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없는 공공도서관 [05/01/09]
 
[기자의 눈] 책 없는 공공도서관

“도서관에는 읽을 책이 없어 책을 가지고 도서관에 갑니다.”

집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공부방이나 마찬가지로 돼버려 집에서 읽던 책을 들고 간다는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지원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는 총 134억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현재 470개. 각 도서관에 배정되는 도서구입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나 많은 곳이 약 6,000만원 정도. 이 같은 상황이면 한해 2만권 이상이 발간되는 새 책 중 절반도 구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알려진 종합투자계획에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국공립 학교와 도서관을 더 짓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61개의 공공도서관이 더 들어선다. 하지만 올해 구체적인 도서구입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서구입비를 각 지자체로 업무를 이관해 전체적인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지역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공공도서관의 정책업무가 문화관광부에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관됐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은 문화부ㆍ교육인적자원부, 심지어 법무부 등 유관부서가 많아 의견조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1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의 말이 설득력을 갖겠냐”면서 “지자체의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이 책 없는 도서관의 공부방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21세기는 지식강국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공공도서관은 국민들의 지식을 충족시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지식공장이자 지식형 인간을 키우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도서관은 지식산업을 대표하는 출판ㆍ인쇄 등 유관산업 발전의 중심에 있다. 공익적 성격이 짙은 공공도서관의 정책과 예산관리를 모두 지자체로 넘기게 되면 결국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과 그렇지 못한 지방간의 지식과 교육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의 지식함양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실 있는 공공도서관 만들기보다 도서관의 숫자 늘리기에만 주력한다면 구시대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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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10인 새해 계획  [05/01/09]
 
[책과세상] 출판인 10인 새해 계획

※ 정진숙(93) 을유문화사 회장

“‘사기본기’(史記本紀)를 시작으로 인문서 출간에 주력할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한 인문고전시리즈를 확장해서 서양고전까지 아우른 새 번역을 선보이겠다.”

※ 김성재(78) 일지사 사장

“특별히 공들이는 책은 없지만 출판을 통해 학술문화 발전에 다소나마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 박맹호(71) 민음사 회장

“고전을 실제로 읽는 체험을 안겨 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처럼 훌륭한 문학작품과 인문학적 바탕을 가진 우수한 교양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 조근태(63) 현암사 사장

“현재 51종이 나온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백가지’ 시리즈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전통 있는 우리 문화를 체계화, 현대화하겠다. 창업 60주년의 주춧돌을 다시 놓겠다.”

※ 김언호(60) 한길사 사장

“‘한길그레이트북스’에 더 주력한 것이다. 2006년 창사 30주년을 앞두고 우리 저자들이 저술한 교양인문책 30권과 함석헌 전집 30권도 준비하고 있다.”

※ 고세현(50) 창비 사장

“9권으로 된 한국현대대표소설선을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체제로 개정ㆍ증보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기존의 문학 인문사회 교양 어린이책 분야의 내실을 강화하겠다.”

※ 김종수(49) 한울 사장

“21세기 아시아공동체의 모델과 비전을 제시하는 일본 이와나미(岩波)서점에서 낸 ‘아시아 신세기’(전8권)의 번역출판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학술출판을 더 강화하겠다.”

※ 강맑실(49) 사계절출판사 사장

“여러나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아틀라스 시리즈 중 ‘아틀라스 중국사’가 올해 출간 예정이다. 아동ㆍ청소년 교양물 출판을 강화할 생각이다.”

※ 김준희(47) 웅진닷컴 사장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상반기에 출간해 10년간 이어온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를 완간한다.”

※ 김학원(43) 휴머니스트 사장

“교과서 내용을 혁신하는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도정일 경희대 교수와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3년간 대담을 밀도 있게 정리한 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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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다양성 기반으로 차세대 인재들 활약해야”  [2005. 1. 8]

출판 편집인의 선택 - 2005년 출판계 화두는?

몇몇 출판 통계에 지난해 출판사들의 매출 실적이 소개되었다.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출판사가 30개 남짓이고, 그들의 매출 합계는 5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등록한 출판사가 2만개쯤 되니, ‘우리 출판사 중 0.2%인 30개 출판사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는 결론이다. 마침 작년에 한국까지 방문한 미국의 원로 출판인 앙드레 쉬프랭의 경험적 경구를 자극하는 듯한 수치다. “출판자본의 집중으로 인한 출판의 다양성 상실”이라는….

그러나 우리 출판사 중 한 해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은 출판사가 전체의 93%에 이르고, 월 1∼2종 이상 내는 출판사가 300개 정도에 불과하니 엄격하게 말하면 ‘전체의 10%인 출판사들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로 바꾸어 결론을 내리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참고로 미국의 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시장 점유율은 17%인데, 올해 국내 상위권 5개 출판사의 매출을 다 합쳐도 5% 내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출판자본의 집중화로 출판의 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아직 우리 이야기가 아닌 듯싶다. 우리의 약 7배 정도가 되는 일본 출판계에서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의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2조원 정도가 되니 국내 최대 출판사의 적정 매출 규모는 적어도 3000억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말 나온 김에 매출 100억원을 하려면 100종의 책을 1만7000부씩 해서 170만부를 팔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종당 평균 판매부수는 3000부 정도다. 어느 날 밀리언셀러를 터뜨려 100억원 매출 출판사로 단숨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 중인 책을 1000종 이상 가져 나가지 않으면 100억원대 출판사를 너머 500억, 1000억원 매출로 나갈 수 없다. 지금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출판사는 4∼5개 정도다. 이 중 몇 개의 출판사만이 3∼5년 내 1000억원 매출 규모로 성장해갈 것이다. 관건은 ‘한 방’이 아니라 주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장르를 얼마나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출판업의 구조상 자본의 확대는 출판의 다양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한 방만 노려서 1000억원을 만들 순 없다.

그래서 자본의 집중을 다양성의 장애요소와 등식화하는 접근은 편견이다. 자본의 영세성만이 출판의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논리만큼이나 근거가 없다. ‘출판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면 돈 되는 책만 낸다’는 전제로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과 다르다. 랜덤하우스와 고단샤의 세일즈 퍼포먼스(sales performance)만 봐도 신간 중 손익분기점에 미달하는 도서가 전체의 70∼75%를 차지하고, 이를 적정 퍼포먼스로 매뉴얼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출을 늘리든 출판의 다양성을 펼치든 결국 사람이 한다. 그러나 우리 출판 동네는 90년대 초반에 밀려 들어온 운동권 출신들이 지금까지 군림(?)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40대다. 이제는 시스템의 과학화와 경영의 합리화 개념으로 출판업을 재해석할 줄 아는 다음 세대의 인재들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한다. 그런데 수익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야 어느 인재가 미래에 투자하겠는가?

2005년 새해, 진실로 출판인들이 머리를 맞댈 지점은 바로 여기다.


최봉수 (랜덤 하우스중앙 사업운영부 실장)=문화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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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출판사 '숨통' [05/01/07]
 
문예진흥원 분기마다 사주기로…예술상 사업 예산도 30억 배정

올해 문학관련 출판사들은 숨통이 조금 트일 것 같다. 문예진흥원이 작품성 뛰어난 시집과 소설책, 평론 등 산문집을 분기마다 각각 30권씩 선정해 권당 2000부씩 사주기 때문이다. 한 해 전체로는 모두 360권의 '문학 책'들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올해의 예술상 사업은 예산이 12억원에서 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문학.음악.연극.무용 등 7개 예술 분야 최우수작에 5000만원씩 지급하는 상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지하철 역사 안이나 시장 등 '다중밀집지역'에서 작은 음악회.마임극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예진흥원은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05년 문예진흥기금 지원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문예진흥원의 사업 예산은 지난해 930억원에서 1083억원으로 16.4% 늘어났다. 그중 일반 공모사업에 대한 지원금은 지난해 113억원에서 25.7% 증가한 142억원. 건수로는 지난해 1059건에서 올해 1178건으로 늘었고, 평균 지원 금액도 지난해보다 13.1% 늘어난 1207만원이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복합공연장을 만드는 데 257억원이 들어가고 지방문예회관들의 공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94억원을 들인다. 어떤 사업을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지원심의위원회 인원을 116명에서 142명으로 대폭 늘린 것도 올해 달라진 점이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원사업을 선정해보자는 취지로 문학.시각예술.음악.연극 분야의 '향수교류분과'와 '문화일반분야'심의위원에 일반 국민 한 명씩을 위촉했다. 2005년도 지원금 심의결과 내용은 문예진흥원 홈페이지(www.kc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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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프랑크푸르트 도서전'등 국제행사 주빈국 참여준비 만전  [05/01/07]
 
[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타이베이-프랑크푸르트 도서전'등 국제행사 주빈국 참여준비 만전

올해를 출판계 불황극복 전기로

지난 연말연초에는 어느 때보다도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던 출판계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낸 각종 자료가 발표됐다. 교보문고가 개장 이래 처음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2003년 출간된 신간 서적들이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58.6% 감소했다는 통계청 자료도 발표됐다. 특히 만화와 실용서적은 오히려 발행부수와 판매부수가 늘었으나 사회과학서적을 비롯한 인문학 서적의 매출은 5∼6년 전에 비해 90%나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광복 60주년이 되는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문화계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올해 출판계는 어느 때와 달리 의욕에 찬 발걸음을 내디딜 여건이 조성돼 있다. 출판 관련 큰 행사가 연이어 개최돼 어느 때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올해 출판업계를 전망해 본다.

먼저 ‘문화올림픽’이라 불리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 출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는 확정됐다. 그러나 아직도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는 전체 예산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출연금 130여억원에 민간에서 자금을 모금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 일정 추진이 더디다는 평이다. 대한출판협회(출협)와 출판인회의 등으로 나뉜 업계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 목소리도 높다.

이보다 앞서 한국은 2월에 타이베이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출판업계의 위상을 다질 기회를 갖게 된다. 업계는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업에 큰 영향을 미친 한류 열풍을 출판에서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또한 출판계는 6월 서울 국제도서전을 주관하고 이외에도 볼로냐 도서전, 베이징 도서전, 시카고 도서전 등 각종 도서전에 참여한다. 외국 서적을 수입하던 구조에 익숙했던 한국 출판계가 이들 도서전을 통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2월에는 출판협동조합 이사장 선거와 출협 회장 선거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출판인들이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중지를 모으게 된다.

또한 올해 출판계는 예년에 비해 많은 내부적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해 3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 출판사들이 속출하면서 가열된 거대 출판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음사와 한길사 김영사 북21세기 등 국내 토종 출판사들의 영토에 랜덤하우스중앙과 베텔스만코리아 등 외국계 출판사의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크게 맹위를 떨친 1인 출판사 등 소형 출판사들이 올해는 더욱 늘어나는 한편,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출판사들의 인수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이래저래 출판에도 다른 업계와 같이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뿌리를 내릴 개연성이 높다.

지난해 대형 도매상이 부도를 내면서 불어닥친 영업부문도 올해 구조조정의 파고에 내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뤄져 온 ‘어음 주고받기’ 방식의 관행적 영업이 점차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구조도 더욱 변화가 불가피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서 중개상 그룹이 점차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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