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할머니
우리 오를레브 글, 오라 에이탄 그림, 이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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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뜨개질하는 할머니가 아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을 떠올렸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홀짝거리며 느릿한 말소리로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조곤조곤 늘어 놓는 할머니의 모습.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이란 생각에서였다.
우유를 많이 탄 옅은 카페오레 빛깔의 종이에 커피를 짙게 내린 듯한 갈색 톤의 그림들이 이런 생각을 더욱 부추겼다. 첫장을 열자 그 속에선 할머니가 뜨개질을 한다. 낯선 동네를 찾아가 슬리퍼를 뜨고 카페트를 뜨고... 아이들도 뜨고 집도 뜨고.... 할머니가 뜬 모든 것엔 생명이 깃든다. 여기까지는 참 서정적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뜬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학교에 보냈더니 실로 뜬 아이들은 가르칠 수 없단다. 교육에 대한 모독이란다. 동사무소로 장관실로 높은 분들을 찾아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할머니. "불평은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할머니는 나와 다른 것들에 배타적인 어른들과 관료들이 무지무지하게 화를 낸다. 너무도 평온해 보이던 그림책 속에는 사회에 대한 같은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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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예전엔 어린아이였단다
이형진 그림, 타말 버그먼 글, 장미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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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에알을 키워 나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할아버지와 함께 지켜 보는 아이가 꽤 행복해 보이는 책.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룬 여느 책들처럼, "할아버지도 예전엔..." 식의 이야기에 누에알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보탰다. 늙어간다는 '성장'과 때가 되면 찾아오는 '죽음'을 생각해 보게 만들며, 슬프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 준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단조롭지 않고, 현명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족해체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눌 상대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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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그림책은 내 친구 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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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잠자리에 들 시간. 이불 끝자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열 개의 발가락이 펼치는 새로운 세상. 작가는 열 개의 발가락과 함께 상상 여행을 떠나는데, 이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과 발가락 놀이를 해 봐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작가가 상상해 낸 것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또 어떤 상상을 더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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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가락>의 저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생각하는 ABC>로 2007년 BIB 국제아동도서원화전에서 황금사과상(GOOLDEN APPLE)을 수상했어요...

찬타 2007-09-2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ㅊㅋㅊㅋ

논장 2008-02-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글자그림책 <생각하는 123>도 나왔어요...

비로그인 2010-10-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최근에 출간 되었습니다.
 
나른한 오후 샘터만화세상 4
마정원 지음 / 샘터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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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님의 리뷰를 읽고 꼭 봐야지 했던 책. 그 책 속에는 소외된 자들에겐 너무도 잔인하기만 한 세상이 놓여 있었다. 제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혀 나른하지 않은 일상'을 툭툭 던져내듯 보여주는 작가. 어떤 개인사를 지녔기에 이토록 회피하고만 싶은 일상을, 믿고 싶지 않은 일상을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눈물도 연민도 없이 그냥 삭막하기만 한 일상이 줄줄이 흐른다. 오로지 절망뿐인 세상. 이 험한 세상에서 비관 자살한 아버지와 정신박약의 누나를 둔 어린 아이는, 초등학생 딸아이를 잃은 어머니는, 가출해서 백혈병에 임신까지 한 몸으로 돌아온 딸을 지켜봐야하는 아버지는 무엇으로 삶의 위안을 삼을까. 너무도 끔찍한 삶들을 훔쳐 보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옆을 바라보지 않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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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내 친구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4
이모토 요코 그림, 야마자키 요코 글, 정근 옮김 / 사파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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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뾰족 돋친 아기 고슴도치 피쿠루 이야기.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연상시키는 그림책이다. 자신의 몸에 난 가시들 때문에 고민하는 피쿠루. "저런 건 필요없어!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데 모~" 하며 자기만의 벽을 한껏 높게 쌓아 올리면서도 친구를 그리워하고, 부모 등에 엎힐 수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아이들 마음을 동물에 빗대어 잘 표현한 작품이다. 무언가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만의 방어벽을 세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아기 고슴도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너구리 아줌마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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