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도와(필명·26)는 지난달 하순 소설책을 출판해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작품은 순애보를 주제로 한 <클리어네스>이다. 그러나 그가 글을 쓴 곳은 원고지나 노트북 컴퓨터가 아니다. 휴대전화 번호판이 그의 키보드였다. 엄지손가락으로 휴대전화 번호판을 눌러 글을 써서 휴대전화 소설사이트에 올린다. 그의 소설은 지난해 11월 제1회 일본 휴대전화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도와처럼 작가지망생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가 쓴 휴대전화 소설 붐이 일고 있다. 수십만부의 베스트셀러가 속출해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출판계에 숨통을 열어주는 활력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문예부문 연간 베스트셀러 1~10위 중 휴대전화를 발신지로 한 소설책이 3위 <연공>(124만부), 5위 <날개꺾인 천사>(120만부), 6위 <천사가 준 것>(40만부), 10위 <라인> (22만부) 등 4권이나 된다. 프로작가도 1만권을 넘기기 힘든 활자이탈 시대에 간단히 수십만권의 판매부수를 올리는 휴대소설이 수두룩하다.

휴대전화 소설을 지배하는 ‘작법’은 간단명료하다.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문자가 일본어로 100자 정도이기 때문에 문장이 짧고 정경묘사도 적다. 대신 많은 경우 회화나 독백으로 구성된다. 내용은 대개 비련 끝에 연인이 죽는다는 순애보가 많다.
“나는…살아 있어도 좋은 것인가? 나는 이제 한번, 웃어도 좋을까?” <또 만나고 싶어서>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소설은 한 중학생이 씩씩한 소녀와 만나서 밴드활동이라는 삶의 보람을 맛보았으나 소녀의 죽음으로 다시 거친 세계로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폭주족 출신의 24살 남자가 쓴 이 소설은 지난해 8월 출판돼 2개월만에 가볍게 10만부를 돌파했다.
휴대전화 사이트 ‘마법의 도서관’(http:4646.maho.jp/)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약 70만타이틀이나 되는 소설이 게재돼 있다. 반 년만에 두 배 늘고 서적화된 작품이 차례차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소설과 다른 점은 전파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중·고교 교실에서 누군가 소설을 보고 있으면 “뭐야, 뭐야”라고 물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전송받는 경우가 많다. 다시 책으로 출판되면 금방 팔리는 것도 이런 신속한 습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묘사력이나 표현이 대부분 치졸해 “소설도 아니다”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동일 작가가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을 쓸 수 있느냐가 휴대전화 소설이 작품으로서 정착하는 가늠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한겨레)
 
<한국방송>(KBS)이 수선스럽다. 평소라면 꽤 사이가 나쁠 대통령과 뉴라이트 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토발언과 시청료 거부운동을 쏟아낸다. 대선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가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쪽 사람들, 무척 속이 탈 것이다. 앞으로 장장 몇 개월이 남았는가. 대선 회오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방송사가 평상심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기가 유난히 힘들 한국방송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에 직접 펀치를 맞는 보도부서나 경영진이 아니다. 가령 본사 신관 5층에 근무하는 기술분야 제작 인프라팀. 전세계적으로 불꽃 튀는 속도전에 돌입한 방송의 디지털 전환작업의 주역들이다. 기자재며 제작 시스템까지 최고급 인력과 돈을 퍼붓듯이 써야만 따라잡을까 말까 한 엄청난 사업이다. 그밖에도 장애인 방송, 국제방송, 문화사업 등 공적기능에 해당되는 영역이 무수히 많다. 주목도가 높을 뿐이지 ‘정치뉴스’는 방송기능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실크로드’나 ‘4대 문명’, 영국 <비비시>(BBC)의 ‘살아있는 지구’ 같은 역작을 우리는 언제나 가져볼 수 있을까.

방송사를 최첨단의 현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십여년째 여러 방송사를 전전하며 프리랜서로 일해 온 내 경험으로 볼 때 우리나라 방송환경은 그저 중견기업 정도나 될까 싶은 수준으로 보인다. 그나마 여건이 가장 낫다는 ‘공영’ 한국방송의 형편을 해외 경쟁사와 비교하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가령 비비시는 6천만 수신인구를 대상으로 7조3천억원의 예산을 쓴다. 이중 5조6천억원이 수신료 수입이다. 본사 근무자는 2만명에 육박한다. 엔에이치케이의 지난해 예산은 5조4천억원에 1만9천명이 일하는데, 약 5조원이 수신료로 충당된다. 독일과 이탈리아 공영방송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에 ‘공룡’이라는 한국방송의 올해 예산은 1조3천억원에 직원 수가 약 5300명이며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정확히 5246억원으로 집계되어 있다.
한국방송을 일반 기업체로 여긴다면 형편을 살펴줄 이유가 없다. 방송 품질 또한 돈과 사람 수에만 좌우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지적 문화적 산물의 집적지가 더이상 대학에 국한되지 않는 오늘날, 우리도 세계경쟁의 최선두에 서 있을 방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국가 경쟁력이 곧 콘텐츠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는 세상이다.

관건은 막힌 구멍 두 가지를 뚫는 데 있다. 첫째는 추억의 ‘땡전뉴스’에서 탄핵보도의 양에 이르기까지 정파적 이해를 대변한다는 오명을 벗는 일, 그리고 동시에 비현실적인 수신료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현행 월 2500원은 1981년 4월에 책정된 액수다. 장장 26년째 변동없는 이 놀라운 기록은 눈물겨운 서비스 정신이 아니라 여야 간에 서로 주고받아온 정치적 견제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꾀를 부려 야금야금 늘린 것이 광고수입인데, 공영방송 예산의 절반 이상이 기업체에서 조달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때릴 때 때리더라도 키울 건 키워주면서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공영방송’이 우리 자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시청료 분리징수안이나 폐지론을 내세워 아예 싹을 죽여버리자는 발상은 눈앞의 정파적 이해에만 사로잡힌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방송’이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디어 월드컵에서 2류, 3류 방송은 더더욱 원치 않는다. 허물 많은 한국방송을 매우 쳐라. 단, 수신료는 당장 현실화하고서.

김갑수(문화평론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3월 7일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미네타 레인 극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꿈에 그리던 오프 브로드웨이 전용관을 갖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던 송승환 PMC 프러덕션 대표. 딱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기의 돌을 무사히 넘긴 딱 그런 심정"이라며 다시 한번 감회를 나타냈다.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 '난타'(영어명 COOKIN')가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를 두드린 지 7일로 1년이 된다. 미네타 레인 극장과 '오픈 런'(종영 날짜를 정하지 않되 매출이 일정액을 밑돌면 막을 내림) 방식으로 계약, 지난해 3월 7일 첫 공연을 올린 후 벌써 450회 공연(2월 프리뷰 공연 포함)을 넘기며 장기공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  

1년 간 총 1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관객 분포는 뉴욕 현지인이 75%, 한국인이 10%, 관광객이 15% 정도로 현지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처음 공연을 올린 땐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었죠. 흥행이란 게 변수가 많아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일단 1년을 넘겼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입니다." 진입도 어렵지만 장기공연을 이어가는 것은 더 어려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송 대표의 말대로 1년을 버텨왔다는 것 자체가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난타'는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첫 동양권 작품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현재 오프 브로드웨이에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습니다. '난타'처럼 1년 이상 장기공연 중인 작품도 별로 없구요. 넌버벌 퍼포먼스 '스톰프'가 유일한 경쟁작이랄 수 있는데, 매출면에서 우리가 앞선 지 이미 오래됐어요."

지금까지 총 매출액은 약 590만 달러(약 59억원). 송 대표는 "투자액을 거의 회수하긴 했지만 당분간 수익은 마케팅에 재투자해야 할 것 같다"며 "이 상태로 올해를 넘기면 내년부터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간 몇 차례의 고비도 있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로 브로드웨이 전체 관객이 크게 줄어 타격을 입었다. 공연 초반엔 주당 지출비용이 8-9만 달러인 데 비해 수입이 밑돌아 주당 1-2만 달러씩 손해를 보기도 했다. 송 대표는 "안 되겠다 싶어 작년 여름 쯤 주당 지출비용을 5만 3천 달러로 확 줄이고 배우들이 묵는 아파트도 싼 곳으로 옮겼다"며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이젠 평균 70%의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2월 들어 매출 실적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9일에는 400석 객석이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의 관건은 현재 관객 분포에서 15% 수준인 관광객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 "뉴욕 현지 관객에겐 어느 정도 인지도를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브로드웨이 관객 대부분이 해외 혹은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인 만큼 관광객 관람비율이 70-80%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홍보, 마케팅에 좀더 집중할 생각이에요."  

'난타'의 성공을 계기로 브로드웨이, 혹은 오프 브로드웨이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송 대표는 작품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현지의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좋은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아주 중요해요. 우리도 홍보, 마케팅을 현지 회사와 계약해서 성공한 것이지 아마 우리가 직접 했다면 한국 교포 관객을 대상으로 몇 달 공연하고 막 내렸을 겁니다." 공연 1주년을 기념해 곧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송 대표는 "그동안 현지에서 수고한 배우들을 위해 조촐한 자축 파티를 열어줄 예정"이라며 "앞으로 10년, 20년 공연이 계속되기를 꿈 꾼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로 자유극장에선 25일부터 4월 10일까지 1주년 기념 '난타' 특별공연도 펼쳐진다. 자유극장은 PMC 프러덕션이 건물주로부터 5년 간 장기임대해 이번에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270석 규모의 소극장. 
현재 정동극장에서 상설공연 중인 팀이 번갈아가며 출연할 예정이다. 공연시각 화-금 7시 30분, 토 4시ㆍ7시 30분, 일ㆍ공휴 3시ㆍ6시. 4만-5만원. ☎1588-7890, 1544-1555.

최호현 한마루커뮤니케이션 부회장

국내 관객을 겨냥한 <굿모닝 비보이>와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비보이 춘향전>, <비보이 흥부놀부전>
등을 준비 중인 최호현 한마루커뮤니케이션 부회장은 공연계에 비보이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비보이 열풍의 원조 격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직접 기획하고 이를 위한 ‘비보이 전용극장’을 설립했다.
“이전에 한국의 비보이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직접 보니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보자마자 ‘이것은 훌륭한 문화상품이 되겠다’는 감이 왔죠.”

이에 최부회장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피아노 연주와 보컬, 비보이를 결합해 장기공연을 노리는 <굿모닝 비보이> 준비에 한창인 것. 현재 서울 강남이나 명동 등지를 중심으로 700여석의 전용극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비보이 바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이어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보이 퍼포먼스를 처음 시작한 주체인 만큼 해외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그가 새 퍼포먼스 <굿모닝 비보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우리나라 비보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습벌레’입니다. 자연히 좋은 비보이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겠죠. 비보이들의 퍼포먼스도 반드시 예술적인 장르로 굳건히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최부회장은 이렇게 한국의 비보이가 각광받는 지금이야말로 좀더 나은 작품으로 시장 선점 효과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스사이공> 등 뮤지컬 빅4 같은 작품을 만들지 않곤 비보이 퍼포먼스가 아무리 인기라고 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작품성을 가미한 작품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퇴출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비보이 공연 제작 붐이 이는 것은 어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비보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앞으로 4~5년간 계속되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공연은 재미 위주로만 만들면 오래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비보이의 잠재적 가치는 엄청나다”면서 “결국 이들 비보이의 설자리를 어떻게 마련해 줘야 할 것인지는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비보이 자체가 오래 유지되는 트렌드라기보다 공연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작품이 롱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서 PMC프러덕션 공연제작부 부장

넌버벌 퍼포먼스(무언극) <난타>로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PMC프러덕션 역시 최근 비보이 공연 트렌드에 동참했다. <난타>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인 후속작품이 없었던 PMC프러덕션은 비보이 공연을 통해 <난타>의 영광을 되살려 보겠다는 각오다.

PMC프러덕션의 비보이 퍼포먼스 <비트 앤 비보이>(Beat & B-Boy·가제)를 총괄하는 김찬서 공연제작부장은 “비보이와 타악을 결합해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제 막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단계인데도 벌써부터 해외 파트너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에 이미 비보이 댄스와 유사한 댄스 퍼포먼스를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야심차게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댄스공연이 지나치게 앞선 트렌드인데다 춤만으로는 15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결국 어떤 넌버벌 퍼포먼스라도 드라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부장은 “공연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꾸민 퍼포먼스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타> 해외투어로 유럽에 갈 때면 비보이의 거리공연이 활성화돼 있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이를 극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 공연계를 이끄는 주요 세력인 젊은층의 춤에 대한 열기가 뜨겁더군요.”

특히 최근 해외 퍼포먼스의 흐름이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비보이와 국악, 마술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작품이 나오게 되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의 비보이는 일종의 역수출인 셈이죠. 한류가 항상 한국문화에 뿌리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보이는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는 아니지만 좋은 콘텐츠로 가공해 내놓으면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는 그럼 비보이의 잠재가치를 얼마 정도로 보고 있을까.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부장은 “비보이의 테크닉만으로 어필하면 금세 한계가 드러나는 만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완성해야만 그 가치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성 익스프레션 크루 단장

“예전에는 친척집에 방문하면 ‘가수 사인 받아달라’는 소리만 들었는데 지금은 비보이 자체를 인정해 주더군요.”
9월 오픈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비보이 뮤지컬 <마리오네트>의 연출을 맡은 이우성 익스프레션 크루 단장은 비보이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이같이 표현했다. 92년에 프로댄서로 데뷔, 97년에 비보이그룹 익스프레션 크루를 결성한 이단장은 한국 비보이 1세대 멤버다.

“그동안 수준 높은 비보이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런 공연을 수용할 문화가 형성돼 있지 못했었죠. 그런데 최근 비보이 붐이 일면서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춤을 좋아해 댄서의 길에 들어서 10년 넘게 춤추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단장은 2002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댄스대회인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팀을 이끌고 아시아 최초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그는 최근 브레이크댄스와 줄인형극을 결합한 퍼포먼스 <마리오네트>를 완성·공개하면서 새삼 떠들썩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익스프레션 크루가 선보인 <마리오네트>의 10여분간 동영상은 인터넷상에서 인기 콘텐츠가 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이 동영상 덕분에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투자자들이 참석한 세계 쇼 비즈니스 투자 포럼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이 퍼포먼스가 오는 9월에는 1시간20분의 단독공연으로 거듭나게 됐다.
“한마디로 인형사와 관객의 교감을 그린 작품이죠. 인형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형이 춤을 추듯 구성할 예정이어서 춤도 음악도 모두 새로운 무대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공연에, 달라진 위상에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이단장에게 비보이 붐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의 비보이 문화가 댄서들의 힘이 아니라 스폰서인 기업에 의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비보이를 동경하는 이들은 부쩍 늘었지만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대형공연을 이끌어갈 만한 유능한 비보이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춤에 대한 기본 이해 없이 테크닉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에 따르면 한국 비보이 문화의 뿌리는 얕은 채로 줄기만 커져버린 꼴이다. 특히 각종 댄스 배틀 성과가 강조되면서 기술이 중요한 하나의 스포츠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보이가 지금 같은 일시적 붐보다 꾸준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아야만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비보이에 대한 관심이 비보이가 문화코드가 되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해 비보이 퍼포먼스가 장기적으로 사랑받는 공연이 되길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한겨레)

커버스토리 /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달째 이정원 들녘 사장

“오늘, 출판인의 역량과 노력은 정보산업의 한 축으로서 지식축적이라는 출판의 매체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출판의 생존과 연결되고, 문화와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출판의 소명과 연결됩니다.”

구제금융 한파가 한반도를 동토로 만들어 놓았던 1998년은 출판계에도 재앙의 시절이었다. 중소형 서점은 말할 것도 없고 출판 유통의 대동맥인 대형 도매상들이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그해 11월 320여 국내 단행본 출판사 출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출판인회의 창립을 선언했다. 생존의 기로에서 출구를 찾는 다급한 심정으로 이들은 선언에 동참했다.

유통대란을 막자는 것이 이들을 규합한 일차적 이유였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출판의 책임과 소명을 다하겠다는 결의도 이들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힘으로 작용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창립하는 그 자리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이 이정원 들녘출판사 사장이었다. 출판인회의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그가 지난달 2년 임기의 한국출판인회의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2일로 회장이 된 지 만 한 달이 된 그를 만나 출판인회의 새 수장으로서 포부와 약속을 들어보았다. 신임 회장은 10년 전의 그 선언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출판인회의가 창립된 지 햇수로 10년째다. 창립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땐 정말 다급했다. 보문당을 비롯해 도매업체들이 자고나면 무너졌다. 유통망이 붕괴 직전까지 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있었지만 전집류·학습지 출판사 중심이어서, 인문·사회·교양서 중심 단행본 출판사들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스스로 대책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는 유통대란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낡은 유통구조의 도관이 터진 거였는데, 새 도관을 놓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야 했다. 이와 함께 출판문화를 되돌아보는 일이 중요했다. 출판정신을 가다듬고 바로 세우고 지식산업의 기틀로서 출판의 구실을 새롭게 다지자는 마음을 모았다.

-회장직에 나설 때 그때의 그 약속을 다시 생각해보았을 것 같다.
=그랬다. 출판인회의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된 목표를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건전한 출판환경, 풍족한 출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하고 풍족한 출판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출판인회의가 창립 정신을 잃어버리고 친목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출판인회의가 단행본 출판사들의 대표 단체로서 공익성을 키우고 지켜나가야 하는데, 그 임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체 일이라는 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야 더 잘할 수 있고 또 일을 같이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친목단체 같다는 오해 섞인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요점은 공익성, 공공성이다. 출판인회의가 300여 회원사를 비롯해 출판계 전체의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일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점에서 보면 출판시장의 악폐인 ‘사재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공익성을 저버린 일 아닌가.
=사재기는 출판윤리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뿌리뽑아야 한다. 출판사들이 사재기에 뛰어드는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출판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이고, 광고를 내도 먹히지 않고, 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만 몰리고 하다 보니 사재기 유혹을 견디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정이 급하다고 책을 사들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반칙이고 사기다. 현행 출판진흥법상으로 사재기는 검찰에 고소·고발할 수 있는 범죄행위다. 그동안 출판인회의가 사재기를 제대로 막지 못한 건,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재기 방식이 워낙 교묘하고 광범위한 탓이기도 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사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이건 유통교란의 문제이기 이전에 출판정신, 출판윤리의 문제다. 5월 안에 ‘사재기 적발팀’을 별도로 꾸려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 필요하다면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손잡고 변호사도 채용해 공신력을 갖추도록 하겠다. 적발되는 대로 검찰에 고발하겠다. 출판인들도 사재기 정보가 있으면 즉각 우리 쪽에 알려주시기 바란다.

-출판인회의가 출범 때 유통구조의 정상화를 얘기했지만, 지금 출판 유통을 보면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인터넷서점에 신간 할인 판매를 허용해준 현재의 변형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정가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많다.
=맞는 말이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당장은 구매자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손해다. 할인을 예상하고 출판사에서 미리 가격을 높여 놓으므로 할인이 무의미해진다. 또 값을 낮춰줄 수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들만 더 팔리고, 인문서 등 양서는 더 궁지로 몰린다. 그래서는 양서가 출간되기 어렵다. 출판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위해서도 도서정가제는 지켜져야 한다. 현재 국회에 도서정가제법안이 제출돼 있다. 할인률을 5%까지로 하는 내용이다. 최적의 방안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범출판계가 합의해 도출한 안이다. 이번 봄이 가기 전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와도 공동 투쟁하겠다. 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장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서점, 인터넷서점, 출판인회의 등 당사자들이 모여 유통협의회를 만들었다. 도서정가제뿐만 아니라 경품 문제, 1+1(책 한 권을 사면 다른 한 권을 끼워주는 것) 문제를 담은 규약을 제정하고 거기에 따라 감시하고 제재할 것이다. 유통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양서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걸 제 자신이 먼저 절감하고 있다. 규약을 어기면 책공급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출판인회의 소속 180개 출판사로부터 이미 받아 놨다. 최대한 빨리 규약을 만들고, 그 규약에 따라 칼을 뽑겠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잡지 <북&이슈>를 복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는데, 그보다는 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을 복원하는 게 더 급하지 않나.
=그렇게 본다. <북&이슈>는 출판인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성화해 온라인으로 내볼 생각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달의 책’ 선정이다. 출판인회의 초기에 ‘이달의 책’ 선정이 호평을 받았는데, 나중에 힘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결국 없어지고 말았다. ‘이달의 책’ 선정이 제대로 되려면, 책을 선정함과 동시에 선정 도서를 일부라도 출판인회의가 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 또 대형서점이나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선정도서를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 문제도 이미 협의를 마쳐 가동 준비 완료 상태다. 결국은 자금이 문제인데, 이 문제도 몇 군데 기업체에서 상당액을 지원받았다.

-공정성 확보도 중요한 일 아닌가.
=그렇다.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선정위원을 모시겠다. 선정위원은 책의 내용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출판 시스템도 알고 있는 분 중에서 뽑을 예정이다.

-출판미래연구소를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출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책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출판 인프라를 어떻게 하면 강화할 수 있을지도 연구해봐야 한다. 대형 출판사들이 임프린트(출판사들의 자회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출판의 가치를 키우는 일인지 아니면 성과주의에 매몰돼 덩치 키우기만 하는 것인지도 따져볼 것이다. 뚜렷한 가치를 지닌 출판사가 살아남을 길은 뭔가 하는 문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장인용 지호출판사 사장께 연구소를 맡아 달라고 일단 요청해 놓은 상태다.

-출판인회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무국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국 직원이 현재 6명인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사무국을 더 확장하지 못했다. 최소한 네 사람은 더 필요하다. 문제는 돈인데, 회원사를 늘리고 회비를 더 확보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출판사들이 들어오려면 출판인회의가 그만큼 더 신뢰를 주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더 공정하고 더 공개적이고 더 공익적인 출판인회의로 만들어보겠다.

글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eje@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한겨레)

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 청와대에 촉구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을 예고하면서 일반 공기업과 다른 공영방송의 특수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언론노조는 7일 청와대 앞에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조는 회견문에서 “그동안 케이비에스와 교육방송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두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공공기관운영법은 이런 사회적 합의를 짓밟았다”며 “청와대는 법이 시행되는 4월 이전에 법 개정에 앞장서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운영법에서 공영방송 KBS와 EBS의 적용 예외 규정 신설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청원을 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이번 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8일 한국방송과 교육방송 노조는 기획예산처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어 2월 임시국회 법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4월1일자로 이 법이 시행되면 이전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서 제외됐던 기관들까지 기획예산처의 관리, 감독이 가능해진다. 이에 법 개정론자들은 시행령뿐만 아니라 모법에서도 두 방송은 예외라는 규정을 두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 지정 예외 대상을 법에 명기하는 것은 곤란하며, 실제 법 운용 과정에서 제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완 공공기관제도혁신팀 사무관은 “한국은행과 한국방송에 대해서는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