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무코다 구니코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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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단편집을 읽어보니 과연 잘 쓴다. 단편의 묘미가 살아있다. 다만 여러 편 읽으면 좀 질린다는 느낌인데, 인간 본성에 대한 삐딱한 시선 탓인지 뒷맛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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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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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2014년 9월 국내 출간 <등 뒤의 기억>

원제는 "ちょうちんそで, 불룩 소매"라고 한다.

 

 

히나코는 노령자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다.

그녀는 가공의 여동생과 대화를 나누고, 찾아오는 이라곤 옆집 노인 단노씨 정도가 다다.

가끔 차를 마시고, 매일 밤 와인을 마신다. 젊은 시절 즐겨 마시던 보르도가 아닌 브루고뉴 스타일 와인을.

그녀는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말하자면 기억들을 층층이 쌓아가며

히나코와 그 주변 인물들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서술해 나간 소설이다.

 

이 책에서 히나코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소설 도입부에 등장한 밀크티 에피소드.

비스킷의 종류부터 세심하게 골라 두 딸과 함께 밀크 티에 적셔 먹는 엄마라니, 나의 이상형일지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학교 인부 딸이던 조숙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 손에 끌려 집에 갔더니 인스턴트 커피를 스테인레스대접에 한가득 끓여주었다.

"어른들만 먹는 거야"라고 말해주어 뭔가 금단에 속하는 느낌이던 달달한 커피의 기억.

우리 세대는 기껏해야 커피에 에이스 크래커를 찍어 먹었다.

립톤 홍차나 블랙 커피를 접한 건 대학에 와서였다.

 

제대로 밀크티를 끓여서 마시게 된 것도 몇 년 전 홍차에 취미를 가지면서다.

그때는 잘도 모르면서 온갖 나라의 차들을 구해 마시고 의무처럼 시음기를 썼다.

지금은 한발 떨어져서 그냥 가끔 차를 맛있게 타서 마신다. 취향에 맞게 즐긴다. 그것뿐.

밀크티는 뜨겁게 끓인 물에 잎차(아쌈이 좋음)를 우리고,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반쯤 섞는 것이 가장 맛있다.

개인적으로 비스킷은 밀크티보다는, 커피나 스트레이트 홍차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책 속의 히나코의 기억에 나오는 것처럼 사춘기 정도의 여자아이라면,

밀크티에 비스킷- 달달하고 부드러운 느낌도 나쁘지 않을 것.

홍차 입문으로는 딱이 아닌가.

 

 

 

에쿠니 가오리 책들은 소담 출판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장정이나 책 디자인이 일관성 있다.

사이즈도 같아서 쭉 모아서 꽂아놓으면 흐뭇하다.

이번 책은 디자인이 깔끔, 담백한 편이다. 특히 속표지, 하얀 배경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한 제목이 박혀 있다.

마치 흐린 기억들처럼.

 

 


 

 

 

옆집 남자가 찾아왔을 때, 히나코는 가공의 여동생과 차를 마시면서 6번가의 추억을 얘기하는 중이었다.
자매는 밀크 티에 비스킷을 적셔서 먹고 있었다. 그녀들의 어머니가 곧잘 그렇게 먹곤 했다.
어머니는, 이렇게 먹을 때는 비스킷이 `마리`가 아니라 꼭 `초이스`여야 한다고 했다.

마리처럼 딱딱한 비스킷은 그나마 괜찮지만, 초이스처럼 부드러운 것은 자칫 차를 너무 머금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고 만다.
톡, 아니면 툭. 끊어진 그것은 찻잔 속이나 테이블 위 또는 무릎 위에 떨어진다. 돌이킬 수 없게 비참한 모습으로.
하기야 히나코의 기억 속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톡, 아니면 툭. 찰랑, 아니면 철렁. 그렇게 떨어지는 것은 언제나 히나코의 초이스뿐이다.
오늘도 그랬다. 가공의 여동생은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또 떨어뜨렸어? 언니도 참"이라고 하면서.
"왜 그렇게 푹 젖을 때까지 적시는지 모르겠네. 엄마가 그랬잖아. 살짝 담그기만 하면 된다고."
히나코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비스킷을 푹 적시고 마는 것은, 밀크 티를 듬뿍 머금는 편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욕심이 많아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히나코는 지금 밀크 티를 마시고 있지 않다. 밤에는 언제나 큰 잔으로 두세 잔씩 와인을 마신다. 오늘은 레드 와인을 마시고 있다. 히나코가 요즘 즐겨 마시는 것은 타닌 맛이 강하지 않고 색이 맑은 와인이다. 젊은 시절에는 중후한 와인을 좋아했다. 텁텁하고 달고, 흙냄새가 나는 짙은 색 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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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과자의 안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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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처럼 가벼운 색채의 책. 화과자라는 소재는 흥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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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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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완독했다.

작품이 실린 순서대로 짧은 평을 남겨본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드라이브 마이 카'와 '기노'다.

 

 

드라이브 마이 카

(내가 보기에) 완벽주의자인 한 남자가 여성 운전수를 고용한다. 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묘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예스터데이 

섹스를 하지 못하는 남자, 여자 사이라는 건 하루키의 오래된 주제 같다. 그 사이에 끼인 와타나베 스타일의 반듯한 젊은 남성 캐릭터도. 게다가 그 여자는 외모와 지성,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함정도. 

 

독립기관  

여러 여자를 가볍게 만나고 지내던 독신남이 어떤 변화를 겪는다. 스토리의 끝이 무척 시시하다. 별로다.

 

셰에라자드  

어떤 상황 때문에 갇힌 공간에 있는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찾아와 들려주는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 재미는 있는데 남는 게 없네.

 

기노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설정의 어떤 부분이 비현실성을 띄고 있어서 아쉽고, 마무리가 붕 뜨는 느낌.

하루키의 환상문학 설정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건 장편에서 나오는 게 더 좋다.

기노가 운영하는 '기노'라는 이름의 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주인장과 손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그 공간은 마음에 든다.

 

사랑하는 잠자 

카프카의 '변신'을 차용. 주인공 이름마저 그레고르 잠자. 읽다가 관뒀다. 짜증나서. 

 

여자 없는 남자들

수필로 쓸 걸 왜 소설로 썼나 싶은, 여자에 대한 그냥 막 뜬구름 잡는 이야기.

 

 

 

어떤 사람들을 하루키를 좋아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한다.

특히 작가층이나 식자층. 그러고 보면 국내 판매량에 비하면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순문학도 아니면서 뭔가 분위기로 승부한다는 오해(혹은 진실)가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이후 줄곧 따라다니는 느낌.

나는 그런 견해는 잘 모르겠고 하루키의 어떤 소설은 굉장히 재미있고, 나는 그런 재미있는 장편들이 좋다. 약간 설정이 비현실적인.

힘을 뺀 에세이도 꽤 좋아한다.

 

<여자 없는 남자들> 총평 : 하루키 월드는 여전하다는 걸 증명했으나 실망스러운 작품이 섞여 있었음.

 

 

사족 : 미안하지만 이번 표지 디자인은 정말 별로다, 라고 생각하며

일본어판을 찾아보니 이런 모습이다.

 

 

일본어판은 실린 단편 중에 '기노'의 바와 고양이에서 모티프를 따왔고

한국어판은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달의 뒷면 운운하는 부분에서 따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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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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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인상을 갖게 만드는 능력.
기담집이라고 이름 붙였으나, 단편마다 살짝 기이한 현상이 들어가 있을 뿐이라서 모던한 느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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