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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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지는 않지만,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좋은 시인 한 사람과 좋은 시집 한 권을 얻었다. 시집의 제목은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조선을 빛낸 여성 시인 중 한 사람인 허난설헌이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시들을 풀꽃 시인 나태주가 고르고 매만져 책으로 엮었다.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 애신이 남주인공 유진을 향해 물결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 시 <연밥 따기 노래>를 비롯해 4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연밥 따기 노래> 


허난설헌은 문재(文材)를 여럿 배출한 가문에서도 특히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서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족들에게 잇따른 불행으로 인해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38세의 이른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허난설헌의 시는 조선보다도 중국에서 먼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전에 고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지만, 하마터면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그의 시를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고 보전한 일은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옷과 편지를 봉해놓고 뜨락을 거니노라니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 별이 밝아요. 

찬 이불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데 

지는 달만 다정해서 병풍 속을 엿보네요. 

-<가을의 노래> 중에서


이 책은 담겨 있는 시의 내용과 정서도 아름답지만, 시와 어우러진 꽃그림과 풀그림 또한 매력적이다. 비록 짧은 순간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이지만, 피어있는 동안에는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의 자태가 마치 허난설헌의 시 같다. 그림과 시를 함께 보다 보면 허난설헌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사랑에 빠진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여인이 보이는가 하면, 내 몸 같은 자식을 잃고 비통해 하는 여인이 보이기도 한다. 당신의 눈앞에는 어떤 여인의 모습이 떠오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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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1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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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학사>, <란과 잿빛의 세계> 등을 그린 이리에 아키의 최신작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제1권이 출간되었다. 무대는 극북의 대지 아이슬란드. 주인공 미야마 케이는 프랑스인의 피가 섞인 일본인으로, 열일곱 살이며 부모님은 없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학교는 그만둔 지 오래. 할아버지가 물려준 오래된 차 한 대를 몰고 이곳저곳 누비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인 케이에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는 차(車)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미녀에 약하다는 것. 셋째는 직업이 탐정이라는 것. 여행자 또는 탐정. 두 얼굴을 지닌 소년 케이는 어느 날 일본에 살고 있는 동생이 행방불명인 걸 알게 되고 서둘러 일본으로 떠난다. 


개인적으로 몇 달 전부터 읽고 있는 <란과 잿빛의 세계>보다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가 훨씬 마음에 든다. 주인공 미야마 케이가 사회와 원활하게 조응하지 못하는 안티 히어로 캐릭터라는 점도 끌리고, 케이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이 추리 소설의 플롯을 연상케 한다는 점도 추리 소설 팬인 나를 잡아끄는 요소였다(배경이 북유럽이라는 점도 좋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닮은 듯...). 여기에 이리에 아키 하면 떠오르는 환상적인 작화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작품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어서 2권이 나왔으면 좋겠고 부디 장기 연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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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퍼러와 함께 4
마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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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서 살게 된 황제펭귄 '엠퍼러'와 엠퍼러를 돌보는 여고생 '카호'의 일상을 그린 만화 <엠퍼러와 함께> 제4권이 출간되었다.


엠퍼러가 카호네 집에서 살게 된 건, 어느 날 카호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 안에서 (훗날 엠퍼러라는 이름이 생기는) 황제펭귄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부터다. 누가 냉장고 안에 황제펭귄을 넣었는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귀엽고 늠름한 황제펭귄의 용모에 홀딱 반한 카호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집에서 기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몇 개의 계절이 지나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자 엠퍼러가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창밖을 보면서 멀뚱멀뚱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극 출신(?)이라서 차가운 눈이 그리웠던 것 같다고 판단한 카호와 오빠는 서둘러 엠퍼러를 밖으로 내보낸다. 역시나 엠퍼러는 그동안 눈이 엄청 그리웠던 듯이 눈 덮인 땅 위를 구르지 않나, 온몸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지 않나, 그동안 안 하던 행동을 한다. 


'그동안 눈이 그리웠구나!' 마음이 뭉클해진 카호는 엠퍼러와 엠퍼러를 아는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그동안 카호의 의도와는 달리 여러 사람이 엠퍼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물론 엠퍼러의 존재를 남에게 알리는 건 엄금. 절대 비밀이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눈놀이를 하러 간다. 눈이 푹푹 쌓인 언덕에서 구르고 달리고 난리도 아닌 엠퍼러 ㅎㅎㅎ 그동안 도시의 봄, 여름, 가을을 어떻게 버텼니 ㅠㅠㅠ 


엠퍼러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을 좀 더 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만화는 4권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 권이라서 섭섭하기는 하지만 결말이 파격적이고(정말이다!) 보너스 만화가 실려 있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귀염뽀짝 황제펭귄의 매력에 푹 빠져보고 싶은 분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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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코씨의 연인 1
콘도 아키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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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만화가 A코에게는 두 사람의 연인이 있다. 한 명은 뉴욕으로 가기 전까지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인 A타로이고, 다른 한 명은 뉴욕에서 만나 사귀게 된 남자친구인 A군이다. 3년간의 뉴욕 체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A코는 '아무리 그래도 3년 동안 헤어져 있었으면 이제는 A타로도 나를 잊고 다른 여자 만나서 새출발 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끈질긴 A타로는 A코 앞에 나타나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이런 상황,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





콘노 아키노의 <A코씨의 연인>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29세 여성 A코와 A코의 친구 K코, U코 등의 연애와 일상을 재미있게 그린 만화다. 처음엔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A코가 부러웠는데(둘 다 외모도 준수하고 머리도 좋다), 두 남자의 인성을 보고 짜게 식었다. A코의 '일본 남친' A타로는 남들이 보기에는 사교적이고 털털한 성격인데 A코에게는 미련 작렬, 중요한 순간에 잔머리 굴리는 얍삽한 XX다(개인적으로 진짜 싫어하는 타입). A코의 '미국 남친' A군은 A코와 취미도 같고(독서) 외국어도 잘하고 성격도 쿨한데 마음을 전부 다 줄 만한 타입은 아니다. A타로와 A군의 성격을 파악한 다음 든 생각은, 이건가 저건가 고민될 때는 둘 다 아니라는 것... 진짜 좋아하는 건 고민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 나오는 남자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타입은 U코의 남자친구 히로 군이다. 좋은 가정에서 반듯하게 자란 성실한 타입의 남자로, U코가 새해 일출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 곧바로 U코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서 (새해 일출로 유명한) 나리타 산으로 향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친구들의 분석에 따르면 A코는 머리 좋은데 성격 나쁜 남자들만 골라 사귀고, U코는 성격 좋은데 머리 나쁜 남자들만 골라 사귄다고 하는데 난 무조건 후자다(근데 왜 U코는 히로 군과 헤어지려 하나요...). 이 밖에도 서른을 앞둔 여성들의 솔직한 연애 사정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자신은 어떤 타입인지, 연인은 어떤 타입인지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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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군과 그녀 2
카키츠바타 와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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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남친 앗군과 이해심 많은 여친 논땅의 유쾌 발랄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만화 <앗군과 그녀> 제2권이 출간되었다. <앗군과 그녀>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2쿨에 걸쳐(2분기와 3분기)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다. 


앗군과 논땅은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인 현재까지 잘 사귀고 있는 나름 장수 커플이다. 논땅은 앗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논땅은 앗군에 대해 아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모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앗군이 논땅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스토커라는 사실이다.


방 안 전체를 논땅의 사진으로 도배하지 않나, 논땅의 어릴 적 영상을 편집해 CD로 제작해서 보관하고 있지 않나, 시도 때도 없이 논땅이 뭐하나 망원경으로 보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스토커(범죄자)의 냄새가 많이 나는데, 그런 주제에 논땅 앞에만 서면 츤데레 작렬, 미운 소리 미운 행동만 해댄다. 오죽하면 논땅의 친구들이 앗군과 헤어지라고 진지하게 충고할 정도다. 


나 같아도 논땅이 내 친구면 당장 헤어지라고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릴 것 같은데, 당사자인 논땅 자신이 앗군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그래도 역시 츤데레+스토커는 싫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해. 애착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나).


<앗군과 그녀> 2권에는 우주 최고 스토커 소년 앗군과 레알 천사 논땅 외에도 논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앗군의 여동생 치호,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준말) 여주인공과 진심으로 연애 중인 앗군의 친구 마츠오, 성실하고 고생이 끊이지 않는 담임선생님 쿠보무라, 쿠보무라를 좋아하는 긍정적인 바보 코나기 등이 등장해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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