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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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온천 마을에서 육십 대의 영화 프로듀서가 사망한다.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 경찰은 온천 마을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나카오카 형사는 피해자의 젊은 아내가 남편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범죄로 보고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나카오카는 수사를 위해 지구화학 전문가인 아오에 교수의 도움을 청하고, 아오에 교수는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다른 온천 마을에 갔다가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난다. 우하라 마도카라는 이 소녀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여자아이 같지만 초능력에 가까운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신의 데뷔 30주년이기도 했던 201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2025년 현재 3권까지 나온 '라플라스 시리즈'의 1권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우하라 마도카는 그야말로 초인에 가까운 능력자이다. 마도카가 가진 능력은 날씨, 온도, 습도, 풍향 등 수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수집하고 처리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내는 '슈퍼 컴퓨터'와 비슷한 능력이다. 어릴 때 재난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천재 뇌의학자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지금의 능력을 가지게 된 마도카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온천에서 일어난 연쇄 사망 사건의 범인을 밝혀낸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마도카의 능력을 초능력처럼 여기고 마도카가 하는 말을 예언이나 예지처럼 받아들이지만, 마도카는 항상 사실에 기반한 정보와 과학적 추론에 근거해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이런 모습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 유카와 마나부와 비슷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유난히 '부성(父性)' 또는 '부정(父情)'을 다룬 것이 많은데 이 소설도 그렇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마도카의 아버지 우하라 젠타로와 천재 영화 감독 아마카스 사이세이, 이렇게 두 사람이다. 두 아버지의 유형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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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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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경험을 통해 조금은 안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오션 브엉의 장편 소설 <기쁨의 황제>는 주인공인 열아홉 살 소년 하이가 죽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철교에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죽은 지인이 있는 나로서는 이 장면을 읽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하이는 우연히 그 광경을 본 80대 노인 그라지나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라지나의 집에 얹혀 살면서 그대로 삶을 마감했다면 절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하이의 어머니는 베트남 이민자로 네일숍에서 일하며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웠다. 삶에 낙이 없어 약물에 의존하는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이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했지만 주류 사회의 벽을 넘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하이는 어머니에게는 보스턴에 있는 의대에 합격해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조용히 삶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 결심을 실행하려고 한 순간에 그라지나의 눈에 띄었고, 그녀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해 다리에서 내려왔다. 알고보니 그라지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독거 노인이었고, 그녀에게 동정심을 품은 데다가 어차피 갈 곳도 없는 하이는 그녀의 집에서 지내며 손발이 되어주기로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며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하이는 집 근처 레스토랑 '홈마켓'에서 일하며 돈을 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장은 아니지만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으며 안정적인 보수를 받는 직업에 종사하며 하이는 더없는 풍요로움을 느낀다. 배경이나 출신은 다르지만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공통의 화제를 가지게 된 동료들에게 깊은 소속감도 느낀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하루 빨리 탈출해서 성공해야 하는 곳 또는 탈출만 해도 성공인 곳으로 여겼던 자신의 집, 고향을 긍정하게 된다. 세상은 그와 그의 동료들을 패배자로 규정할지 몰라도, 하이에게 지금의 삶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된다.


이 소설은 미국이 배경이고 베트남계 미국인이 주인공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아온 한국인인 나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는데, 그건 아마도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특수한 이야기인 동시에 현대인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 또는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망, 적당히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조차도 힘든 현실에 대한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삶을 이어가는 것은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더 아프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은 전세계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 리베카 솔닛 같은 명사, 작가들이 이 소설에 찬사를 보낸 것에 수긍이 가고,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이해가 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작가 오션 브엉은 김혜순, 이상, 한강, 차학경 등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언급하는데, 일상을 비일상적으로 인지하는 감각이나 소설보다는 시를 닮은 표현들이 어쩐지 그가 언급한 문인들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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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괴인 랩소디 2
스기토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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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로는 평범한 청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최강의 괴물이다. 그런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인간 사회로 가출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인간처럼 살고 있는 하치로.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괴물들은 호시탐탐 그를 노리며 언제라도 그를 사로잡아 괴물들의 세상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2권에서 하치로는 예상 밖의 인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데, 정작 하치로는 공격을 당하고도 그것이 공격인 줄을 모른다. 오히려 공격한 쪽이 당황해서 공포에 사로잡히는데, 이런 식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점이 이 만화의 매력이다.


하치로를 괴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이다. 오랫동안 아버지를 원망하며 지냈던 하치로는 사실 내심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아버지와 딸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된 하치로는 마음이 약해졌고, 그 틈을 타 괴물들이 그를 납치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대결에서 하치로는 살기 위해... 서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초반에는 유머러스한 만화였는데, 하치로가 자신을 만들어준 아버지에 대해 품고 있는 애증이 더 자세히 그려지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린 가족 드라마의 느낌이 강해졌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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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신부 3 - 남은 생명 7일에서부터 시작되는 행복
이치이로 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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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는 몸에서 꽃이 피는 병인 '부케 신드롬'에 걸려서 곧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죽을 운명인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은 사신의 눈에 들어 7일 남은 목숨을 연명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비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내려온 다른 사신들과 아이비를 지키고 싶은 사신 간의 결투가 시작되었고, 아이비는 본의 아니게 사신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비는 연약한 외모와 다르게 강인한 의지와 힘을 가진 인물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마음을 동력으로 삼아 자신을 지키려는 사신들을 이끈다.


3권에서 아이비는 자신을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사신인 아자미의 전생을 떠올리게 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린 아자미는,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기억 중에도 지우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이비를 도와주는 사신 중 한 명인 지니아 역시 아이비와의 전생을 떠올린다. 지니아도 아자미와 마찬가지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중에 아이비를 만나 행복한 추억을 쌓았고, 그 추억 덕분에 사신으로서의 임무를 포기하고 아이비를 돕기로 결심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아이비에게 호감이 있거나 아이비와 사신(시이)을 응원하는 인물들만 등장하길 바랐는데,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어서 4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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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피뇽의 마녀 6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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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루나는 닿기만 해도 독이 옮는다는 소문 때문에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서 오랫동안 홀로 지내며 외롭게 살아왔다. 그런 루나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백마법사 앙리를 남몰래 흠모하게 되었고, 루나가 구해준 것을 계기로 견습생이 된 소년 리제와 루나 곁을 맴도는 클로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루나를 지키고 있다. 6권에서 리제는 루나에게 받은 녹색 보석을 손에 쥔 순간, 알 수 없는 기억이 소환되고 왠지 모르게 그리운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본 클로드는 루나에게 아무래도 리제가 백마녀국의 태자였던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리제의 머릿속에 소환된 기억은, 놀랍게도 루나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저주의 아이'로 여겨져 버림받은 루나를 주워서 기른 사람이 녹음의 마법사 엘로이로, 루나는 그를 스승이자 아버지처럼 여기며 성장했다. 이어지는 과거 이야기에 따르면 녹음의 마법사 엘로이는 백마법사의 왕 루돌프와 특별한 사이였다는데, 이성애 로맨스 만화에 갑자기 BL 설정이 나온 것도 놀라운데 생각보다 분량도 많고 내용도 진지해서... 좋았다 ㅋㅋㅋ 2026년 1분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될 예정이라는데, 요즘 보기 드문 힐링계 만화라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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