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1 개봉 / 15세 이상 / 115분 / 로맨스,무협 / 한국

감  독

박 제현

출  연

김 석훈(단), 설 경구(적), 최 진실(비), 김 윤진(연), 이 미숙(수)


이별마저 받아들인 한 없는 사랑의 단 절대적이고 비장한 사랑의 적 이룰수 없는 슬픈 사랑의 비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의 연 사랑마저 저버린 야욕의 화신 수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정령의 신산(神山) 아래 매족과 화산족이 살고 있었다.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매족의 욕망은 화산족과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신산의 저주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척박한 땅으로 쫓겨난 매족은 부족 재건의 날만을 기다리는데...수백년이 흐른 후, 매족의 여족장인 수는 부족의 영생과 천하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이루기 위해 화산족의 한 사이에서 비를 잉태한다.매족이 부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를 제물로 바쳐 신산의 맥을 끊는 것.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한은 매족 신단에 제물로 바쳐진 죽음 직전의 비를 구사일생으로 구해내고, 신산의 비밀을 쥐고 있는 비를 데리고 사랑때문에 부족의 규율을 어기고 떠났던 자신의 고향 화산 마을로 향한다.화산마을에 정착한 비는 단과 적, 그리고 연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다. 단과 적은 화산족 최고의 무사를 뽑는 결전을 치른다. 규율에 따라 결전에서 승리한 적은 후계자로 지목되고 왕손인 연과의 결혼을 앞두게 된다.비에게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끼던 단은 제물로 밖에 살 수 없는 비의 비극적인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을에 지진이 일어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면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비는 신산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다. 부족의 불행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채, 신산으로 떠날 결심을 하는 비. 한편, 매족은 비를 찾기 위해 대규모 군사들을 이끌고 화산마을로 향하는데...

*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에서 천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단적비연수>는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이라는 부제를 달고는 있지만 등장 인물이나 감독, 기술 등을 비교할 때 완전히 독립적인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은행나무 침대>의 주연들이었던 궁중 악사 종문, 미단공주, 황장군, 현세의 선영으로부터 전생을 뽑아냈을 뿐 워낙 먼 태고적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비연수>는 분명 <은행나무 침대>에서의 비극적인 사랑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 내용은 훨씬 더 판타스틱하며, 기술은 1편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 만한 속편은 없다는 정설을 깨지 못하는, 안타까운 한계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박제현 감독은 강제규 감독과 10년 동안 일해 왔고 <쉬리>를 각색하였으며, 본작이 극영화 데뷔작이다.

**

다른건 몰라도 이미숙이 제일 연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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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7 개봉 / 18세 이상 / 88분 / 판타지,멜로 / 한국

감  독

강 제규

출  연

한 석규(수현), 심 혜진(선영), 진 희경(미단공주), 신 현준(황장군),


은행나무 침대에 담긴 천년 사랑의 비밀

현재
석판화가인 수현은 외과의사 선영과 사랑하는 사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노천시장에서 우연히 은행나무침대를 발견하고 그 침대를 사게된다. 그 때부터 그의 주변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환상을 자꾸만 보게되면서 자신이 전생에 가야금을 연주하던 궁중악사 종문이었으며 미단공주와 비운의 사랑을 나누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당시 미단공주는 이미 무관인 황장군과 결혼을 하기로 되어있었고 결국 종문은 황장군의 질투와 분노로 처참하게 목이 잘리고, 미단 역시 죽음으로 종문의 뒤를 따랐던 것.

몇 백년 후. 사랑을 이루지못했던 미단과 종문은 황혼의 들녘에서 은은한 햇살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로 환생한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도 잠시, 사나운 한 마리 매가 이들 주위를 맴돌고 천둥이 치면서 한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남은 나무는 죽고만다. 바로 질투의 화신 황장군이 그 둘을 끝까지 쫓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현재
수현이 우연히 산 은행나무침대에는 바로 미단공주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고 그 둘은 짧은 만남을 가지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황장군이 나타나 그 둘의 만남을 저지하려 한다.

*

대종상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수상. 몰핑 기법등 특수 효과가 사용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시공을 초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신선한 감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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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제규감독의 작품에 대해서 헐리웃의 모방이라고 폄하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단은 그의 스타일리쉬한 면은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정말 개봉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환타지 러브로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보슬비 2004-11-24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광고가 나왔을때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동생이 유치할것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키노님 말씀대로 스타일리쉬한 면... 인정!!! ^^
 

2000.01.01 개봉 / 18세 이상 / 130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이 창동

출  연

설 경구(김영호), 문 소리(윤순임), 김 여진(양홍자), 고 서희(경아), 서 정(미스리)


야 유 회 <1999년 봄>
젊은시절의 꿈, 야망, 사랑, 모든 것을 잃은 중년의 영호. 그는 20년 전 첫사랑과 함께 소풍을 나갔던 곳에 찾아가지만 20년이란 세월은 모든 것을 앗아 가버린 후...

사 진 기 <사흘전, 1999년 봄>
동업자에게 사기당하고 마누라한테 이혼당하고 아무 것도 남은 것 없는 마흔 살의 영호. 어렵사리 구한 권총한정으로 죽어버리려 하는데 느닷없이 찾아온 사내의 손에 이끌려 첫사랑 순임을 만나게 된다.

삶은 아 름 답 다 <1994년 여름>
서른 다섯의 가구점 사장인 영호. 마누라 홍자는 운전교습 강사와 바람을 피우고 그는 가구점 직원 미스 리와 바람을 피운다. 과거 형사시절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과 마주치는 영호.

고 백 <1987년 4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권태로움에 지쳐버린 닳고 닳은 형사, 영호. 홍자는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몸이다. 그러나 군산의 허름한 옥탑방, 카페 여종업원 품에 안긴 그는 순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터뜨린다.

기 도 <1984년 가을>
신참내기 형사, 영호. 그는 선배 형사들의 과격한 모습과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폭력성에 의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순수함을 부인하듯 순임을 거부하고 자신을 짝사랑 해왔던 홍자를 택한다.



면 회 <1980년 5월>
영호는 전방부대의 신병. 그는 자신을 면회 왔다가 헛걸음치고 가는 순임의 모습을 보게된다. 영호는 그녀를 소리쳐 부르고 싶지만 다른 장병들의 휘파람 소리와 요란한 트럭 소리에 묻혀 그저 그녀를 떠나보내고 긴급출동하는 트럭에 올라 타는데...



소 풍 <1979년 가을>
갓 스무살의 영호와 순임. 그들은 난생 처음 순수한 사랑의 행복감에 잔뜩 젖어있다. 영호는 순임이 건네 준 박하사탕 하나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 젊음도 아름답고 인생도 아름답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79년의 어느 가을이었다.


*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구조의 영화 <박하사탕>. 1999년에서 1979년으로, 이 20년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대극에 버금가는 고증과 디테일이 요구되었다. 80년대 이후 경제발전 및 도시개발로 인해, 불과 10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조차 찾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덕분에 촬영장소 헌팅은 장장 9개월에 거쳐 이루어졌다. 80년 대 초반 서울변두리 공단지역의 모습을 재연해 내기 위해 전북 군산까지 내려갔었고, 79년 철교 밑의 야유회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철도청에 도움을 요청, 전국 철교들의 위치를 알아 낸 뒤 직접 확인해보고서야 충북 제천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내기도 했다. 소품을 구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7-80년대 국민학생들이 메고 다니던 책가방을 찾기 위해 스텝들은 각자 자기집 다락 및 창고 를 뒤져서 가방을 찾아왔고, 79년 야유회 장면에 쓰였던 음료수와 과자들은 제과회사에 문의, 제품 패키지 변천에 관한 자료를 받아서 그 당시 패키지대로 제작해야만 했다.

촬영장소로 헌팅을 해 놓은 전북 군산의 둔율동이 재개발로 인해 모두 철거되어 없어져 버리자, 제작진은 약 1000여 평에 이르는 공간에 세트를 제작, 80년대 공단주변을 복원해 내었다. <공단식당>으로 시작해서 그 주위에 공업사, 미용실, 세탁소 등을 만들고, 철거로 인해 자갈밭이 된 땅에 황토를 깔고 돌을 골라낸 뒤 유성페인트와 색소를 섞은 물을 뿌려 검은 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트의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식당 앞에 쌓인 연탄이며 주황색 공중전화기, 주변 벽과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와 80년대 초반의 포스터까지 재현해냈다. 소품 하나까지 직접 확인하는 이창동 감독의 주문에, 미술 스텝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려 세트를 완성해 냈다.

이창동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요구한 것은 '치밀한 캐릭터 분석'이 아니라 '그저 배역대로 살라'는 것. 감독은 배우 자신이 그 배역처럼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를 원했고, 촬영장에서 별다른 연기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의 모습대로 하는 행동이 배역과 어우러져 화면에 녹아들기를 바랄 뿐. 배우라는 직업이 말 그대로 '연기하는' 직업이고 보면, 이창동감독의 이런 주문을 배우들이 더 힘들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배우들은 감독의 주문이 이해가 안될 때마다 '납득시켜달라'고 이야기했고, 그 때마다 감독은 배우들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그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두 번째 챕터, 영호와 순임이 15년여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중환자실 장면의 촬영. 이때 <박하사탕>의 투자회사인 유니코리아의 최인기 실장과 영화연구소 김혜준 소장이 촬영장에 찾아와, 스텝들을 격려하고 즉석에서 환자역을 맡아주었다. 촬영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화장실은 가야하지만 기껏 완성한 분장을 지울 수는 없는 일. 목과 코에 호스를 끼운 상태로 병실을 나가는 최인기 실장을 보고, 병원 복도를 지나 다니던 사람들은 중환자가 멀쩡하게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병원 복도에 앉아 잡지를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등, 이날 중환자실 앞에서는 실제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밖에 경향신문의 배장수 기자는 영호가 카메라를 팔러갔던 카메라집 주인으로 등장. 다른 영화에서도 까메오로 자주 등장했던 그는, 그 동안 갈고 닦은 노련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평소 이스트필름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 양희경씨가 라디오DJ역에 흔쾌히 응해 영화에서 목소리만으로 출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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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강한 흡입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현악기의 선율과 함께 거꾸로 가는 기차가 인상적이었습니다.정말 내 인생 돌리도 ㅎㅎㅎㅎ

보슬비 2004-11-24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아프지만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그쵸?
 

   

 

감  독  임 상수

출  연

강 수연(호정), 진 희경(연이), 김 여진(순이), 조 재현(영작), 설 경구(규식)

그게 무슨 보이저호 같은 우주탐사선이냐?그냥 살덩이리지?

처녀들의 저녁식사에는 세명의 처녀(29살)들이 생각하는 섹스와 남자에 대한 수다가 넘쳐난다. 속옷차림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떠드는 수다는 낯뜨겁지만 대담하고 솔직하다. 오르가즘, 자위행위, 남자와의 섹스, 결혼, 그리고 여자를 음식으로 치부하는 남자들.

첫번째 저녁식사

오르가즘을 느낄때는... 뭐랄까? 음... 상상해 봐!순이: 참기 힘들 것 같은 쾌감인데, 찰나적이라서 그렇지 너무...호정: 밑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오는데. 온몸이 타버리는거 같애!연이: 난 뭐, 잘모르겠어. 온몸이 타 버리거나 뭐 그렇진 않고. 그냥, 밍밍해.

한 남자의 아랫도리에만 관심이 있지만, 가끔은 낯선 남자에게 유혹받고 싶어하는 연이는 호텔 로비 라운지 웨이트레스다. 그녀의 꿈은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이다. 남자 친구인 영작은 그녀와의 결혼을 부담스러워 헌다. 결혼이 전제되지 않은 영작과의 만남은 지속되지 못한다.

두번째 저녁식사

난 정말이지... 상처받기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구.호정: 정기적으로 일하고, 거기서 수입 얻고, 틈틈히 섹스하고, 결혼은 그 다음이라고 봐.연이: 나두 너 같은 처지면 이렇게 결혼에 목메고 안 살아.순이: 남자들은 왜 그렇게 이쁜 여자를 밝히는가 몰라.

디자인 회사 사장인 호정은 모든일에 정열적인 커리어우먼이다. 일에서도, 남자와의 섹스에서도. 모든 남자의 아랫도리를 탐험하는 그녀는 자유로운 섹스를 즐긴다. 때로는 유부남과 때로는 회사 동료와, 때로는 처음 본 젊은 남자와. 창윤이라는 남자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녀를 구속하지는 못한다.

세번째 저녁식사

난 섹스가 좋아 그게 나야.순이: 땀흘리며 하는 섹스란 게, 사실 좀 우스꽝스럽진 않니? 때론 슬프기도 하구.호정: 섹스란게 뭔가 교감이 있으면... 남자마다 다 다르잖아. 느낌이!연이: 가끔은 니가 부러워. 남자를 벗긴다는 게 쉽진 않은데?

대학원생인 순이는 산과 요리를 좋아한다. 모든 남자의 아랫도리가 궁금한 그녀는 한번도 남자와 자본적이 없다. 그녀에게 꿈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다. 학업을 중단하고 음식점을 차리려는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당돌함도 가지고 있다.

네번째 저녁식사

아직까지 같이 자자고 꼬신 남자가 하나도 없었어.호정: 간통죄라니. 언제부터 형사랑 검사가 내 아랫도리를 관리해 온거냐?순이: 야, 책에서 읽었던 따스하고 정열적인 섹스는 없는거냐?연이: 아마 없을껄! 여자가 정권을 잡기 전에는...

네번의 저녁식사가 끝남과 동시에 세 처녀의 수다도 끝나 가는데...

*

페미니즘 입장이라던 여성 평론가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연말이 되자 어쩐 일인지 '올해의 여성 영화'로 뽑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만큼 논란거리가 잠복해 있다고 보면 딱이다. 하지만 주목받아야 할 포인트는 김여진이라는 신인 배우의 풋풋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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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4.05 개봉 / 18세 이상 / 101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장 선우

출  연

이 정현(소녀), 문 성근(장), 추 상미(소녀오빠의 친구), 설 경구(소녀의 오빠), 이 영란(엄마)

강변을 지나가던 인부 장은 뙤약볕 속에서 강 건너편을 그리운 듯 바라보던 이상한 소녀와 만난다. 그녀가 무턱대고 장을 오빠라 부르며 따라온다. 그리고는 장이 사는 창고 속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둘은 함께 생활한다. 깨어지지 않는 침묵과 초점 잃은 시선, 무언가 무서운 일을 겪었던 것처럼 망가진 소녀의 몸은 장을 분노 속으로 빠트린다.

찌르듯 파고 들어오는 소녀의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 장은 소녀를 학대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중력 상태와 같은 열병에 그녀와 함께 빠진다.

우리들은 소녀를 찾아 떠난다. 의문사 당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그 가족을 찾아갔지만 소녀의 어머니는 이미 죽고 하나 남은 혈육인 그녀 역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끄럽고 잔인했던 80년의 의미를 찾으려는 듯 우리는 소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마치 순례자처럼...

황폐한 들판에서 소녀를 발견했던 용달차 임씨,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는 옥포댁, 죽은 어린 연인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상태... 소녀를 찾아 나섰지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남긴 흔적 뿐이다.

어느날 술에 취한 채 소녀를 학대하던 장은 그녀의 비극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간다. 죽어가는 엄마를 뿌리친 채 무더웠던 80년 오월, 악몽의 도시를 빠져나왔던 소녀의 슬픔과 한은 그녀의 내면 속에 깊이 응어리진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

80년 광주 민주 항쟁에 개입된 한 소녀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 장선우 감독은 거대한 역사의 현장을 극히 개인적인 인물의 불행한 입장에 투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그때문에 광주 항쟁을 역사 속에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고 있는데, 연출 의도는 그런 광주 항쟁이 연장되는 현실 속에서 정신이상인 소녀의 개인사여서 더욱 정서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점은 소녀 역을 맡은 이정현은 신들린 듯한 연기력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수만명이 동원된 광주의 시위 장면은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큼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명장면이다. 원작은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라는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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