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에게는 독이 있다 6
유즈키 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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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가닥 리즈는 어려서부터 울보에 어리광쟁이인 소꿉친구 소우타를 곁에서 늘 지켜줬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리즈에게 소우타는 귀여운 남동생 같은 존재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리즈의 소꿉친구가 실은 소우타가 아니라 다른 남자애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소우타는 리즈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남자애인 척 연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리즈는 큰 충격을 받는다. 





여기까지가 지난 5권까지의 줄거리. 우여곡절 끝에 연인 사이가 된 리즈와 소우타는 교내의 소우타 팬들에게 찍히지 않도록 몰래 사귀기로 한다. 하지만 리즈와 소우타의 의사와 상관없이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교내에 쫙 퍼지고(남들 눈치 안 보고 저래 꽁냥질을 해대는데 소문이 안 퍼지는 게 이상하다 ㅋㅋ), 그동안 음란 마귀가 씐 눈으로 소우타(男)와 아즈마 선생님(男) 사이를 지켜봐왔던 여학생들은 소우타와 아즈마 선생님을 이어주기 위한 작전을 벌인다(말 그대로 미친 전개 ㅋㅋ 요즘 나오는 순정 만화 중에 제일 웃긴 듯). 





한편, 훤칠한 미남이 학교에 찾아와 리즈를 찾는다. 집에 가서 소우타와 함께 만두를 빚어 먹을 생각에 부풀어 있던 리즈는 미남을 보자마자 일단 도망부터 치는데, 알고 보니 미남은 리즈와 어린 시절에 헤어진 소꿉친구 타츠미였다. 리즈는 타츠미가 자라면 소우타 같은 타입의 남성으로 자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다른 타입의 남성으로 자란 타츠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츠미는 먼 미국 땅에서 리즈만을 생각하며 지냈기 때문에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즈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리즈와 소우타가 잘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리즈가 소우타를 좋아한 건 과거의 타츠미와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고, 타츠미가 지금도 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이들의 어긋난 관계를 바라보는 마음이 참 안타까웠다. 만약 타츠미가 리즈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곁에서 소꿉친구로 자랐다면, 지금 소우타가 있는 자리에 타츠미가 있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역시 리즈가 타츠미 아닌 소우타를 택했을까? 이 만화를 보면서 눈물 흘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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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출산
무라타 사야카 지음, 이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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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출산>은 <편의점 인간>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 문학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준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살인 출산>은 10명을 낳으면 합법적으로 1명을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피임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수정이 일반화된 이 사회에서 출산은 살인을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출산자'가 되기를 택한 사람만 한다. 이는 역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출산자가 되기를 택한 사람에게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쿠코는 언니 다마키가 10대 때 살인을 결심하고 스스로 출산자가 되기를 택한 걸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살인 충동이 있었던 언니에게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다행인지 몰라도, 사람 하나를 죽이겠다고 그 힘든 출산을 열 번이나 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이쿠코의 앞에 살인출산 제도를 비판하는 단체의 회원이 나타나고,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살인출산 제도의 우수성, 합리성만을 교육받은 사촌 동생 미사키가 이쿠코의 집에서 살게 된다. 이쿠코는 이들과 지내며 살인출산 제도를 둘러싼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10명을 낳으면 1명을 죽일 수 있는 사회라니.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설정 자체가 아니라 생명은 신성하다느니, 살인은 절대악이라느니 하는 가치관이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지, 아니면 사회적, 정치적, 법적 합의에 의한 구성물에 불과한지 같은 의문이다. 생명은 신성하다고들 하지만 피임이나 낙태 문제를 생각하면 태아의 생명권보다 산모의 건강권, 행복권이 더 중요한 경우가 분명 있다. 살인은 절대악이라고들 하지만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사회는 사형을 선고하기도 하고,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하에 안락사, 존엄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작가는 <편의점 인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극단적이고 괴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상태가 결코 당연하지 않고 정상이지도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2명이 아닌 3명의 연애가 유행하는 사회를 그린 <트리플>, 육체와 감정의 교류 없이 오로지 법적, 경제적, 사회적 공동체로만 기능하는 부부의 생식 문제를 다룬 <청결한 결혼>, 영원히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의 모습을 묘사한 <여명> 등에서도 나타나는 표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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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양장 특별판)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콩(책과콩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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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다고, 소설이든 영화든 꼭 보라고 여러 사람에게 추천받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 풀먼.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치료를 받고 큰 수술도 여러 번 한 덕분에 지금은 특수 보청기와 얼굴 기형만 빼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어거스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거스트와 눈도 맞추지 못하고 어거스트를 괴물이라고 놀린다. 


줄곧 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란 어거스트는 언제까지나 가족의 보호 아래 지낼 수만은 없다는 엄마의 판단 아래 난생처음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어거스트가 예상한 대로 전교생 대부분이 어거스트를 피하거나 괴물이라고 놀리고, 어거스트에게 잘해주는 몇 안 되는 친구들마저도 얼마 후 다른 속셈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거스트는 크게 실망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주눅 들지도 않고 묵묵하게 학교에 나간다. 


이야기는 어거스트를 비롯해 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 등 어거스트의 주변 인물들의 시점을 하나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거스트의 눈에는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누나 비아가 실은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어거스트에게 전부 빼앗겨서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든지, 어거스트를 배신한 줄 알았던 잭이 실은 어거스트가 생각한 것보다 어거스트를 더 많이 걱정하고 있었고 배신한 것도 어거스트의 오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감동을 자아낸다. 


장애를 지닌 사람도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도 저마다 결코 만만치 않은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똑같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겁고 특히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정말 좋다고 추천할 만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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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2018-03-0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후기 감사해요. 읽고 싶어지네요 :)
 
홍차의 시간
야마다 우타코 글.그림, 강소정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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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즐겨 마시지는 않아도, 앙증맞은 벌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일본의 홍차 브랜드 '카렐 차페크'는 좋아한다. 몇 해 전 키치조지에 있는 카렐 차페크 매장을 찾다가 찾다가 결국 못 찾고 텐동 한 그릇만 먹고 돌아온 적도 있고, 작년에는 긴자에 갔다가 우연히 카렐 차페크 매장을 발견하고 '설욕'을 하는 심정으로 홍차 티백을 잔뜩 사기도 했다. 


애니북스에서 나온 <홍차의 시간>은 카렐 차페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야마다 우타코가 직접 쓴 티타임 안내서이다. 세계 3대 음료라고 일컬어지는 홍차는 잎의 종류와 산지, 수확 시기, 다원 매니저의 솜씨 등에 따라 맛이 다르다. 심지어는 물의 온도와 끓이는 사람의 자세,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기본적인 홍차 상식은 물론, 홍차와 곁들여 먹기 좋은 티 푸드 레시피 85가지, 피크닉 준비 방법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홍차를 본격적으로 다룬 전문서라기보다는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 수준이다. 


카렐 차페크의 오너이자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야마다 우타코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카렐 차페크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벌 캐릭터는 아쉽게도 많이 나오지 않지만, 홍차와 곁들여 먹는 티 푸드는 물론 피크닉 연출 예시 등을 일일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 가득 실려 있어서 책을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봄이 오면 저자의 안내를 따라서 홍차를 곁들인 피크닉을 준비해 산으로 들로,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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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트 페슈
하토리 비스코 지음, 서현아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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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트 페슈>는 <오란고교 호스트부>를 그린 하토리 비스코의 신작이다. 패션잡지 편집자로 일하는 요리코는 업무량이 많고 밤샘 근무가 잦아서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에도 문을 연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가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는데, 마치 요리코의 마음을 읽은 듯이 그날 하루 종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 나와서 요리코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날 이후 요리코는 레스토랑 '페슈'의 단골 손님이 되고, 점장이자 쉐프인 모모와도 급격히 친해진다. 


맛있는 음식과 여성들의 우정을 더하다니. 그야말로 취향 저격. 요리는 잘하지만 청소나 빨래는 젬병인 모모와, 요리는 못하지만 청소나 빨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요리코의 조화도 마음에 쏙 들었다(나는 요리코 쪽이다). 직장에서 실수를 하고 풀이 죽어도,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고백도 제대로 못해보고 차여도, 함께 웃고 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운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했더니 이 좋은 만화가 왜 1권으로 끝나냐며 아쉬워했다. 이보게 친구.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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