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태양 10 - 개정판
타카노 이치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타카노 이치고의 <꿈꾸는 태양> 개정판이 드디어 완결을 맞았다. 그동안 타이가 씨한테 차이기도 하고 타이가 씨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던 시마나가 이제 좀 편하게 사랑하려나 했더니, 커플이 된 후에도 타이가 씨의 밀당이랄지 츤데레랄지, 아무튼 미운 짓이 계속되어 '설마 이러다 마음 바뀌어서 헤어지는 거 아냐?' 싶었다(물론 그런 일은 없습니다요...^^). 


타이가 씨의 전근을 하루 앞두고, 시마나는 타이가 씨와 하루 종일 함께 있고 싶다는 얘길 꺼낸다. 그리하여 타이가 씨는 아이들한테 교복을 빌려 입고 하루 동안 학교생활을 함께 하게 되는데,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상황이지만(실제로 이러면 불법 침입으로 잡혀갈 듯) '만화 속의' 우리 시마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으아~ 그토록 꿈꿨던 타이가 씨와의 학교생활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즐거웠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데, 그것은 타이가 씨가 시마나의 학교 친구들 앞에서 시마나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난 그냥 집주인에 불과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러시나요, 타이가 씨... 시마나 마음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ㅠㅠ


다행히 예전 같으면 시마나의 기분을 알지도 못했을 타이가 씨가 이번에는 시마나의 기분을 빠르게 눈치채고 마음을 풀어주려 갖은 노력을 한다. 시마나 역시 타이가 씨가 예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것이 곧 타이가 씨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증거라고 받아들인다. 


이제 겨우 두 사람 사이가 단단해졌는데, 야속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타이가 씨가 후쿠오카로 전근을 갈 때가 다가온다. 타이가 씨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떠나고, 시마나는 타이가 씨의 빈자리를 보며 망연자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이 둘한테는 적용되지 않게 해주세요...! 





한편, 시마나와 친구들은 타이가 씨의 아버지가 타이가 씨를 법조인으로 만들기 위해 타이가 씨가 교사가 되는 걸 방해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마나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타이가 씨와 같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데 과연 잘 될까? 


2년 넘게 재미있게 본 만화인데 끝이라니 너무 아쉽다. 젠과 사에코의 사랑 이야기도 궁금한데 번외편 안 나오려나. 시마나와 타이가 씨의 결혼 후 모습을 그린 보너스 만화도 귀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쾌한 모노노케안 8
와자와 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괴가 보이는 고등학생 아시야 하나에와 겉보기엔 냉미남이지만 실상은 요괴들이 모이는 '모노노케안'의 주인인 아베노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불쾌한 모노노케안 > 8권이 출간되었다. 


지난 7권에서 아시야와 아베노는 누명을 쓰고 체포된 북실이를 구하기 위해서 은세의 사법을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사법이 체포하려고 한 건 북실이가 아니라 북실이의 곁에 있던 아시야. 사법은 아시야가 입법의 직원이 아니라 모노노케안의 직원, 그것도 은세에 함부로 들어와선 안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아시야를 찾는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사법이 있는 백주옥에 도착한 아시야는 북실이를 돌려달라고 사정하고, 사법은 북실이를 데려가는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북실이 대신 아시야가 백주옥에 남는 것. 의도치 않게 입법과 행정, 사법의 다툼에 말려든 아시야는 머리가 어질어질. 이런 아시야를 구하기 위해 아베노가 나서지만... 


아베노와 행정 간의 싸움이 예상보다 거칠어지면서 아베노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은세의 권력자들에게 함부로 대들었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이들은 자꾸만 아시야를 가리켜 은세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라고 하는데, 대체 아시야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있는 걸까. 8권이 되도록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답답하다. 





은세에서 돌아온 아시야와 아베노는 아시야의 요괴 탐지 능력을 기르는 강화 합숙을 떠난다. 친구들이 주변 풍경을 즐기고 온천을 하면서 노는 동안, 요괴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진땀을 흘리는 아시야가 불쌍했다(그리고 귀여웠다 ㅋㅋㅋ). 


8권에서 처음 등장하는 요괴 '갓파'도 엄청 귀엽다. 갓파는 물에 사는 어린애처럼 생긴 요괴인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요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버전의 갓파를 보았지만 <불쾌한 모노노케안>의 갓파가 가장 귀여운 듯. 북실이도 그렇고 갓파도 그렇고, 요괴가 너무 귀여워서 퇴치를 못하는 아시야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에게 묻는다
사소우 아키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렀다. 참다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변기를 닦고 술을 나르며 하루 종일 일해도 멀쩡한 신발 한 켤레를 못 산다. 치하야에게 인생이란 죽어야 벗어날 수 있는 지옥 그 자체다. 그런 치하야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치하야가 무심결에 걷어찬 지팡이의 주인, 앞이 보이지 않는 청년 이치타로다.


치하야는 지팡이를 걷어차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치타로는 사과 대신 보이는 풍경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10분이면 되니까 내 눈이 되어줘." 처음으로 같이 집으로 가는 중학생 커플, 시험 점수가 나빴는지 체육복이 담긴 주머니를 발로 차며 걷는 초등학생, 개미구멍을 들여다보는 할머니, 편의점에서 산 크로켓을 먹다가 떨어뜨린 회사원... 이치타로의 눈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던 치하야는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 순간, 너무나도 슬퍼질 때가 있거든." 





사소우 아키라의 <꽃에게 묻는다>는 불우한 처지의 여성과 시각 장애인 남성의 사랑을 그린 감동적인 만화다. 치하야는 거친 여자다. 머리카락도 아무렇게나 묶고 다니고, 옷도 점퍼에 헐렁한 바지 차림이고, 표정도 항상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웬만해선 미간에 잡힌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이치타로는 부드러운 남자다. 이치타로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부모와 떨어져 이모와 단둘이 사는데도 세상에 대한 불평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얼굴은 항상 미소 짓고 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치하야는 처음에 이치타로의 부드러움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치하야만큼 세상이 원망스러울 텐데, 원망은커녕 감사의 말만 늘어놓으니 뭐 이런 별종이 다 있나 싶다. 하지만 점점 이치타로의 부드러움이 치하야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들이 이치타로만 보면 웃고 말 걸고 잘 해주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치하야가 이치타로를 만난 후 자기한테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 또한 치하야처럼 마음이 열리고 눈이 새롭게 뜨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인생은 지옥 같지만, 지옥에 있다고 해서 나까지 악마가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이치타로 같은 천사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나부터 이치타로 같은 천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가난도 장애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치하야와 이치타로, 이 둘이 함께라면 극복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마음을 치유해주는 만화를 만나서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실화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신인상 수상 작가 로랑 비네의 소설 <언어의 7번째 기능>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경박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이다. 그것도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 작가들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바르트의 사고사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당대 최고의 기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로 이름을 날리던 바르트는 1980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가 이내 사망했다. 바르트가 죽었을 때 푸코가 그를 사랑했다고 고백한 것도 실화다. 


소설은 1980년 2월 25일 오후, 상념에 젖어 거리를 걷던 바르트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불과 몇 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트럭에 받혀 쓰러지면서 시작된다. 현장에 투입된 파리 정보국 수사관 자크 바야르는 공식적으로는 교통사고의 정황을 밝히는 임무를 맡았지만, 실제로는 이듬해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미테랑과 이 사고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없으면 일부러 만들기라도 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야르는 의식이 희미한 바르트를 심문하다가 사고 당시 그가 '귀중한 것'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바야르는 평범한 사고가 아님을 직감하고 바르트의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바야르는 이후 미셸 푸코를 비롯해 루이 알튀세르,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로만 야콥슨, 존 설, 필리프 솔레르스, 쥘리아 크리스테바 등을 만난다. 그들을 탐문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상도 알게 된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과 야당 대선 후보 프랑수아 미테랑도 등장한다. 프랑스의 철학도 정치도 다가가기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화자인 바야르의 지적 수준이 높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대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기 때문에 바야르에게 빙의해 읽으면 '한결' 수월하다(마냥 수월하진 않다). 


바야르는 탐문 과정에서 바르트가 사고 당시 도난당한 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언어의 7번째 기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언어의 7번째 기능이란 러시아의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이 저서 <일반 언어학 이론>에서 정의한 '언어의 6가지 기능'을 잇는 새로운 기능이다. 바르트는 언어의 7번째 기능을 알고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 사람은 세상을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보았고, 실제로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식인과 정치인이 언어의 7번째 기능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서 일이 점점 커진다.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 엄청난 양의 지식을 미스터리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점 등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프라하의 묘지> 등을 연상케 한다. 평소 프랑스 철학과 기호학, 문학과 사회학 등에 관심이 많거나 조예가 깊다면 이 소설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그렇지 않더라도, 롤랑 바르트의 생애와 당대 학계의 분위기, 프랑스의 사회상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을 좋아하지만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교토에서라면 일 년, 아니면 적어도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 청수사나 금각사, 은각사 같은 유명 관광지 말고, 교토의 사방팔방, 구석구석을 누비며 내가 모르는 교토의 민낯을 보고 싶다. 





<하루하루 교토>는 저자가 교토에서 실제로 한 달 동안 살아본 체험을 적은 여행 에세이다. 1996년생인 저자 주아현은 중학교 때 일본 여행 블로그를 보고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웠고, <두나's 도쿄 놀이>나 <다카페 일기> 같은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을 상상했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열 번의 일본 여행을 했고, 어디를 가든 매번 좋았지만 교토에서라면 한 달쯤 살아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 4월 용감하게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저자가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를 결심하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위시리스트' 만들기였다. 위시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그동안 본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책과 음악 등을 총동원했다. 저자가 위시리스트에 적은 건 '1. 동네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들과 목욕하기', '2. 누군가를 위해 케이크를 주문 제작하기', '3. 아무 계획 없이 그저 숙소 근처의 동네를 산책하기', '4. 마음에 드는 카페나 장소는 미련이 없을 만큼 몇 번이나 가기', '5. 밤에 편의점에서 어묵과 맥주 하나를 사 와 영화 보기' 등등... 





저자도 인정하듯이 '소소하기 짝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에 2박 3일이나 3박 4일 가 있는 동안에도 마음만 먹으면 전부 할 수 있지만, 하루에 하나씩, 오로지 그 일만 해보니 의외의 발견이 따라오기도 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행운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소녀와 친구가 된다든가, 마침 먹고 싶었던 카레를 파는 가게를 발견한다든가. 천천히 걷는 즐거움, 우연이 가져오는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서두르지 않는 여행의 비결이자 매력이 아닐까. 





교토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어 여행 가이드북으로도 제법 유용하다. 청수사나 금각사, 은각사 같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우지나 구라마처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교토의 인기 스폿 정보가 짤막하게나마 실려 있고, 교토에서 가까운 오사카, 나라 여행기도 담겨 있다. 


교토나 일본에 관심이 없어도 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여행을 해보는 데에는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멋진 사진 찍는 법, 글 쓰는 법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