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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문학상 수상작 중에 훌륭한 작품은 많아도 재미있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만큼은 훌륭함보다 재미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는 일반 문학상과는 다르게 서점 직원들이 읽고 가장 팔고 싶은 책에 투표해 선정된 책이 서점대상 수상작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 득점으로 올해 서점대상을 수상한 <거울 속 외딴 성>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이 온다>, <얼음 고래>, <츠나구> 등으로 이미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 장편 소설인 이 책은, 판타지 문학의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연상시킨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중학생이라서 청소년 문학 같기도 하지만 성인이 읽어도 넘치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4월 중학생이 된 고코로는 벌써 몇 달째 학교에 안 가고 있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이 별 이유 없이 고코로의 말을 비웃고 집으로 찾아와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고코로는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코로는 방 한구석에 있는 거울이 환하게 빛나는 걸 본다. 그 안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성(城)과 늑대 가면을 뒤집어쓴 어린 여자아이, 고코로 또래의 여섯 아이들이 있다.
늑대 가면을 쓴 소녀는 말한다. 지금부터 약 일 년 동안 이 성에 숨겨 놓은 열쇠를 찾아내면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다만 누구라도 열쇠를 찾으면 이 성에서 지냈던 기억은 사라지고,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 이 성에 남아 있으면 늑대가 잡아먹을 것이다. 고코로는 소녀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열쇠를 찾으면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을 혼내 달라고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때부터 고코로는 아침이 되고 부모님이 출근하면 아무도 모르게 거울 속 외딴 성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나날을 보낸다.
알고 보니 이 성에 온 아이들은 모두 고코로와 마찬가지로 등교 거부 중이었다. 그동안 자기만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던 고코로는 이 아이들도 어떤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코로와 아이들은 거울 속 외딴 성에서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더없이 소중한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은 성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과연 아이들은 만날 수 있을까. 대체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이 아이들을 성으로 불러낸 것일까. 이유가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입에서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역시 서점대상 수상작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