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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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남의 말을 절대 듣지 않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말을 너무 많이 듣는 사람이다. 미국의 동기 부여 전문가 멜 로빈스의 책 <렛뎀 이론>은 후자를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원래 저자는 잘나가는 변호사였는데 남들 시선을 너무 많이 신경 써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애초에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권유 혹은 압박에 못 이겨 하게 된 일이었다. 


동기 부여 전문가로 직업을 바꾼 후에도 몇 년이나 남들의 조언을 가장한 오지랖과 부정적인 반응에 시달렸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결정했을 때에도 부모님의 달갑지 않아 하는 듯한 표정이나 태도가 신경 쓰였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아닌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내면화된 상태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자녀들에게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못하게 하고, 아이가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는 일을 강제로 하게 해서 아이는 물론 다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망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스토아 철학과 불교 이론 등을 공부하다가 나를 통제하는 건 가능하지만 남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고, 역으로 남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건 가능하지만 나를 통제하는 건 (나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렛뎀 이론'이다. 


가령 내가 원해서 런닝을 하는 건 괜찮지만 남한테 런닝을 강요하는 건 오지랖이다. 반대로 나는 런닝을 할 마음이 없는데 남이 강요한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최악은 나도 안 하고 싶고 남이 시킨 것도 아닌데 안 하면 누가 비난할까 봐 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상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안 하면 튀어 보일까 봐, 남들하고 잘 지내기 어려울까 봐 억지로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그때마다 '렛뎀' 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별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 인생이 훨씬 홀가분해질 것 같기도 하다. 


렛뎀 이론은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사는 이기적인 태도와는 다르다. 내 영역의 일에만 신경 쓰고 다른 영역의 일에는 수동적, 체념적으로 반응하는 것과도 다르다. 렛뎀 이론의 핵심은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느라' 또는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느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못 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나만 빼고 여행을 가면 그러라고 해라. 나랑 못 놀아서 불쌍한 건 그들이고, 나는 더 좋은 친구들을 사귀면 된다. 아들이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채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면 그러라고 해라. 창피를 당해도 아들이 당하고, 의외로 반응이 좋을 수도 있다. 


렛뎀 이론에서 중요한 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친구들한테 연락을 안 해서 서운한가. 친구들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은 통제할 수 있다. 친구들이 연락을 안 해서 서운하면 내가 먼저 하면 된다.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는가. 그 사람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은 통제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잘 살게 된 비결을 물어보고 배우든지, 아니면 그동안 생각만 하고 안 해본 부업이나 투자를 시도해 보자. 이런 식으로 남을 향한 에너지를 나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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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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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공부 잘하는 친구나 인기가 많은 친구보다 노트 필기 잘 하고 다이어리 잘 꾸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지금도 다르지 않아서 나의 SNS 팔로잉 목록 중에는 이른바 '기록 천재', '기록 광인'들이 많이 있다. <기록이라는 세계>의 저자 리니 님도 그중 하나다. 몇 년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리니 님의 계정을 보고 바로 구독했고, 틈틈이 계정을 보면서 나의 기록과 필사 습관을 다잡고 있다. 


리니 님의 첫 책 <기록이라는 세계>는 저자가 직접 실천해 보았거나 실천 중인 25가지 기록법을 소개한다. 다른 것보다 지금 당장 내 삶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1장 '길이_삶을 확장하는 기록에 대하여'에 소개된 짧은 메모, 연력, 날것의 일기, 루틴 트래커, 포토로그, 건강 기록, 만다라트 등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영양제 먹기, 만 보 걷기 같은 작은 습관도 루틴 트래커나 건강 기록 같은 형식으로 기록화하면 습관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기 자신을 - 습관을 잘 지키는 사람인지 아닌지 - 아는 데에도 유용하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데 기록을 활용하고 싶다면, 2장 '넓이_관찰과 수집으로 이룬 재발견'에 소개된 셀프 탐구 일지, 감정 어휘, 디깅 기록, 미지의 세계 노트, 사람 관찰 일지, 여행 기록, 도파민 단식 트래커, 온라인 기록, 문장수집, 클래식 음악 노트 등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이 중에 나는 '미지의 세계 노트'가 인상적이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안 가본 동네에 가보거나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고 그 경험을 기록하는 것인데, 평소에 생각나는 걸 적어두었다가 주말이나 휴일에 하나씩 도전해 보면 일상이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 같다. 


기록을 통해 보다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3장 '깊이_기록으로 찾아가는 나의 미래'에 나오는 정리 물건 리스트, 데일리 로그,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 영어 필사, 월간 성찰, 미래 일기, 실패 노트, 다정한 순간의 기록들 등을 실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중에 나는 '월간 성찰'이 인상적이었다. 기록은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록한 내용을 다시 보면서 성찰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월말이나 월초에 주기적으로 지난 기록을 살펴보면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분석해 본다면 기록의 양과 질이 개선될 것 같다. 


이 책에는 기록을 처음 해보는 초보자들을 위한 팁도 나온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노트나 다이어리를 살 필요도 없다. 가지고 있는 노트나 다이어리, 메모장에 그날 있었던 일이나 방금 생각한 것을 적기만 해도 충분하다. 글씨가 안 예뻐도 괜찮고 며칠 건너뛰어도 괜찮다. 완벽보다 중요한 건 지속이다. 인생을 더 길게, 넓게, 깊게 사는 비결이 기록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이 늘어난다. 이런 멋진 세계를 먼저 가보고 공유까지 해 준 저자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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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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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마니아는 아니지만 화제가 되는 책은 읽어보는 편이다. 호기심에 펼쳤다가 끝까지 못 읽고 덮은 책이 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 SF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어렵다', '낯설다', '모른다'는 감각이 역으로 평소에 내가 얼마나 새로운 감각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초엽이 2025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각 단편의 중심에는 아직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실현되거나 또 다른 세계에선 이미 실현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최첨단 안드로이드, <양면의 조개껍데기>의 셀븐인, <진동새와 손편지>의 진동새, <소금물과 주파수>의 생태 탐사용 고래 로봇, <고요와 소란>의 사물이 소리를 내는 세계, <달고 미지근한 슬픔> 극단적 데이터화, <비구름을 따라서> 평행 세계로의 삼투압 현상 등이 그렇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향하는 대상이 결국 인간인 점이 김초엽 작가의 소설답다. 가령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주인공 수브다니는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안드로이드이지만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화 시술을 받기로 한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인간처럼 생기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다가 기계의 장점까지 더해졌으니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정작 수브다니 자신은 아무리 인간 같아 보여도 인간처럼 다치고 아프고 죽을 수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성이란 완전무결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과 결점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표제작 <양면의 조개껍데기>에는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셀븐인'이라는 존재가 나온다. 소설 속에서 셀븐인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사는 우주인으로 나오지만, 여러 개의 사회적 자아를 가지고 사는 지구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연인이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자아만 남기는 시술을 받으려고 하지만, 그 시술은 지구에서만 받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쉽지 않다. 소설에선 자아라는 개념으로 표현되었지만, 한 사람 안에 있는 여러가지 장점이나 단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장점 중에는 단점에서 비롯된 것들도 있어서 단점만 제거하고 장점만 남기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 또한 인간의 (또는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피하지 말고 받아 들이라는 내용으로 읽혔다.


인간 자체가 아닌 인간이 속해 있는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도와주는 소설들도 있다. <진동새와 손편지>는 시각 정보가 없는 대신 진동새의 진동으로 기록을 남기고 저장하는 세계를 묘사한다. <소금물과 주파수>는 실제 고래 무리에 섞여 지내면서 바다를 헤엄치고 무리를 관찰하는 생태 탐사용 고래 로봇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린다. <고요와 소란>은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생명이 없는 사물들도 소리를 낼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한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더 이상 인간이 무언가에 몰두할 필요가 없게 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비구름을 따라서>는 삼투압 현상이 더 큰 규모로 발생하게 된 상황을 가정한다.


이 책을 비롯해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나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취향을 따르느라 비슷비슷한 소설만 읽는 감이 없지 않은 나에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적당한 정도의 자극과 환기를 준다. 특히 <비구름을 따라서>처럼, 지금 이 세계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정말로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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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이다 지음 / 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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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의 덕목 중 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고 나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책들이 그렇다. <끄적끄적 길드로잉>을 읽었을 때는 똥손이지만 뭐라도 그려보고 싶어졌고, <이다의 작게 걷기>를 읽었을 때는 당장 밖으로 나가 작은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읽었을 때는 직접 그 도시에 가보고 싶어졌고, <이다의 자연관찰일기>를 읽었을 때는 내 주변의 풀, 꽃, 나무, 곤충, 새, 동물들의 이름이라도 알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에 나온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를 읽고 나서는 매일 산책 코스를 달리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22년에 출간된 <이다의 자연관찰일기>의 후속편 격인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도시 관찰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애가 바닥을 칠 때 오히려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에는 나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온다. 인터넷에는 온갖 차별과 혐오 발언이 난무한다. 이런 것들만 보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류애가 차오르기 어렵다. 모니터 너머의 (어쩌면 AI일 수도 있는) 모르는 인간이 쓴 글 말고, 조금 노력하면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인간이 쓴 이런저런 안내문 또는 경고문, 어떤 진심 또는 농담이 담긴 그림이나 낙서, 누군가 정성을 다해 키운 것이 분명한 꽃과 나무, 각종 기발한 발명품, 때로는 언제 치우나 싶은 쓰레기나 버려진 물건을 보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고 때로는 가슴이 벅차고 그렇게 서서히 인류애가 차오른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저자는 하루 업무를 다 마친 오후 다섯 시쯤 밖으로 나가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고 하는데, 나 또한 하루 업무를 마치고 1시간 정도 동네를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 주로 집 근처 공원이나 개천 주변을 걷는데,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일부러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면 평소에 늘 보는 물건이나 풍경 말고 다른 물건이나 풍경도 만나게 되겠지? 어쩌면 그 덕분에 새롭게 배우거나 잠깐이라도 웃을 일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인상적인 건 저자처럼 그림으로 기록해 두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아도 좋겠다. 이 마음이 식기 전에 얼른 산책하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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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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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면 대체로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관계라도 당사자들에게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혹은 그 이상인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가 백온유가 2025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연고자들>의 등장 인물들이 그러하다. 소설의 주요 등장 인물인 윤아와 태화, 지현은 보육원에서 만난 사이다. 보육원에 들어온 날짜와 사연 등은 각자 달라도,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남들과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경험을 함께 했다는 이유 때문에 보육원을 나온 이후에도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소설은 윤아가 지현으로부터 태화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구청에서는 가족이 없는 태화는 무연고자로 분류된다며 시신 인도를 거절한다. 태화와 한때 연인 사이였던 지현은 태화와는 가족도 아니고 법적인 관계도 없지만, 태화 생전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자신과 윤아라며 직접 장례를 치르겠다고 주장한다. 윤아는 마음 같아서는 친남매처럼 지냈던 태화의 장례를 직접 치러주고 싶지만, 자신도 형편이 빠듯한 회사원인 데다가 세 사람의 지인을 다 불러 모아도 장례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화가 친모와 헤어진 이유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으며 오랫동안 자책해 온 윤아는, 동생 같고 아주 가끔은 연인이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던 태화에게 미안한 일을 늘리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렇게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안고 결정을 미루기만 하는 윤아 앞에 돌연 태화가 나타난다. 사실 윤아는 태화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기 전부터 태화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는 윤아에게 무슨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태화와 친모의 관계, 그로 인해 생긴 불우한 일들의 연속 등을 고려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윤아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아온 태화를 대접하며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이별을 받아들인다. 세상에는 이런 이별도, 이런 사랑도 있구나. 언제나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관계와 사랑을 탐색하는 백온유 작가의 다음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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