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저니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소설 시리즈
스티브 비흘링 지음, 김지윤 옮김, 김종윤(김닛코) 감수 / 아르누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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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에 맞춰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소설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한 권은 인피니티 스톤의 유래와 역사를 다룬 <인피니티 스톤의 비밀 1>이고, 다른 한 권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사이 히어로들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다룬 <히어로즈 저니>인데, 마블 팬으로서 <인피니티 스톤의 비밀 1>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던 반면 <히어로즈 저니>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히어로즈 저니>는 토니(아이언맨)와 해피의 일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나타샤(블랙 위도우), 헤임달, 웡, 네뷸라의 서사가 삽입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마블 시리즈의 인기 영화를 중심인물이 아닌 주변 인물의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타샤, 헤임달, 웡, 네뷸라 모두 영화에서 내면이나 감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은 인물들인데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영화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깨알 같은 정보도 많다.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첫째, '자비스'라는 이름은 하워드 스타크를 대신해 토니(아이언맨)를 키우다시피 한 집사 에드윈 자비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둘째, 나타샤는 어릴 때 동화처럼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셋째, 비전은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들 수 있다. 넷째, 스티븐(닥터 스트레인지)은 의학박사 학위와 철학박사 학위를 동시에 땄다(그래서 그렇게 빨리 마법을 습득한 걸까). 다섯째, 타노스에게는 가모라와 네뷸라 말고 다른 자식이 더 있다. 나머지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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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계속해주세요 -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
문소리 외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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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기획. 신선한 내용. 문소리 배우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대담이 좋아서, 문소리 배우님이 책을 쓰신다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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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계속해주세요 -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
문소리 외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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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젊은 문화인 10인이 둘씩 짝지어 대담을 나눈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영화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카, 소설가 김중혁,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 건축가 안기현,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 소설가 정세랑, 소설가 아사이 료, 사진작가 기슬기, 연극 연출가 오카다 도시키 등이 참여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이 참여한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순위를 매기게 된다. 가장 좋았던 대담은 정세랑과 아사이 료의 대담이다. 정세랑은 전부터 좋아하는 작가이고 아사이 료는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인데, 정세랑 작가가 전부터 아사이 료의 팬이라고 해서 어떤 소설을 쓰는 분인지 궁금해졌다(무려 1989년생). 두 번째로 좋았던 대담은 문소리와 니시카와 미와의 대담이다. 문소리의 영화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가 막 개봉되었던 시기에 대담을 나눈 것 같다. 연기에서 연출로 영역을 넓힌 문소리 배우의 설렘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았다.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김중혁과 요리후지 분페이의 대담은 김중혁 작가의 신들린 인터뷰 스킬과 친화력에 새삼 놀랐고(역시 방송인), 안기현과 고시마 유스케, 기슬기와 오카다 도시키의 대담은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것이라서 상대적으로 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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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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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소설은 남성 작가의 작품 위주로 읽었다. 남성 작가를 편애했던 건 아니고, 유명한 작가들이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성 작가의 작품보다 여성 작가의 작품을 훨씬 많이 읽는다. 정이현, 김애란, 황정은, 정세랑, 조남주, 최은영, 김혜진 등등 좋아하는 한국 여성 작가 목록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세랑은 단연 상위권이다. <피프티 피플>을 읽고 내가 느낀 전율과 흥분이란! 


얼마 전에 읽은 <보건 교사 안은영>도 <피프티 피플> 버금가게 좋았다(가장 좋아하는 정세랑의 작품은 여전히 <피프티 피플>이지만 <보건 교사 안은영>도 못지않게 좋다).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보건교사다. 그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다. 환자들이 내뿜는 '호러호러'한 기운보다 학생들이 내뿜는 '에로에로'한 기운이 더 낫다는 이유로 간호사에서 보건교사로 전직한 그는 사립 M고등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기묘한 일들을 해결한다. 발에는 통굽 슬리퍼를 신고. 손에는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을 들고. 


어떻게 보면 판타지 문학 같기도 하고 청소년 문학 같기도 한데, 작가가 그런 장르 구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안은영이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보건교사처럼 보여도 실은 위험에 빠진 학교를 지키고 아이들을 구하는 '히어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이런 여성 히어로 작품은 더 많이 쓰이고 읽히고 알려져야 한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여성 혐오 정서가 깊게 밴 (줄도 모르고) 남성 작가의 소설을 읽었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정세랑 작가님, 부디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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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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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아이와 키 큰 아이가 바라보는 교실의 풍경이 전혀 다른 것처럼, 날씬한 사람과 뚱뚱한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의 저자 록산 게이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의 키는 190센티미터, 몸무게는 가장 살이 쪘을 때 261킬로그램이었고 지금은 64킬로그램 정도가 줄었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뚱뚱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저자는 무척 날씬했고 몸놀림도 날렵했다. 저자가 뚱뚱해진 건 '그 사건'이 일어난 후다. 저자는 건축기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독실한 기독교인인 어머니의 장녀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학교에선 우등생 아니면 모범생 소리를 듣는 장래 유망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좋은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잘 생기고 똑똑한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가 하라는 건 뭐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던 저자에게 그 아이가 말했다. 숲으로 와. 옷 벗고 누워. 그렇게 저자는 그 아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그 아이의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들은 저자를 걸레라고 불렀다. 저자는 자신이 걸레라고 생각했다. 더럽혀져도 싸다고 생각했다. 도망치듯 기숙학교로 진학했다. 부모님의 감시를 피해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시도 때도 없이 먹고 또 먹었다. 성장기라는 핑계로 먹고 학업 스트레스라는 핑계로 먹었다. 하지만 사실은 몸을 찌우고 키워서 남자들이 함부로 자신을 건드릴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몸집이 커지고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줄어들면 남자들의 폭력은 물론 시선 강간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거라고 믿었다. 몸을 성(城)처럼 키워서 그 안에 숨어 있으면 평생 안전하리라고 생각했다. 


'여성답지 않은' 큰 몸, 뚱뚱한 몸은 저자를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또 다른 차별의 원인이 되었다. 가족은 저자에게 살 빼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취업을 할 때도, 강단에 설 때도, 작가로서 북 토크를 하고 독자들 앞에 설 때도 저자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험한 말을 듣거나 차별을 당했다. 자기혐오 또한 상당했다. 누가 나에게 뚱뚱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저자 자신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비난하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했다. 예쁜 옷, 즐거운 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등등. 뚱뚱한 사람은 뭘 하든 살부터 빼라는 말을 듣는다. 뚱뚱한 사람은 아무리 예쁘고 똑똑하고 성격이 좋아도 뚱뚱한 사람일 뿐이다. (뚱뚱한 사람에게 "살 빼면 예쁠 거다."라고 말하는 건 "지금은 안 예쁘다."라고 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 깊이 공감하며 읽은 건, 나 역시 저자처럼 나 자신을 뚱뚱하다고 규정하고 여러 가지를 포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 한 번도 건강검진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몸무게가 48킬로그램이 넘는 여자는 뚱뚱하다는 말을 듣는다. 여자 옷은 대부분 44 아니면 55사이즈만 나와서 66사이즈 이상은 옷 사는 것조차 힘들다. 미니스커트, 크롭 티 이런 건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내 키는 170센티미터 이상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 굽 높은 신발을 신어도 '남자 기 죽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애초에 발 사이즈가 250밀리미터가 넘는 여자는 발에 맞는 신발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으로 남자 신발을 구입한다. 훨씬 저렴하고 편하고 튼튼하다.) 


'여성답지 않은' 크고 뚱뚱한 몸이 남성의 불편한 시선이나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요새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문장에도 깊이 공감했다. 어쩌다 짧은 치마를 입거나 하이힐을 신으면 몸을 아래부터 위까지 쭉 훑어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어릴 때는 즐기기도 한 것 같다. 남자들이 단지 내가 '쉬워 보이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내게 음란한 말을 던지고 내 몸을 함부로 더듬는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일부러 몸을 감추는 옷만 입는다. 남자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머리 스타일을 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 여자가 '여자답게' 옷을 입을 때의 위험이 여자가 '여자답게' 옷을 입지 않을 때의 위험보다 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애초에 여자다운 옷차림, 여자답지 않은 옷차림이 정해져 있는 사회는 비정상이다. 어떤 옷차림을 하면 성폭행 대상이 되는 사회,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더 심한 비정상이다. 


단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가하는 남자들이 싫어서 차라리 뚱뚱해지는 편을 택했다는 저자의 고백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흐르면 저자처럼 솔직하게 나의 몸이 말하거나 혹은 말하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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