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비룡소의 그림동화 40
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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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타자에게 규정당하며 결국에 가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마는 현대 사회를 풍자한 그림책. 이 책이 대상으로 삼은 초등 낮은 학년에게는 너무 어려워 보이고, 중학생 이상 정도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랄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처음엔 공장이라는 설정, 그 속에 관료화된 사람들, 그리고 놀고 먹는 사람으로 그려진 사장 때문에 다소 사회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는 대상을 높이 잡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뭔소리인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먹기 힘들 것 같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 어른들이 읽으면 딱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회사 생활에 길들여진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내가 원하던 것을 나는 과연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걸까? 너무 멀리 떨어지기 전에 나를 찾아 돌아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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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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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예술가의 모습이 담긴 에세이를 상상했다.
물론 그 상상은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해 허물어졌다.

review1.
<편집자 분투기>를 통해 연이 닿은 책. 편집상을 받기까지 한, 꽤 잘 만든 책이라길래, 더군다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전위 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담았다길래, 그들의 치열한 삶이 너무도 궁금하여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 속에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없었다. 물론 그들의 삶이 녹아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다룬다는 건 자신을 죽이고 대상을 살려내는 것. 내 언어를 죽이고 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글쓴이의 현란한 수사들이 반복되면서 대상은 죽고 글쓴이만 남았다. 그들의 육성은 오간데 없고, 자신의 언어로 필터링된 또 다른 제 3의 인물들만이 화려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의 삶도, 그들의 작품도. 날 것 그대로, 혹은 날 것 그대로에 근접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review2.
앞의 생각에 폭 빠져, 다소 짜증스럽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며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다룬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한 편 한 편 토막 토막. 그리고 깨달았다. 선물 포장지의 화려함 때문에, 혹은 이 책을 다룬 과장된 소개 글 때문에, 이 글을 그 틀에 맞춰 읽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예술가의 삶을 다룬 책이 아닌다. 글쓴이 박영택 개인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 작가와 작품들에 관한 소프트한 비평서이다. 그래서 중심은 예술가가 아닌 글쓴이인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작가들'이랄까.  이 책이 예술가의 삶을 다룬 글이 아니라면, 글쓴이의 회고록의 성격이 강한 글이라면 그다지 싫어할 이유가 없겠다 싶다. 그래서 참 난감하다. 절대 못 쓴 글도 아니고, 절대 가볍게 쓴 글도 아니라서, 혹독한 비판의 칼날을 빠져나가니 말이다.

review3.
이 책은 예술가를 돈도 명예도 삶도 없이 그저 작품 만들기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냥 그려내면서 일반인과 경계짓는다. 글쓴이가 그렇게 단편적으로밖에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도 있겠고(사실 글쓴이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삶을 잘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몇 차례에 걸친 인연 뿐이니, 그들이 그의 앞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을 턱은 없다.) 정말 그들이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예술가들, 혹은 이런 식으로 예술가들의 삶을 신비화시키고 그런 류의 삶에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이 높이 평가되어야 할 지점은, 그들이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땀방울을 흘려대며 작업을 한다는 그 자체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말을 건넨다는 게 아닐까. 하여 예술가가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오지에 살든, 도심 한복판에 살든, 궁핍하든 그렇지 않든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생활이 없는 예술가,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이니 자칫 경외의 대상으로, 혹은 환상 속에 사는 존재들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지만, 예술이 전시장 안에 갇혀서는 안되듯, 예술가의 삶 또한 그 치열함 속에 생활이 담겨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 혹은 가족을 등진 사람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내기 위해 타인을 버려야만 가능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전위' 예술가들이 싫다. 그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들과의 어떤 소통의 통로도 단절시켜버린 까닭에.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다. 그들은 정말 세상을 등지고 사는지, 그들의 관계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드려다 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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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4-10-2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집자 분투기> 읽고, <예술가로 산다는 것>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님의 리뷰를 읽으니,
걱정이 앞서는군요.ㅋㅋ
읽어보고 리뷰 올릴께요.
행복한 일요일!

찬타 2004-10-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전에 무신 걱정을..ㅋㅋ
책이란 게 취향에 따라 제 나름대로 나불거리면서 읽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즐겁게 읽으세요~ & 행복한 월요일!
 
한이네 동네 이야기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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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작가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이야기까지 써서 좋은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마찬가지. 이 책 역시 그림을 그리는 이가 글까지 썼는데,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그 이미지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담겼는데, 이야기의 구성이란 면에서는 전혀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그림 한두 장으로 끝났을 이야깃거리를 질질 끌고 있는 느낌이랄까.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게 있고 저마다의 몫이 있듯, 작가들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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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마을 외딴 집에 콩깍지 문고 5
이상교 지음,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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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외딴 마을 외딴 집에 살고 있는 늙은 노인과 늙은 쥐 이야기. 배 고프고 친구 하나 없는 그 외딴 곳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두 존재. 결국 둘은 친구가 되고 행복한 봄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외딴 외로움이란 건 어쩌면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 외롭다고 느껴질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를 찾아 내자. 소중한 것은 멀리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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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아이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
김재홍 지음 / 길벗어린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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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책 속에 참 많이 나온다. 그만큼 엄마에 대한 그리움,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엄마의 부재는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가 보다. 이 책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다룬 여느 책들처럼 엄마를 기다리며 서로를 달래는 남매 이야기인데, 동강을 배경으로 참 특이하게 그려냈다. 온통 강과 바위, 산뿐인 곳, 놀거리를 찾아내기 힘들 것만 같은 그곳에서 아이들은 무얼하고 놀까? 아이들에게 강과 바위과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큰새가 되기도 하고 장에 갔다 신발과 크레파스를 들고 오는 엄마의 모습이 되기도 하고 탄광가신 아빠의 모습, 때론 공룡의 모습으로까지 변주된다. 이미 많이 다루어져서 참 식상한 이야깃거리를 새롭게 엮어내는 힘. 그것이 창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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