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출판사에서 나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진작부터 관심이 갔었는데 이제야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여러권의 책을 같이 읽기도 한다지만, 나는 일단 손에 잡은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건 이런 시리즈물에서도 1권을 읽기 시작하면 순서대로 시리즈를 읽어줘야 한다.

이건 일종의 강박증이지 싶다.

단점은 시리즈의 1권이 마음에 안들면 그 다음은 자동 아웃이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아르떼 출판사의 이 시리즈 1권이 셰익스피어라는건 나름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누구나 아는 작가

이름만 아는게 아니라 그의 작품의 내용을 대부분이 알고 있고 읽었다고 착각하는, 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읽은 적은 없는 작가.

여기서 중요한건 읽었다고 착각하는이다.

 유명하고 이름을 아는 작가는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의 작품을 읽은건지 안읽은건지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착각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 - 셰익스피어를 읽었다고 착각하지만 읽은 적은 없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바로 나같은 사람.

아 정말 다시 생각해보니 난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읽은 게 단 하나도 없는거였다.

그러면서 집에는 무려 3권의 셰익스피어 작품이 있다.

 

 

 

 

 

 

 

 

 

 

 

 

 

 

 

 

 

아 정말 나 뭐야....

이 책을 쓴 작가의 진정한 바램은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하나라도 읽어줬으면 하는것일거다.

이 책 전체에서 그런 뽐뿌가 막막 느껴진다.

그리고 귀가 얇은 나는 정말 작가에게 유혹당했다.

이 책에서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문장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혹적이던지.

그래 셰익스피어를 읽어야지!

저기 먼지 쌓인 책을 이제야말로 읽어줘야지.

난 정말 집에 있는 저 3권의 책을 다 가지고 와서 먼지를 털어주고 쓰다듬어 주고 햄릿부터 들고 한 50페이지까지 읽었다.

근데 회의가 드는거다.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이 장광설은 정말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

아 정말 셰익스피어는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러니 나와 셰익스피어의 만남은 황광수씨의 이 책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거야.

 

 

여행과 작가라는 컨셉도 무척 좋다.

셰익스피어의 자취를 따라가며 전문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느낌이다. 그것도 굉장히 훌륭한 도슨트의..

이 책으로 셰익스피어를 아예 모르는건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싶은 나같은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시리즈는 1권의 독서가 성공이었으니 앞으로 꾸준히 챙겨서 순서대로 - 이게 중요하다 - 읽어나갈 계획이다.

이 또한 출판사의 기획의 성공이었던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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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9-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를 참 좋아합니다!ㅎ
최근에 레이먼드 커버편 읽고 나서 대성당을 보고 있는데 몰입도나 느낌의 폭이 한결 커지는것 같아요! 바람돌이님께서 세익스피어 작품으로 하시는 꼬리물기 독서도 응원할께요!ㅎ

바람돌이 2020-09-08 17:08   좋아요 1 | URL
셰익스피어의 책들은 다시 책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이 시리즈로 쭈욱 읽어보려구요. 니체부터요. ㅎㅎ 레이먼드 커버도 빨리 읽고싶습니다. 대성당은 저의 최애작이거든요. ^^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 8월 1일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갔었다.

많이 돌아다니지 말고 그냥 오랫만에 얼굴보고 수다떨고
애들 없이 우리끼리 하룻밤 쉬다오자고.
산청의 한옥을 예약했다.
hnine님 글을 보니 그날 한옥의 여유가 문득 그리워졌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넓은 부지에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바글바글하던데....
주인조차도 얼굴한번 안 보여주고 다음날 그냥 알아서 나가면 된다고 전화만..... ㅎㅎ

낮까지만 해도 미칠듯이 뜨겁던 날씨가 오후에 잠시 비를 긋더니 바람이 살랑살랑, 한없이 정겹고 소담한 시간이다.


모쪼록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일상의 소중함이 더없이 크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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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0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던 날이었나봐요 사진만 보아도 고즈넉한 운치가 좋네요.... 아무쪼록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바람돌이 2020-09-06 15:31   좋아요 1 | URL
오후에 잠시 비가 왔어요. 그래서 날은 선선하고 모기는 없고 이게 무슨 행운인가싶게 모든게 좋았던 날입니다.

막시무스 2020-09-0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한옥의 처마와 담장, 그리고 담장 너머의 나무와 하늘이 하나의 풍경으로 묶여있는게 너무 좋습니다!ㅎ 즐건 주일되십시요!

바람돌이 2020-09-06 15:34   좋아요 1 | URL
한옥의 멋이죠. ㅎㅎ 하지만 전 저런집을 가지고싶진 않아요. 저게 내 집이 되는순간 끊임없는 청소의 노동에 짓눌릴거니까요. ㅎㅎ그냥 하루 이틀 빌려서 노는게 최고예요. ^^

초딩 2020-09-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 너무 좋아요
너무~!
저기서 시간 가는 줄 세상 돌가는 줄 모르고 있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0-09-06 19:14   좋아요 1 | URL
사진에 안나왔는데 대청마루가 정말 좋습니다. 밤늦게까지 달빛을 받으며 음주를.... ㅎㅎ

hnine 2020-09-0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청 어딘가요? 사진도 모두 잘 찍으셨네요!

바람돌이 2020-09-06 19:16   좋아요 0 | URL
산청 선비문화원이라는 곳입니다. 혹시 가시려면 꼭 한옥에 묵고싶다고 확인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학교아이들 수련원에 묵을수도 있어요. ㅎㅎ 아 저기 묵으니까 선물로 부채랑 책을 주더라구요. 남명조식.... 책은 음 재미가 없었습니다.ㅎㅎ

다락방 2020-09-0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으네요. 저도 코로나가 좀 안정되면 한 번 가봐야겠어요. 겨울에 가도 좋을 것 같아요. 가만 앉아서 눈이 오는 걸 봐도 무척 고요하고 좋을듯요!

바람돌이 2020-09-07 15:54   좋아요 0 | URL
음 산청은 겨울에 눈이 거의 안옵니다. 춥기만 하죠... ㅠ.ㅠ

북극곰 2020-09-0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 언니가 산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잠시 내려갔었는게 저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여랭가서 눈에 담는 저런 풍경 너무 그립습니다

바람돌이 2020-09-07 23:06   좋아요 0 | URL
저도 빨리 자유롭게 여행다닐수 있는 날들이 정말 그립네요. 산청은 어찌보면 참 메마른 동네다 싶다가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더라고요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읽고 이 멋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확 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쇼리>

더군다나 이 작가의 책은 단편집 아니면 모두 시리즈물이고 단행본이 딱 2권인데 그게 <킨>과 <쇼리>인것.

그것도 <킨>은 작가의 명성을 널리 알린 첫번째 소설이었고, <쇼리>는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다.

뭔가 운명적인 게 느껴지지 않나?

어쨌든 <킨>을 읽었으니 "아 그럼 <쇼리>부터 읽고 나머지 <와일드 시드>와 <블러드 차일드>로 넘어가야지"한게 <쇼리>를 읽기 전까지의 생각.

 

이 2권의 공통점을 추린다면

<킨>은 시간여행, <쇼리>는 벰파이어의 세계로 일단 SF적인 또는 판타지를 주요 소재로 한다는 것.

2권 모두 이런 소재를 통해 당면한 사회부조리, 젠더의 문제, 인종차별의 문제를 제시한다는 것 정도 되겠다.

 

하지만 차이점이 더 큰데

일단 <킨>은 흑인인 여주인공이 미국 노예제시대로 타임슬립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이야기의 축으로 하면서 노예제의 진정한 문제점이 무엇인가. 그리고 여성 흑인 노예의 입장에서 보는 노예제란 어떤 것인가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어 나를 옥타비아 버틀러의 세계로 입성하게 하였다.

 

그런데.........

 

<쇼리>의 시작은 흥미진진했다. 인간의 나이로는 10살정도밖에 안되보이는(하지만 벰파이어, 이책에서는 이나라고 하는 존재로는 50년쯤 산) 흑인소녀가 동굴에서 만신창이로 깨어난다. 기억을 모두 상실한채...

이후 쇼리라는 이 소녀가 자신의 종족을 찾아가면서, 그리고 왜 자신이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사건을 알아가는게 이야기의 주요 내용인데 이야기의 흥미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 뭔가 뻔하달까?

심지어 그 일이 해결되는 과정도 그리 흥미롭지 못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다.

내 생각에 작가는 뭔가 새로운 공동체의 상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현재의 이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것과는 다른 절대적으로 선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그런 공동체말이다.

그것이 벰파이어들의 공동체같은데 이건 시작부터 아 이건 뭐야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치면 폴리아모리같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그 폴리아모리에 진입하는 과정이다.

벰파이어가 어떤 인간을 흡혈하면, 그 인간은 일종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을 경험하게 하고 그 인간에게 묻는다.(여기서 중요한 건 최초의 흡혈경험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거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네가 우리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이 느낌을 늘 경험할 수 있고, 덕분에 너는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면서 200년 내지는 300년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네가 내기치 않으면 거부할 수 있어.

일단 우리 세계로 들어오면 너는 나의 흡혈과 나와의 섹스를 통해 항상 황홀한 이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나를 보호하고 나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사이에서 아이는 생길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다른 벰파이어와 짝을 지어 아이를 낳고 가족을 만들어야 해. 물론 인간인 넌 너와 같은 처지의 다른 인간들과 짝을 짓고 아이를 낳는 것도 할 수 있어. 아니면 같은 동성끼리 짝을 짓는 것도 되고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 그렇게 벰파이어와 인간이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뤄 행복하게 살아가는거야. >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동체는 지극히 폴리아모리적인 세계다.

폴리아모리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니까 그렇게 사는게 더 행복한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자유의지로 내가 결정한 것이 맞냐는거다.

 

인간이 저 훌륭해보이는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일단 벰파이어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벰파이어에게 동의하지 않은 흡혈을 당해야 한다.

또한 저 흡혈을 한 번 당하고 나면 중독증세가 시작되는거다.

인간이 동의하는지 안하는지 질문하는건 그 다음이다.

 

아니 나는 폴리아모리고 뭐고 싫을 수 있잖아.

근데 내가 왜 선택당해야 하고, 벰파이어의 독에 일단 중독시키고 나서 묻는건 뭐냐고?

그게 정말 차별없는 행복한 공동체가 맞을까?

이 책에서 주요 조연인물이 쇼리가 깨고 난 이후 처음 만난 라이트라고 하는 청년이다.

이 청년은 사실 알 수 없는 이유로 쇼리에게 마음이 끌리고 흡혈을 당하고 섹스를 한다.

그리고 쇼리를 사랑하게 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 바로 이 라이트라는 청년이 쇼리의 세계를 받아들여가는 과정인데, 내가 보기에 이 과정은 정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이다.

라이트는 벰파이어의 공동체 마음에 안든다. 왜냐하면 쇼리를 공유하고싶지 않으니까.

라이트가 상징하는 세계는 기존의 일부일처제 사회다.

하지만 이미 흡혈을 당했고, 쇼리에게 중독되었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또 하지만 쇼리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혼자 쇼리를 독점하는 것은 안되고.....

그래서 점점 자신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고....

 

나는 점점 저 라이트의 입장에 절절하게 동일시하면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 결과는 도대체 이 빌어먹을 공동체는 뭐야

이게 <킨>의 세계관이 도달한 궁극적 이상향이라면 아 정말 난 동의못하겠다.

제도적으로 일부일처제냐 폴리아모리냐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소설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벰파이어든 인간이든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잖은가 말이다. 내가 <킨>에서 만난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벰파이어의 것이다.

심지어 그 벰파이어들은 전부 부자이기까지 하다.

평등하지 못한 관계, 애초의 자유의지가 묵살된 관계위에 성립된 공동체가 정말 이상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작가가 이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이상적인 평등한 공동체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이 소설을 썼다면 아마 내가 심각하게 책을 오독한 거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한에서는 그런 비판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살아있다면 구글 번역을 열심히 해서 편지라고 보내고 싶은 기분이다.

 

<쇼리>덕분에 당연히 읽으리라 했던 책 2권 <와일드 시드>와 <블러드 차일드>가 읽을 책 순서에서 확 밀려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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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1-03 0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꾸역꾸역 읽다가 리뷰라도 보려고 들어왔어요. 킨하고 블러드 차일드 읽었는데 둘 다 좋아요. 추천합니다. 와일드 시드는 사두기만하고 아직 못 읽었네됴. 쇼리는 으으.. 이제 반 정도 읽었는데 얼른 읽고 치워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1-05 01:08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오랫만이예요. 잘 지내시죠?
킨은 읽고 너무 좋아서 쇼리를 든거였는데 실패. ㅎㅎ 앞에 읽은 킨이 아니었다면 전 중간에 덮었을텐데, 지금은 그냥 덮을걸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블러드 차일드는 대체로 다 평이 좋군요.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나의 신체적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음..... 짧다.(일단 두께는 논외다)

일단 키가 짧고, 당연하게 붙어있는 모든 기관들이 짧다.

 

나의 지인은 심심하면

"짧은 다리로 뽈뽈거리고 다닌다고 고생많다"라고 놀린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무한긍정모드를 장착한 나에게 나의 짧음은 별 문제가 안된다.

동굴탐사 여행때 긴 인간들이 동굴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때마다 비명을 지를 때 나는 여유있게 오리 걸음으로도 유유자적할 수 있음을 자랑한다.

높은 곳에 물건 올리고 내릴 때 힘들지 않냐고?

아니 그걸 내가 왜하냐고.

직장이든 집이든 나보다 긴 인간들이 주변에 널렸는데....

나의 짧음은 힘든 일을 피하고 우아한 포즈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가 되어 준다.

 

그런 나에게도 나의 짧음이 불만인 구석이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손가락이다.

내가 피아노를 칠 것도 아니고 왜 손가락 짧은게 불만일까?

최근까지는 손가락이 짧아 불만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예쁘게 두꺼운 반지를 못낀다는 것!

반지는 가는 것보다 폭이 넓은게 디자인 예쁜게 훨씬 많은데(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걸 끼면 난 손가락이 반토막이 나버리는 거다. 아! 내 손가락 어디갔어?

하지만 이건 뭐 안끼고 말지 하면 끝난다.

나에 대한 무한 긍정과 함께 포기가 빠른 것도 저 무한긍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아 그런데 정말 생각도 못한 곳에서 나의 짧은 손가락이 한탄스러워지는 순간이 도래한다.

바로 알라딘 서재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고 들어온 순간 발견한 북플.

그래 컴퓨터 켜는 것도 귀찮은 나에게 딱이야 하면서 북플을 시작하고, 그리고 신기원을 발견했따.

바로 바로 밑줄 긋기 기능!

예전에는 타자치는게 귀찮아서 밑줄 긋기 패스했는데, 이건 사진찍고 캡처해서 텍스트 변환만 누르면 밑줄긋기 완성이라니...

리뷰 쓸 때 최고겠다! 

역시 세상은 부지런히 배워야 해하면서 열심히 밑줄긋기에 매진하고픈데 아뿔싸!

 

손가락이 너무 짧다.

한 손으로 책을 지탱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핸드폰의 카메라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안 눌러진다. 손가락이 1mm가 모자라서..... ㅠ.ㅠ

덕분에 밑줄긋기는 항상 낑낑거리며 발가락까지 동원하는 고군분투 노동이 되버리네.

손가락 늘리기 운동같은 건 어디 없나 찾아봤지만 없다. 그렇다고 팔이 3개가 되는 방법도 없다.

손가락 늘려달라고 성형외과 찾아가면 인터넷 웃기는 게시판에 등장할 것 같아.

 

손가락이 짧아서 슬픈 북플러여! 바람돌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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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18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짧아요. 아니, 아담해요 ㅋㅋ

바람돌이 2020-08-18 09:35   좋아요 0 | URL
손가락이 아담한 우리. 조금 불편하지만 까짓거 발갈락도 좀 쓰죠 뭐 ㅎㅎ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를 읽다가 발견한 사진 한장에 온몸에 쭈빗한 한기를 느낀다.
195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공립학교에서의 흑백분리가 헌법 위반임을 선언하고, 이에 따라 14세의 엘리자베스 엑포드라는 흑인 소녀는 학교에 등교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이 어린 소녀와 다른 아이들의 등교를 막기 위해 아칸소 주정부는 무장한 주 방위군까지 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은 그 무장한 주 방위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린 엘리자베스를 둘러싼 백인 여성들의 눈초리, 혐오의 표정, 무어라 외치는지 모르겠지만 공격일게 분명한 소리를 내지르는 여성.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 악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단 한컷에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 자체보다 더 끔직한건 아마도 이 뒤에 있을 현실일 것이다. 이 사진 속 백인 여성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그들은 상냥한 아내 따뜻한 엄마의 모습을 할 것이라는 아이러니컬한 현실. 최근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라는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생긴 개인적인 사건일 수 없는 이유를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본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저자는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고 얘기한다.(39쪽)
상상력의 부재가 나의 옆 다른이의 절실함을 이해할 수 없게 하고, 책임을 다른 무고한 이에게 덮어씌움으로써 회피하게 하고,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증오는 당연하다는 환상에 갇히게 한다. 아니 어쩌면 백인과 흑인이 유럽인과 동양인이 다른 인간이라는 인식 자체가 상상력의 부재의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에 다시 고개를 내미는 온갖 혐오의 시선들-단지 유럽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비하만 분개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국인을 동남아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저 사진 속 백인 여성의 얼굴이 중국인이나 동남아인을 대하는 우라 자신의 얼굴이 아닌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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