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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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성에 대한 여자들의 솔직한 수다를 깔끔한 일러스트풍 그림에 담은 <쉘 위 카마수트라>. 마치 '섹스 앤 더 시티'의 한국판이랄까. 19금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런 컨셉을 살려 빨간책×야한 비디오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이렇게 솔직한 성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존경스럽다. 그러니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민조킹 작가는 전작 <모두의 연애>에서는 연인의 사랑하는 모습, 그 다양한 시츄에이션을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표현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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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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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덥석 집게 되는 그런 소설이 있다.
쓰무라 기쿠코의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는 30대 초반 직장인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사정이 평행선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 교차한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제목처럼 무심하게.
나카코는 여자 직장 동료들의 민감한 감정 변화가 불편하지만 꾹 참으며 일하고, 시게노부는 원치 않는 지역으로 전근하고 개발 일 때문에 지역 주민의 불평을 듣는다.
일본 소설 특유의 담담함이 배어나오는 가운데, 경제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체념도 느껴진다. 두근두근 하는 일은 현실이 아닌 미디어 같은 가상세계 한정인 건가.

 

피클 병을 열면서 구텐모르겐, 하고 중얼거린다.영어로 굿모닝이다.
마가린이 잘 녹지 않아 군데군데가 맨 빵인 토스트를 베어 물면서, 완전히 현실도피 같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좋을 리가 없다. 구텐모르겐도 굿모닝도,
아마 누군가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아침이라는 잔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22p

나카코는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1층 양과자 매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뭔가 적당히 싸고 좋은 것이
있으면 살까 하고
이곳저곳 가게를 둘러보지만,
자신이 정한 수준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것만 있어서
세상 사람들의 양과자 가격에 대한 관대함과 자신의 가난함이 싫어진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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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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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그러면서 손에 잘 안 잡히고 달아나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
<아홉 번째 파도>는 척주시를 배경으로 핵발전소 건설 찬반 이슈, 사이비 종교, 탄광과 비정규직, 시골 정치인의 경제 유착, 보건소 약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드라마를 잘 녹여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송인화와 공익 서상화, 시의원 보좌관 윤태진이 주인공이지만 그외 척주에 사는, 선과 악 어느 편도 아닌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치밀하고 다층적이다. 동해안의 폐쇄적인 지방 소도시,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 세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불행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사랑은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
최은미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데, 소설적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생략과 여운을 살린 점은 현대적이다. 그 전에 소설집 2권을 냈고,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인 권여선 작가님의 추천사도 참 좋다.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225p

송인화는 생각했다. 얼굴의 어느 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내려앉는구나.
"누나."
"응."
311p

반핵 입장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꿈꾸는 희망이 있었다. 찬핵인 사람들의 욕망 속에도 그들대로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윤태진의 욕망에는 희망이 없었다. 윤태진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는 남자였다.
3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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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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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영리하고도 상업적인 기치 아래 잘 나가는 7명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모았다.

<82년생 김지영>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20대 여성의 독백이자 연애대상이자 결혼상대로 생각했던 현남에게 하는 말이다. 일단 재미있고 감정이입 팍팍 되고 잘 읽힌다.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르는  '현남(賢男)'인지, '한남'의 비꼼인지 단순히 '현대 남성'인지 의도는 모르겠으나 제목도 잘 뽑았다.

최은영 '당신의 평화'는 선영의 시어머니가 될 정순, 그 딸인 유진의 이야기다. 정순은 전업주부로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모시고 살며 고단한 삶을 감내해왔다는 피해의식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더(인가?) 며느리가 될 선영에게도 일정 정도 그런 시집살이를 기대한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딸인  자신에게만 공감과 위로를 강요해온 엄마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다. 반도의 흔한 이야기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는 핫 이슈인 가부장제와 시집살이. 소설 말미, 작가노트에 그런 생각이 잘 담겨있다.

좋아하는 작가인 김이설의 '경년'은 '갱년기(更年期)'를 새롭게 산다는 뜻으로 재해석하여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 삶의 의미는 잘 찾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누가 이해해 주리? 아들 학교 친구 엄마들, 무심한 남편, 까칠한 아들, 철없는 딸, 싱글로 자유롭게 사는 여동생, 늙어버린 엄마, 그 누구도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에 관심 따윈 없다.

위의 세 편을 이어 읽으면 '현남 오빠에게', '경년', '당신의 평화' 이런 순으로, 한국 여자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나. 아들보다 딸을 더 우대했던 부모님은 내게 자신감과 자유를 주셨고, 우리 딸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 페미니즘이 별 거 있나.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회사 내 미묘한 기류를 담았는데 너무 색과 힘을 뺀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스릴러, SF 등 다양한 장르를 각각 시도한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 '화성의 아이'는 잘 읽히지 않았다. 페미니즘이라면 현실을 담아 정면 돌파하는 것이 역시 멋지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현남 오빠에게, 38p

언제나 유진이었다. 정순에게 폭언을 퍼붓고 화풀이하는 할머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맞섰던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빠에게 뺨을 맞았던 사람은, 정순과 함께 차례상과 제사상을 차리고 무례한 친척들에게 음식과 술을 나르던 사람은, ...... 정순의 이유 없는 신경질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독한 말들을 받아줬던 사람은.
전부, 유진이었다.
-당신의 평화, 57p

끼니때가 지나 늦은 저녁을 먹는 남편은 앞에 앉아 있는 나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골라낸 콩이 밥그릇 옆에 지저분하게 굴러다녔다. 아들아이도 콩을 안 먹었다. 아들아이도 남편을 닮아 키가 컸고, 남편을 닮아 비염이 심했고, 남편을 닮아 수학을 좋아하고, 남편을 닮아 이기적이었다.
"물!"
-경년,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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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쏜살 문고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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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를 한때 좋아했던 기억, 거기에 쇼핑 이야기라니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 도착한 책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시집 사이즈지만 일단 민음사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컬러는 만족.

이 책은 주로 류가 이탈리아, 유럽 등지에서 셔츠를 쇼핑하는 어찌 보면 한심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셔츠를 자주 입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두는 셔츠를 잔뜩 쟁여두고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그 마음도 이해된다. 약간의 대리만족도 있고.

식재료 쇼핑도 즐겨 하는데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고.

 거의 다 좋아하는 식재료인 데다 가슴이 떨리는 것도 나랑 같다.
무라카미 류를 좋아한 적이 있고, 쇼핑에 관심이 많다면 특히 남자라면 읽어볼 만한 책.

 

 

집 근처 세이조이시이에 장을 보러 가서 모차렐라나 블루치즈, 커피, 요쿠르트, 꿀, 고기만두와 쿠키를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조용히 떨린다. 75p

모 고급 식재료점 사이트에서 하코네 슈퍼에는 없는 식재료를 샀다. 플레인요구르트와 올리브절임과 건포도, 모차렐라, 록포르 등의 치즈류, 올리브유와 발사믹, 살라미소시지와 햄과 베이컨,
그리고 셰리주를 샀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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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12-07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다 있군요. 깜찍해요. 담아갑니다. ^^

베쯔 2017-12-07 09:25   좋아요 0 | URL
네. 귀여운 사이즈에 귀여운 내용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