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국보 : 상·하 세트 - 전2권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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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보>의 시놉시스를 듣고 딱 내 취향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라는 걸 알고 이건 뭐 내 취향일 수밖에 없겠다고 확신했다. 영화는 개봉 시기를 놓쳐서 못 보고 소설 먼저 읽었는데, 소설이 너무 좋아서 영화는 안 봐도 되겠다 싶지만 보게 되면 보겠지. (어서 OTT에...) 


소설은 도쿄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63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시작된다. 야쿠자 조직의 보스 '타치바나 곤고로'의 외아들인 '키쿠오'는 가부키를 좋아하는 계모의 영향으로 가부키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고 가부키 배우 흉내도 곧잘 한다. 나가사키의 내로라하는 야쿠자 조직의 조직원들이 모두 모이는 신년회에서 여흥으로 짧은 가부키 공연을 하게 된 키쿠오. 그 모습을 우연히 그 자리에 참석한 오사카를 대표하는 가부키 배우 '하나이 한지로'가 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나이의 눈에 든 키쿠오가 그 길로 가부키에 입문해 배우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 


우선 바로 이날 야쿠자 조직 간에 싸움이 일어나 키쿠오의 아버지 곤고로가 세상을 떠나고, 그때까지 기세가 등등했던 곤고로의 조직도 힘을 잃는다. 그전까지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유복하게 살았던 키쿠오는 당장 중학교 졸업도 힘든 상황에 놓인다. 나이는 키쿠오보다 위지만 키쿠오의 심복, 오른팔 역할을 하는 토쿠지도 소년원에 갇혀 있다. 사실 키쿠오는 여자친구 하루에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신세. 이런 와중에 소년원에서 탈출한 토쿠지가 키쿠오를 찾아와 복수심을 자극하고, 일련의 소동 끝에 도망치는 신세가 된 키쿠오는 토쿠지와 함께 오사카로 가서 약간이나마 안면이 있는 한지로의 문하에 들어가 배우 수업을 받는다. 


배우 수업을 받는다고 해도 한지로의 후계자는 한지로의 외아들 슌사쿠가 이어받는 것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 그러나 돈도 없고 돌아갈 고향도 없어진 키쿠오로서는 장래고 뭐고 그저 열심히 수업을 받아서 하루 빨리 한 사람 몫을 하는 배우가 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키쿠오에게는 한지로도 인정한 미모와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부키(그리고 연기, 예술)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 향상심이 있다. 이것이 여러 면에서 키쿠오와 정반대(출신 배경과 외모, 성격 등)이면서 꼭 닮은(연기와 예술에 대한 열정, 집착 등) 슌사쿠의 특징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서로의 연기 인생, 나아가 인생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준다. 


아직 안 봤지만 영화에선 키쿠오와 슌사쿠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나는 이 소설의 진히로인은 토쿠지라고 생각한다. 일단 아버지가 죽은 후 조용히 살고 있던 키쿠오를 자극해 복수를 감행하고 고향을 떠나게 만든 게 토쿠지이고, 키쿠오가 어떤 문제에 휘말리거나 휘말릴 뻔할 때마다 자신을 희생해 키쿠오를 구하기 때문이다. 키쿠오와 슌사쿠의 관계가 <패왕별희>라면 키쿠오와 토쿠지의 관계는 <영웅본색>이랄까... 소설의 결말도 토쿠지와 관련이 있는데 영화는 등장인물 소개에도 토쿠지의 이름이 없어서, 소설과 영화의 결이 약간 다를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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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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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아쿠타가와 수상작, 이동진, 신형철, 은유, 요시다 슈이치 추천... 이중 하나라도 읽을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데 이만큼의 명분이 쌓였으니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작가가 2000년대생인 점(그렇게 어려?)과 이 소설을 30일 만에 완성했다는 점(그렇게 빨리?)이 마음에 걸렸지만, 막상 읽어보니 작가의 나이는 어려도 내용의 깊이는 오히려 원숙함에 가깝고, 소설을 완성하는 데에만 30일이 걸렸을 뿐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공부나 준비는 아마도 평생에 걸쳐 해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만큼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뭐 했나 하는 자괴감만 남은...) 


이야기는 일본의 저명한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인 히로바 도이치의 사위인 '나'가 장인과 함께 떠난 독일 출장에서 장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도이치는 몇 년 전 결혼 25주년을 기념에 아내, 딸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홍차를 마시다 각자의 티백에 포춘쿠키처럼 각기 다른 문장이 인쇄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도이치의 티백에 인쇄된 문장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말했다는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아내와 딸은 괴테 전문가인 도이치의 티백에 괴테의 문장이 인쇄되어 있다니 역시 도이치와 괴테는 운명이라며 기뻐했지만, 도이치는 기뻐할 수 없었다. 평생 괴테를 연구했건만 이 문장이 정말 괴테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도이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문제의 문장이 정말 괴테의 것이 맞는지, 맞는다면 어느 책의 어느 대목에 나오는 문장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소장한 괴테의 책들 중에 떠오르는 책이 있으면 뒤져 보는 식으로 찾다가, 나중에는 부끄럼을 무릅쓰고 동료, 스승, 후배, 외국의 지인들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는 괴테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괴테의 생각을 표현한 언어와, 그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추가된 해석과, 어떤 문장을 인용할 때 발생하는 오해와 그래서 필요한 윤리, 철학, 사유 등에 관해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중에는 독일에 직접 가기도 한다. 그 결과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는 그의 인생을 바꾼 문장이 된다. 


이 책에는 괴테의 수많은 저작이 인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괴테가 생전에 천착했던 주제들과 그것들의 의미, 해석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작가가 2000년대생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그 내용이 방대하고 심오하다. 괴테 외에 괴테와 함께 언급할 만한 서양의 다른 작가나 사상가, 심지어 일본의 작가나 사상가와도 연결하기 때문에 이 책의 독자는 괴테뿐 아니라 서양과 일본의 문학, 철학,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면 좋다.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생각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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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내 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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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은, 읽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읽기는 하지만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이 좀처럼 안 든다. 내가 아직 젊어서인가, 아니면 프랑스의 언어와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사랑을 많이 안 해봐서인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60년에 발표한 <히로시마 내 사랑>은 뒤라스의 책 중에선 (내 기준) 그래도 수월하게 읽은 편에 속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59년 개봉된 알랭 레네 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 각본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에 기반한다.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에는 영화에서 생략된 대사와 지문들이 포함되어 있어 뒤라스의 원래 구상이나 의도 등을 알기에 더 적합하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부록과 비망록, 세부 설정 등도 실려 있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인 여성이 우연히 만난 일본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서 짧지만 강렬한 며칠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정보 교환이나 미래에 대한 기약 없이 며칠에 걸쳐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과거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게 되는데, 둘 다 전쟁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조국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 아이들에게 난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가진 악의와, 무관심과, 영악함과, 애국심이 어떤 건지 가르칠 거야." (134쪽) "느베르에서 사랑은 죄가 된다. 느베르에서 행복은 죄악이다. 권태는 허용되는 덕목이다." (156쪽)


처음에 나는 이 이야기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연애, 사랑 등)을 통제, 억압하는 국가와 사회, 역사의 압박과의 대결에 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 모든 것보다 무서운 것이 인간의 '망각'이며, 인간은 그 무엇과 싸울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지만 시간과의 대결에서는 결코 이길 수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기억의 가장 강력한 동기이자 수단은 사랑이라는 것도. 남자의 이름은 잊어도 히로시마는 잊지 않을 거라는 여자의 말이 그러하다. "이 사적인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증언하는 히로시마 이야기보다 늘 우위에 놓일 것이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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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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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할머니, 개, 그리고 죽도록 쓰기>를 읽고 앤 패칫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렇게 좋은 작가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냐는 한탄 섞인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부지런히 작품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앤 패칫의 소설과 산문집을 구해지는 대로 읽고 있는데, 그의 소설로는 처음 읽은 <커먼웰스>가 역시나 너무 좋았다. <커먼웰스>는 2016년에 출간된 자전 소설인데, 먼저 읽은 작가의 산문집 두 권(다른 하나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통해 작가의 개인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물론 소설은 소설일 뿐 실제 사연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겠지만.


소설은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시작된다. 지방검사보인 앨버트 커즌스는 일 때문에 알고 지내는 지방경찰청 형사 픽스 키팅의 둘째딸의 세례 파티에 초대된다.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건너뛸 생각이었지만, 주말에 집에서 아내와 아이 넷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충동적으로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앨버트는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 여자를 만나는데 바로 픽스의 아내 베벌리이다. 둘은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졌고 몇 년 후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한다. 앨버트는 베벌리와 재혼하면서 베벌리의 두 딸 캐롤라인과 프랜시스를 맡는다. 정작 자신의 혈육인 네 아이(캘, 홀리, 저넷, 앨)는 양육권이 아내한테 넘어가 1년에 4주만 만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자전' 소설인 이 소설에서 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는 다름 아닌 세례 파티의 주인공, 픽스와 베벌리의 둘째딸 프랜시스이다. 나라면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새아빠와 재혼했다면, 새아빠의 아이 넷과 여름을 보내야 한다면, 좋은 감정보다 싫은 감정이 더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프랜시스는 그렇지 않다. 앨버트의 첫 번째 부인이나 친자식들한테 앨버트는 결코 좋은 남편, 아빠가 아니었지만 프랜시스에게는 새아빠로서 부족함이 없었고 어떤 면에선 친아빠보다 나았다. 엄마의 재혼으로 만나게 된 형제 자매들 역시 어릴 때는 친구처럼 편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피가 섞인 가족만큼(때로는 더) 의지가 되었다. (물론 이는 프랜시스만의 생각이고 언니인 캐롤라인은 달랐다는 점에서(새아빠 싫어함) 개인차는 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가족 소설인 동시에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소녀가 한 명의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겪는다. 글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가가 되는 건 한정된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기에 그 무게와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프랜시스는 힘들게 배운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을 넣은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의 개인사, 그것도 결코 좋게만은 볼 수 없는 (친모와 의부의 불륜) 이야기를 꺼낸 작가의 심경을 더욱 정확히 받아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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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야기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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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는 영국의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해 현재는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작가가 이민자, 이방인의 정서를 지녔기 때문인지 소설에도 그러한 정서가 진하게 담겨 있다. 2023년에 발표한 소설집 <로마 이야기>가 그렇다. 이 책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대부분이 전에 살던 곳에서 어쩔 수 없이 떠난 사람, 떠난 끝에 겨우 도착한 곳에 좀처럼 속하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다시 떠날 생각을 하거나 더는 떠날 곳이 없어 괴로워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불행한 공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령 <경계>에서 휴가철을 맞아 해변가의 별장으로 놀러 간 백인 가족에게 그 집은 아름다운 추억의 배경이 된 공간이지만, 그 집을 돌보는 이민자 부부의 아들에게는 가족의 생계 수단이자 노동의 장소다. <재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 중 백인인 여성에게 로마는 한없이 다정하고 쾌적한 도시이지만,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인 여성에게 로마는 어린아이조차 자신을 모욕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는 불합리하고 불친절한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P의 파티>의 남자처럼 우연한 계기로 백인 남성이 경험하는 사회와 비백인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밝은 집>처럼 정당한 이유로 난민 승인을 받고 이주를 허락받은 이민자인데도 주위 이웃들의 크고 작은 차별을 견디다 못해 또다시 망명길에 오르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하나의 계단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 이웃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린 <계단>처럼, 인생이 원래 그렇다고 받아들이면 편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현실의 약자, 소수자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길에서 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택배 수취>)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 쪽지를 받는 식의 일을 겪는다(<쪽지>). 


이 책이 백인과 비백인, 원주민과 이주민 문제를 담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한쪽이 무조건 나쁘고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마지막에 실린 <단테 알레기에리>의 주인공 '나'는 비백인 이민자 가정 출신 여성으로 사회적으로 약자, 소수자에 속하지만 자신이 "갈망"했던 것들을 하나둘 이루어 가면서 결국 사회적 지위 상승에 성공한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마다 단테가 있었다고 말하고 내 눈에도 그건 사실로 보이지만, 단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던 것들이 학력, 결혼, 직업 같은 (흔히 말하는) 신분 상승 수단이 아니었다고 해도 '나'가 그걸 택했을까. 그렇다 한들 그런 '나'를 비난할 수 있을까. 감동적이면서도 씁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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