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쇼타와 오타쿠 누님 1
호시미 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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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로 콤플렉스(줄여서 쇼타콤)'는 어린 남자 아이를 좋아하는 성적 취향을 일컫는다. 어린 여자 아이를좋아하는 성적 취향을 일컫는 '로리타 콤플렉스(줄여서 로리콤)'의 반대 개념이다. 나는 쇼타콤도 로리콤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만화도 처음에는 불편했다. '불량 쇼타' 류오가 웬만한 어른 한 명쯤은 간단하게 제압할 만한 포스를 지니긴 했어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 어린이는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으면서 이 만화의 본질이 쇼타콤이 아님을 깨달았다.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하고 수수한 오타쿠 직장인 사에키 카즈코. 3차원의 남자, 그 중에서도 불량한 남자와는 눈만 마주쳐도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카즈코에게 어느 날 불량 소년 류오가 나타난다. 류오는 한 달 전 카즈코의 옆집으로 이사온 부부의 아들이다. 어린 아이답지 않게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물들이고 옷차림도 박력이 넘쳐서 카즈코는 어른인데도 류오를 보면 겁이 나고 몸이 덜덜 떨린다. 물론 류오와 이야기를 해본 적도 별로 없다. 


그런 류오가 언제부터인가 카즈코의 뒤를 졸졸 따라온다. 카즈코가 BL계(19금 포함) 온리 이벤트에 갈 때도,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낸 친구들과 오프 모임을 할 때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캔 배지를 사러 애니메이트에 갈 때도 언제 어디선가 류오가 나타나 카즈코를 쫓아 다닌다. 


카즈코는 까맣게 잊었지만, 사실 류오는 3년 전 카즈코가 공원에서 만난 소년이다. 류오는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그래봤자 열 살도 되기 전이지만) 자신을 위로해준 카즈코를 잊지 못했고, 3년이 지난 지금 당당히 카즈코 앞에 나타나 자신이 믿음직한 '남자'임을 어필하려 하는 것이다(귀엽다 ㅋㅋ). 그런 줄도 모르고 카즈코는 류오가 자신의 평화로운 오타쿠 생활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여기고 류오를 따돌릴 계획을 세우느라 혈안이 된다. 과연 이들의 어긋난 애정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그나저나 류오, V6 모리타 고의 소싯적 모습과 너무 닮았다...!) 


'썩은 여자(腐女子)' 취급 당하는 게 일상인 오타쿠 여성이 금지된 사랑의 주인공(그것도 받는 쪽)이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동인지, 온리 이벤트, 애니메이트, 코미케 등 오타쿠 여성이 공감할 만한 소재가 많이 나온다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쇼타콤을 표방하지만 거북스러울 정도는 아니고 카즈코가 쇼타콤을 경계하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1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카즈코의 오타쿠 친구 팡팡맨이 나오는 장면들이다. 카즈코와 류오, 팡팡맨이 노래방에 가는 장면과 팡팡맨이 카즈코를 위해 게임을 만들어 선물하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웃기다(앞으로는 R.Y.U.S.E.I.를 들을 때마다 J SOUL BROTHERS가 아니라 팡팡맨이 떠오를 듯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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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 보이즈 1
사라치 요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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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 보이즈>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살짝 비튼 만화다. 주인공 나루는 인어 '공주'가 아니라 인어 '왕자'. 어머니 인어 여왕이 통치하는 인어 나라의 왕자인 나루는 수많은 미인들과 금은보화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사실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나루는 돈이나 지위, 인어들보다도 태양 아래 자유롭게 걷고 뛰어다니는 인간들을 보는 게 더 좋다. 할 수만 있다면 인간들처럼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싶다. 나루의 부모는 이런 나루를 바다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철부지로만 여긴다. 여왕은 나루에게 바다 밖으로 나가면 여왕의 권한으로 외출금지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나루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부모 몰래 바다 위로 올라가 시간을 때우던 나루는 쭉 뻗은 두 다리로 테트라포드 위를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인간 여자아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그 여자아이를 보기 위해 바다 위로 올라가는 위험을 감수한다. 


하루는 그 여자아이가 테트라포드 위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루가 아이를 구해주지만 정작 그 여자아이는 뒤늦게 달려온 남자아이가 자신을 구해준 걸로 착각하고 호감을 가진다. 나루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인어의 몸으로는 그 여자아이 앞에 나설 수가 없다. 


한편, 명령을 어기고 바다 위로 올라간 죄로 감옥에 갇힌 나루는 '살짝 장난 좀 쳤다'는 이유로 영구 투옥된 마법사 멜로우를 만나고, 멜로우의 달콤한 제안에 넘어가 자신의 미모를 조금 포기하는 대신 다리를 얻어 인간이 되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나루는 자신이 첫눈에 반한 여자아이를 찾아가지만, 여자아이는 알몸인 나루를 변태로 오해하고 쫓아내려 하는데...! 


잘 알고 있는 동화인데도 인물의 성별을 바꾼 것만으로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어 출신(!)은 인간이 되어도 동족인 생선을 먹지 못한다든가, 바닷물에 닿으면 다시 인어가 된다는 세부 설정도 재미있다. 나루처럼 원래는 인어인데 마술사와 거래해 인간이 된 소년이 한 명 더 등장하는 점도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나루의 순수한 사랑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멜로우와의 거래에 따르면 1년 안에 사랑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루는 물거품이 되는데, 나루가 첫눈에 반한 소녀 나미는 나루를 변태로 오해하고, 나루 역시 자신을 막 대하는 나미와 만날 때마다 다툰다. 과연 이 둘은 1년 안에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까. 어서 2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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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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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이후 맨 처음 착수한 일은 수도를 개경(지금의 개성)에서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이는 개경에 남아 있는 과거의 지배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든, 물이 풍부하고 교통이 원활한 한양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든 탁월한 선택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지금의 도쿄)를 수도로 정한 것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2018 나오키상 수상 작가 가도이 요시노부의 소설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에 따르면, 이에야스가 아직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에 있던 시절, 히데요시가 이에야스에게 기존의 영주를 간토 8주(지금의 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군마, 도치기, 이바라키)와 교체하라고 명했을 때 기뻐하는 가신은 아무도 없었다. 히데요시가 이에야스를 벽지로 내쫓으려는 수작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명령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은밀히 기뻐했다. 이에야스는 먼저 에도 일대를 흐르는 강줄기의 흐름을 바꿔 비옥한 대지를 창출하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어서 화폐를 주조해 에도의 유통 시장을 개혁하고 나아가 전국의 화폐를 자신의 화폐로 통일하는 화폐 전쟁에 돌입했다. 사람들이 점점 에도로 모이자 무사시노의 맑은 물을 에도 시내로 끌어들여 식수를 공급했다. 폐허나 다름없던 에도성을 증축, 보수해 지난했던 전국 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소설의 각 장은 이에야스가 아니라 이에야스의 가신들이 이끈다. 겁쟁이라고 놀림받던 이나 다다쓰구는 겁쟁이라는 이유로 도네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큰 공사를 맡는다. 미천한 일꾼에 불과하던 하시모토 쇼자부로는 아첨하지 않는 언행을 인정받아 화폐 전쟁의 주역이 된다. 화과자를 잘 만드는 도고로는 남다른 미각 덕분에 에도 사람들이 마실 물을 찾는 임무를 떠맡는다. '투시안'이라는 별명이 붙은 채석업자 고헤이는 에도성 석벽을 쌓는 공사에 투입된다. 


기존의 역사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정쟁이나 치정(癡情)이 아닌 행정과 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에야스의 인재 등용 및 관리 기술, 정치 철학과 업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국사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정도전이 새 왕조를 설계하던 시기의 우리 역사와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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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Biblia 2018.3
(주)위즈덤샐러(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위즈덤샐러(잡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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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책에 대한 잡지, 도서 문화 전문 월간지 <비블리아>가 개편을 마치고 2018년 3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비블리아> 3월호의 주제는 '관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책과 사람의 관계, 책과 책의 관계 등 책과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테마를 관계라는 주제로 묶어내고 싶었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책과 사람의 관계, 책과 책의 관계, 이 모든 것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여는 글의 주인공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을 그린 <35년>으로 다시 찾아온 만화가 박시백이다. 안 그래도 요즘 <35년>을 읽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서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는데 인터뷰 기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하면 머나먼 시절의 역사 같지만, 이 시기에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활약과 와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행위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9년 일제의 무력 통치에 맞서 자주독립을 외친 사건인 '3.1 운동'을 '3.1 혁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박 화백의 말대로 4.19혁명, 6.10 민주항쟁, 촛불혁명 같은 사건들과 견주어 볼 때 3.1운동이 '운동'에 그쳐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를 연출한 영화감독 김보람의 인터뷰도 실렸다. <피의 연대기>는 이 땅의 여성들이 은밀하게 나누었던 혹은 감췄던 생리에 관해 공감을 넘어 공론화를 시도한 용감한 영화다. 김 감독은 생리를 자신의 입봉작의 주제로 택한 이유에 대해 2015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네덜란드의 아시아 영화제 팀 샬롯 일행과의 만남을 소개한다. 외할머니가 만든 생리대 주머니를 샬롯에게 소개했을 때 샬롯 왈, "난 이제 생리 안 해. 내 동생도. 열여덟 살에 자궁 내 피임 장치를 삽입했거든." 얼마 전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살인 출산>에서 자궁 내 피임 장치가 보편화된 사회를 상상한 (판타지 비슷한) 작품을 읽었는데, 네덜란드에선 이미 자궁 내 피임 장치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니 놀랍다. 김 감독이 쓴 책 <생리 공감>도 읽어봐야지. 


매월 실리는 도서관 특집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도서관이 소개되었다. 남양도서관, 동탄중앙이음터도서관 등 지역 명물 도서관, 화성시 내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성시 서점조합연합회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북로그 컴퍼니 김정민 대표, SNS 1세대 작가 김재식, 독립출판 책방 코너스툴 김성은 대표, 첫눈출판사 한진아 에디터와의 인터뷰 기사도 실렸다. 경상남도 진주를 대표하는 헌책방으로 소소책방, 동훈서점 취재기도 실려 있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들,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혐오 문제, 세대 간 갈등, 역사 인식의 차이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 리스트도 나와 있다. 


3.1절을 기념해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에 관한 기획 기사도 실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기념관,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 등이 그곳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기념관은 학창 시절 학교에서 체험 학습 명목으로 몇 번인가 가본 적이 있는데,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은 존재조차 몰랐다. 과거 중국 상해에 있었던 임시정부청사 건물을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은 2009년 김구, 여운형, 손병희 선생 등과 함께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철 선생의 고향인 전라남도 함평 구봉마을에 설립되었으며, 전시실은 총 3층으로 되어 있고 전시 내용이 충실하다고 한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신학기를 맞이해 독서 교육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기사도 실렸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및 소통 능력,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또는 '온작품읽기', '온책읽기'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과거 득점을 위한 토막글 읽기, 요약 읽기에 그쳤던 국어 교육, 독서 교육을 반성하고,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고 표현하는 독서 활동을 목표로 한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나 문학 시간에 재미있는 문학 작품을 일부분만 배우는 게 안타까웠는데, 요즘 학생들은 전체를 배운다니 부럽다. 


학교 내 인간관계, 교우 관계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추천 도서도 실려 있다. 내 눈길이 머무른 책은 수전 케인의 베스트셀러 <콰이어트>를 청소년의 시각에 맞춰 재구성한 <청소년을 위한 콰이어트 파워>다. 여러 명의 아는 사람보다 한 명의 절친이 낫다는 메시지에 절대 공감. 특히 학창 시절에는 학업 스트레스나 마음속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소중하다. 돌아보면 성적을 몇 점 받았는지 보다 친구들과 무슨 얘길 하고 뭘 하고 놀았는지가 기억에 더 남는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좋을 출판계 소식과 신간 목록이 실려 있다. 다음 달엔 어떤 주제, 어떤 기사로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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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박스 2 (5~8권) - 전4권
다나카 요시키 지음, 미츠하라 카츠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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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요시키의 원작 소설을 미치하라 카츠미의 작화로 재구성한 만화 <은하영웅전설>의 애장판 박스2가 출시되었다. <은하영웅전설>은 1982년 발표 이래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작년에는 <공각기동대>를 만든 프로덕션 I.G가 <은하영웅전설>의 새로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의 제작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완성될 예정이며, 오는 4월 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2는 올해 초 출시된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과 마찬가지로 짙은 감색의 두툼한 외부 케이스와 내부 케이스, 단행본 네 권(5~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짙은 감색의 케이스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은색으로 코팅된 글씨가 세련되어 보인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에는 제국군의 지도자 라인하르트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반면, 박스2에는 동맹군의 지도자 양 웬리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박스 1에는 '나는 우주를 손에 넣을 거야. 함께 가자, 키르히아이스'라는 라인하르트의 명대사가, 박스 2에는 '민주국가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판하고 저항할 의무가 있다'라는 키르히아이스의 가치관이 적혀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2를 붙여 놓으면 이런 느낌이다. 제국군의 수장 라인하르트와 동맹군의 수장 양 웬리의 일러스트만 보아도 두 사람의 대립적인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라인하르트는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기 주관을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면, 양 웬리는 사방을 두루 살피고 때로는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타입이랄까. 


참고로 다나카 요시키의 원작 소설 <은하영웅전설>은 총 10권의 본편과 다수의 외전(4권의 장편, 5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과 박스2는 본편 2권까지의 전개에 해당한다(이상 나무위키 '은하영웅전설' 편 참조). 미치하라 카츠미는 1부 연재 완료 후 2008년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2부 연재를 재개했다.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은 오는 4,5월 순차 발행 예정이며, 이는 국내 최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5권은 은하제국 황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귀족들의 후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라인하르트는 이제 겨우 다섯 살인 적손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리히텐라데 후작과 손잡은 다음, 뒤로는 립슈타트 연합군을 자처하며 결탁한 거물 귀족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책략을 쓴다. 


한편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이 된 양 웬리는 자신의 부관인 프레데리카의 아버지인 그린힐 대장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프레데리카는 자신의 아버지가 상관인 양 웬리를 배신했다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의외로 양 웬리는 프레데리카에게도 그린힐 대장에게도 크게 실망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제6권과 제7권에는 동맹과 제국, 각각의 땅에서 일어나는 분열의 움직임을 그린다. 양 웬리는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쿠데타 세력에게 맞서던 시민들의 그들의 탄압 앞에 무너지고 그중에는 자신의 오랜 벗인 제시카 에드워즈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상심한다. 라인하르트는 제국령에서 귀족연합과 맞서다가 소울메이트인 키르히아이스와의 관계에 회복하기 힘든 금이 간다. 





<은하영웅전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물인 동시에 군주정과 공화정, 두 개의 정치 체제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치물이기도 하다. 군주정을 대표하는 골덴바움 왕조의 은하제국은 엘리트와 민중의 구분이 명확하고 신분 제도가 유지되어 사회 분위기는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역동성이 부족하고 인권이나 평등 의식은 낮다. 민중의 정치 참여는 물론 엘리트층으로 진입하는 길도 막혀있다시피 하다. 


반면 공화정을 대표하는 자유행성동맹은 선거 제도에 의해 사회 지도층을 선출하고 민중의 정치 참여도 활발한 편이지만, 쿠데타 같은 내란이 일어날 위험이 높고 사회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선전이나 이미지 세탁을 잘하는 정치인이 민중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 웬리가 자유행성동맹의 정치가 트뤼니히트와 악수한 후 구역질을 참으며 '이런 남자에게 정당한 권력을 주는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이런 남자를 계속 지지하는 민중이란 무엇일까' 회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은하영웅전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사나 문장이 자주 나온다. 나는 특히 양 웬리의 대사가 좋았다. '정치의 부패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그것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태를 정치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 9년이 떠오른다...! 





라인하르트의 부하이자 은하제국의 쌍벽으로 추앙받는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평민 출신으로는 드물게 제국군의 상층부에까지 진입한 미터마이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어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모자라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니게 된 로이엔탈의 이야기가 가슴 아팠다. 둘이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제국군의 핵심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조만간 출간될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에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8권에는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소년 시절을 그린 외전 '황금의 날개'도 수록되어 있다. '황금의 날개'는 미치하라 카츠미가 가장 최초로 <은하영웅전설>을 만화화한 작품이며, 1986년도에 선보인 작품이라서 그런지 작화가 고전적이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1권에 간략하게 나온 것으로 그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소년 시절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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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0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영웅전설」을 예전에 읽었을 때, 주인공들의 상반된 캐릭터는 「기동전사 건담」의 샤아와 아므로가 연상되었고, 투입되는 막대한 물량을 보면서「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떠오르게 만드는 여러모로 친근한 추억의 작품이었습니다. 키치님 덕분에 오랫만에 이름을 들어보게 됩니다.^^:)

키치 2018-03-08 07:36   좋아요 1 | URL
저도 <은하영웅전설> 보면서 <기동전사 건담>의 샤아와 아무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비슷한 점이 없지 않지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참 반가운 이름이네요. 저 또한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오래 전에 보았던 만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이지드 2018-03-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권이 2권까지 내용이면.... 끝까지 가려면 40권은 나와야한다는 건가요 ㅎㅎ 대단...

키치 2018-03-08 21:17   좋아요 0 | URL
자료를 찾아보니 만화가의 스토리 완급 조절이 들쑥날쑥해서 현재 2부가 총 4권까지 나왔고 원작 5권 중간까지 진도가 나갔다고 합니다. 제발 40권보다는 일찍 완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