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05 문화코드] ① 팩션(팩트+픽션)  [05/01/03]
 
새해에는 어떤 문화적 현상 혹은 흐름이 주목받을까. 새로운 문화현상을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볼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가장 의미있는 답을 얻기 위해선 이른바 ‘코드’ 접근법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신문은 5회에 걸쳐 2005년 문화현상을 전망하고 해석한다.‘팩션’‘신(新)한류’‘미래담론’‘생명사상’‘녹색진보’등 다섯 갈래로 나눠 다양한 문화현상의 본질을 짚는다.

■ 출판

상상력의 시대다.

문화장르에 ‘상상’의 메타포가 빠진 적이 한순간이라도 있었을까마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출판·방송·영화할 것없이 부쩍 전에 없던 창작기류가 흐른다. 이른바 2005년에도 현재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감되는 문화코드 ‘팩션(faction)’이다.

●‘다빈치 코드’로 촉발된 열풍 식지않을듯

지난해 하반기 출판가에서 비롯된 용어 ‘팩션’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문학형태다. 주로 역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추리기법으로 가미하는 만큼 역사추리소설 혹은 지식소설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6월 국내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로 촉발된 팩션열풍은 좀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례없는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베텔스만)는 출간 6개월여 만에 무려 100만부를 넘게 팔아치웠다. 댄 브라운의 저작으로 ‘다빈치 코드’의 전작에 해당하는 역사추리소설 ‘천사와 악마’도 잇따라 전략적으로 출간돼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후 서점가에는 팩션소설들이 줄을 잇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문헌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계시의 사건들을 다룬 ‘4의 규칙’(랜덤하우스중앙),17세기 이탈리아의 한 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캐는 과정에 당대 유럽의 역사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임프리마투르’(문학동네)도 그 범주에 속한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으로 그 효과를 덤으로 누린 책도 적지 않았다.‘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다빈치 코드의 진실’(예문),‘다빈치 코드 깨기’(규장) 등이 그들이다.

●인문학적 지식 바탕으로 추리력 발휘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한 사건을 실마리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사건해결에 필요한 수많은 단서들이 제시되고 그들을 통해 역사이해 등 인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추리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팩션이란 개념이 처음 도입된 분야는 문학이 아니라 저널리즘쪽이었다.1960∼70년대 텔레비전에 신문의 인기가 밀리자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기사문체를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픽션화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

그렇다면 팩션의 불씨가 문화전반으로 옮겨붙은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문화소비자인 ‘대중’의 변화된 욕구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대중적 흥미에다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소설읽기는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팩션열풍에서 새삼 ‘팩트’(사실)가 강조되는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의미심장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예전에는 정보의 실체가 보였으나, 인터넷 시대에는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볼 수가 없다.”고 전제,“(대중은)정보의 실체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단테클럽’을 읽은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단테의 ‘신곡’을 찾게 되고,‘다빈치 코드’ 독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팩션’ 1960~70년대 부드러운 신문기사서 유래

획일화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와, 실체적 정보에 다가서려는 인터넷 시대의 반동적 욕망이 결합해 팩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새해에도 출판가에서는 팩션식 소설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인기작가 이인화가 7년 만에 선보여 화제인 신작 ‘하비비’(해냄)도 팩션형태.‘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이야기 얼개다.‘다빈치 코드’가 표절작품이라는 논란을 제기한 루이스 퍼듀의 ‘다빈치 레거시’(팬아스)도 최근 새로 서점가에 합류했다. 베텔스만도 상반기 중 댄 브라운의 또다른 인기추리소설 ‘디지털 포트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신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간이 없어 책 못읽는다? [2005. 1. 2]

TV시청 하루 3시간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달에 평균 1.3권의 책을 읽는다. 10명 중 4명은 한 달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993년에 우리 국민의 한달 평균 독서량은 1.6권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마케팅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컴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80%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TV 앞에서 보내면서도 ‘너무 바쁘고 피곤해 도저히 책 읽을 짬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난해 5~6월 전국의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매체 이용행태 연구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일 지상파 TV 시청시간은 평균 2시간 22분이었다. 토ㆍ일요일 시청시간은 더 길어 각각 3시간 11분과 3시간 42분으로 조사됐다. 케이블 TV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32분으로 지상파에 비해 50분 가량 적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00년 한국인의 주간 평균 TV 시청시간은 23.7시간(하루 3시간 23분)이었다. 휴일에는 평균 4시간을 TV 앞에서 소비했다. 선진국들은 주말 TV 시청률이 뚝 떨어지지만, 한국은 레저문화가 발달하지 않은데다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 때문에 주말에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상의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TV 시청시간은 최소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365일을 곱하면 연간 약 46일이다. 하루 8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1년에 68일을 TV 앞에서 보내는 셈이다. 하루 8시간의 취침과 8시간의 노동, 출ㆍ퇴근과 식사시간 등을 감안하면, 현대인의 평일 여가시간은 4~5시간을 넘기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루 TV 시청시간이 3시간이라면, 여가시간의 3분의 2 가량을 TV 앞에서 보내는 셈이다. TV 앞에서 연간 68일을 낭비하는 사람과, 그 시간을 독서와 자신의 삶과 가족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름다운 말 [05/01/02]
 
[신춘 문화기획/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아름다운 말

은하수 순우리말 '미리내' 10위권에

우리 국민은 ‘사랑’(33.7%)과 ‘어머니’(8.2%)를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로 생각한다. 신은 도처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신이 미처 사랑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곳에서 대신 사랑을 베풀라고. 신의 편재성(偏在性)을 설명하는 서양의 격언은 사랑과 어머니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숭고성과 불멸성을 잘 말해준다.

10위안에 드는 나머지 말은 ‘행복’(7.4), ‘고맙습니다’(3.2), ‘예쁘다’(2.5), ‘아름답다’(2.4), ‘가족’(2.0), ‘미리내’(1.6), ‘우리’(1.4), ‘건강하세요’(1.3%) 순이다. 대부분 개인과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생명을 머금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은하수의 순 우리말인 ‘미리내’ 역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희망과 동경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 밖에 ‘노을’, ‘이슬’ ‘어울림’ 같은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비교적 많았다.

여자응답자는 36.1%가 사랑을 꼽아 남자(31.2%)보다 다소 높았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아기’와 ‘하늘’이 ‘우리’와 ‘건강하세요’에 앞서 10위 권에 포진, ‘건강하세요’를 7위에 올린 남자와 대조를 이뤘다.

중졸이하는 ‘꽃’ ‘대한민국’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가족’ ‘미리내’ ‘우리’보다 좋아했다. 대학재학 이상은 ‘하늘’과 ‘시나브로’를 선호, 그 바람에 ‘우리’와 ‘건강하세요’ 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10위권을 장식하는 말이 다소 달랐다. 수도권에선 ‘시나브로’와 ‘금수강산’이 ‘예쁘다’ ‘건강하세요’를, 충청권에선 ‘아버지’와 ‘친구’가 ‘우리’ ‘미리내’를 제쳤다. 경상권의 경우 ‘아기’ ‘하늘’ ‘노을’이 들어간 반면 ‘시나브로’ ‘우리’ ‘건강하세요’가 빠졌고 전라권에선 ‘희망’이 ‘우리’를 대신했다.


(한국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젊은시절 가난은 人生의 힘 [2005. 1. 1]

등산을 해보면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서 다칠 위험이 훨씬 더 많다. 빠른 것하고 쉬운 것하고는 다르다.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작년에는 오랜만에 소설 한 편 쓴다고 김매듯이 힘겹게 보냈다. 50년대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 해를 꼬박 그때를 살다 오고 나니 내 생애가 바로 우리의 근세사였구나 싶었다.

자랑스러울 것도 없지만 수치스럽지도 않다. 금년이, 오늘이 너무도 빨리 역사가 된다는 걸 알아먹고 나니, 금년을 열심히 제대로, 작년에 한 실수를 되풀이 안 하고 살 수만 있다면 그것도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생각이 든다.

50년대 그 시절엔 담 너머로 음식 냄새가 솔솔 넘어오고, 사람의 기척이 들리고, 뉘 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서로 사정이 빤했다. 뉘 집에서 김치나 부추 부침처럼 이웃에 냄새를 풍길 별식을 할 때면 으레 넉넉히 부쳐서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월급날 고기 근이라도 사게 되면 아이들이 아무리 숯불 피워 구워먹고 싶어해도 어른들은 냄새나지 않게 냄비에 볶아먹자고 했다. 나눌 수 없는 건 냄새라도 안 피우려는 이웃 간의 배려가 곧 정이 아니었을까. 우린 이런 정으로 가난을 건넜다.

젊어서 가난을 겪었다는 게 만만치 않은 힘이랄까, 저력이 되어 남아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IMF 때였던가, 내 친구 할망구한테서 들은 얘긴데, 돈 잘 버는 자식들 덕에 풍족하게 살던 집안이 별안간 기울면서 식구들이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면서 자기는 하나도 겁이 안 날 뿐 아니라, 살맛까지 나고 씩씩해지더라는 것이었다. 노욕도 가지가지라고 웃어넘겼지만 지지리도 못 사는 시절을 겪었던 이들에겐 요즈막의 물질적 풍요가 전적으로 대견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어쩌면 이렇게 잘 살게 되었을까, 휘황한 겉보기가 꿈만 같으면서도 아직 돈 벌 나이가 안 된 미성년의 씀씀이나 지천으로 내버리는 음식이나 입성을 보고 있으면 문득 하늘 무서운 생각까지 들 적이 있다. 풍요의 그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통으로 겨우겨우 사는 사람도 잘 상상이 안 되는 극빈지대에 버림받은 청소년,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이 도움을 호소하는 소리를 매스컴을 통해 듣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

그들이 도움 받지 못하고 그 지경까지 가게 된 사연을 살펴보면 결코 제도가 부족해서도 인정이 매말라서도 아니다. 그런 제도나 기관이 없는 게 아니라 다만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도움을 청할 능력이 없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청해도 안 들리게 인가나 인기척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도 있다. 복지제도도 제도이기 때문에 딱딱하고 일정한 자격을 요하고 수속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그렇듯이 규격에 맞게 가난한 게 아니다. 틀에 끼우거나 자로 잴 수 없이 유동적이고, 자존심 때문에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방어적인 가난도 있다. 그들에게 제도에 앞서 다가가야 할 것은 인기척, 정이 아니었을까.

세금을 잘 내면서 국가에 분배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좋고, 자선 단체에 내는 기부금 영수증을 면죄부처럼 챙겨가지고 있는 것도 좋지만, 내 이웃이나 친척 중 눈치껏 보살피고 안부를 물어야 할 이들을 마음으로 챙겨가지고 있으면서 자주 오가고 정을 주고받아야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너무 올려다보고만 살았지 내려다보고 살 줄 몰랐다.

새해의 작은 희망은 올려다 볼 때보다 내려다볼 때 더 잘 보일 수도 있다.


(박완서 소설가)=조선일보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판동네--책따세가 권하는 책목록 [04/12/31]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 www.readread.co.kr·대표 허병두)가 2004년 겨울 방학 때 청소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 목록을 내놓았다. △중1부터:<도토리의 집>(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한울림), <뚱보 내 인생>(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바람의아이들), <불균형>(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우리교육), <유진과 유진>(이금이 지음, 푸른책들),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내인생의책), <프란시스코의 나비>(프란스시코 지메네즈 지음, 다른) △중2부터:<국경없는 마을>(박채란·한성원 지음, 서해문집), <그래, 엄마 나 미쳤어>(서철인 엮음, 맥스미디어),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장재화 지음, 김형연 그림, 나라말), <알케미 동굴의 비밀 지도와 영원의 불꽃>(전화영 지음, 살림),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우리 역사 이야기 1~2>(장콩 지음, 살림),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이영미 지음, 부키), <푸른 사다리>(이옥수 지음, 사계절) △중3부터:<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이재진 지음, 푸른숲), <그냥 떠나는 거야>(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풀빛),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 지음, 이레),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도종환 엮음, 나무생각), <서유기>(오승은 지음, 현암사), <우리들의 교실에는 절망이 없다>(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양철북), <의사가 말하는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엮음, 부키), <한국생활사박물관9­조선생활관1>(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 사계절) △고1부터:<살아있는 우리 신화>(신동흔 지음, 한겨레신문사),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1~2>(정민 외 지음, 휴머니스트), <이름 없는 너에게>(벌리 도허티 지음, 창비), △고2부터:<거기 당신?>(윤성희 지음, 문학동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지음, 까치글방), <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강정인 외 지음, 책세상),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역사>(정두희 지음, 청어람미디어), <마틴 루터 킹>(마셜 프레디 지음, 푸른숲), <브레인 스토리>(수전 그린필드 지음, 지호), <숲의 생활사>(차윤정 지음, 웅진닷컴), <옛 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김풍기 지음, 해토), <좁쌀 한 알>(최성현 지음, 도솔).


(한겨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