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 시장 붕괴는 문화적 재앙” [05/01/07]
 
■ 강맑실(49) 사계절 출판사 사장은 한국 출판계에서 공적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에 속할 것이다. 그의 대외적 직함은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총무위원장이지만, 강 사장은 그보다는 인문사회과학 책과 어린이·청소년 책을 의욕적으로 펴내는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발언을 해왔다. 새해 벽두에 그와 함께 우리 출판이 선 자리를 점검해 보았다.

다양성 젖줄 중소출판 붕괴

­지난해 출판계는 ‘해방 이후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계절은 어땠나요?

=사계절도 매출액 자체만 보면 15% 정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도에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문화방송> ‘느낌표’에 소개된 덕에 매출액이 예년보다 많았어요. 지난해 우리가 겪은 매출액 감소는 다른 출판사들이 겪은 어려움과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출판시장의 양극화입니다. 자본력 있는 출판사들은 불황 중에도 규모를 키워 가는데, 중소형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거든요. 출판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출판인력의 수요를 창출하는 곳이 중소 출판사들인데, 이들이 난관에 부닥친 겁니다. 또 하나 걱정할 일이 반품률의 증가입니다. 출판사 평균 반품률이 20%나 됩니다. 100권을 팔면 20권이 창고로 되돌아오는 거예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속출하는 소매 서점 폐업입니다. 소매서점은 출판유통의 모세혈관인데, 그 혈관이 끊어져 수족이 썩고 피가 막히니 거꾸로 들이치는 겁니다. ­출판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공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할 출판단체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출판계가 실패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현안을 놓고 공동대응을 해도 잘 풀리지가 않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출판단체가 아예 손을 놓아버린 건 아닙니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해 왔고요. 그런데도 출판단체들이 하는 일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건 정말 절실한 문제를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에요.

인문기초없인 영화도 죽는다

­출판계의 가장 절실한 문제라면, 뭐가 있을까요?

=인문서 시장의 붕괴입니다. 이건 단순히 출판계의 재앙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들이닥친 문화적 재앙입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 알맹이를 제공하는 게 인문이고, 한 나라의 정신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인문인데, 이 인문시장이 빈사상태에 놓인 거예요. 인문이 죽으면 그 사회의 정신이 따라 죽고 맙니다. 영화 산업이 꽃피었다고 하지만, 탄탄한 인문의 토대가 없이 어떻게 양질의 영화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겠어요? 이 인문출판이 돈 안 된다고 다들 실용서만 만들고 있잖아요.

­빈사의 인문출판을 살릴 길을 찾아야 할 텐데요.

=저는 정부와 학교와 출판사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1980년대 인문사회과학 시장의 활성화는 당시 학생이던 이른바 ‘386 세대’의 독서열 덕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20대가 책을 안 읽는다는 사실입니다. 대학이 인문교양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책을 읽혀야 하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중국 칭화대의 경우를 보면 우리와 대조적입니다. 그 대학은 이공계 대학인데도 학생들이 100권의 고전을 읽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인문을 창조와 혁신의 토대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우리 대학의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정책으로 인문학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단시간에 결과물이 나지 않는다 해서 지원을 끊어버리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죽이는 일입니다. 정책 지원으로 학자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인문서 필자군이 늘어납니다. 이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교양서를 집필하는 것도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출판인들이 할 일은 바로 그 학자와 대중의 다리를 놓는 일이지요. 역량 있는 학자를 찾아내 대중과 넓게 만날 수 있는 책을 쓰도록 돕는 것, 그게 출판인들의 몫이죠. 그렇게 산출된 책을 대학생·청소년들이 읽고 다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그 관심이 인문학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적 의미 묻는 출판이념 절실

­사회가 받쳐주지 않더라도 출판인들이 먼저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책을 만들어 독자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게 출판의 사명이지요. 어떻게 하면 잘 팔아서 돈을 많이 벌까, 여기서 그치고 마는 게 문제입니다. 출판 정신이라고 할까, 출판 이념이라고 할까, 우리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문제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하던 때의 출판 정신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조금씩 인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얼마 전 신영복 선생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냈는데, 우리의 지금 삶을 고전을 거울삼아 들여다보는 그 책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잖아요. 내용 없는 실용서에 지쳐가는 독자들이 그런 향기와 울림이 있는 책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출판인들이 앞서서 그 길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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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통신]출판사ㆍ서점 '빈익빈 부익부'

할인경쟁 난무 중ㆍ소형업체 직격탄

'양극화'는 올해 출판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다. 대형 할인점, 인터넷서점 등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최저가 할인경쟁'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출판 관련업체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지난 몇 년간 매우 심해졌다.

IMF 시절만 해도 100억원 매출을 이뤄 내는 출판사가 거의 없었지만 작년에는 단행본 출판사중 300억원대의 출판사는 5개사가 등장하고 100억원대 이상의 출판사는 약 30개사나 포진했다. 이들 출판사의 작년 매출은 단행본 전체 매출 1조 5천억 원의 3분의 1인 5천억 원 가량이었다. 올해에는 이 출판사들의 경우 양적으로 더욱 성장해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형 출판사들의 몰락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유통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교보문고는 작년 최초로 광화문매장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강남점의 성장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교보문고는 전국 70개점 개설에 전체 점유율 30%를 추구하고 있다. 반디앤루니스는 국세청 자리에 종로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서점과 영풍문고, 리브로 등은 경쟁적으로 지점을 늘리고 있어 서점 체인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반면에 중소형 서점의 폐업 또는 도산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다. 1994년 말 5,683개로 정점을 이루던 서점은 현재 1,950개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그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소매점의 몰락으로 공급처를 잃고 있는 도매상들의 앞날은 밝지 않다. 작년에는 변칙도매업체인 벤더들이 줄줄이 도산했는데 올해 본격 도매상이나 지방도매상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는 반면 관련업체들의 살아남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 방안의 하나로 출판사, 서점, 유통업체, 포털사이트가 제휴해 런칭부터 함께 하는 공동마케팅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대만(2월)과 프랑크푸르트(10월) 도서전의 '주빈국'인 우리 출판계는 '한류'의 흐름을 키우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이미 고객은 '독자' 단계와 '사용자' 단계를 넘어 '수집가' 단계에 이르렀다. 그들은 자기의 욕구에 맞는다고 책을 무조건 구매하지는 않는다. 소유 욕망까지 자극하는 책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사회과학서나 예술서 등은 비록 신간종수의 다양성은 훼손되더라도 질적 성장은 이뤄낼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인터넷의 메일 매거진이나 블로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 시스템에 맞는 작품은 구조의 복잡함 같은 것은 사라지고 매우 한정된 문체, 짧고 간결한 문장, 기묘한 기호의 범람, 빠른 템포의 이야기구조로 구성된 글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인터넷적인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가벼움이 다른 한편으로 넘쳐날 것이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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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2대째 '이상문학상' [05/01/07]
 
1988년 한승원씨 이어 한강씨 '몽고반점' 수상

문학과사상사가 주최하는 제29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한강(34.사진)씨의 중편 소설 '몽고반점'이 선정됐다.

한씨는 이상문학상 역사상 1970년대 생 작가로는 첫 수상자이고, 역대 대상 수상자 가운데 오정희(수상작 '저녁의 게임', 79년 서른살 나이에 수상)씨 다음으로 최연소 수상자다.

심사를 맡은 김성곤 서울대 영어영문과 교수는 "심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뽑았다"며 "잃어버린 순수성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집착과 추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고 작품을 평했다.

하지만 한강씨의 수상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승원(66)씨가 그의 아버지다. 이상문학상 최초의 부녀 수상자인 것이다.

한씨 부녀가 동일한 상을 받은 건 이번이 두번째. 한국소설가협회가 주는 한국소설문학상을 지난 80년과 99년에 각각 수상한 바 있다.

간담회에 나온 딸에게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었느냐"고 물었다.

"아침에 눈 뜨면 당신은 늘 책상에 앉아 계셨다. 그 뒷모습이 지금도 생생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집엔 책이 가득했고, 아버지는 늘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쓰고 계셨고, 난 자연스레 책을 읽거나 혼자 공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도 당신처럼 새벽에 주로 작업을 한다."

지난 97년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내려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딸은 어떤 작가냐"고 물었다.

"작년 여름께 수상작인 '몽고반점'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을 친정에 내려와서 했다. 그때 녀석은 컴퓨터 자판을 못 칠 만큼 손이 아팠다. 그런데 볼펜을 거꾸고 잡고 볼펜으로 자판을 한자씩 꾹꾹 누르더라. 그때 난 내 딸에게서 '치열한 작가'의 모습을 봤다. 녀석이 등단할 때 작가로서 당부했던 게 '치열함'이었는데…. 이젠 녀석의 작품을 놓고 뭐라 평하지 않는다. 그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딸은 "여고 시절 아버지를 따라 이상문학상 수상식에 갔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오는 11월 있을 29회 시상식엔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갈 차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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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60년 을유문화사·현암사 [05/01/06]
 
[책과 길] 설립60년 을유문화사·현암사…격랑의 현대사 담아낸 우리시대 ‘큰 그릇’

1945년,을유년은 한국 출판계에 역사적인 해로 남아있다. 광복과 함께 빼앗긴 말과 글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일제 말기 강제로 출판활동을 중단당했던 정음사,삼중당,박문서관 등이 묵은 먼지를 털고 다시 문을 열었다. 젊은 지식인들은 문화입국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새로운 출판사 설립에 나섰다.

미 군정당국이 공포한 ‘군정법령 19호’에 따라 45년말까지 등록한 출판사는 모두 49개. 새로 간판을 내건 30여개의 신생 출판사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 을유문화사와 현암사,탐구당,두산동아,학원사 등 5개가 지금까지 출판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갑년(甲年)’을 맞이한 이들 출판사의 60년 여정에는 현대사의 격랑과 출판계 안팎의 부침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창업자 정진숙(93) 회장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을유문화사’는 45년 12월 1일 혈기방장한 30대의 젊은이 4명이 설립 주역이었다. 훗날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민병도씨가 재정을,정 회장이 살림을,문인이자 편집경험이 풍부했던 조풍연·윤석중씨가 출판기획 및 편집을 공동으로 책임졌다. 이듬해 2월 한글을 익히기 위한 글씨본인 이각경의 ‘가정글씨체첩’을 처음으로 내놓은 을유문화사는 그해 무려 35종의 책을 펴내며 호기롭게 출발했다. 47년에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조선말큰사전’(전 6권) 가운데 1권을 펴냄으로써 한국출판계에 획을 그었다.

그러나 6·25전란의 와중에 사옥이 불타면서 출판사는 빚더미에 올라섰고 설립동인들도 차례로 떠나가는 시련을 겪었다. 정 회장 단독경영체제로 전환된 ‘을유’는 재건작업에 박차를 가해 54년에는 진단학회와 함께 최초의 한국통사인 ‘한국사’ 출판을 기획,65년까지 전 7권을 완간했다. 이어 60∼70년대에는 ‘세계교양사상전집’ ‘한국학백과사전’ ‘세계문학전집’ 등 굵직한 기획물들을 내놓으며 대표적 출판사로 성장했다. 을유의 성장세는 80년대 들어서면서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와 정 회장의 대외활동으로 다소 주춤해졌지만 2000년 정 회장의 손자인 정상준 상무가 합류하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창업자(현암 조상원)의 장남인 조근태(63) 사장과 편집자 출신의 형난옥(46) 전무이사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암사’는 45년 12월 대구에서 시사종합지 ‘건국공론’을 창간하며 설립됐다. 현암사가 출판계에서 날개를 단 것은 59년 일제의 잔재인 ‘육법전서’를 대체하는 ‘법전’을 출판하면서 부터다. 도매상에서 선금을 받아 제작비를 대고 실용신안특허까지 받은 ‘법전’은 판매 첫날 매진돼 웃돈이 붙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현암사는 그러나 70년대 초반 사운을 걸고 추진한 ‘육당 최남선 전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된다. 60년대 중반 대학졸업과 함께 입사한 조 사장은 편법 대신 정공법으로 맞섰고 80년대 들어 황석영의 ‘장길산’,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최순우의 ‘한국미술 5000년’ 등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90년 형 전무가 편집장으로 영입되면서 현암사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포괄하는 기획물들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한 단계 도약했다. 90년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꽃 100가지’를 내놓은 이후 현재까지 51종이 출간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는 확고부동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으며 현암사는 한국학 출판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대구에서 ‘대양문화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학원사’는 52년 창간한 학생교양지 ‘학원’이 공전의 인기를 모으며 출판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59년 발간한 ‘학원사 대백과사전’을 필두로 ‘문예대사전’ ‘철학대사전’ 등 다양한 부문의 사전을 출간했고 여성지 ‘여원’(55년),농촌잡지 ‘농원’(64년),‘주부생활’(65년) 등을 잇따라 창간하며 잡지출판의 선두주자가 됐다. 현재 창업주(김익달)의 2세인 김영수 회장이 경영을 맡아 여성지와 단행본 등을 출판하고 있지만 한때 ‘잡지왕국’으로까지 불렸던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을유’와 ‘현암사’ 등이 창업에 이어 수성에도 성공한 것과 달리 ‘탐구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사세가 위축된 경우다. 은행원 출신의 홍석우(86) 회장이 광복직후 설립한 탐구당은 50년 지리,세계사,영어,공민 등 우리나라 최초의 문교부 검인정교과서를 발행하고 52년에는 대한검인정교과서의 창립을 주도하는 등 초기 교과서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1964년부터 308종을 발행한 ‘탐구신서’는 대표적 문고본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65년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영인,출간해 국학연구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2세들이 출판사 경영에 뜻을 두지 않은데다 전문경영인 체제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홍 회장이 와병,최근에는 물리·생물 등의 대학교재를 펴내는 것으로 맥을 잇고 있다.

김상문(90) 전 회장이 설립한 ‘동아출판사’는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도 ‘두산동아’로 바뀌는 비운을 겪었다. ‘동아전과’ ‘완전정복’ 시리즈 등을 내면서 참고서 시장을 석권,연 매출 1000억원대의 출판재벌로 성장했던 ‘동아출판사’는 84년 펴낸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85년 두산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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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 ‘변화의 시대’ 연다  [05/01/06]
 
문지 30돌, 민음사 내년 40돌, 현대문학 50돌 맞아 새길 모색

한국 현대 문학사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며 문학출판의 중심을 이뤄온 문학과 지성사(이하 ‘문지’), 민음사와 현대문학이 올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문지는 올해 30주년을 맞았고, 내년 창립 40주년을 앞둔 민음사는 새해 들어 지난 39년간 민음사를 이끌어온 박맹호사장 체제를 마무리하고 2세대 체제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대문학은 1월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이들 출판사들은 이를 기념하며 각종 행사를 준비중인데 이 과정을 통해 공통적으로 자사의 개별성과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체질개선과 현장감있는 출판’(문지), ‘전통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변화’(민음사), ‘현대문학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난 과감한 출판’(현대문학). 이렇게 방향을 잡은 이들 출판사들이 풀어낸 변화의 공통방향중 하나는 기존의 문학 중심에서 벗어난 보다 유연한 출판영역의 확대로 모아진다. 이는 문학 시장의 위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학이외의 다른 문화영역의 상대적 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기도 하다.

◈문지

문지는 올해 12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채호기 문지 대표는 “지난 30년간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한 것이 우리의 주요한 성과였다”며 “문지는 지난 2000년 세대교체후 그간 출간하지 않았던 아동서적, 수필집 등을 내면서 출간영역을 넓히며 변화를 모색했다. 이같은 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채대표는 “다만 30년에 들어서면서 몸이 둔해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체질개선도 하고, 보다 현장감있는 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시리즈들을 다듬고, 인문·사회과학 쪽에서 새로운 기획과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지는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문지 30년사 발간 등을 준비중이다. 정식 사사를 발간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문지 1세대들의 기록은 남겨놓아야한다는 판단 아래 간이 문지 30년사를 내놓기로 했다. 이는 일반 기업의 사사와는 다르게 30년간 문지에서 활동했던 문지의 주역들이 지난 30년간의 문지와 문학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묶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문지측은 문지의 탄생, 문지의 설립과 70년대, 문지적 자기 설정과 참여 방식 등 10여개의 소주제를 정했고 문지 1세대인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씨, 2세대인 문학평론가 정과리씨, 3세대인 문학평론가 이광호씨 등이 총출동해 글을 쓰고 있다.

◈민음사

지난 4일 이뤄진 민음사 2세대 교체과 관련해 박맹호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감각을 위한 1.5선 후퇴”라며 세계문학전집 출간 등에 대해 여전히 의욕적인 활동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음사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문학과 인문이라는 기존의 민음사 제작방향의 양대축을 유지하면서 세대교체에 따른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0주년과 올해 세대교체 등을 통해 한 시대의 마침표를 찍는 민음사는 올해 민음사 출신 편집자들을 초대해 한자리에 모으는 ‘홈커밍데이’를 마련할 계획이다.

1966년 민음사가 문을 연 직후 박맹호 회장의 부탁에 따라 사랑방손님처럼 민음사에 매일 드나들며 기획아이디어를 던지곤 했던 시인 고은씨부터 최근의 소설가 권지예씨에 이르기까지 문학, 출판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모일 것으로 보인다. 1대 주간이었던 소설가 김원우, 2대 주간 시인 황지우, 3대 주간 시인 최승호씨를 비롯해 이갑수 궁리 대표, 이동숙 한국프뢰벨 이사, 정홍수 강 대표, 김수영 해냄 주간,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시인 이진명, 문학평론가 서영채, 문화평론가 강상희씨 등이 민음사를 거쳐간 문인들이다.

◈현대문학

1955년 1월 창간 첫호를 낸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이번에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현대문학사는 ‘현대문학’ 2005년 1월호를 50주년 기념호로 냈다.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의 두툼한 특집호에는 소설가 박경리, 현기영씨 등이 축하메시지를 보냈고, 소설가 최일남, 박상륭, 김원일, 조정래, 김훈씨가 신작 단편을, 시인 고은, 황동규, 이승훈, 정현종, 고형렬, 박상순씨 등이 시를 실었다. 특히 프랑스 작가 미셀 투르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쿳시 등의 특별 기고도 실렸다. 양숙진 대표는 “현대문학이 갖는 위치, 이미지가 지금까지 하나의 무거운 구속력으로 작용했다. ‘현대문학이 이런 책을 내놓다니’라는 반응을 걱정해 과감한 작품들을 내놓지 못했었다”며 “이제 50년을 맞아 이같은 압력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고, 발랄한 작품들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학중심에서 벗어나 예술, 전기 출간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문학안에서도 보다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발굴, 내놓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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