편지를 받은 직후 경찰에 체포된다. 자신에게 떨어진 운명이 뭔지도 모르고 헤매던 이 청년은, 사랑하던 그녀가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녀가 공산주의자였으며 자신의 친구와 깊은 사이였던, 온통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폭포수처럼 맞게 된다. 자신이 알던 이정희는 누구였을까. 내가 알던 나는, 또 누구인가.  

그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나라가 넘어간 뒤였고, 아마도 그는 별다른 공포나 증오 없이 성장한 듯 보인다. 나름의 엘리트 코스로 편한 인생 대로를 걷던 그는, 그랬기에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었고, 그 사랑에 아파하며 제 목숨을 버릴 각오도 하였다. 비록, 그 자신 아직 죽을 팔자가 못 되었지만.  

사랑을 잃고, 영혼을 잃고, 그리하여 말을 잃고 살아가던 용정에서 만난 여옥이. 은사로부터의 초청으로 경성에서의 새 삶을 꿈꾸며 기대하던 중 맞닥뜨린 토벌대의 기습. 그 총격전에서 함께 하던 모든 사람이 죽었고, 여옥이는 한쪽 다리를 잃었고, 그만이 살아남았다. 복수와 분노의 마음으로 공산주의자로 거듭나려던 김해연. 그리고 거기서 민생단 사건과 맞닥뜨린다.  

민생단 사건은 떠올리자니 침이 마르고 혀끝이 쓰디 써진다. 적과 싸우다가도 아니고, 아군 손에 의해, 동지 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독립 용사들. 당의 무오류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중국인 공산주의자들의 위기의식에 의해서, 혹은 우리 내부의 파벌 싸움에 의해서, 그리고 일본이 획책한 분열 의도가 그대로 적중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말았다. 누군가는 밥풀을 흘려서, 누군가는 밥을 물에 말아 먹다가, 또 누군가는 너무 열심히 일을 했다는 이유로 허무하게 죽게 된 그들은 누구보다도 항일에, 반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었다. 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해연은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고, 왜 그들이 싸워야 하는지, 왜 이렇게 죽어야 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그 역시도 민생단으로 몰려 처형당할 뻔하였고, 그때 눈을 가렸던 검은 천 때문에 온통 암흑만인 세계에 갇혀야 했었다. 물리적인 눈뿐 아니라, 그의 마음이, 정신이, 그리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처지가 그렇게 암흑이었을 것이다.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세계.  

작품은 친절하지 않다. 민생단 사건을 알지 못하고서 작품에 뛰어든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혼란을 겪는 주인공처럼 어지럽게 왔다갔다 하는 시점과 사건과 인과관계가 독서의 흐름을 많이 끊어 놓았다. 이정희는 정말 자살했을까. 그녀를 죽게 한 건 결국 누구였을까. 그녀가 정말 사랑한 것은 누구였을까. 등등의 의문들이 꼬리를 잇는다. 어쩌면, 독자의 그같은 궁금증과 의문 역시 작가가 안배해 놓은 장치들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 김해연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었다. 그 시절에 온 몸과 마음을 바쳐 항일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반대로 민족의 적이 된 것도 아니고, 사랑도 일도, 그 자신의 정체성 찾기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다. 그리고 그건, 이 책을 읽는 무수한 독자들인 우리네의 모습이기도 하다. 혼란을 겪고 상처를 받고,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들인 우리들의 모습.  

문득, 영화 '색 계'가 떠오른다. 독립의지를 불태운 청년들이 민족의 반역자를 척살하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무장하여 제 몸들을 던져 도전했지만, 그들의 뜨거운 피와 용기가 허무해질 만큼 미약한 존재였다는 것, 그들의 계획이란 치기 어린 어린애 장난 같은 소소한 일 뿐이었다는 사실들, 그 끝에 무엇도 해내지 못하고 무엇도 가지지 못했던 쓰라린 결과들이 떠오른다.  

멋모르고 김해연이 달려간, 자의던 타의던 걸어간 그 길들은 다른 청춘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다른 형태로 다가올 것이다. 밤은 깊었고 새벽은 한참이나 남은 듯 보이지만, 그 길의 저 끝에서 희망이란 이름의 태양이 떠오를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 희망이 주는 폭력성은 알지 못한 채, 그들은 순진한 얼굴로 노래를 할 터이지. 혁명을 의심치 않으면서.  

세상의 날짜는 크리스마스 2부로 축복이 가득해야 마땅할 듯한데, 어쩐지 한없이 가라앉는 마음 한자락을 느낀다. 그리고 떠오른 노래는 존 레논의 imagine. 

무거운 소설 한 편을, 이제 마음에서 밀어내버린다. 감당하지 못할 무거움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핑계를 대본다.  

덧글) 103쪽 밑에서 8줄 '겨울은 내 모습만을 보여줄 뿐'>>>'거울' 

        201쪽 첫번째 줄. '일본군와' >>>>'일본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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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책 하나도 안 읽어서 잘 모르는데~~ 이상하게 별로 댕기지도 않아요.
아마도 젊은 작가는 내가 기피하는 듯...
그냥 내 또래의 작가들이 나와 같은 세대를 사니까 좋아요.ㅋㅋ

마노아 2008-12-25 15:14   좋아요 0 | URL
저도 첫 만남은 그저 그랬어요. 소재나 배경이, 좀 더 나이들고서 도전했어야 할 영역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알라딘에선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더라구요. 아직 저는 공감이 안 되고 있어요^^;;
 
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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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학벌이 좋으면 일단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나도 뭐 그닥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연예인이라면 더 신기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런 면에서 타블로는 굉장히 독특하고 신선한 인물이었다. 두드러지는 그 학벌에서 기대되는 어떤 특성이나 이미지와 달리 타블로는 어리버리한 컨셉이었고, 그게 꾸민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녹아 있었다. 라디오 진행하는 것을 들어보거나 토크쇼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더 명백해진다. 그렇게 번번이 나를 즐겁게 놀래키던 타블로가 이번에 제대로 큰 기쁨을 주었다. 몇 달 전에는 그의 가족(형이었던가?)이 책을 냈었는데, 이번엔 타블로 자신이 단편 소설집을 낸 것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의 기간 동안 영어로 썼던 글들을 다시 타블로 자신이 한글로 번역했다. 그 바람에 번역투의 문장이 가끔 나오긴 한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고 매끄러웠지만 영어 문장 원본은 아마도 더 훌륭했을 거란 생각을 하면 다소 아쉽지만 그랬다면 나와 만나지 못했을 테니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1998년이라면 타블로가 아직 십대일 때였는데, 그때 이미 이렇게 솜씨 좋게 글을 썼다고 하니 역시 타고난 재주꾼이란 생각이 든다.

초반 글에는 좀 허무한 느낌이 가득했다. 모든 소설에 어떤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의무사항은 없지만 읽고 나서 에? 끝이야? 이런 식의 반응은 독자로서 섭섭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런데 읽다 보니 자꾸 마력이 생긴다. 미용실에서 잠깐의 대기 시간에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집에 돌아와 내내 읽게 만들었으니.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여러 상황이, 여러 사건들이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대 도시 뉴욕일 수도 있고, 그저 '뉴욕'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느 도시일 수도 있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이 작품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허허롭다. 그 허허로움을 달래느라 담배를 피기도 하고 대마를 피기도 하며 술, 섹스에 탐닉하기도 하고 자신의 부재함과 부조리함을 거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나의 제목 아래 하나의 주제, 하나의 사건에만 집중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 만약 장편 소설을 쓴다면 어떤 에너지를 보여줄 것인가 사뭇 기대가 된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여러 번 겹쳤는데, 그들은 같은 사람처럼 보이는 효과를 주면서 또 전혀 다른 사람의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이 역시 작가가 안배해 놓은 재미난 트릭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타블로는 책 머리에 고인이 된 친구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단편 중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내용에 베트남인이 인종차별로 무참히 살해당한 장면이 나온지라 혹 어떤 관련이 있을까 괜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방송에서의 타블로는 엉뚱한 면이 많아 소위 4차원 인물로 통하기도 하는데, 그의 그 엉뚱한 발언들은 묘하게도 진지함이 있었다. 개구쟁이 소년 같지만 그 내면엔 어른의 침착함과 책임감 같은 것들이 비치기도 한다. 이렇게 탄탄하고 성숙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니 분명할 거라고 나는 또 혼자 강력히 주장해 본다.

대부분의 단편들이 수작이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쥐'와 '최후의 일격'이다. 일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를 떠올리게 하는 '쥐'는 점증하는 긴장감으로 인해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 작품이다. 단편 영화의 소재로도 아주 훌륭할 듯 싶다. 모처럼 등장인물이 많았던 '최후의 일격'은 '용기'와 '겁쟁이'라는 단어를 교차해서 사용함으로써 그 대조적인 성격들이 충돌할 때의 파워와 긴장감이 제법 거셌다. 게다가 결말의 그 부분도 강렬한 인상이 이미지처럼 남아 있다.

이 작품집의 제목은 '당신의 조각들'이다. 타블로라는 한 개인-연예인이기도 하고 소설가이기도 한 아티스트이면서 자연인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인생의 경험과 추억과 상상력 등등, 그 모든 것들의 작은 조각조각들이 하나하나 박히어 한 권의 책으로 독자에게 안긴 느낌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키는 우리 안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근간에 나오는 소설 책 중에는 값이 좀 센 편이었다. 사진이 많았던 탓이 아닐까 싶다. 어지러운 뉴욕의 이미지 없이도 책은 충분히 제 값을 해냈을 법하지만, 안고 가는 사진들이 주는 시각적 멋스러움도 꽤 매력적이다. 더구나 안에 쓰여진 여러 폰트의 미적 가치도 얼마든지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여러모로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다음 작품을 크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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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2-22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진이 몹시 거슬렸어요. 한 문장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넘겨야 해서 몹시 불쾌했죠. 흐름이 끊겼달까요. 책의 내용은 저도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말입니다. 저 역시 [최후의 일격]이 좋았어요.

마노아 2008-12-22 08:27   좋아요 0 | URL
멋부린 느낌이었어요. 문장만으로도 매력적이었는데 뭔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외적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더라구요. 아무튼 다음 글도 기대되어요. 분명히 쓰겠죠? 금세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요. ^^

순오기 2008-12-2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출판사 측에서 요구한게 아니었을까?
이 책 샀어요, 우리 애들 보라고...그런데 아직 아무도 안 읽었어요.
빨리 읽고 고딩 졸업하는 옆집 아들녀석에게 줄려고 했는데...

마노아 2008-12-22 11:06   좋아요 0 | URL
그랬을 것 같아요. 뉴욕 사진을 응모(?) 받았더라고요.
고딩 졸업생이 있군요. 청소년기에 읽어야 더 맛이 날 테니. 1월에는 반드시 읽고 넘겨야겠네요^^
2월 졸업 전에~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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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터뷰를,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미리 읽어볼 수가 없었다. '엄마'라는 단어 때문에 지레 짐작으로 '신파'일 거란 수근거림도 많이 들렸지만 어떤 사전 정보나 편견 없이 만나고 싶었다. 그래야 제대로 이 책을 들여다볼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작가가 표현한 '엄마'를 만났다. 간절하고 간곡하게, 그리고 서럽게.
 

<연초도매상>을 번역한 나의 지인은, 첫 문장을 번역하느라 엄청 오랜 시간을 썼다고 했다. 문장이 워낙 길기도 했고 난해하기도 했지만, 첫 포인트이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매끄럽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기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 작품을 쓴 신경숙 작가도 첫 문장을 쓰고 나서 본 궤도에 올라 작품을 주르륵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몹시 매혹적이었고, 긴장감을 제대로 전달하는, 또 앞으로 있을 이 사단을 어떻게 두고 볼까 잔뜩 궁금하게 만들 명문장,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아, 엄마를 잃어버렸단다. 아이도 아니고, 개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엄마를...... 엄마를 잃었다고 한다. 그것도 일주일 전에. 아니, 어떻게 그런!!!


독자는 궁금한 마음에 다음 문장도 연달아 읽는다. 화자의 설정이 독특하다. '너는'이라고 지시하며 말을 한다. 엄마의 첫째 딸인 소설가 '너'의 입장에서, 그녀를 주인공 삼아 전달하는데 화자는 철저히 뒤로 빠지고 주관적인, 전지적인 시점을 배제한다. 그 덕분에 독자는 한 발자국 뒤에서 듣는 것 같은 객관화가 가능하고 작품의 말투는 좀 더 가벼워졌으며 이 무거울 법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듣게 된다. 작가의 영리한 선택이었다.


아버지의 생일을 쇠러 서울로 올라오는 길. 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뒤따라오는 아내를 챙기지 않은 채 먼저 지하철에 올랐고, 한 정거장을 지나서야 아내가 지하철에 오르지 못했음을, 아내를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하필이면 그때, 다섯 명이나 되는 자식들은 모두 바쁜 일정에, 업무에 치여 누구도 마중을 나오지 못했고, 하필이면 아버지는 지하철을 탔고, 하필이면 사람 많은 그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 오, 맙소사.


도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정표 보고 찾아오던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누군가 찾으러 올 것이고, 그도 아니면 전화를 한다든지 안내 센터에 문의를 하든지, 뭔가 수단이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엄마를 잃어야 했을까. 잔인하게도, 엄마를 잃을 수밖에 없는 모든 악조건이 다 겹친다. 시골 생활에만 익숙한 엄마는 모든 게 똑같기만 한 도시의 건물들 사이에서 길을 찾기 어려웠고, 게다가 글을 읽을 줄 몰랐으며, 결정적으로 엄마는...... 치매를 갖고 계셨다. 기막히게도, 자식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팠고, 그 때문에 혼절도 하고, 해야 할 일을 잊거나 길을 잊거나 자주 멍한 상태가 되어왔었는데, 곧 죽어도 병원은 안 가겠다는 그 거부만 받아들인 채 엄마의 상태를 자식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혹은 알았어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늘 가까이 있던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잊은' 거였고, 그렇게 엄마는 실종되어버렸다.


자식들은 그때부터 엄마의 빈자리를, 엄마가 해내었던 무수한 역할들을, 엄마가 보여준 그 끝없던 사랑을 다시금 새겨본다. 그렇게 이들 한 가족의 살아온 시간이, 역사가 소설 속에서 재구성된다. 처음에는 큰 딸의 입장에서, 두 번째는 장남의 입장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남편의 입을 빌어서.


열일곱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 가난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던 엄마. 다섯 아이를 키우며 쌀독에 쌀 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던 엄마. 공부하는 아이들 모습이 그렇게나 자랑스럽고 대견했던 엄마. 걸핏하면 바깥으로 돌고 심지어 외도까지 하고 집안에서 하나 책임지는 것 없는 아버지 대신 농사 일 하고 누에 치고 집을 지으며 살았던 엄마. 어리던 아이들에게 온 세상이었으며, 전 우주였던 그 엄마를, 그 놀랍던 사랑과 희생을 깨닫지도 채 갚지도 못한 채 상실해버렸으니, 남은 가족들의 황망함과 슬픔, 애끓는 참회의 마음을 어떻게 달랠까.


이 작품이 무수한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감동을 주고 또 눈물까지 함께 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한 그 관계대입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당연히, 엄마가 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엄마가 갓 시집을 왔을 때, 사흘 만에 시아버지가 큰 며느리랑 못 살겠다고 신혼집에 들어오셨다. 일주일 만에 시동생 둘이 올라왔고, 한 달 뒤에는 시누이도 올라왔다. 그리고 딸 셋이 태어났다. 그렇게 아홉 식구를 건사하고 사셨으니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아빠는 작품 속 아버지처럼 한량 비스무리하거나 외도를 하거나 뻔뻔스럽지는 않았어도 경제적 책임은 거의 못 지고 사신 분이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어리던 내 눈에는 많은 식구 챙기며 아등바등 사는 엄마보다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없던, 과묵하기도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아빠가 더 가여웠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물으면 거침없이 “아빠가 좋아!” 라고 대답하던 나는, 그럼에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 뒤, 엄마 없는 삶보단 아빠 없는 삶이 좀 더 견디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깨달음 뒤에 지극 정성으로 효성을 다해 엄마를 모셨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존재가 갖는 그 상징성과 사랑의 시혜를 모르지 않았다. 비록 엄청 딱딱한 말투에 감정 표현은 너무도 인색한 우리 엄마지만.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평생을 모르고 살던 오빠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오빠. 그러니까 우리 엄마의 아들. 그러나 내 아빠의 아들은 아닌. 오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받은 첫 번째 인상은 '놀랍다!'였다. 일단 없던 오빠가 생겨서 기뻤고, 내 엄마의 젊은 날에 그런 로맨스가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걸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도덕적, 윤리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정죄할 자격은 내게 없었다. 아무튼, 늘 나의- 우리들의 엄마였고 울 아빠의 아내였기만 했던 엄마가, 젊었던 시절 그저 한 사람의 여인이었던 어느 시간을 처음으로 상상해 보았다. 뜨거운 피가 격정적으로 흘렀을 것이고 미혼모였던 엄마를 3년 간 구애했던 아빠의 순정을 상상해 보았고, 그럼에도 가난한 살림에 책임지지 못한 자식에 대한 죄업을 떠올려 보았다. 참으로, 모진 시간을 보냈겠구나 싶었다.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는 그 시간은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는 나만할 때 꿈이 뭐였어? 뭘 좋아해? 어떨 때 행복해?” 이런 질문들을 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화초를 키우는 것을 사랑하고 원예사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여사장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사셨다 했다.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는 스위스. 좋아하는 음식은 동태찌개. 자식들 유학 공부시키는 걸 보았으면 하는 소망 등등등.


오래도록, 나는 내 가족들을 힘들어 했다. 정확하게는 내 자매들을 힘들어 했다. 그 자매들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엄마도 많이 원망했더랬다. 그래서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지금의 가족 구성원으로는 결코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없었다. 미안하게도,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그냥, 다시 태어나고픈 마음이 절대 없었다. 상상으로도 그건 좀 끔찍했다. 한 번의 삶도 힘들고 이리 고단한데,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전혀 알 수 없고 그것이 무지갯빛일 가능성도 물론 있다지만, 난 그래도 싫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은 모르되 엄마에게는 미안했다. 엄마가 내게 준 사랑은 우리의 남은 평생 동안 분명히 다 갚을 수 없을 터인데,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입 씻는다는 그 상상이 미안했다.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나는, 내가 내줄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이란 게 당연히 실감도 안 나고 잘 상상도 안 된다. 그래서 다음 생이란 걸 굳이 가장해서 또 다시 엄마의 딸로, 혹은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 마음은 감히 못 먹겠는데, 울 엄마의 자매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나이 들어갈수록 더 의지하고 더 힘이 되어주는, 같이 늙어가는 그런 자매. 그 정도라면, 울 엄마에게 내가 갚을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될 텐데...... 어차피 상상이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다시, 작품 얘기를 해보자. 큰 딸과 장남의 이야기 뒤에 나오는 아버지의 고백과 깨달음을 들으며 얼마나 먹먹했는지 모른다. 그 아빠가, 큰 딸의 전화를 받으며 "엄마를 부탁해"라는 말이 절절하게 튀어나올 때, 도떼기시장 같던 점심시간 교무실에서 난 엎드려 울고 말았다. 창피하다거나 누가 말을 시킨다거나 그 외의 모든 상황들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이런 진행을 예상했음에도 쏟아지는 눈물은 중력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크게 숨을 몰아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물을 얼른 닦아내고, 그리고 '엄마'의 입을 빌려 진행하는 네 번째 장을 읽어내려 갔다. 작은 딸의 집을 새가 되어 바라보는 엄마,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위로가 되어준 한 남자와의 기억을 더듬는 엄마, 그리고 자신이 태어났던, 떠나왔던, 그리고 엄마의 엄마가 계셨던 그 산골 마을에서 엄마의 무릎 위에서 지친 몸을 쉬이는 엄마. 그리고 내뱉은 고백 한 마디,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아, 나는 그 순간 작가 신경숙의 문장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극한까지 슬픔을 참고 참았다가 팡 터트리는 그 절묘한 순간. 그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한 '일평생'과 '엄마'라는 단어. 그 한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 한 문장이 우리의 인간사를 다 표현하는 듯했다. 작디작고, 약하고 약한 한 인간이었던 그녀가, '엄마'라는 이름을 달고 무적의 존재로 살아온 그 시간의 더께. 그 이름의 숭고함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게 우리들의 ‘엄마’였다.


작품은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달아 큰 딸이 이탈리아의 시에타 성당에서 피에타 상과의 조우를 가지며 맞이하는 극적인 해방감과 절절한 부탁 한 마디를 다시 싣는다. 마치 순회하는 듯한 작품의 구조. 끝없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의미 있는 종결을 맞이한 여운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 신경숙 작가의 책은 '풍금이 있던 자리'와 '리진'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지만 이 작가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걷어내는 순간이었다. 지나칠 만큼 우울하고 갑갑한 느낌이라는 내 편견 말이다. 이미지로 말하자면 '승무'를 추고 있는 비구니의 정갈한 모습으로 재포장 되는 순간이었다.


긴 여운, 긴 감동. 모든 게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벗겨낼 수 없는 띠지로 구성된 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디자인은 훌륭했다. 그러나 해설은 어찌나 현학적으로 쓰셨는지 어려운 단어의 긴 나열들이 불편했다. '해설'이니까 쉽게 써야 마땅한 것 아닌가? 꼭 이렇게 써야 ‘있어 보인다’는 느낌이 너무 가득 담겨 있어서 불만이었다. 다행히 짧았지만.


급작스레 효녀 심청으로 변신은 못하겠지만, 엄마를 떠올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이번 겨울에는 엄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법을 알려드려야겠다. 눈이 어둡다고, 휴대폰 키패드가 너무 작다고 투덜대셔도 잘 설득해서 꼭 익히게 해야지. 배우고 나면 이 쉬운 것을~하면서 한결 가볍게 여기시지 않을까. 당장 스위스 여행은 못 시켜드려도, 함께 제주도 여행은 꼭 가야겠다. 두 사람 모두 아직 못 가본 바다 '건너 땅'이 아니던가.


마음이 심란하고 외롭고 고단한 하루였다. 그러나 돌아올 집이 있었고, 나를 기다려주는 엄마가 계셨고, 나와 함께 있는 그 엄마를 느낄 수 있으니 오늘 밤도 나의 잠은 평안할 것이다. 내 이름처럼.

덧 글) 210쪽 첫줄 ‘걸음마을’ 은 ‘걸음마를’의 오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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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2-2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이 책보다 마노아님의 리뷰가 훨씬 더 와닿네요. 책은 신파였어요 제겐. 과하고 부담스러웠죠. 그러나 마노아님은 그것에 마음을 담아 공감하셨네요. 리뷰가 훨씬 와닿아요. 순수하게 마노아님의 리뷰에 추천이예요.

마노아 2008-12-20 22:09   좋아요 0 | URL
헤엣, 다락방님밖에 없어요. 부비부비! 이런 책은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을 듯해요. 그럼에도 관심은 엄청 받게 되지요. 알라딘에선 1위던걸요. 리뷰 수도 엄청 많아요. 세상에!

꿈꾸는섬 2008-12-2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 저도 공감했답니다.

마노아 2008-12-20 22:10   좋아요 0 | URL
저는 올해의 명 문장으로 나 혼자 임명했어요. ^^ㅎㅎㅎ

천국보다낯선 2008-12-2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만큼 세련되게 쓸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새삼 문학은 정화와 치유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 실제의 엄마의 삶은 이보다 훨씬 더하지요.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엄마들의 삶은요.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형식을 찾느라 작가도 수많은 갈등과 절제를 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읽었더랬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어요.추천하고갑니다.

마노아 2008-12-21 13:41   좋아요 0 | URL
아, 이 표현 참 근사하네요. 엄마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세련되게 담아내는 것. 깊이 공감이 되어요. 누구나 갖고 있고 누구나 갖고 있는 그 애잔한 마음들이라 모두가 신파라고 지레 짐작할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절제'를 말도 딱 와닿아요. 실제 우리네 어머니들은 정말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지요. 가끔 예외도 있지만요. 추천 감사해요.

프레이야 2008-12-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안녕? ^^
제 엄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나에 대해 제 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전 제 딸들에게도 철없이 굴 때가 많지만 그래도 엄마라는 이름표 때문에 '철 있는 척' 가다듬어야
할 때가 많아요. 제 속의 '엄마'는 안녕한지 스스로 묻고 싶은 책이었어요.^^
정성 가득 담긴 리뷰에 추천!

마노아 2008-12-21 13:42   좋아요 0 | URL
안녕? 하고 인사해 주는 혜경님이 참 경쾌해요. ^^
엄마도 가끔은 철없이 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친구가 되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정성껏 쓴 마음을 알아주어서 감사해요. ^^

순오기 2008-12-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로인 상태로 읽어서 댓글을 못 달았어요.
어머니 이야기 찡해요~
우리 딸은 자기한테 그런 오빠 없냐고~ 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물었어요.ㅋㅋ

마노아 2008-12-22 11:00   좋아요 0 | URL
으하핫, 지금이라도 하나 만들어 오라고 안 하던가요? ^^;;;
오빠가 자꾸 중국으로 놀러오라는데 환율이 후덜덜이에요. 환율 아니더라도 해외 출국은 힘든 형편이지만요.

순오기 2008-12-22 11:48   좋아요 0 | URL
앞으로 만들수도 있다 했더니~ 오우 노~ 그럼 오빠가 될 수 없잖앗!ㅎㅎㅎ
동생은 자기가 보살펴야 되니까 절대 사양한대요.
마노아님한테 오빠가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마노아 2008-12-22 12:26   좋아요 0 | URL
냐하하핫! 그렇군요! 그런 문제가 발생되는군요.
오빠라는 이름엔 왠지 보호해줄 울타리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근데 우리 오빠는 미국 시민권자고 영어밖에 못 써서 사실 의사소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