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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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신간인데! 현대문학에서 나온 건 처음이라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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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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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의 장편소설 <모래 바람>은 탐정 진구 시리즈 중 네 번째에 해당한다. 진구는 학자였던 아버지 동료교수의 딸이자 어린시절 친구인 연부와 우연히 만나는데, 연부 주변의 사건과 얽히게 된다. 연부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회장 아들 선기와 사귀는데, 그 가운데 사건이 벌어진다. 이번 편은 수학 천재이면서 남과는 좀 다른 인성을 형성하게 된 진구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덤 같은 재미가 있었다.
현직 판사이기도 한 도진기 작가는 고진 변호사 시리즈와 진구 시리즈를 번갈아 내며, 한국 추리소설 계에서 입지를 굳힌 흥행 작가다. 상업적이면서 유치하지 않게 재미있게 잘 쓴다.

 

진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은 ‘할 수 있다‘가 전부 아닌가? 할 수 있으니까 하지, 해야 해서 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는데. 할 수 있는데도 하지 말아야 하니까 안 하는 사람, 진실로 있기나 했나?
아니, 해야 한다는 게 대체 뭐지? 왜 자식이라는 ‘남‘을 위해, 다른 개체를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하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걸 요구하는 걸까?
그래야 한다는 이유란 어디에도 없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왜?‘라고 물었을 때 ‘엄마니까‘라는 대답 이상을 들어보지 못했다. 논리는 없다. 도덕이 뭔지는 알겠지만 왜 도덕을 따라야 하는지는 아무도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수학에는 그런 억지가 없다. 질퍽대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추태가 없다. 오로지 논리와 이성. 밤하늘의 별처럼 고고히 떠서 차갑게 빛나는 그것을 진구는 사랑했다.
28p

고시원에, 만화방에, 길거리에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수북이 쌓여 있다. 미켈란젤로를 메디치 가문에서 선택했기에 미켈란젤로가 되었듯이, 수재들은 자본가가 간택했을 때 수재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기껏해야 이곳저곳 보따리 들고 강의실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될 뿐이다. 그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선기, 정확히는 선기 아버지 밑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평생을 일해도 선기와 같은 부를 거머쥘 가능성은 없다. 선기는 물려받았다는 사실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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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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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신작 <저체온증>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호숫가에서 한 여자가 자살을 하고 형사는 그 주변을 조용히 수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아픔을 가진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솜씨는 여전하고 탐문수사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들이 흥미롭다. 문체는 담백하고 건조한데 그 안에 뜨거움이 공존한다. 흥미 위주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묵직한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더 좋을 듯.
밤이 긴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는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로 북유럽 최고 추리소설상인 유리열쇠상을 두 번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영림카디널에서 나온 전작들인 <목소리>, <저주받은 피>, <무덤의 침묵>은  작가명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었는데 뭔가 표기법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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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검은 밤 - 상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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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요시키의 <성스러운 검은 밤>은 BL이 결합된 형사 추리물이다.

범죄자 렌과 형사 아소 two top이 끌고 가는 소설인데, 상/하권 각각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만큼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고 스토리 구조도 다층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자 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된 코드를 다루다보니 굉장히 감상적인 장면이나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와 술과 여자와 조직 폭력의 세계, 가끔 한없이 어두운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 마구 추락하고 싶은 인물의 감정선을 잘 살렸다. 무척 대중적으로 소구될 만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여성 취향이긴 하다.

평소에 BL물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약간의 수위 있는 장면들이 나오긴 하고, 그런 데 거부감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찾아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의 작가다. 여러 풍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인 듯.

 

표지를 보면 BL 느낌이 살짝 난다. 아소는 미중년, 렌은 미청년 정도의.

 

 

사쓰키는 관찰하는 듯한 눈으로 시즈카를 보고 나서 후후 웃었다.
‘당신…… 행복하게 연애한 경험이 별로 없구나. 잘 들어. 남이 아무리 그릇된 믿음이니, 착각이니 옆에서 부르짖어도 진정한 연애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끼쳐. 누군가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모든 것을 걸 때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만이 진실인 거야. 그거면 돼. 연애는 그런 법이라고. 연애에 객관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아. 연애는 원래 주관적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착각이 연애의 본질이지. 당신은 속고 있으니 제발 눈을 뜨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여자가 남자에게 푹 빠져 있으면 착각 또한 진실이 되는 거야."
상. 176p

렌은 술을 빨리빨리 마셨다.
"뭐 마셔?"
아소가 묻자 렌은 집게손가락으로 카운터 뒤편의 선반을 가리켰다.
"와일드 터키라, 넌 버번위스키를 좋아하는군."
"고상한 술은 별로야. 퍼붓듯이 마셔도 숙취가 없잖아."
"왜 굳이 숙취를 겪어야 하는데?"
"일껏 술을 마셨으니 따끔한 맛을 봐야지."
아소는 웃으며 자신도 술을 한 잔 더 시켰다.
상. 468p

"당신도 마실래?"
아소는 술병을 받아들였다. 버번위스키였다. 병 주둥이에서 나무 탄 냄새가 향긋하게 풍겼다.
"포어 로제스(Four Roses) 플래티너잖아. 사치스럽기는."
"와인에 비하면 껌 값이지. 스와 씨는 미식가랍시고 와인만 마시는데, 어떨 때는 한 끼 식사에 마시는 와인 값만 코스요리 가격의 열 배는 된다니까. 기도 안 차지?"
"스와라는 남자는 고급을 추구하는 모양이군."
상. 517p

"다음번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
남자가 뜬금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온천 어때? 나 여자랑 온천 가서 맛난 요리를 먹는 게 꿈이거든."
이 남자는 모든 면에서 류타로와 정반대로 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되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이쪽 사정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어린아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남편이 당직을 서는 밤에도 외박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온천 여행을 가자니 너무 생각이 없다 싶어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적어도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와 시간을 보낼 때가 제일 편안하다.
하.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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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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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등 트릭과 심리를 결합한 추리소설을 주로 쓰는 이시모치 아사미는 한때 즐겨 읽었던 작가 중 한 명. 2016년 발간된 가장 최신작인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는 그 전의 작품들에 비해 좀더 잔잔한 톤이다.

강렬한 심리묘사와 증오를 기반으로 한 살인 추리물이 장기인데, 이번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에 가깝다.

절친 3명이 밤마다 지인 1명씩을 초대하여 술과 요리를 즐기며 수다를 떨다가, 지인의 이야기 속에서 뭔가 미묘한 지점을 포착한다는 패턴의 옴니버스 소설. 안락의자 탐정소설 계열에 가까운데, 추리라고 하기에는 좀 어설플 수도 있고 심리 추리에 가까워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듯.

일본판 원제는 'R이 들어간 달을 조심하세요'인데, 굴을 먹기에 좋은 달(R이 들어가지 않은)과 연관된다. 이 제목이 작품 성격에는 더 맞는 것 같다. 각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술과 요리의 조합, 싱글몰트 위스키와 생굴, 브랜디와 메밀팬케이크, 시즈오카 사케와 볶은 은행 등은 읽기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절친 몇 명과의 소소한 술자리가 가장 즐거운 법인데, 그 3명의 성별이 여러 편을 읽어야 판명된다. 이건 좀 아쉬움.

 

사극 드라마처럼 무언가를 계속하도록 유지하려면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거기에 약간의 강약을 더하면 밑바탕은 같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나가에 다카아키와 구마이 나기사, 그리고 나 - 유아사 나쓰미의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부터 술친구였던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여서 술을 마셨다. 다만, 우리 셋이서만 마시면 재미가 없으니 최근 몇 년간은 손님을 초대하고 있다. 손님이 오면 다른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새로운 즐거움이 싹튼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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