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너무 고파서 책을 골라 읽었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냥 내가 생각한 그런 주제가 아니었던거지....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가끔은 이런 일이 생긴다.

그 책 덕분에 더더더 여행이 고파져 아예 여행을 주제로 쓴 에세이를 들었다.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좋으니까....... 작가님에게 미안하지만 김연수작가에 한해서 나는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여행의 순간과 겹치기도 하고, 여행과 독서에 대한 생각들을 읽으면서 아! 이 느낌 알아! 하면서 손뼉을 친다.

작가란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같은 경험을 해도, 같은 책을 읽어도 왜 나는 그런 생각, 그런 표현들을 못하는걸까 자괴감에도 잠시 빠지고.....

 

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 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 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의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 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P5

 

맞다. 나 역시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혔다.

예전에는 내 안에 있는 오래된 수줍은 성격과, 이런걸 물어보다니 그것도 몰라라고 무시당할까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온다.

 

어떤 순간들이 있었지?

예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터키 파묵칼레 가는 길에 버스를 잘 못 내려서 호텔을 찾을 수 없었던 기억.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시골 길거리에 있는 거라곤 고양이 3마리, 개 1마리!
야옹아, 멍멍아 너희는 여기가 어딘지 아니? ㅠ.ㅠ

마지막 수단으로 예약한 호텔에 전화를 했고, 우리는 헬프 미를 외쳤다. 주변에 간판 하나를 간신히 읽고 알려주니,

바로 ok하면서 기다리라더니 잘생긴 청년이 너무너무 낡은 자동차를 타고 우리를 데릴러 와줬었지....

 

딸과 함께 간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받은 티켓을 한국 집에 그대로 두고 와버렸다.

도쿄의 호텔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 부랴 부랴 집에 전화해 티켓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 하고 무작정 지브리 스튜디오로 갔었다. 당시 딸과 나의  도쿄 여행의 목적 자체가 지브리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우리는 입장을 거부당하고 하염없이 입장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밖에.....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는 한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면 며칠 내로 마감 되어 버리는 곳이다.

돌아가야 하나 어쩌나 처량하게 있다가 입장권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 정말 맘씨 좋고 예쁘게 생긴 젊은 아가씨를 우리는 공략하기로 했다.

안되는 영어로 "나 티켓 끊었어요. 이것봐요. 이게 내 티켓이예요, 어떻게 우리 들어갈 수 없을까요? 우리 이거 보려고 한국에서 왔어요?"

그 예쁜 일본 아가씨는 측은한 눈으로 우릴 보더니 실물 티켓은 어디 있냐고?

그거야 한국에 있는 우리 집에 있죠. 더더욱 불쌍해 보이게 얘기했다.

더더더 측은한 눈빛과 난감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던 아가씨는 좀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한 30분쯤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건 정말 너무 너무 특별한 경우라고 몇번이나 강조하면서(아 그때의 영어 스페셜 스페셜이 얼마나 희망차게 들리던지.....) 왠 종이쪼가리를 하나 줬다.

그리고 쭈욱 길을 가르쳐 주면서 저쪽에 가면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이 종이를 보여주면 티켓을 줄거다라고....

물론 공짜는 아니고 요금을 다시 지불하는 거였지만, 비행기 타고 다시 도쿄로 오는 것에 비할 것인가?

그녀의 친절에 딸과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스페인 톨레도에서는 관광객들이 잘 안가는 지역 박물관을 갔었다.

우리의 목적은 그곳에 있는 엘 그레코의 그림이었지만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도 꽤 흥미로웠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곳의 유물들과 그림들을 보고 있는 동양인들이 신기했나보다.

박물관 도슨트로 보였던 중년의 여성이 우리에게 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박물관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특히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있는 핵심방이었는데.....

문제는 그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해서 스페인어로 계속 이야기했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해서 안되는 영어와 한국어로 계속 떠들었다는 것......

서로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다가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어느 순간 의사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필사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그 방의 엘 그레코의 그림 중 몇점이 진짜가 아니고 복제품이라는 것.

진짜는 당시 일본으로 순회전시를 갔다고....

그래서 이건 진짜야, 이건 복제품이야 하나 하나 찍어가며 스페인어로 알려준 것이었다.

거기서 난 스페인 사람들이 일본을 하봉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페인어에서 영어 J가 히읗 발음이 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은 다음이었다.

그 친절한 도슨트 여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며, 박물관 속 엘 그레코의 그림속 소녀가 지역 내 성당 어디에 또 있는지까지 너무 열심히 알려주고, 아쉽게 우리가 나올 때는 예쁜 엽서세트까지 선물로 줬다.

톨레도가 내게 지금도 아름답게 남아있는건 그녀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지하철에서 카메라를 통째로 소매치기당했다.

왠만하면 여행이 더 중요하니 포기하고 말겠지만, 문제는 이 카메라와 딸려있던 렌즈까지 가격이 합치면 100만원대였다는 것.

그래서 남편과 나는 용감하게 경찰서를 찾아가 폴리스 리포트를 받기로 결정했다.

카메라는 잃어버렸지만 한국 가서 보험금은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외국인이 폴리스 리포트를 받을 수 있는 경찰서는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번의 헤맴과 엉뚱한 장소를 거쳐 거쳐 가는 동안

우리는 영어가 하나도 안되는 마드리드 길거리의 경찰관, 아저씨, 아줌마들을 무수히 만나면서 우리의 상황을 보디 랭귀지 또는 상황극으로 보여주고 길을 물어 물어 어느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경찰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찌나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던지, 그들의 선의에 지금도 감사하여, 이상하게도 유럽에서 흔히 만난다는 인종차별이나 그런건 한번도 느끼지 못했었다는 것도 감사하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카메라를 도둑맞아 슬프고 분노하고, 길을 찾는다고 너무 오랜시간을 헤매서 지치고 정말 엉망인 상황이었는데 경찰서 입구에서 반전을 만났다. 경찰서 앞에서는 한 중국인 부부가 아주 흥분해서 뭔가를 유창한 영어로 정말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그들의 렌트한 자동차를 통째로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야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가 잃어버린게 겨우 카메라인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마 내 기억속에 가장 고마운 사람, 생명의 은인은 대학교 1학년 겨울에 계룡산에서 만난 분이었으니.....

같은 동아리에 유난히 학구열에 불타는 남학생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이 같은 1학년들을 꼬드긴게 뭐야하면, 선배들 빼고 우리 1학년끼리 계룡산으로 엠티를 가자는거다.

그래 그거 괜찮지... 그것만이었으면 걔가 미친놈이 아니다.

가서 3박4일동안 사회과학서적 세미나를 하자는거다.(그 동아리가 사회과학동아리였다.)

뭐 나야 지금이나 그때나 누가 뭐 하자고 하면 머리 텅 비우고 그러지 뭐 하는 애니까 당연히 OK했지.

그래서 생전 처음 배낭에다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 5권을 집어넣고, 쌀도 넣고, 반찬 재료도 넣고, 옷도 넣고 하여튼 배낭을 빵빵하게 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의 계획은 단합대회랍시고 그냥 계룡산 밑에서 민박잡아 놀고 공부하는게 아니라, 동학사에서 계룡산을 넘어 갑사로 가서 민박을 잡는 거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 등산이 이거였다. 난 등산이 이렇게 힘든지도 몰랐고, 그 배낭이 그렇게 무거울줄도 몰랐다.

산을 반쯤 올라갔을 때쯤, 나와 다른 한명의 여자 친구는 얼굴이 하얗게 떠서 배낭에 깔려 죽는게 이런거겠구나

더 이상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자리에서 우리는 아 죽는구나 이러고 있었다.

같이 갔던 3명의 남자 애들이 우리 짐을 좀 빼주기는 했지만, 그놈들도 지 짐만으로도 이미 빈사상태였다.

그 순간 어디서부터 우리 뒤를 따라왔는지 모르지만, 맨몸으로 산을 오르고 있던 아저씨 2분(지금 생각하면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20살의 나에게는 다 아저씨였으니.....)이 나와 다른 여자친구의 배낭을 말없이 들어주셨다.

그 때 딱 한마디 하셨다. 어휴 배낭이 왜 이렇게 무거워요라고...

아마 그 분들은 그 안에 두껍디 두꺼운 벽돌책이 5권이나 들어있다는걸 절대 절대로 몰랐을거다.

그분들이 산 정상까지 배낭을 들어주신 덕분에 기력을 회복한 우리 둘은 정상에서 배낭을 돌려받고, 감사인사를 백번쯤 하고 하산하여 무사히 갑사로 내려갈 수 있었다.

정말로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고, 올라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인적사항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내게는 생명의 은인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후 공부를 했을까?

그럴리가...

녹초가 되어 민박집에 들어간 우리들은 그 순간부터 욕이란 욕은 다 그 미친놈에게 퍼붓고, 그러고는 또 20대의 미친 회복력으로 3박4일간 술만 먹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로 나는 여행을 갈 때 절대 책을 들고 가지 않는다.

책은 여행 가기 전에, 그리고 다녀와서 읽는거야라는 삶의 신조를 세웠다고나 할까?...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2-1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2-17 01:29   좋아요 1 | URL
진짜 무식해서 그랬던거죠. 지브리 스튜디오 티켓가격은 그렇게 많이 비싸진 않아요. ㅎㅎ

psyche 2021-02-17 0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에피소드들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인 거 같아요. 풍경이나 건축물이나 이런 구경은 사진이나 티비로 다 볼 수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네요. 저는 귀찮게 뭘 어딜가 이런 사람인데 바람돌이님 글 읽다보니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17 16:01   좋아요 0 | URL
여행엔 역시 사람 냄새가 들어가야 여행이 완성되는거 같아요. 그 친절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나의 일상공간에서는 내가 그 선의의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하게 되더라구요. ^^ 여행도 정말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서 저는 굳이 무리해서 다른 사람 스타일 따라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스타일대로, 노는것 조차도 남따라 하는건 너무 슬프잖아요. ^^

다락방 2021-02-17 0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돌이님... 등산에 사회과학 서적에..
제 친구가 책을 엄청 좋아하는데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엠티가서 였나,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책을 읽도록 했대요. 그 후에 이 친구는 책을 안읽는 사람이 되었어요... 아아 게다가 사회과학 서적이라뇨, 바람돌이님.. 아아...........🥺

바람돌이 2021-02-17 16:03   좋아요 0 | URL
제가 20대인 시절에는 대학에서 그런 짓 많이 했어요. 그런데; 친구분은 어떡해요. 이 재밌는 책을 안읽게 되었다니.... 트라우마가 크셨군요. 역시 저는 20대일때도 현명했나봐요. 그 엠티에서 책을 확 집어 던져버리고 술을 선택한 바람에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

유부만두 2021-02-17 0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수많은 여행지의 착한 분들! 특히 계룡산의 그 두 귀인은 잊을 수가 없겠네요.
바람돌이님 귀여운 시절 상상도 되고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4   좋아요 0 | URL
아 지금 그분들을 만난다면 정말 제가 업드려 절하고 한상 거하게 저녁 대접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생명의 은인이 맞다니까요. ^^

scott 2021-02-17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여행지 에피소드가 너무너무 현실적일정도로 그상황이 마구 떠올라서 공감이되네요.
여행길에서 만난 인연들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지만 이토록 고마운분들이였다니 !
마지막 계룡산이 귀인분들 최고네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5   좋아요 1 | URL
그쵸. 계룡산 귀인분들이 최고시죠. 그분들은 아마 좋은 어른이 되셔서 지금도 주변에서 존경받고 사랑받고 살지 않으실까요? ^^

hnine 2021-02-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여행 참 많이 다니셨으니 풀어놓을 얘기가 정말 몇보따리 되겠지요?
감히 다 얘기해달라고 조를수는 없고,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풀어놓아주시면 귀 쫑긋하고 들을수 있겠지요.
대전으로 내려온후 동학사, 갑사 따로 가본건 여러차례이고 산책 기분으로 가곤 하지만 동학사에서 시작해서 갑사 찍는 코스 이건 각오하고 출발해야할 코스이지요.
그 벽돌책 다섯권이 어떤 책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1-02-17 16:09   좋아요 2 | URL
배낭을 들어주신 두 귀인분덕분에 계룡산이 너무 좋아져서 그 이후로도 저는 1년에 한두번씩 갔었어요. 특히 갑사가 너무 좋더라구요. 당연히 이후로는 배낭따위 들지 않고, 가볍게 허리쌕 같은거 하나 매고 갔다죠. ㅎㅎ
그 벽돌책들은 기억도 안나는데 경제학원론 책이 한권있었던건 기억납니다. ^^

수이 2021-02-17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었잖아요. 벽돌책 가것도 사회과학서적 다섯 권이나_ 영화 속 장면처럼 그려져서 한참 웃었어요. 근데 저는 여행갈때 책 두 권은 꼭 갖고 가요. 안 갖고가면 불안해서요. 근데 이 글 읽고나니 계룡산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21-02-18 23:52   좋아요 0 | URL
웃자고 쓴글 맞습니다. ㅎㅎ 저는 여행기간에는 그냥 여행을 즐기자로 확실하게 태도를 정했습니다. ㅎㅎ 계룡산은 겨울에도 좋아요. 그 때는 갑사의 겨울 분위기가 정말 끝내줬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5인 이상 모임금지!

 

아 난 또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하는 모범 시민이다.

우리 식구만 다 가도 시댁에 6인인데 어쩌지...

시어머님이 이번 설에는 작은 댁 어른들 모두 오지말라고 했단다.

명절에 시댁에 다 모이면 최소 20명이 넘는데... 많을 때는 35명쯤도 됐다. ㅠㅠ

그래서 제사 음식도 간편하게 한단다....

 

그래도 다 모일 수는 없으니 형님과 의논해서 따로 시간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딸 둘은 그냥 집에 두고, 남편과 나만 명절 전날 시댁에 가서 음식준비하고 저녁먹고 집에 왔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각종 전을 이번에는 안해버리니 솔직히 별로 할 일도 없었음.

시부모님과 맛나게 저녁 해먹고 그럼 저희는 가볼게요하고 집으로 옴.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명절날 아침 제사는 다른 도시에 사는 형님네 부부가 와서 같이 지내고,

나는 세상에 명절날 아침에 집에서 늦잠을 잤다.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친정도 시간차를 두고 남동생은 아침, 우리는 점심, 여동생네는 저녁 이런 식으로 각자 집에서 알아서 다녀오고..

처음으로 명절 스트레스 없는 명절이 지나갔다.

 

근데 명절에 제사음식과 온갖 친척들이 다 모여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는건 좀  많이 스트레스지만,

명절 전날 시댁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저녁을 먹거나,  명절날 친정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밥먹고 하는건 좋았는데.......

다음 추석 때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모처럼 명절에 노동없는 명절이다.

맛난 거 먹고 책도 읽고....

 

연휴가 진짜 연휴가 됐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ini74 2021-02-13 0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연휴 ㅎㅎ 저희는 오늘 가서 차례랑 아침 간단하게 먹고 일찍 왔어요. 앞으로 이런식으로 음식도 좀 적게 하고 그랬음 좋겠어요. 바람돌이님도 여유로운 명절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1-02-13 00:55   좋아요 4 | URL
그렇죠? 여자들의 명절 소원은 뭐 비슷하지 않을까요? ^^ mini74님도 남은 명절 연휴 여유롭게 보내세요. ^^

초딩 2021-02-13 1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진짜 연휴요
그리고 조를 짜서 각자 세명씩 다니기도 했어요 ㅎㅎ
진짜 연후가 되었어요.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이니 ㅜㅜ 다 모이는게 좋은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2-13 23:50   좋아요 0 | URL
그 며느리에게만 부과되는 과중한 노동만 없다면요. 사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노동의 양이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그 노동을 정말로 해야 될 제사주인공의 진짜 자손들은 다 놀고 있고 성씨 다른 여자들 - 며느리들만 힘빠지게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죠. 음식 먹을만큼만 하고 다같이 준비하고 일을 나누고 하면 정말 명절이 오랫만에 가족들이 만나 화기애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scott 2021-02-13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ㅋㅋㅋ

랜선 가족 모임으로 ~
제사, 음식 기타 정리 청소로 넘 고생해요.
저희 집은 둘째이신 집안에서 아버지가 악역? ㅋㅋ을 맡으셔서
명절날 어른들 생신날은 무조건 호텔식으로~
그렇게 하니 가족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화나누고 덕담 주고 받고
아이들은 용돈 ,세배 두둑히 받고 ~
손에 손잡고 놀이 공원으로~go~@@
바람돌이님 오늘 무조건 푹쉬시고
가족들은 각자도생으로~


바람돌이 2021-02-13 23:53   좋아요 1 | URL
부러워요. ㅎㅎ 저희 시댁은 악역을 맡을 사람이 저희 남편밖에 없는데 서열이 너무 낮아 끗발이 안서요. ㅎㅎ
생신같은건 이제 다 밖에서 먹거나 집에서 먹어도 같이 차리고 해서 괜찮은데 역시 제사와 명절은 이빨도 안들어가요. 워낙에 제사에 목숨거는 집안이라.... ㅎㅎ
그래서 이번 설이 저에게는 정말 특별하네요. ^^

수이 2021-02-13 14: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았어요 🥰 유교 문화, 가부장 문화 더 옅어지면 좀 더 편한 나날들이 길어질듯 해요.

바람돌이 2021-02-13 23:55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저희 어른들 살아계시는 동안은 그냥 맞춰드리기로 했어요. 그분들 삶을 돌아보면 이런 제사 문화마저 없애거나 변형하면 삶의 지반이 다 흔들릴 것 같더라구요. 저희 시댁 집안이 좀 유난해요. 제사에 대해서... ^^

cyrus 2021-02-13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연휴에 저희 어머니는 연휴 노동에, 친척 간의 불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올해 설날은 전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어요. 친척 만날 일이 없었고, 제사 음식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코로나가 독서 모임 분위기까지도 바꾸게 했죠.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2주 연장되었는데 이번 달 대면 모임도 물 건너갔어요. ^^;;

바람돌이 2021-02-13 23:58   좋아요 0 | URL
저는 친정같은 경우 어머니가 나서서 다 간소화했고, 그래서 명절이 화기애애하죠.
하지만 시댁같은 경우 시어머니에게 명절이나 제사는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명절과 제삿날이 시어머니에겐 사회적 성취감을 주는 날이란걸 어느덧 알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님 안동권씨 7대 장손집 종부거든요. ^^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서 cyrus님 독서모임 만나서 화기애애 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
 

 

 

 

 

 

 

 

 

 

 

 

 

 

 

부제가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다.

이 책 정말 너무 좋다.

저 표지 그냥 보면 좀 평범해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두꺼운 하드커버를 열어제끼면 또 다른 카툰이 나와 "우와"라는 탄성을 일으킨다.

이렇게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멋진 책 표지를 실감하려면 이 책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진짜 명품인지 짝퉁인지 알려면 비오는 날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방을 머리위로 올려 비를 가리는 용도로 쓰면 짝퉁이고 품안에 안고 뛰면 명품이란다. ㅎㅎ

명품백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고, 난 책을 에코백에 넣고 도서관을 나왔는데 비가 오면 가슴에 안고 뛴다.

감히 책을 비에 젖게 할 수 없어 저렇게 우산쓰고 읽지는 않는데, 이 책의 저자는 저렇게 비를 맞으며 이동할 때도 우산 아래 책을 읽는 걸 보면 진정한 덕후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 덕후를 위한 책이다.

작가는 책을 읽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언젠가는 명작을 쓰리라 하며 열심히 글을 쓰는 이이기도 하다.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나에게는 읽는 덕후로서의 카툰들이 더 공감이 가고 재밌었다.

아마도 글을 쓰는 이라면 이 사람의 작가 카툰장면들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달았으니 바로 위 장면이다.

저 9개의 장면 중에 최소 5개 정도는 해당이 되어야 꿈을 꿔볼텐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딱 1장면밖에 없다.

두번째 젊었을 때의 곤궁한 직업이라기보다는 곤궁한 온갖 종류의 알바를 아주 다양하게 섭렵했다는 것 정도?

아 4번째 방탕한 시절은 저게 술을 의미하는거라면 지금도 여전히 방탕하지만 나머지는 뭐 아주 건전한 삶을 살고있으니 패스!

7번째의 방치된 배우자는 하고 싶은데 우리 남편은 찐드기라서 방치됨을 허용하지 않는다. 젠장...

어쨌든 결론은 작가가 될 소질도 계기도 나에게는 전혀 없구나.

그러나 또 하나의 길이 있으니 바로 덕후 독자의 길은 나에게도 열려있다.

 

올 1월에 한달동안 매일 1권씩 30권의 책을 읽을거야라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애초에 말도 안되는 목표였다.

그럼에도 목표가 있다는건 역시 끊임없이 나를 독촉질하여 17권을 읽었다.

세상에 목표의 반을 넘어 성취했다.

세상 살아보면 안다.

목표의 반을 성취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

실제 내 생활에서 목표한 바의 반이나 성취한 일이 몇개나 되었던가 말이다. 아마도 없을걸?????

저 그림에서 내가 여태껏 세웠던 목표와 같은 목표는 무려 7개다.

첫 번째에 나오는 동시에 여러권은 내 스타일이 아니므로 패스!

하지만 7개의 공통점을 가진다면 나 역시 책덕후가 맞고 말고 끄덕이며 이상한 자부심에 뿌듯해한다.

아마 이 글을 읽을 몇몇의 알라디너 여러분들도 같이 뿌듯하지 않을까?

 

 

장담컨대 이 장면에서 감탄하지 않는다면 책덕후가 될 수 없으리라.

우리 모두가 저 12가지 모두를 사랑해 마지 않는다.

누가 책 준다고 하면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손부터 들고 보는 욕심부터 고쳐야 하는데...

그걸 고치면 책 덕후가 아니니 고치지 말기로 하자.

책 주실 분 손 한번 들어주실래요? ㅠ.ㅠ

 

 

 

자 마지막으로 당신의 유형을 알려주세요.

저는 편독형, 탐독형, 준비과다형, 야행형, 가식형, 곡예형에 해당합니다.

사실상 저 마지막 은둔형이 되어야 덕후 고수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놈의 술이 참.......

 

실제 책에는 정말로 재밌는 장면들이 더 많습니다. 진짜로.....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1-02-11 0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덕후 바람돌이님의 즐거운 설명절날 책 덕질을 응원합니다! 행복한 명절되십시요!ㅎ

바람돌이 2021-02-12 23:00   좋아요 2 | URL
앗 명절이 지났네요. 막시무스님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설에는 저도 책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예요. ^^

psyche 2021-02-11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월 한달동안 17권이라니!! 대단하시네요.

바람돌이 2021-02-12 23:01   좋아요 1 | URL
노는 달이었으니까요. ㅎㅎ 늘 저렇게 읽지는 못하죠. 그래서 한번 오기를 부려봤는데 하루 1권은 무리더라구요. 더구나 읽고 글쓰기까지는 더 힘들구요. ㅎㅎ

2021-02-11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2-11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진짜 공감가는 부분 너무 많죵? 근데 한 달 17권이 가능한 권수이십니까? 진짜 대단대단~👍
저는 주위에 찐드기가 없어서 저절로 은둔형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17권은 넘사벽인걸요?
근데 이 페이퍼 읽으니 왜 아침부터 술이 당기죠?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2-12 23:03   좋아요 2 | URL
솔직히 말이죠. 17권 중에는 가볍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았다는게 함정이죠. ㅎㅎ 음 전 좀전에 뭔 글을 하나 봤더니 급 커피가 땡겨서 지금 저희집 찐드기가 내리는 중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2-12 23:14   좋아요 1 | URL
ㅋㅋ아주 바람직한 진드기네요~👍
17권 모두 그런 책이 아니라면 이런 변명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ㅎㅎ 맛난 커피 한잔 하시고 푸욱 주무세용!!😻

scott 2021-02-11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전 죠기 유형에 전부 해당되는데 ㅋㅋㅋ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여 ㅋㅋ

바람돌이 2021-02-12 23: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책에 따라 달라지죠. 결국 좋아하는 걸 위해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거겠죠? ㅎㅎ

mini74 2021-02-13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17권이라니 !! 남의 편들이 다 그런가봐요. 저희집도 나이들수록 더 해요. 나이들면 마누라밖에 없는 걸 아는 걸까요. 그 쉬운 걸 우리 남편은 젊은 시절엔 왜 몰랐을까요 ㅎㅎ

바람돌이 2021-02-13 01:42   좋아요 1 | URL
ㅎㅎ 다들 저 권수에 집착하시는군요. 사실은 뭐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그리고 나이 들어가니 저도 남의편이긴 하지만 남편밖에 없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등가려울 때 옆에서 긁어줄 사람 말예요. ㅎㅎ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6번째 주인공은 어니스트 웨밍웨이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있거라>, <노인과 바다>를 모두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다.

너무 오래되어서 그 때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나 어쨌든 좋아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 책을 들 때는 마음이 좀 두근거렸다.

오래 전 애인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물론 헤밍웨이의 그 마초적인 분위기나 성격은 이미 알고있던 바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헤밍웨이는 나의 예상을 가뿐하게 넘겨주신다.

여성에 대한 그의 태도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

끊임없이 순종적이고 자상하고 순애보적인 사랑을 여성에게서 바란다면 최소한 자신도 그 비슷은 해야 하지 않는가말이다.

시대적인 한계로 퉁쳐주기에도 헤밍웨이의 여성편력과 여성관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끊임없이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그의 삶도 그러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삶이 존경스럽지 못한건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네루다는 위대한 시인이고 정치적으로도 존경스러운 분이지만, 여성의 입장에 서면 아니올시다다.

젊은 시절 그는 미얀마에 외교관으로 있으면서 원주민 여성을 강간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기도 한다. 범죄라는 자각조차도 없었던 걸 보면 그의 여성관과 아시아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후 계속된 그의 여성편력은 그의 여성관이 자신을 위한 뮤즈로서의 도구지,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존중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화가 중에 피카소를 정말 좋아한다.

사실 피카소를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기는 좀 멋적은게 너무 유명해서다.

아 저는 칸딘스키와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해요라고 하면 좀 멋있어 보이잖아,

그런데 고흐나 피카소를 좋아해요라고 하면 폼이 안난다.

하지만 피카소의 그림은 정말 좋다.

단순한 정물화 하나조차도 피카소의 그림은 다르게 심장을 확 때린다.

하지만 인간 피카소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솔직히 아 그 마초 하면서 진저리를 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를 그 인간적인 면모에서도 존경하고 사랑하고 싶다.

위대한 예술과 인간성은 정녕 따로 노는 것일까?

이런 마초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내가 싫어지는 밤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2-01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파리 스케치 읽고 완전 정 떨어졌어요. 여성 편력과 유유자적 에효
파츠 제럴드의 실상도 보고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01 22:15   좋아요 2 | URL
훌륭한 예술가가 훌륭한 인격도 갖추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말이죠. 안타까워요. 헤밍웨이의 삶은 그의 마초적인 여성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극단으로 계속 몰아부쳤더라구요. 안타까웠습니다.

scott 2021-02-01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21세기 살았다면 또람프한테 투표했을것 같아여 ㅋㅋㅋ

바람돌이 2021-02-01 22:16   좋아요 0 | URL
음 글쎄요. 전 그렇지는 않을것 같아요. 스페인 내전에서 반파시스트 전선에서 싸웠던 경력도 그렇고, 개인적 삶이나 여성관을 빼면 정치적인 입장에서는 이성적인 나름의 주관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

mini74 2021-02-01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범하고 별탈없는 예술가보단, 오히려 문제가 있는 예술가들이 더 돈벌이도 되고 이목을 끌어서? 그런 면이 더 부각되는 점도 있는 거 같아요 예술가라 그런거라머 용인하는 분위기도 좀 있는 듯 하고요. 저도 공감해요 ㅠㅠ

바람돌이 2021-02-01 22:18   좋아요 1 | URL
예술가에 대해서는 아 그는 예술가니까 뭐 좀 과할 수 있어 이런식으로 확실히 관대한 면이 많죠.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듯하고요. 고은시인의 사건 같은 경우 정말 충격적이었으니까요.

감은빛 2021-02-01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척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여가며 읽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임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남성으로서 죄스러운 감정을 느낍니다. 에휴!!
작년 고 박원순 씨와 최근 정의당 사태를 보면서 더더욱!!

바람돌이 2021-02-01 22:2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이 죄스럽게 여기면 대한민국 남자들 모두 고개를 못들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여전히 양성평등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래도 지금 이런 것들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것도 아주 큰 진보라고 생각해요. 결국 생물학적인 성이 무엇이나갸 아니라 어떤 성인지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고, 또한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그 모든 문제제기들을 하는걸테니까요. ^^

han22598 2021-02-02 0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들 역시 시대의 희생양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저 역시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헤밍웨이를 그저 동경하고 경배하고 있었을지도.

바람돌이 2021-02-02 13:18   좋아요 1 | URL
분명히 시대적 한계는 있어요. 근데 그렇다고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여성을 대상화하지는 않았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어쩌면 피카소나 헤밍웨이는 어쨌든 쌍방합의에 의한 연애니 범죄는 아니라서 싫지만 그래 그것도 당신 능력이다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네루다의 미얀마에서의 행위는 범죄잖아요. 그래서 네루다는 정말 정치적으로도 존경할만한 분인데 참 안타까워요.
 

그중에서도 가장 치욕스허운 것은 희망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기만적으로 파고들어 교황하게 위장하고 있다가 이내 모습을 드러낸 희망, 일주일만 있으면 그것은 밖으로 나와 천국의 문에서 지저귀고 쌕쌕거리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심지어 지금도 그것은 바지런을 떨며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사이먼이 그녀의 집 진입로로 들어서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문 앞에서양손을 모으고 서서, 빌고 놀리고 사과하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 메멘토 모리.
- P304

정말 놀라운 것은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아이스크림 접시처럼 두껍고 평범하게 제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그녀가 달아나며 벗어나려 하는 것은 실망, 상실, 파경만이 아니며 그와 정반대되는 것. 즉 사랑의 축복과 충격, 그 눈부신 변화이기도 한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이 안전하다 해도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둘 중 어떤 경우라도 결국엔 뭔가를, 자신만의 균형추이건 진실성의 작고 메마른 알맹이이건, 빼앗기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생각했다.
- P308

그녀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는 소년들은 아무리 무능해 보여도 결국은 남자가 될 것이며, 자신들이 갖춘 것보다 훨씬 큰 재능과 권위가 필요할 것 같은 일들을 하도록 허가받을 거라는 사실을.
- P3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