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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1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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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술 마실 수 없는 공간이 지옥인 것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 읽을 수 없는 공간이 곧 지옥이다. 2018년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하다' 1위 수상작의 코믹스 버전 <책벌레의 하극상>은 책이 좋아 책에 깔려죽는 것이 소원인 여대생 모토스 우라노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뒤 책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렇게 '책'을 읽고 싶은데, 그저 그거 하나면 충분한데 '책'이 없단 말이야." 체력이 약한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 마인으로 환생한 것도, 가난한 군인의 집에서 태어난 것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집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책은커녕 책 비슷한 종이 한 장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생에 지독한 활자 중독이었던 마인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답답함을 못 이긴 나머지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하고 떼도 써 보지만, 책은커녕 글자도 읽지 못하는 부모님은 마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좌절할 마인이 아니다. 마인은 비록 다섯 살 여자아이의 몸을 지녔지만, 대학생 수준의 지혜와 정신력을 겸비했다. 그동안 배운 역사 지식을 총동원해 옛날 사람들의 생활에 적응하는 한편, 책을 구할 수 없으면 직접 만들겠다는 각오로 본격적인 책 만들기에 돌입한다. "책에 대한 내 열정은 이 정도가 아니야.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자." 그리하여 마인은 언니 투리와 동네 남자아이들이 주워온 나뭇잎을 이용해 파피루스 비슷한 종이 만들기를 시도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인기 라이트노벨이 원작인 만큼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전개가 흥미롭다. 성이나 폭력에 대한 묘사가 (적어도 1권에는) 없어서 라이트노벨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이 있는 독자들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 좋아하는 사람이 책 없는 세상에 떨어진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환생하자마자 일단 집 안에 무슨 책이 있나 뒤져보던 마인의 모습이, 남의 집에 가면 일단 무슨 책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책벌레라면 누구나 알 만한 애환을 라이트노벨의 세계로 구현한 원작자가 대단하다.
원작인 라이트노벨은 2017년에 본편 연재가 종료되었으며, 라이트노벨 단행본은 현재 제3부 2권까지 총 9권(제1부 3권, 제2부 4권, 제3부 2권)이 출간된 상태다. 코믹스 버전은 시이나 유우와 스즈카가 작화를 맡았는데, 마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귀엽게 잘 표현했다. 조만간 라이트노벨을 구입해 다 읽고, 코믹스 버전도 출간되는 족족 구입해 읽을 예정이다. 오랜만에, 오래오래 푹 빠져 읽을 만한 만화를 만나서 반갑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