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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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2013년에 발표한 <저지대>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소설이다. 줌파 라히리는 현재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모험을 하는 중이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첫 산문집이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라면, 그가 이탈리아어로 쓴 첫 소설이 바로 이 책 <내가 있는 곳>이다.


이야기는 4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한 여성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그는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낯선 도시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지내는 생활이 지겹고, 이대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또 누구를 사랑받는 경험 없이 나이 들고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허전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는 남성이 나타난다.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기구한 처지에 절망하며, 그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처리해야 할지 고민한다.


소설은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누구와도 깊이 사귀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보니 누군가의 곁이 그립고 온기를 원하게 되는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줌파 라히리의 대표작인 <축복받은 집>, <저지대> 등에 비해 서사가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오랫동안 그의 신작을 기다린 독자라면 약간이나마 목마름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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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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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경찰이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의로운 집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버닝썬 같은 일련의 범죄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를 듣거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는 가까운 사람들(전부 여자)이 스토킹을 당하거나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 이상 경찰을 믿어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제6권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다. 스웨덴의 항구 도시 말뫼에서 한낮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스웨덴의 이름난 갑부 중 하나인 팔름그렌이 사보이 호텔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와 팔름그렌을 총으로 쏘고 창문을 넘어 달아났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는 목격자도 없고, 팔름그렌을 쏘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용의자도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틴 베크가 현장에 투입되는데, 마르틴 베크는 왜 자신이 스톡홀름도 아니고 말뫼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가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 소설이라는 증거는 소설 곳곳에 널려 있다. 순찰조인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은 어린아이가 한 말을 잘못 듣고 분노해 실수하는가 하면, 말뫼 경찰 바클룬드는 범인이 사용한 흉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탄피부터 찾겠다고 설친다. 비밀경찰은 누가 봐도 경찰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나타나고, 스카케는 하루 종일 범인의 집 앞에서 '뻗치기'한 보람이 무색하게도 내일에야 범인을 잡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경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의 결말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이전 책들의 결말과 비교해도 첫째나 둘째 손가락에 꼽힐 만큼 압권이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이 정리되지만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팔름그렌의 최측근에서 범죄의 혐의가 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오직 범인만이 팔름그렌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중에 가장 나쁜 놈이 정말 범인일까. 팔름그렌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그들의 범죄를 알고도 눈 감는 경찰이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이 아닐까. 7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의성 있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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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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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범죄 소설의 고전이자 레전드로 평가받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열심히 읽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 페트 발뢰의 공동 저작이다. 두 사람은 1965년에 발표한 <로재나>를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한 편씩 작품을 발표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완성했다. 발뢰는 시리즈의 마지막 권 <테러리스트>가 출간된 해인 1975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셰발은 발뢰가 죽은 후에도 계속 범죄소설을 발표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범죄 소설과 다르게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부패와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과 기발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제5권에 해당하는 <사라진 소방차>는 사건 너머로 당시 스웨덴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 등을 보여줌으로써 당대의 사회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복지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도 적지 않은 차별과 비리 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과 마약 같은 범죄에 빠져들고 있음을 고발한다.


<사라진 소방차>는 스톡홀름 경찰이 거대 마약 조직을 잡을 실마리로 생각하던 차량 절도범의 집이 돌연 폭발하면서 시작된다. 차량 절도범의 집을 감시하고 있던 경찰은 곧바로 화재 신고를 하지만 끝내 소방차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주택이 전소하고 절도범은 사망한다. 그런데 차량 절도범을 부검해 보니,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밝혀진다. 현장에 온 마르틴 베크는 경찰이 화재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차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부터 알아내려 애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장점은 인물들의 개인사 같은 지엽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사건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사라진 소방차>에서도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일상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아주 적고, 그 대신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여러 장소에서 이상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건 초기에 경찰이 화재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차가 오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끝내 사건을 해결한 것이 대단하다. 이러한 간결함, 집요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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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7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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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궁녀 마오마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약사의 혼잣말> 7권을 읽었다. 이제까지 후궁에서 궁녀로 일했던 마오마오는, 진시로부터 '반강제적인' 제안을 받아 관녀 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해 의관 보조 관녀가 된다. 의관의 양녀로, 어려서부터 약과 독을 철저히 교육받은 마오마오로서는 후궁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 된 건데,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다른 관녀들의 견제를 받아 기분이 찜찜하다. 아무래도 다른 관녀들이 마오마오가 특혜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7권에선 이국에서 온 새로운 비 '아이린'과 같은 나라에서 온 무녀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고, 마오마오와 진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아이린 비가 온 '샤오'라는 나라는 왕과 무녀가 권력을 양분하는데, 이 무녀는 오로지 백피증을 가진 아이들만 될 수 있고, 월경을 하면 자격을 잃는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마오마오의 일터가 바뀌어서 그런지 진시의 분량이 크게 줄었고, 마오마오와 진시가 함께 나오는 장면도 적다. 다만 마지막에 '강한 한 방'이 있으니 끝까지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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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 - 평범한 아이도 미래 인재로 키우는 유대인 자녀교육 6가지 키워드
임지은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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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지 않고 남들과 토론하면서 공부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둘씩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토론식 공부법, 이른바 '하브루타' 공부법이다. 이 밖에도 유대인의 공부법 또는 교육법 중에는 특이하면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읽어본 책이 임지은의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이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꼭 필요한 최적의 교육법을 찾던 저자는 유대인의 교육법에서 힌트를 찾았다. 책에는 유대인들이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오랫동안 실행해 온 창의, 개성 교육을 비롯해 인성 교육, 소통 교육, 역경 교육, 경제 교육 등이 자세히 나온다.


대표적인 유대인 교육법인 하브루타 교육법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아주 유용하다.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라고 말한다. 영단어를 외우고 수학 공식을 암기하는 공부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되고 로봇이 인공의 노동력을 대체할 4차 산업혁명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그보다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책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하브루타 교육법이 자세히 나온다. 하브루타 교육법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도구는 책이다.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읽은 다음에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단, 책을 고를 때는 엄마 아빠가 책을 고르기보다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아이가 흥미를 느껴야 책도 더 즐겁게 읽고 열심히 읽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유대인 교육법은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저자는 '밥상머리 교육'을 추천한다. 식사 시간에는 가족 전원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한다. 식사 중에는 TV를 끄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누면서 가벼운 대화를 한다. 단, 부정적인 말이나 잔소리는 하지 않고, 서로 공감하고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은 매일 하면 가장 좋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주중에 한 번 또는 주말에 한 번이라도 해볼 것을 권한다.


유대인들은 자녀가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크게 야단치지 않는다. 그 대신 실수나 실패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인지 찾도록 이끈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역사 공부를 철저히 시킨다. 조상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배우면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힘든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는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시킨다. 입시나 공인 점수 취득이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좋은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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