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노세 일가의 대죄 5
타이잔5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중학생 이치노세 츠바사는 자신에게 가족의 비밀을 알려준 소타가 오래전 집을 나간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에 소타는 온화한 성격과 명석한 두뇌로 가족 모두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가족의 중심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부정 당하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물리학 공부를 하라는 요구를 받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형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츠바사는 우연히 TV 중계 화면에 나온 소타의 모습을 발견하고 소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소타는 아야노라는 여자와 켄타라는 소년과 함께 살면서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실망한 츠바사는 단란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소타 가족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는 이 가족에게도 알고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상적인 가족을 추구하는 소타와 아야노는 켄타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견한 후에도 해결하지 못한다. '완벽한 가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츠바사는 소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간 츠바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한 번 꿈에서 깨어난다.


5권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Taizan 5 작가의 전작인 <타코피의 원죄>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도 있어서 트라우마가 있는 분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켄타는 천진난만한 겉모습과 다르게 폭력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하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영악한 면도 있다. 이런 아이는 어른들이 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고, 현실에서 이런 아이들을 상대하는 양육자, 교육자 분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소타가 아야노, 켄타와 함께 만든 가족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혈연이 아닌 사람들끼리 가족처럼 사느냐고 말하는데, 애초에 결혼이라는 게 혈연이 아닌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것 아닌가. 소타, 아야노가 부부이고 켄타를 입양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드문 일이 아니다. 소타와 아야노가 자신들의 교육 방침을 고수하다 아이의 문제를 키우는 모습 역시 혈연관계인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족이 아니니까(또는 가족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치노세 일가의 대죄 4
타이잔5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생 이치노세 츠바사는 교통사고를 당해 4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극적으로 깨어난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츠바사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사실은 가족들도 같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상태다. 츠바사를 포함해 6인 가족은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을 연기하는데, 연기를 할수록 과거의 문제나 상처가 조금씩 비집고 나온다. '사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행복한 가족이 아니었을 수도...?'라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츠바사는 꿈에서 깨어난다. 이번에는 현실이겠지 싶었다가 꿈에서 깨고, 또다시 꿈에서 깨는 일을 무한히 반복하던 츠바사는 소타라는 수수께끼의 남자로부터 가족의 비밀을 전해 듣는다. 


4권에서 츠바사는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꿈에 대해 캐내려 하지 마라"라고 적힌 쪽지를 놓고 간 걸 발견한다. 치매로 방에만 있는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시오리 중에 범인이 있을 터. 범인을 찾던 츠바사는 우연히 소타가 자신의 형이고, 오래전에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온화한 성격과 명석한 두뇌로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소타는 왜 가족의 곁을 떠나 혼자서 살기로 결심했던 걸까. 그랬던 소타가 다시 츠바사 앞에 나타나 가족의 실체를 알려 주겠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이야기 전개도 아주 흥미진진하다. 어서 다음 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배는 남자아이 10
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나는 긴 머리를 고무줄로 묶고, 치마 교복을 입고 다녔다. 여성이니까, 여학생이니까 그렇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들었고, 나 또한 당연히 그렇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거리에서 십 대 여학생들을 보면 숏컷을 한 아이도 있고 바지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도 있다. 아침마다 머리 감는 게 너무 귀찮았는데 숏컷을 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겨울에 스타킹 차림이 너무 추웠는데 바지 교복을 입었다면 얼마나 따뜻했을까. 나와는 반대로 어떤 남학생은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바로 잘라야 하고 무더운 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 게 귀찮고 힘들었을 것이다. 성별에 따라 선택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필요나 선호에 따라 선택지를 정할 수 있었다면 모두가 편하고 좋았을 텐데.


Pom의 만화 <선배는 남자아이>는 남성이지만 여학생처럼 긴 머리와 치마 차림을 하고 다니길 좋아하는 남학생 하나오카 마코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화다. 처음에는 마코토의 미모에 호감을 드러냈던 학생들도 마코토가 '여장 남자'라는 사실을 알면 '변태'라며 혐오감을 나타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마코토를 응원해주는 존재가 둘 있으니, 어려서부터 친구인 류지와 한 학년 후배인 사키다. 류지와 사키는 마코토의 겉모습도 좋아하지만,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마코토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특히 사키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마코토와 류지에게 힘을 더해주는 존재다. 그런 사키에게도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가족사가 있다.


사키는 오랫동안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사키의 아버지는 고래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사키의 어머니는 사키가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사키는 지금처럼 할머니와 계속 살고 싶은데, 연로해진 할머니를 친척이 돌보게 되면서 사키가 지낼 곳이 애매해진다. 마침 사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사키와 같이 살고 싶은 뜻을 전했고, 사키는 부모 중 한쪽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서 가족을 등한시한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키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쩌면 자신의 그런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걸 명확히 알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는 마코토를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10권에서 사키는 고민 끝에 누구와 살지 정하고, 사키의 선택에 대해 들은 마코토는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이 과정에서 마코토는 자신이 그동안 사키를 그저 후배로서 귀여워 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사키 역시 자신이 그동안 마코토를 그저 본받고 싶은 선배로서 동경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다. 결국 사키가 마코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면서 끝이 나는데,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두 사람의 관계를 꼭 이성애 관계로 묶어야만 했을까. 다른 만화도 아니고 젠더 규범을 부정하면서 시작한 만화가, 결국 여러 등장인물 중에 남성과 여성을 커플로 엮는 방식으로 끝이 난 점이 못내 아쉽다. 이걸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게, 커플 성립이 문제의 시작이지 끝이냐고요... (시리즈 2탄 원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빠진 사람을 보면 행복하다. 김멜라 작가가 2023년에 발표한 산문집 <멜라지는 마음>을 읽는 내내 그랬다. 이 책은 2014년 등단한 소설가 김멜라가 처음으로 발표한 산문집이다. 이제까지 김멜라 작가가 발표한 책을 네 권 읽었는데(<제 꿈 꾸세요>, <적어도 두 번>, <환희의 책>, <없는 층의 하이쎈스>), 읽으면서 이렇게 기발하고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작가님이 어찌나 예쁜 사랑을 하고 계신지. 멜로 드라마가 따로 없다 싶고(사실 나는 작가님의 필명인 '멜라'가 멜로의 변형인 줄 알았다)그래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소설들을 쓸 수 있으셨구나 싶다.


어린 시절 이야기나 가족들 이야기도 좋았지만, 저자와 저자의 오랜 애인 '온점' 님, 두 분의 일화들이 특히 좋았다. 작가님의 묘사에 따르면, 온점 님은 대화 중에 청파동이라는 지명이 나오자 아무렇지 않게 최승자 시인의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를 들려주는 사람. 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올 때 마치 재미난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점프"라고 외치며 뛰어내리는 사람. 위층에서 누수가 일어나 작업실이 엉망이 되자 벽지 발라주신 분이 벽지를 잘 발라서 피해가 덜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을까 싶고, 이런 사람에게 사랑 받는 작가님도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멜라'의 뜻도 온점 님과 관련이 있다.)


창작, 글쓰기에 대한 대목들도 좋았다. 등단 이후에도 몇 년이나 청탁을 거의 받지 못했던 저자는 아르바이트, 계약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소설을 썼다. 불안한 생활을 견디면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나에게는 이것이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사람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언니, 엄마, 조카, 비(雨), 수박, 새, 자서전, 그리고 물론 제일은 온점 님... ^^ 부디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써주시고, 예쁜 사랑 오래오래 하셨으면 좋겠다. 두 분의 환갑, 칠순, 팔순 잔치 이야기도 기다릴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 엔드 소설Q
이주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어도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어렵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어렵다. 어릴 때처럼 학교나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기회가 드물기에, 주변에 남은 사람들로부터 작은 흠이나 큰 허물이 보여도 안 본 것처럼, 안 보이는 것처럼 지내는 것이 나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될 관계는 정리되는 것이 인간사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관계는 큰맘 먹고 정리하는 것이 마땅한 경우도 있다. 이주란의 소설 <해피 엔드>의 주인공 '기주'의 상황이 그렇다.


기주에게는 안 본 지 2년 6개월이 된 친구 '원경'이 있다. 공개적으로 다투고 공식적으로 절교한 사이이기 때문에 더 이상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기주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다. 기주와 원경을 모두 아는 친구들은 두 사람이 별것도 아닌 일로 멀어졌다고, 이제 그만 화해하고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원경은 몰라도 기주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기주에게 원경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공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친구였고, 그렇기 때문에 원경이 과거에 한 어떤 말이나 행동이 기주에게는 치명적인 배신처럼 느껴진 탓이다.


소설은 기주가 원경에게서 오랜만에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원경과 소식을 끊은 후 집과 직장을 오가며 조용히 살고 있던 기주는, 겉으로 뚜렷하게 내색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심한 요동을 느낀다. 제주에서 서울로 장례식에 참석하러 온 애인과 문자로 대화하고, 집 앞 편의점 사장과 담소하고, 돌아가신 윗집 할아버지를 추모하고, 직장 사람들과 별것 아닌 일로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머릿속 한구석에선 원경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하다, 결국 용기를 내어 회사 동료인 장과장과 함께 원경이 운영하는 카페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기주는 뜻밖의 만남을 가진다.


(스포일러 주의!!) 기주는 원경을 만나기 위해 원경의 카페로 찾아갔지만, 공교롭게도 원경이 부재중이라 원경과 만나지 못한다. 그 대신 원경의 어머니와 동생, 조카를 만나는데, 이들은 원경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주에게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푼다. 원경과 다투고 2년 반이나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저 원경의 친구라는 이유로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기주는 마음의 변화를 느낀다. 어쩌면 자신이 원경에게 (멋대로) 너무 큰 기대를 했고, 그 기대를 무너뜨렸다는 이유로 (멋대로) 원경을 너무 오래 미워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나는 왜 그토록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했을까. 기쁨이나 슬픔은 그렇지 않은데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오래되고 깊은 마음들은 왜 꼭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는지 잘 모르겠다. (153쪽)


기대가 클수록 관계에 대한 실망감은 커진다는 것은, 친구 관계뿐 아니라 다른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부모니까, 자식이니까, 애인이니까, 배우자니까 이렇게 해야지, 이 정도는 해줘야지, 라는 기대가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실체를 못 보게 만들고 진심을 가리고 관계를 망친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 기주는 원경과의 관계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다른 관계에도 문제가 있다. 가난하고 불우했던 원가족과 이별하고 혼자서 자유롭게 살라는 어머니의 말에, 다른 사람이라면 홀가분함을 느낄 법도 한데, 기주는 어떻게 엄마가 되어서 딸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서운함을 느낀다. 남자친구가 제주에 살아서 자주 못 보는 것에도 불만이 있지만, 여자친구로서 남자친구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체념한다. 


그렇게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은 마음들은 (어머니나 남자친구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방식으로 해소된다. 돌아가신 윗집 할아버지의 빈 집을 챙기고, 혼자서 매대를 지키는 편의점 사장님의 안부를 걱정하고, 남친 선물로 산 반바지를 직장 동료에게 건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라도 애정이 순환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면 그렇지 않은 관계에 나누어줄 애정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역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관계는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지만, 기주가 원경과의 일 때문에 알게 된 것들이나 만나게 된 인연들을 생각하면 어느 관계에나 그 나름의 효용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관계, 참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