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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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몰아읽기. 2018년 신간인 <눈보라 체이스>는 한 노인의 살해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대학생 다쓰미는 스키장에서 만난,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여신을 찾아 무작정 나가노 현의 신게쓰 고원 스키장으로 떠난다. 거기에 상사에 치이는 의욕 부족의, 찌든 직장인 같은 하지만 인간적인 형사 고스기의 추적이 교차되면서 흥미를 더한다. 쉽고 책장이 잘 넘어가는 엔터테인먼트다. 게다가 시원한 스키장이 배경이어서 겨울 시즌에도 딱 맞다. 독자를 위해 준비된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가볍게 읽기 좋다.

소미미디어에서 나왔는데 겉표지도 얇고 원가 위주로 대충 만든 것 같아, 소장가치는 제로에  가깝다.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장기 말이거든요. 장기 말은 입 딱 다물고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요. 대세는 거스를 수 없습니다."
고스기는 풋콩을 입에 던져 넣고 잔을 기울였다.
285p

"맥주는 이제 됐어요. 독한 술을 좀 마셔야겠네요. 추천하는 술은 뭐죠?"
그렇다면 이거, 라면서 유키오가 내놓은 됫병에는 ‘미즈오‘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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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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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단편집 <그대 눈동자에 건배>의 원제는 '素敵な日本人(멋진 일본인)'이다.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두 제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어긋남을 그린,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가 특히 흥미로웠다. 판타지나 SF 설정을 살짝 가미한 '렌털 베이비', '수정 염주'는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지만, 시간 트릭이나 알리바이를 활용한 '그대 눈동자에 건배', '고장 난 시계'는 재미있게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장편도 플롯이 단순한 편이어서, 단편집이 오히려 더 화려한 만찬처럼 더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듯.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는데, 양장본인 건 좋지만 표지 디자인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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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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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작가의 <우리가 녹는 온도>는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소설과 에세이의 결합이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커피 두 잔' 같은 하나의 주제 아래, 짧은 단편과 그에 대한 에세이가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플랜을 세밀하게 세우는 친구와 아닌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여행의 기초', 인천 부평의 가난한 연인에 대해 쓴 '지상의 유일한 방'이 인상 깊었다.
소설은 심심한 듯하나 이를 에세이가 풀어주니 상승 효과가 있다. 작가는 어차피 녹아 버리고 말 눈사람을 만드는 인간의 행위에 주목해, 스쳐 지나가면서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변화하는, 살짝 녹는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고.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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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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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인 줄 알고 고른 책이었는데 다 읽고 보니 막장 치정 스릴러극이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이라는 제목에 모든 스토리의 핵심이 녹아 있다. 앰버라는 하류층 여인이 재벌가 상류층 대프니와 같이 되고 싶어서 치밀한 계략을 짠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 특별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페미니즘까지는 아니지만  걸크러시를 보여주는 그런 대중소설이다.

 

그와 있을 때는 무조건 정오에는 점심을, 일곱 시에는 저녁을 먹어야 했고 아이들은 여덟 시에 자야 했다. 정크푸드는 절대 먹을 수 없고 유기농이나 건강한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침대 옆 탁자의 책을 숨기고 그가 일주일 동안 읽으라고 골라준 책을 놓아야 했다. (중략)
침실로 가서 <율리시스>를 내던지고 잭 리처의 최신작을 꺼냈다.
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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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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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신간 몰아 읽기 중. 알라딘 MD님이 '백화점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책을 평했던데 딱 적절하다. 수의사인 어리숙한 38세 데시마에게 실종된 남동생의 부인이라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고, 그녀를 도와주면서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다양한 등장인물 속에다가 서번트 증후군 환자가 그린 신비한 프랙털 도형 그림, 의학 동물 실험, 유산 상속 문제 등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는데, 결론은 범작이다. 제목만 멋있어.

 

"무슨 칵테일이에요?"
"진 비터야. 비터를 바른 잔에 차게 식힌 진을 넣은 거야. 한번 마셔볼래?" 잔을 하쿠로에게 내밀었다.
"독할 것 같은데요."
"알코올 도수 40도."
"앗, 나는 관두는 게 좋겠어요."
308p

"내가 술 좋아하는 것은 유마 씨도 잘 아는데 바에서 술을 안 마시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하죠. 걱정 마세요. 술이라면 나도 꽤 센 편이니까 취해서 정신 잃을 일은 없어요. 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자, 잠깐! 그렇다면 진 비터만은 마시지 말아요."
"진 비터라니, 그건 뭐죠? 씁쓸한 진인가? 와아, 맛있겠다!"
"이런 바보, 그건 절대 마시지 말라니까!"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아무튼 다녀올게요."
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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