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 영리한 자기 영업의 기술
박창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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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가장 값지게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자인 박창선의 책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의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는 판매, 영업직과 콜센터, 기획자, 대행사 등을 거쳐 서른 살에 독학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현재는 6년 차 브랜드 디자인 회사 애프터모멘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인에서 고용주로,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그만의 비결과 전략은 무엇일까. 이 책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팔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팔리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팔리는 능력을 가지기 위해선 타인이 간섭하기 어려운 전문적이고 고급인 기술을 가질수록, 또는 간섭을 방어할 만큼의 권위 있는 정보를 많이 가질수록 유리하다. 쉬운 예가 '생활의 달인'이다. 서류에 구멍 뚫기, 사은품 봉투 접기 자체는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서류 구멍을 매번 정확한 위치에 뚫기, 사은품 봉투를 3초 만에 접기 등은 꾸준한 반복과 숙달 없이는 해내기 어렵다. 암산이나 암기,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 제작 등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생각하는 기술, 남들이 '00 하면 00씨가 최고지!'라고 인정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이 곧 팔리는 능력이다.


팔리는 능력이 '좋아하는 일'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좋아하는 일'이라는 말의 의미부터 짚어보자. 사람들은 보통 치킨에 맥주 마시기, 해외여행 가기,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기, 강아지 고양이와 놀기 등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더 드물다. 실상 이런 일들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한다고 해도 그 일을 '업(業)'으로 삼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야 하고, 생계유지에 필요한 돈 이상의 수입을 얻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이 귀찮고 버겁게 느껴진다면 남들이 깔아놓은 길 위를 걷는 게 맞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면 여러 가지 일을 해보면서 그중에 돈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지속적인 수입원이 되게끔 만든다.


책에는 저자가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게 된 과정도 나온다. 저자가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건 2017년 초의 일이다. 당시 저자는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썼다. 결과는 '폭망'이었다. 그러던 어느 초여름 밤, 낮 동안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맥주를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은 저자는 평소와 다르게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가득 담은, 술주정 비슷한 글을 썼다. 결과는 놀라웠다.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솔직하게 글을 써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낼 때 사람들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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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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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를 희대의 식인 살인마로 만든 건 유전일까 환경일까. 토머스 해리스의 3대 걸작 중 하나이자 <한니발>의 프리퀄 격인 소설 <한니발 라이징>에 그 답이 나온다.


한니발은 리투아니아의 유서 깊은 가문 중 하나인 렉터 가문의 8대손으로 태어났다. 한니발의 부모는 장남이자 유일한 아들인 한니발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한니발에게 특별 가정 교사를 붙여줄 정도였다. 그러다 전쟁이 발발했고, 가족들은 물론 가정 교사와 하인들까지 함께 피난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니발의 부모가 죽었고, 가정 교사가 살해되었고, 한니발이 끔찍이 사랑했던 여동생이 참혹한 방식으로 죽었다. 그 충격으로 한니발은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종전 후 상당 기간 동안 고아원에서 지내며 학대와 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니발의 삼촌 로버트가 나타나 한니발을 고아원에서 빼냈다. 한니발은 유명 화가인 로버트와 로버트의 아내인 레이디 무라사키, 레이디 무라사키의 몸종 치요와 지내며 가까스로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나 또다시 비극이 닥치고, 한니발은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기로 결심한다. 악은 쉽게 처단되지도 않고 스스로 사멸하지도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토머스 해리스가 <한니발 라이징>을 집필하기 전에 일본 문화에 푹 빠졌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본 문화에 대한 언급 또는 인용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겐지 이야기>를 쓴 일본의 여성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인물이며, 이 밖에도 일본 도(刀), 일본 갑옷, 기모노, 하이쿠 등 일본과 관련된 개념 또는 이미지가 수없이 등장한다. 오리엔탈리즘 내지는 서양인들의 일본 문화에 대한 미화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불편할 수 있겠다.


나는 <한니발>을 읽을 때부터 클라리스 스탈링이 아니라 한니발 렉터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피해자 구제는커녕 가해자 처벌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굳이 가해자의 심리나 범죄 동기까지 알아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들의 침묵>,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으로 이어지는 3부작 시리즈를 다 읽은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토머스 해리스의 필력이 좋고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토머스 해리스의 최신작도 읽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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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국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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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의 <나의 영국 인문 기행>은 2018년에 출간된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의 뒤를 이어 태어난 동생 같은 책이다. 형제자매가 닮은 것처럼 <나의 영국 인문 기행>과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도 닮은 점이 많다. 한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의 역사와 예술, 정치와 문화를 논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눈에 띄는 것은 <나의 영국 인문 기행>에서는 버지니아 울프를,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에서는 프리모 레비를 깊게 다룬다는 점이다. 버지니아 울프와 프리모 레비는 불세출의 천재였으나 각각 여성,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당하고 박해받다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차별과 인종차별, 파시즘의 위협에 시달리다 절망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거라고 본다. 이때의 극단적 선택은 진정한 의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전히 인종이나 민족, 국적, 성별,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타자를 배제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지금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20세기 초반과 비교해 얼마나 다른지 반문한다.


저자의 여정은 케임브리지에서 시작해 올드버러를 거쳐 런던에 머물다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와서 끝난다. 저자의 눈길은 루벤스, 프란스 할스, 벤자민 브리튼, 피터 피어스, 윌프레드 오언, 헨리 퍼셀, 잉카 쇼니바레, 잉그리드 폴라드, 터너, 존 컨스터블, 리처드 빌링엄, 레너드 울프 같은 이들에게 머문다. 대부분이 이민자, 외국인, 흑인, 유대인, 여성, 노동자 계층 등등이라는 이유로 배척 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이는 아마도 저자 자신이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소외되거나 배제 당하는 경험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영국을 좋아할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는 복잡한 마음을 고백한다. 재일조선인인 저자는 제국주의, 식민지 같은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영국이란 나라를 마냥 좋아할 수 없다. 그러나 영국의 위대한 화가들과 음악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감상할 때면 영국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마음을,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진다. 아마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인으로 살아온 저자는 더욱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 언젠가 저자의 일본 기행문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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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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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물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설국>을 읽고 ‘안다‘고 자부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고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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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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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이런 날에 잘 어울리는 책을 읽었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열 번째 책, 시인이자 매일경제신문 문화전문기자인 허연이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이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을 두 번인가 읽었지만 대단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와 달리 저자는 일본 문화에 대해 잘 모를 때에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매력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1968년 노벨상 시상식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았을 때였다. 장신의 백인들 틈에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백발의 노인. 그가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일본에서는 첫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저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와 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저자가 직접 가보고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저자의 발길이 닿은 곳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태어난 오사카부터 말년을 보낸 가마쿠라에 이르며, 대학 시절을 보낸 도쿄는 물론 <설국>의 배경이 된 에치고유자와와 <고도>의 배경이 된 교토도 포함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전 생애를 소개하는 전기문의 성격과 저자가 직접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한 기록을 담은 기행문의 성격, 여기에 근현대 일본 문학의 흐름과 경향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비평문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몇 년 후 누나를 잃고 할머니를 잃고 열다섯 살 때 할아버지마저 잃었다. 불과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친족의 죽음을 너무 많이 경험한 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고독하고 허무한 분위기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여기에 첫사랑의 실패와 아끼던 제자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 등이 그의 우울한 성격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에도 수상을 기뻐하기보다는 부담으로 여겼다. 그로부터 4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일본의 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를 비교한 부분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전통적 미의식과 자연관에 근거해 작품 활동을 한 작가라면,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적인 정서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공통 가치를 논하고자 한 작가다. 이들의 차이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만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연설을 통해 일본 전통의 예술관과 미학을 설파한 반면, 오에 겐자부로는 <아름다운 일본의 나>를 패러디한 <애매한 일본의 나>라는 연설을 통해 '애매함'을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일본의 신비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과연 오에 겐자부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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