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주인 신장판 10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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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몸을 가진 만지를 상대로 '불사실험'을 자행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린은 도우야를 데리고 만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에도의 중심이자 막부의 쇼군이 거주하는 에도성. 린과 같은 평민들은 출입은커녕 가까이 가는 것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린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낸다. 마침내 성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린과 도우야는 그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사쿠와 만지를 찾아낸다. 


만지를 발견하자마자 감옥문을 뚫고 들어간 린이 만지를 끌어안는데, 이미 그 모습은 맨 처음 부모를 여의고 만지를 찾아와 원수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던 어린 여자애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늠름한 여성의 모습이다. 여성을 유약한 존재, (남성에 의해) 보호받는 존재로 그리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 강해질 수 있는 존재, 남성에 의해 보호받지 않고 남성을 지킬 수도 있는 존재로 그리는 점이 이 만화의 장점이자 내가 사무라 히로아키의 만화를 믿고 읽는 이유다. 


린이 무사히 만지를 구출하면서 불사실험 관련 에피소드도 끝이 나는데, 불사인 사람의 몸을 잘라서 평범한 사람의 몸에 이어붙이면 그 사람도 불사의 몸이 된다는 아이디어 자체도 끔찍하거니와, 실험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몸을 자르고 붙이는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분명 이런 생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도 모르고(혹은 알았더라도) 실험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터. 어쩌면 지금의 의학도 미래의 인간들이 보기에는 비인간적인 면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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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신장판 9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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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불사의 몸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끌려가 잔혹한 인체 실험을 당하고 있고, 린은 어쩌다 보니 한 지붕 아래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도우야와 이사쿠 일행과 얽히게 된 상태다. 딱 보기에도 범상해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은 (린의 원수인) 일도류의 일행이었고, 연약한 소녀인 줄만 알았던 도우야가 엄청난 실력으로 칼을 휘두르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본 린은 깜짝 놀란다. 내심 자신도 도우야처럼 강한 여자 검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나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


사람이 죽었으니 순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건 당연지사. 린과 도우야가 정신없이 도망치는 동안, 후방에서 순찰단원들을 막던 이사쿠만이 도망치지 못하고 관아에 잡혀가는 신세가 된다. 집에 도착한 린과 도우야는 한 방에서 자게 되는데, 린은 만지를, 도우야는 이사쿠를 생각하느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마저 꾼다. 날이 새자마자 린은 도우야를 데리고 만지와 이사쿠가 잡혀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한다. 대체 누가 이 무시무시한 사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걸까.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여자애 둘이서 성인 남자 둘을 구하는 일이 정녕 가능할까.


만화 초반만 해도 만지가 린을 지켜주고 린이 만지의 보호를 받는 구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린이 부쩍 성장해서 만지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하러 갈 정도가 된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린 혼자서 국경을 넘어 아노츠 카게히사를 만나러 갔을 때도 그렇고, 린은 주로 만지가 곁에 없을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크게 성장하는 것 같다(이래서 여자는 혼자 살아야...). 똑같이 사랑하는 남자를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린과 도우야가 콤비처럼 활동하는 모습도 멋지다. 둘의 활약을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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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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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생물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뭔가가 계속해서 생기고 없어지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 박사인 김정후의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발견한 미래 도시의 아이디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가 선정한 10개의 사례를 보다 보면 한국의 도시에도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첫 번째로 고른 사례는 '사우스 뱅크'이다. 사우스 뱅크는 이름 그대로 템스 강변의 '남쪽'에 쌓은 '제방'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산업혁명 이후 전형적인 산업지대로 개발되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폭격으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런던시는 1951년에 열린 영국 페스티벌 이후 사우스 뱅크 주변의 3만여 평 부지를 수변 공원과 예술 행사장으로 개발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낙후되어가는 사우스 뱅크를 되살린 건 인근 지역 공동체다. 이들은 로열 페스티벌 홀과 퀸 엘리자베스 홀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정비하고 주말마다 푸드 마켓을 개최했다. 그 결과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고른 사례는 '테이트 모던'이다. 테이트 모던은 1981년 폐장한 이래 방치된 채 버려져 있던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화력발전소가 기능을 다한 채 버려진 산업용 건물에 불과하지만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테이트 모던은 내국인과 외국인, 어른과 아이, 직장인과 학생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비롯한 엄청난 효과를 거둔 좋은 사례다. 


세 번째로 고른 사례는 '밀레니엄 브리지'이다. 오랫동안 런던의 주요 명소는 템스강의 북쪽에 몰려 있었다. 무려 18세기 초까지 템스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는 런던 브리지가 유일했다. 영국 정부는 템스강 남북의 불균형을 해결할 방책 중 하나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설했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인근에 위치한다.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에 들른 후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서 템스 강변을 산책한다. 그 결과 세인트폴 대성당의 관람자 수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리 하나가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런던 시청, 샤드 템스, 파터노스터 광장,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 브런즈윅 센터, 런던 브리지역, 킹스 크로스 등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여행 책이나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런던을 대표하는 명소들의 역사와 특징에 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런던에 가는 사람에게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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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 세계사를 배우며 읽는 세계고전문학!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9
남숙경.박다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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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세계사도 배우고 토론 실력도 키울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토론 지도 전문가 남숙경, 박다솜의 책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이다. 주로 중, 고등학생들을 위한 책이지만, 토론을 지도하는 교사나 토론에 관심 있는 부모가 먼저 읽고 나서 학생들에게 읽히면 더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면서 요즘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읽기 능력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량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작품 창작 시기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음으로써 고전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에는 총 10편의 문학 작품에 관한 배경지식이 소개되어 있다. 선정된 작품은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켄슈타인>, <올리버 트위스트>, <레 미제라블>, <인형의 집>, <지킬 박사와 하이드>, <변신>, <동물 농장>, <노인과 바다> 등이다. 이 작품들은 저자가 임의로 선정한 것이 아니다. 전부 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베니스의 상인> 편을 펼치면 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세계적인 문호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6세기는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을 통치하던 시대로, 영국이 급격히 국력을 키우며 세계 패권국이 되기 위한 발돋움을 하던 때다. 이러한 시대상을 이해하면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무역상들의 모습과 반유대주의 정신이 보다 잘 이해된다. 


<프랑켄슈타인>은 두 가지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다. 하나는 진화론이고, 다른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생명의 진화와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관한 배경지식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나서 토론하면 좋을 주제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을 소개한다. 정리가 깔끔해서 토론 수업 지도서로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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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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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박완서가 있었다면 캐나다에는 앨리스 먼로가 있다. 어쩌면 이렇게 여성의 삶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작가 자신이 경험한 인생과 이를 통해 얻은 안목으로 진지하고 냉철하게 타인의 삶을 관찰한 덕분일 것이다. 우리가 쉽게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어떤 감정들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도 탁월하게 묘사하는지. 읽는 내내 '역시 앨리스 먼로다!', '이래서 노벨 문학상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 먼로의 다른 단편집들도 읽어봐야겠다. 


단편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부터 압권이다. 조해너는 매컬리 가에서 일하는 가정부다. 매컬리 씨의 외손녀인 새비서는 어느 날 단짝 친구인 이디스와 함께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조해너가 새비서의 아버지인 켄 부드로 씨에게 보내는 업무상 편지에, 장난으로 쓴 연애편지를 끼워 넣은 것이다. 편지를 받은 부드로 씨는 조해너(가 썼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딸 새비서)가 쓴 편지를 무시하지만, 새비서와 이디스는 계속해서 조해너와 부드로의 이름으로 연애편지를 써서 보낸다. 결국 이들의 '장난'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결말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나는 섬뜩했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곰이 산을 넘어오다>일 것이다. 그랜트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 피오나를 요양소에 보낸다. 평생 그랜트만 사랑할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요양소에 간 피오나는 그곳에서 만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남편을 본 체 만 체 한다. 섭섭한 마음도 잠시. 피오나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상태가 나빠져 집으로 돌아가면서 피오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랜트는 피오나를 위해 남자의 아내를 찾아가 둘을 다시 만나게 해주자고 부탁한다. 그러자 남자의 아내는 그랜트의 부탁을 거절하면서도 은근한 추파를 보내는데... 과연 이 네 남녀 사이에 오고 가는 감정은 사랑일까 연민일까, 질투일까 증오일까. 결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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