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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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아리 고전부에 소속된 
4명을 중심으로 소소한 사건들을 엮은 고전부시리즈는
요네자와 호노부가 2001년부터 시작하여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벌써 6권에 해당한다.

애니메이션 '빙과'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이 시리즈는
오레키 호타로, 후쿠베 사토시, 이바라 마야카,
지탄다 에루 등 주인공들의 뚜렷한 캐릭터성 때문에
더 인기인 것 같다.

 

어른에게는 귀엽게만 보이는
고등학생들에게만 중요한 문제들,
'중학교 졸업 단체 미술과제를 누가 망쳤나?',
'만화반 동아리 내의 분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같은 사건을 안락의자탐정처럼 뒤에서
해결하는 게 주인공 오레키다.
특히 '긴 휴일'에서는
오레키가 다음과 같은 인생의 모토를 갖게 된
초등학교 때의 사연을 그린다.  

"안 해도 될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라면 간략하게."

 

다작인 편에 속하는 요네자와 호노부는
<인사이트밀> 류의 본격추리라든가
여러 작풍을 갖고 있지만
고전부시리즈와 소시민시리즈에서는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함, 소소한 개그,
사소한 사건과 심리 등이 귀엽게 펼쳐진다.

엘릭시르에서 고전부 시리즈를 통일감 있게
내주고 있어서 소장하기에도 좋다.

그렇긴 해도 같은 반이고, 같은 당번이지.
조금은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닐까?
방과후에 화단을 보살피는 것쯤 어차피 그리 힘든 일도 아니야.
집이 가까운 것도 사실이니,조금은 남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이용당했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 일 이후로 나는 반에 약삭빠르게 귀찮은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과,
그걸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21p

습관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리 쉽게 인생의 모토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안 해도 될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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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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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식을 좋아하고 요리를 좋아하고
그러다보면 그릇이나 조리도구에도 관심 간다.
어느 여행지를 가도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중심으로 플랜을 짜게 된다.
그런 사람이 쓴 글이라면 반갑다.
히라마쓰 요코의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는
그런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술도 차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친해질 수 있다.
즐긴다는 건 이해한다는 걸 넘어서는 경지니까.

표지 디자인은 귀여운데
책의 편집 특히 사진, 화보가 수록된
지면이 좀 촌스럽다. 아쉽다.

 

술안주는 너무 맛있으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주역은 술이다.
옆에서 술맛을 돋보이게 해 주면 그걸로 충분.
술안주는 좀 쓸쓸한 정도가 좋다.
51p

집에서 즐기는 혼술이라면 고요히 가라앉은 한밤중이 좋다.
가타구치에 우선 1홉, 콩접시에 치즈 조각 그리고 볶은 완두콩.
자, 그 상을 들고 어디로 가는가 하면 바로 창가의 소파다.
한밤중의 봄 달빛, 문득 바쇼의 시구를 떠올린다.
53p

"나이 드신 분이 우린 차는 이길 수가 없어요."
어쩌면 차는 ‘느긋함의 신‘ 품에 안기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물을 끓인다. 그러고는 천천히 식힌다.
차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찻잎이 한번 하품하는 것을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느긋하게 있는다.
늘 똑같았던 일상의 속도와는 미묘하게 시간 축이 달라진 듯 느리고 느긋한 시간의 흐릿함.
161p

나란히 나온 차와 과자에는 모처럼의 한때를 소중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소바보로, 노리마키아라레, 도라야키 무엇이든 상관없다.
과자와 함께라면 차의 떫은맛, 쓴맛, 단맛의 윤곽이 선명히 그려진다.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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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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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부터 베프인 두 친구,
독립적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모에와
여자임을 최고의 무기로 내세우면서
서른이 되기 전에 세 번의 결혼을 하는 루리코.
그 둘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유이카와 케이 <어깨 너머의 연인>은
마치 일본드라를 보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연애와 남자 문제로 방황하는 모에와 루리코,
그 사이에 끼어든 고등학생 다카시가
잠시나마 한 집에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은
결혼과 가족만이 답일까, 생각하게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 탄성이 느껴진달까.
2002년에 발간된 걸 2014년에 펴냈는데도
나름대로 트렌디하다.

표지를 벗기면 루리코처럼
화사한 속표지가 기다린다.
캐릭터 성이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자가 결국 인생을 재미나게 보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여자는 즉, 자기란 무엇일까, 그런 의문을 품지 않는 여자다.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들에게 혼이 나 봐야 루리코는 배울 수 있을까.
42, 45p

가능하면 나는 남들이
"저 녀석 바보 아니야?"라고 말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요.
89p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관철하는 쪽이 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들 참는 쪽을 택한다.
분별력 있는 여자가 제일 골치 아프다.
마음 속 가득한 인내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인내를 대신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루리코는 늘 자신에게 맹세한다. 아무리 신세가 처량해지더라도 인내심 많은 여자만큼은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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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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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게 있었다.
20011년에 들녘에서 나왔다가
2017년 황금가지에서 개정된 <정신자살>.

변호사 고진이 이탁오박사라는
문제적 인물과 대결하는 큰 축 하에
'정신 자살'을 모티프로 어떤 부부의 파국,
몇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이다.
사실 '정신 자살'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치하기는 한데 궁금했다. 
결말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과 큰 관계없이 사람들의 심리,
그것을 쫓는 고진의 활약,
이탁오박사의 변태적(정신적으로) 성향
등을 즐기면서 보면 될 듯.

아무래도 초기작이다보니
최근에 나온 작품들보다 완성도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황금가지에서 변호사 고진 시리즈를
통일감 있게 내준 건 일단 환영.
<정신 자살>, <라트라비아타의 초상>,
<붉은 집 살인사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유다의 별 1,2>.
6권 세트로도 판매한다.
몇 권을 갖고 있으니, 채우면 될 듯.

 

사람의 버릇이란 참 놀랍습니다.
세월이 지나 같은 상황에 닥쳐 보면 결국 같은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네 가련한 인생은 좋은 선택도 나쁜 실수도 계속해서 거듭합니다.
우리 마음은 레코드판의 미세한 홈과 같지 않을까요?
자유의지의 껍질을 뒤집어썼지만 마음의 행로는 그 루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3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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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혁신의 아이콘 마스다 무네아키 34년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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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음반, 커피를 함께 파는
큐레이션이 강화된 복합 공간으로
성공한 츠타야(Tsutaya) 서점.

그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인사이트를 담은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기획이나 취향,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도 그렇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유연한 사고 등
와닿는 내용이 많았다.

기획자나 크리에이터, 장사를 하는 사람,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제본 방식이 특이해서 예술적이다.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떤 페이지든 책이 쫙 펴지고 잘 보인다.

 

 

 

고객의 기분으로 기획하기 위해
마스다는 고객의 기분으로 몇 번이고 매장을 바라본다.
같은 매장이라도 아침의 기분, 점심의 기분, 저녁의 기분으로.
21p

일을 하는 이유는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것뿐이지만,
돈을 버는 목적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 생각했고
일을 떠나 인간으로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기획인 집단
한량의 집단
데이터 분석가 집단
그 모두를 가진 집단이 되기를 빌어본다.
101p

사람은 좋은 것을 알게 되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사람은 고민거리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어진다.
즉 정보의 흐름은 ‘누군가‘가 키포인트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누구에게 전하고 누구에게 상담해야 할지가 명확하면
정보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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