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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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해피니스>는 결혼한 여성의 허세와 허상을 그린다.

작가 특유의 어둡고 하드한 작품은 아니고, 상당히 노멀한 소설이다.

그런 계열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도쿄의 고층아파트에 사는 아리사는 남편이 갑자기 미국으로 떠나버리고, 6살 된 딸을 혼자 키운다.

아파트에서 같은 또래 자녀를 가진 엄마들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그들만의 질투와 시기와 허세는 덮을 수가 없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전업주부라면 더 공감할 만한 스토리다.

서지 정보를 보니 일본 30대 기혼여성 대상의 잡지 'Very'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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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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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장편소설 <홀>은 제목 그대로 인생의 구멍에 빠져버린 남자 이야기다.

첫 장면에서 독자는 전신 불구가 되어 병실에 누워 있는 주인공 오기를 마주하게 된다.

오기는 눈만 깜박일 뿐 말조차 하지 못한다.

그 시점에 소설이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 옴짝달싹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하지만 인생의 이전 시점들을 더듬어가면서 아내와 장모와 그의 속물적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약간의 스릴러 요소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사십대가 지나면서 인생은 점점 시멘트처럼 굳어가는 것을 느낀다.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고정된다.

지금 내가 가지고 누리는 모든 것은 그 전에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대한 답이다.

그러니 가끔은 극적인 변화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밖에서 온 것이든, 안에서 온 것이든.

 

<서쪽 숲으로>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어딘가에 갇혀버린 인간에 대한 스토리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유사하다.


표지가 반양장으로 유연하게 휘어진다. 겉모양도 참 잘 만든 책이다.  

 

어떻게 삶은 한순간에 뒤바뀔까. 완전히 무너지고 사라져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까.
그럴 작정으로 하고 있던 인생을 오기는 남몰래 돕고 있었던 걸까.
28p

자괴를 이겨내기 위해 언젠가 아내가 읽어준 허연의 시를 종종 떠올렸다. 사십대란 모든 죄가 잘 어울리는 나이라는 구절이 담긴 시였다.
그 구절을 생각하면 다소 마음이 놓였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대체로 그럴 시기라는 것에 안도했다.
오기가 생각하기에 죄와 잘 어울린다는 것만큼 사십대를 제대로 정의 내리는 것은 없었다.
사십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 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아예 없거나.
힘을 악용하는 경우라면 속물일 테고 분노 때문이라면 잉여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십대는 이전까지의 삶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기였다.
또한 이후의 삶을 가늠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영영 속물로 살지, 잉여로 남을지.
78p

오기가 생각하기에 아내의 불행은 그것이었다. 늘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것.
언제나 그것을 중도에 포기해버린다는 것.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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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6-10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옴짝달싹 못하고 눈만 깜박이는 남자라고 하니까 변신의 그레고르가 떠오르네요. 음. 사십대가 코 앞에 닥쳤는데 남은 인생 시멘트처럼 굳지 않게 저도 한 번 읽고 고민 좀 해 봐야겠어요.

베쯔 2016-06-10 15:54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주인공 같은 극적 상황에 처하는 건 두렵지만요. 책속에서 그 방법을 알려주진 않지만 생각하게는 해주는 것 같아요.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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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라니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온라인서점에서 홍보할 때 눈에 확 들어왔던 제목.

 

 

장강명은 처음 읽어보는데, 경쾌한 리듬을 가졌다는 느낌.

소설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20대의 젊은 여성 계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떠난다.

그 다음의 이야기, 주인공 계나가 호주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가볍게 써내려간 것 같지만 재미있게 잘 읽힌다. 그런 점에서 정이현, 백영옥 같은 작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제목은 무겁고 강렬하지만, 읽고 나면 그 제목에 부응하는 카타르시스는 없으니 주의. 

작가의 말에서 취재에 기반한 소설이라는 점과 출처들을 밝히고 있는데 그 점은 좋다.

 

이민이라는 소재는 그러고보면 잘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이민 2세대나 3세대의 고민을 담은 소설들은 가끔 있지만.

 

각지게 만든 양장 제본은 마음에 들고, 표지 그림도 좋다.

장강명 작가,

한 권으로 판단하기는 그렇고 좀더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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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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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는 안심하고 고르는 작가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안도감.

이번에 읽으면서는 특히 슬픔의 정조를 많이 느꼈다.

유쾌한 대화가 오가는데도 뭔가 아련하고 슬픔이 감돈다.

그 이유는 그 세계 안의 인물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상실감을 가지고 살기 때문인 듯하다.

다들 어딘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어떤 종류의 예민함이라든가, 남다른 가정사라든가,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든가.

 

 

9월에 출간된 장편소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이다.

몇 세대에 걸친 대가족 구성원들의 면면을, 연도를 오가며 묘사하고 있다. 1963년부터 2006년 사이를.

게다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바뀌는 장의 첫 부분에서 주인공이 누구지 갸우뚱거리게 된다.

 

러시아 출신의 할머니 기누, 그녀는 런던에서 만난 다케지로씨와 결혼해 일본에 산다.

그녀가 낳은 자녀들과 그 자녀들이 낳은 다음 세대의 아이들 이야기다.

오래된 서양식 저택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자라나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제각각 타고난 것들대로 살아가는. 말하자면 사회규범 일반에 길들여지지 않은 인물이 잔뜩 등장한다.

이게 진짜 인생이지,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소설 속 여러 인물들 중에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더할 것인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어떤 장은 더 흥미롭고 어떤 장은 덜 흥미로운 이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답게 다양한 음식과 홍차가 등장하고, 러시아 음식들도 소개된다.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니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읽다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소담출판사에서 계속 책이 나오다보니, 책의 분위기가 한결같다.

그것 역시 좋은 점.

 

연휴 동안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난 새벽 같은 시간에 읽기에 적절했던 책.

잘 읽었습니다. 

내게 초등학교라는 곳은 요컨대 지독하게 비위생적이고, 소란스럽고, 유치하고, 난폭한 데다 말이 통하지 않는 장소였다. 36p

"마침 그때 네덜란드의 어느 마을에서는 한 남자가 교수형을 앞두고 있었어."라고 한다. 일은 여기저기에서 한번에 일어난다. 점과 점을 세로로 연결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인 듯하다. 그리고 세로로 이어진 점과 점은 물론 가로로 흘러간다. 엄청난 기세로, 절대적으로 어느 누구도 멈추지 못한다. 54p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간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쁜 포트에 담긴 홍차와 커피, 생크림을 올린 프루트펀치 같은 것이 사람 수만큼, 커다란 접시에 빼곡히 놓인 작은 팬케이크 비슷한 것, 작은 그릇에 담긴 캐비아, 그 밖에 페이스트 상태의 먹거리가 세 종류. "맛있겠다." 약혼자가 말한다. 순식간에 각자 원하는 취향대로 커피 또는 홍차를 고르고-혹은 의견을 묻고-, 찻잔마다 김과 향기가 피어오르는 액체로 채워졌다. 76p

학교 생활이 내 안의 중요한 요소-잘됐든 못됐든 형성돼버린 나라는 인간-를 하루하루 닳아 없앴다. 그 또렷한 감각에 나는 초조했다. 곧바로 나는 고립됐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일인 동시에 그들이 선택한 일이기도 했다. 106p


이 집에 들어와 살면서 놀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이 집 식구들에게는 도통 책 읽는 습관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건 아, 지금 생각해도 몸이 다 떨린다. 나는 그런 집에 시집와버린 것이다. 195p

이 집에서는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와인도 맥주도 일본주도 보드카도 없는 식탁! 대화가 없는 식탁! 나로서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211p


책을 읽는 동안 리쿠코 누나는 그곳에 있으면서 없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책이 싫다. 264p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291p

지난 십여 년 동안 나는 몇 가지를 배웠다. 세상은 책 속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중 하나인데 이 발견은 그야말로 내 인생이 뒤집힐 만한 대사건이었다. 일찍이 나는 책 속이라면 안심이지만 책 바깥은 불안하다고 여겼다. 책 속의 일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책 바깥의 일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책 바깥도 책 속과 똑같다. 여러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사정이 있다. 5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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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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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나오는 소설,. 배명훈 작가니까 발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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