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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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중편 소설집 <별도 없는 한밤에>는 미국에서 2010년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15년 9월에 황금가지에서 나왔다.

스릴러물이라 스포일러를 피해서 조심스럽게 책에 대해 평해보자면 무척 흥미롭고 성공적인 작품집이다.

4편의 중편들이 주제라는 면에서 서로 엮이고 확장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상황에 처한다면?"

말이 좋아 비범한 상황이지, 사실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끔찍한 상황들일 것이다.

 

 

줄거리를 말할 생각은 없으나, 작품별로 간단히 평하자면

1922-는 미국의 옛 시대와 황량한 농장의 분위기가 좋았고

빅 드라이버-는 주인공의 직업과, '비범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공정한 거래-는 공감이 많이 갔으나 작품적으로는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웠고,

행복한 결혼 생활-은 결혼 생활에 대한 통찰과 거울 비유가 크게 다가왔다.


어둡고 재미있는 소설에서는 가히 최고인 듯.

잊고 있었는데 다시 스티븐 킹에 빠져들게 만드네.

그의 농장에 있는 새빨간 페인트를 칠한 새 곡물 저장탑 때문이었고, 그의 집에 있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집에 두고 온 얌전하게 생긴 고분고분한 아내, 딸의 일을 걱정하는 와중에도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그의 아내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정한 목소리로 뭐든 당신 뜻대로 하세요라고 말할 아내, 여자들이여, 명심할지어다. 그런 아내는 잘린 목으로 피거품을 뿜으며 인생을 마칠 걱정 따위는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1922」 중에서

"아마 아이들이 제일 중요할 거야. 자식은 인생이 잡고 있는 인질이라 자식을 둔 사람은 내키는 대로 살 수 없다는 오래된 격언도 있지만, 내가 볼 땐 부모야말로 자식이 잡고 있는 인질이야." - 「공정한 거래」 중에서

결혼 생활은 계속 공사 중인 집 같은 것, 해마다 하나씩 완성되는 방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1년 된 결혼 생활이 오두막이라면 27년이나 이어진 결혼 생활은 거대하고 복잡한 저택이었다. 당연히 틈새와 수납공간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그중 대부분은 버려진 채 먼지가 잔뜩 앉아 있게 마련이었고, 어떤 곳은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불쾌한 것들을 품고 있기도 했다. - 「행복한 결혼 생활」 중에서

시작부터, 심지어 지금은 기억도 잘 안 나는 대학 기숙사 방에서 『롱 워크』를 쓰는 젊은이가 되기 전부터, 나는 독자에게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소설이야말로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소설은 읽는 이를 괴롭힌다. 때로눈 읽는 이의 얼굴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 그렇다고 해서 순문학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런 소설은 대개 평범한 상황에 놓인 비범한 인물들를 다루니까. 그러나 한 명의 독자이자 작가로서, 나는 비범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인물들에게 훨씬 더 흥미를 느낀다. 나는 내 책을 읽는 이들한테서 감정적인, 아예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믿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캄캄한 곳, 예컨대 「1922」의 배경인 네브래스카 주에 있는 윌프리드 제임스의 농장 같은 곳에 간다면, 반드시 환한 손전등을 챙겨 가서 모든 것을 샅샅이 비춰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게 보기 싫다면 애초에 뭐 하러 캄캄한 곳에 들어간단 말인가?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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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에서 2015년 9월에 펴낸 마쓰모토 세이초의 <나쁜 놈들> 상,하 권은

1960년에 잡지 '주간 신초'에 연재된 소설이다.

 


병원장 도야 신이치라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여자들 이야기인데

악녀들이 등장한다고 출판사에서 홍보하곤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도야 신이치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으로 자기를 합리화하며 제멋대로 구는 캐릭터인데,

범죄인, 특히 사기꾼들의 행태와 변명을 보면 황당할 때가 많은데 그 심리를 잘 설명해 주는.

여러 번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그에 걸맞게 스토리는 쉽고 대중적이다.

트릭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마치 1960년대 김기영 감독 영화를 보는 느낌. 

 

 

마쓰모토 세이초 작가의 다른 우수한 작품들이 이미 많이 번역되어서인지,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

그래도 표지는 인상적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쓴 듯한 흑백 사진이,

폭로 주간지 느낌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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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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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는 황금가지에서 2015년 7월에 출간된 스티븐 킹의 소설.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제목에 별 신경을 안 썼는데 '메르세데스 벤츠'가 책 중에 등장한다.

은퇴한 경찰 호지스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다가, 살인마의 도전장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의욕적으로 살인마를 좇게 되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다.


아이러니하지만, 형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고 폭력성을 배제한 삶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

그래서 은퇴한 형사는 탐정이 되고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그러니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니체의 말-처럼 말이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미드 '트루 디텍티브'의 주인공도 그런 케이스여서 흥미롭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 잠재한 폭력성이 느껴져서 마치 '트윈픽스'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살인마의 내면과 외면 생활도 충실하게 묘사되는데

정말이지 사이코 묘사를 이렇게 잘하다니. 아 진짜 저럴 것 같아-라는 느낌.

 


스티븐 킹의 최초의 탐정소설-이라고 홍보 중이던데, 이런 수사가 의미 있나 싶긴 하다.

공포물을 주로 쓰긴 했지만, 워낙 다양한 장르를 왔다갔다 소화하는 작가고.

이번 작품의 분위기는 딱 스티븐 킹이 잘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참 좋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내게는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고 영원히 헤매고 싶은 세계다.

거짓말 아니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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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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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최신 장편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현대 배경이라 반갑고 864쪽의 두꺼운 분량도 마음에 든다.

원제는 'ペテロの葬列(베드로의 장렬-장례행렬)'이고, 같은 제목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대기업 회장의 데릴사위인 홍보팀 직원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다.

오래 전 읽은 <이름 없는 독>, <누군가>에 이은 시리즈라 반갑고. 

어떤 버스 납치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다.

뭔가 스토리를 더 건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여기까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스기무라 사부로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슬슬 일하는데 열심이고, 뭔가 요즘 시대에 뒤떨어지게 진중한 남자.

데릴사위지만 야심은 없고, 어울리지 않게 늘 큰 사건에 휘말리고, 어찌어찌 다른 사람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악역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진짜 극적인 악인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각자 잘 살려다보니 일으키는 문제들.

그걸 직진해 통과하는 스토리.

조금 너무 정직한 느낌도 든다. 극적 재미 면에서는.

 

속 표지는 강렬한 레드.

북스피어 특유의 단단하고 각진 양장 제본.

 


손에 잡으면서 순식간에 400페이지를 넘겼고, 끝까지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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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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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출간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집, 야경.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 여러 상을 수상한 책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빙과> 시리즈로 유명하고, <추상오단장>, <인사이트밀> 등 다양한 장르의 추리소설을 소화해내는 작가다.

 

 

다음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표제작 '야경'은 요코야마 히데오 풍의 경찰 소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요네자와 호노부의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좋아하는데, '석류'의 자매 이야기는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만등'은 좀더 복잡한 플롯으로 발전시켜 장편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중량감 있는 스토리다.

'문지기'는 한적한 시골 도로의 휴게소 귀신 이야기를 취재하러 간 르포작가의 이야기인데 흥미진진하다.

 


야경(夜警)
사인숙(死人宿)
석류 
만등(萬燈)
문지기 
만원(滿願)

 


속표지는 이런 느낌. '야(夜)'자의 그래픽 처리가 돋보인다.

 

 

더운 여름날,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단편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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