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기리노 나츠오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작품들이 좀더 많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한다.

'아임 소리 마마'는 주인공이 따로 없는 것처럼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이건 이 작가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결국, 창녀촌에서 자란 한 '무서운 심성'을 지닌 한 여자를 그리고 있다.

그녀의 작품 치고는 분량도 좀 적고 약간 소품 같은 느낌이 있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실망하겠지만, 난 재미있게 읽었다.

기리노 나츠오의 소설을 읽은 것은 '아웃1/2/3'이 처음이다. (이 작품이 최고!)

도시락공장에서 야근조로 일하는 평범한 중년의 여인이

동료가 실수로 죽인 시체를 처리하다가 변화해 가는 과정이 박진감 있게 그려진 소설이다.

시점도 다채롭고 3권짜리 책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1/2'는 아이의 실종을 다룬 소설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기대했다면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

'그로테스크'는 창녀의 죽음을 다루었고 추리소설 기법을 취하고 있지만

언니 관점에서의 고교 시절의 회상 내용이 많아 장르가 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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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춘기 때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책,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휴가기간에 짬짬이 읽다
지식인인 '나'가 조르바를 만나면서
겪는 변화의 이야기.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여기는 사람이라면
조르바에게 누군들 반하지 않겠는가,
조르바를 만나기는 쉽지 않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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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천운영 [명랑]
이 여자 소설집, 두 번째입니다.
묘사가 견고하며 날카로와 재미있습니다.
첫 번째 소설집의 존재감은 희미했었는데 말이죠.
이번 책이 더 당기는 건, 판형이나 제본형태와도 관련 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건 손에 쏙 들어와 누워 뒹굴며 읽기 좋습니다.

첫 소설인 '명랑'은 할머니-어머니-딸의 관계가 좁아터진 식당방 뒤켠에서
쾨쾨하지만 명랑스럽게 그려지구요. 특히 할머니 묘사 부분이 아, 싶습니다.
'늑대가 왔다'는 배수아의 초기작에 자주 등장하던 소녀와 늑대가 등장, 제겐 반갑습니다.
'멍게 뒷맛'은 읽고 나면 정말 간절히, 멍게가 먹고 싶어집니다.
단편으로서의 긴장감과 감정선이 잘 살아난 작품입니다.

좋더라 했더니, 친구가 왜냐고 물어서
평소보다 길게 우물거리며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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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푹, 빠져버린 책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재미있고 가슴뛰고 도발하는 힘이 있는,
제인 오스틴 풍의 19세기 영국소설 위에
내러티브 내 작가의 개입이라는 현대성이 더해진.
가벼운 일본 소설을 편식하던 요즘의 저에게
아주 오랜만에, 소설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더불어 내 인생의 무게감도요. 
 
밑줄긋기  

16~17쪽. 주인공 찰스가 사라 우드러프를 처음 만나는 장면
그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찰스에게는 그녀가 자기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첫 만남 이후 찰스의 기억에 또렷이 남는 것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특징 따위가 아니라, 그의 예상에서 벗어난 모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괜찮은 여성이라면 얌전하고 순종적이며 다소곳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찰스는 남의 딸에 불법 침입한 기분이었다. 말하자면 코브가 라임에 속해 있는 게 아니라, 그 여자의 소유지인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어니스티나처럼 곱지는 않았다. 어느 시대, 어떤 취향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아름다운 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슬픔을 머금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에서는 슬픔이 숲속의 샘물처럼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솟아 나오고 있었다. 거기엔 어떤 꾸밈도, 위선도, 발작도, 가면도 없었다. 더욱이 광기라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광기는 오히려 저 텅 빈 바다, 텅 빈 수평선, 그렇게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에 있었다. 샘 자체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사막에서 솟아 나오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과 같았다.
그 후 찰스는 그녀의 시선이 기억날 때마다 하나의 창(槍)을 떠올리곤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대상을 묘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갖는 효과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찰스는 자신이 그 창에 찔려 죽어야 할 부정한 적이라고 느꼈다.  

25쪽. 찰스의 인간형에 대한 묘사
게으름이야말로 찰스의 두드러진 특징이 아닐까 싶다.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19세기 초의 사회적 의무감이 개인적 자만심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영국을 새롭게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선(善) 자체를 위해 선을 행하고자 하는 욕망 대신 존경받는 인물로 행세하려는 욕망이었다. 찰스는 자신이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토머스 매콜리가 바로 등 위에 있는데, 어느 누가 역사를 쓸 수 있겠는가? 눈부신 재능을 가진 작가들이 영국 문학사를 은하수처럼 빛내고 있는데, 어느 누가 시나 소설을 쓸 수 있겠는가? 찰스 라이엘과 다윈이 버젓리 살아 있는데, 어느 누가 독창적인 과학자라고 나설 수 있겠는가?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이 모든 가용 공간을 양분해 가지고 있는데, 어느 누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앞으로 여러분은 찰스가 좀 더 놓은 곳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지성을 가진 게으름뱅이는 자신의 지성을 상대로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해 늘 그러는 법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바이런적 배출구, 즉 천재와 방탕한 기질은 전혀 없이, 다만 바이런적 권태만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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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요나라 갱들이여
작년 가을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뵈러 부산에 갔었다.
가는 길, 기차 안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의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작품이다.
읽으면서 커트 보네거트와 백민석을 떠올렸다.
전작 <우아하고 감상적인..>은 좀 덜 그랬었다.

적당한 비현실. 초현실이 아닌. 그만의 월드.
뚱뚱보 갱의 대사 중 사탕 묘사하는 대목은 박력이 느껴진다.
장난 같지만 진실이 느껴진다.
'핍진성'이라는 대학 시절 줏어들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 그 핍진성.

밑줄긋기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박하사탕입니다. 계피사탕은 천사의 맛이 납니다. 박하사탕은 반수신半獸神의 맛이 납니다. 두 가지 사탕에 공통적인 것은 모험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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