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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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는 아마도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북미권 스릴러물이다.

올해도 한 권 나와줘서 감사할 따름. 

이번에 나온 <나이트 스쿨>에서 주인공 잭 리처는 퇴역 군인이 아닌, 현직 군인으로 나온다.

잭 리처가 어떤 미션을 부여받고 독일로 날아가 그 임무를 멋지게 수행한다-는 참으로 단순한 스토리인데 세부적인 디테일이 재미있는 것. 

악당을 처치하는데 그 악당은 어떤 사람이며,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가, 주변인물들은 누구인가.

미국과 독일의 긴장 관계, 동유럽이 서유럽과 합쳐진 후의 갈등, 아랍 지역의 테러 분자들 등을 큰 스케일로 잘 버무렸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리 차일드, 하지만 그래서 유럽 지역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잘 쓰는지도.

이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명료하고 단순한 문장의 연결이 주는 쾌감이다.

 

잭 리처 컬렉션은 오픈하우스에서 계속 책이 나오는데 2015년 <퍼스털> 이후부터 책의 판형과 디자인이 바뀌었다.

다 좋은데 종이 재질이 너무 어두워서 읽기에 눈이 피로하다. 페이퍼백처럼 보이면서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인가, 좀 아쉽다.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질문을 유도하는 침묵, 하지만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어떤 일의 출발단계를 얘기하시는 겁니까?‘ 정도의 질문은 당연히 나와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세 사람 모두 노련한 요원들이었으니까. 상관이 썰을 풀 때는 끝까지 들어주는 게 현명하다. 또한 안전하다. 조직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p

"당신이 외국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리처가 말했다. "함부르크를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진짜 마리안 싱클레어일 수도 있겠지요."
"지금 농담해요?"
"모든 돌멩이를 들춰봐야 합니다."
"기가 막히네요."
"야구 좋아하십니까?"
"남들만큼은 좋아하는 것 같네요."
"구단은?"
"오리올스,"
"오리올스 홈구장의 우익수 쪽 담장 너머에 뭐가 있죠?"
싱클레어가 말했다. "창고."
"좋습니다. 테스트 통과,"
"진심으로 이러는 거예요?"
-209p

"속임수를 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나 나나 모두 프로입니다. 선수들끼리는 원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나 같은 사람들에겐 사실, 모든 것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란은 깨집니다. 그 대신 오믈렛이 만들어집니다. 그 맛이 좋으면 계란을 깬 죄는 용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맛이 없으면?"
"지금까진 모두 맛있었습니다만 맛없는 오믈렛도 한 번쯤은 괜찮겠지요."
-239p

두 명의 바텐더는 모두 남자였다. 리처가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그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켰다. 리처가 카운터 위에 돈을 올려놓았다. 그가 돈을 집기 위해 상체를 굽혔다. 하지만 리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실제의 삶은 TV 드라마와는 다르다. 그 바텐더들에게서는 어떤 정보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를 우선순위에 두겠는가. 매일 밤 그들이 함께 보내는 60명의 손님들이겠는가. 아니면 오늘 처음 본 외국 남자겠는가.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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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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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에서 알콜중독자 사이, 어딘가 위치한 당신이 읽으면 좋을 이야기. 생각할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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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맛 - 아침.점심.저녁.차
나가오 도모코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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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오 도모코의 <하루의 맛>은 음식과 요리와 조리도구와 식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저자의 경험치가 오롯이 녹아 있으면서도 조근조근 들려주어서 편하게 읽힌다. 공감 가는 지점도 많고 재미있었지만, 일본의 음식문화나 요리에 치중된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 나름 일본 마니아라 자부하는데, 생소한 화과자 이름들이나 조리도구가 나오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세심한 시선이나 내공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책.
앨리스라는 출판사는 <내 식탁 위의 책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같은 재미있게 읽은 음식 관련 책들을 내서 믿음이 간다.

 

 

이상적인 아침식사는 어떤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손이 가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 몽롱한 상태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10p

일본의 찻집에서 파는 팬케이크에도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굽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두껍고 무거운 생지의 특징을 살린 팬케이크를 오랫동안 고수하는 가게도 있고, 오래된 찻집이나 커피숍의 팬케이크는 완고한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호텔에서 먹지 않고 팬케이크를 목표로 찻집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곳에서라면 분명히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35p

채소의 맛을 한층 강하게 살리고 싶을 때나 찌듯이 끓이거나 찌듯이 굽고 깊을 때는 거의 스타우브 냄비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업소용에 적합한 냄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가 높은 듯합니다. 무엇보다 스타우브는 뚜껑이 무거워 그 덕에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183p

스푼도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스푼으로 요리를 덜고 수프를 뜨는 것이 음식에 얽힌 가장 행복한 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나 재질이 마음에 들고 사용감이 좋은 커틀러리를 쓴다는 사소한 부분도 요리를 더욱 맛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커틀러리를 쟁여둔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매일 사용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196p

제 머릿속 교토의 과자는 화려하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빚은 과자라는 인상인데 구리무시에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고 먹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양갱에 필적할 만한 심플한 형태의 과자가 가고시마에 있었습니다. 아카시야의 가루칸을 들 수 있습니다. 찐 과자니까 폭신폭신하고 탄력이 있지요. 눈처럼 하얗다기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단계 온기를 입힌 흰색이고, 남주 지방의 태평함이 감돌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과자는 산처럼 많지만, 결국 지나친 장식으로 승부를 보는 대신 그윽한 풍정을 담아낸 화과자를 동경한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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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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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책이 잘 안 읽혀서 가벼운 책을 골랐다. 전아리 <어쩌다 이런 가족>은 막장 드라마 컨셉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딱 그만큼이고 드라마보다 재미는 덜하다.
부잣집 두 딸이 있는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장녀와 그에 못 미치는 막내딸, 그런데 그 장녀가 남자 관련해서 사고를 쳐도 크게 친다. 전형적인 칙릿 소설로 출발하여 기대를 가졌는데, 애매한 스릴러와 감상적인 로맨스를 섞어 놓아 이도저도 아닌 느낌. 부모의 이야기도 골고루 다루는데 어떤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전아리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데 가장 아쉬운 건 문장력, 이해 안 되는 비문이 많다.
비슷한 컨셉 계로 심윤경 작가의 <사랑이 달리다>가 훨씬 재미있고 작품성도 있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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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선녀전 1
돌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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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작가의 <계룡선녀전>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작품인데 일부러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만화다. 어수룩(김김이)+쿨한 남자(교수) 콤비가 산골을 지나다가 커피 타주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사실 알고보면 그 할머니가 선녀여서, 젊은여자로 변신했다 왔다갔다 한다. 두 남자 중 선녀의 짝은 누구일까.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작품.
돌배작가의 장점은 진지한 드라마와 개그 톤을 적절히 배치해서 너무 재미있고 그 가운데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 선녀가 타주는 커피 이름이 '참새의 아침식사', '공주님 안 돼요' 이런 식인데 맛은 엄청 좋아서 너무 웃긴다.
표지는 겉띠를 살포시 벗기면 할머니 버전이 나오는데, 그 표정이 넘나 귀요미.
책을 구입하면 코스터를 주는데 선녀, 김김이, 교수 버전 중 1가지가 랜덤으로 나온다.

돌배작가 신작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는 저스툰에서 연재 중이다. 실연한 남자가 여사친을 따라 마라톤을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역시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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