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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삼세 십리도화 (영화표지 특별판) ㅣ 삼생삼세
당칠공자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유튜브에서 <삼생삼세 십리도화> 드라마를 보고 전체 내용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드라마는 백천이 남장을 하고 묵연의 제자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되는 반면, 소설은 백천이 소소였던 시절의 일부터 나온다. 순서를 고려하면 드라마판의 플롯이 낫지만,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백천을 바라보는 야화의 애틋한 심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원작 소설의 플롯이 더 나은 것 같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신선인 백천이 세 번의 삶을 살며 단 한 명의 연분을 찾는 이야기'이다. 산속에서 홀로 지내던 소소라는 여인이 야화라는 남자의 생명을 구해준다. 알고 보니 야화의 신분은 천군의 손자. 야화를 따라 구중천으로 간 소소는 속인 주제에 야화의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궁중 여인들의 시기를 당하다가 두 눈을 잃고 절벽에서 떨어진다. 다들 소소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소소는 죽지 않았다. 소소는 사실 속인이 아니라 잠깐 속계에 내려온 신선 백천이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백천의 나이는 십사만 살. 딸이 이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은 걸 걱정한 백천의 부모는 백천을 천군의 손자 야화와 결혼시키려 한다. 백천은 얼굴이나 보고 마음을 결정하자 싶어 야화를 보러 가는데, 백천을 본 야화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야화의 어린 아들 찹쌀경단이 백천을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며 백천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야화는 백천이 찹쌀경단을 낳은 소소와 너무나 닮아서 그렇다고 아들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이때부터 소소였던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는 백천과, 백천이 소소인 줄은 꿈에도 모르는 야화의 알콩달콩 즐거운 나날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백천이 오만 살에 불과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삽입된다. 여우족 출신의 신선이자 오빠만 넷인 막내딸로 자라 성격이 털털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백천은 수련은 하지 않고 놀러만 다녀서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참다못한 백천의 부모는 백천을 사음이라는 남자로 분장시켜 상신 묵연의 제자로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묵연이 사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여자로 돌아온 백천은 자신의 피로 묵연을 지킨다.
백천은 야화와의 사랑이 무르익어도 자신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을 뻔한 스승 묵연을 잊지 못하고 가슴 아파한다. 백천의 심정을 눈치챈 야화는 백천이 묵연을 완전히 살릴 수 있도록 돕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백천의 사랑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줄거리가 엄청 복잡하긴 한데, 주인공 백천의 시점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그렇게 복잡하지만도 않다. 십사만 살 '연상녀' 백천과 오만 살 '연하남' 야화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모습도 귀엽고, 백천이 십사만 살 먹도록 만났던 여러 남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백천의 실질적인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과의 사랑 이야기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