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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증명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평점 :
여성인듯한 그림자를 해골의 손으로 눈을 가리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어서 선택한 책이예요. 솔직히 책 표지만으로 이 책이 일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일이나 유럽쪽 추리소설로 여겼는데 의외네요.
도시로부터 벗어난 자연에 둘러쌓여 물질문명에 고립된 외딴 마을은 밖의 사람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한 감성적인 공간이지만, 그속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물질문명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하고 외로운 고통스러운 공간일뿐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마을에 13명의 죽음 정확히 말하자면 12명의 주민과 1명의 등산객의 죽음은 무척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비록 13명이지만 한 부락의 주민이 전원 살해되었다는 것은 게다가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점에서 모두들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일하게 생존하게 된 요리코는 살인현장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요리코는 보험외판원인 아지사와의 양녀가 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아지사와의 정체가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처음엔 13명의 살인자를 잡기위한 형사의 잠복근무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는 살인자라로 몰려 감시를 당하니 점점 더 미궁속으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과연 누가 범인일까? 무척 궁금했지만, 한편으로 설마 이사람이 범인?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뭐, 추리소설 특성상 범인인듯한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그 허를 찌르는건 아닌지..
하나의 시를 개인의 왕국으로 만들어버린 오바가문이 있는 마을. 그에게 저항하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얽히고 鰕?부정부패 사이로 도모코와 아지사와는 오바가문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웁니다. 그 와중에 도모코마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범죄의 뒤에 오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움츠려드는 시민들을 보면서 지배받는 입장에서 지배자가 바뀐다고 자신들의 삶이 바뀔거라는 생각하지 않는 현실을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 도시를 상대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한 국가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네요.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마지막 아지사와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13명을 죽음으로 몰아내었던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엔딩이 좀 허무했어요. 말이 안되서가 아니라 안타까워서 말이죠.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않고 진실이 묻히는 것이 허무했고, 살인범으로 오해받은채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지사와가 안타까워 허무했으며(게다가 요리코마저 그를 부정하고), 이 책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오바의 이야기가 그냥 한줄로 해결되는것이 허무했습니다.
그래도 그점이 범인이 밝혀지는 일반추리소설과 달리 범인이 밝혀지지 않고 해결되어지는 사실이 어쩜 더 현실감이 느껴져서 매력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